• 박근혜 신년 기자회견,
    '불통' 이미지만 더 확고해져
        2015년 01월 12일 04: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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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국정계획에 대해 발표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청와대 비선 문건과 이에 따른 인적쇄신, 또 정부가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장 개혁, 기업인 가석방 논란 등에 대한 국민적 요구에 답변을 기대했으나 대체로 ‘해법’은 없는 원론적 이야기에 불과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날 오전 10시 청와대에서 열린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모두 발언은 대부분 ‘경제’ 활성화와 관련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대한 설명과 통일에 대한 것이 주를 이뤘다.

    특히 이날 모두 발언 초반부 청와대 비선문건 파동에 대해선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기대했던 대국민 사과는 없었다.

    박 대통령은 “작년은 3개년 계획 1년차로 핵심과제들을 중점 추진한 결과, 우리 경제 성장률이 4년 만에 세계 성장률을 앞지른 것으로 추정되고, 고용도 12년 만에 50만 명대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수출액과 무역흑자, 무역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2년 연속 달성했다”고 자평하면서도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 경기 회복의 온기가 국민 여러분의 실생활까지 고루 퍼져 나가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 정책이 서민 경제에는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정윤회 비선 실세? “논할 가치도 없어”
    청와대 비선문건 파동 “바보 같은 일에 말려들지 않도록 정신 차려야”

    박 대통령은 비선문건과 관련된 논란 등에 따른 인사개편에 대한 무성한 요구에 대해선 고집을 꺾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비선라인의 핵심인물인 정윤회 씨에 대해서도 “답할 가치도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기자들과 질의에서 “문건 파동과 관련해선 검찰에서 과학적 기법가지 동원해서 철저하게 수사한 결과 그것이 모두 허위이고 조작됐다는 것이 이미 밝혀졌다”면서, 정윤회 씨가 비선 실세가 맞느냐는 물음에는 “정윤회 씨는 수년 전에 저를 돕던 일을 그만두고 떠나서 국정 근처에도 가까이 온 적 없다. 분명히 말하는데 실세는커녕 국정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혼란스럽게 계속 논란이 있는데, 우리나라가 그런 여유가 있는 나라인가. 실세냐 아니냐 답할 가치도 없다”며 “(비선실세 논란이 계속되는 건) 개인적인 욕심을 달성하기 위해 관계없는 사람을 중간에 이간질해서 어부지리를 노리는 그런 것에 말려드는 것이다. 바보 같은 일에 말려들지 않도록 정신차리고 살아야겠다. 국민들께도 송구하지만 이렇게 확인 안 되고 말도 안 되는 일들이 계속 논란 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건전치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문고리 3인방,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 없을 것…인적 쇄신 기대 무산

    연이은 총리 낙마와 비선문건 파동, 항명사태 등으로 인해 상처를 입은 김기춘 비서실장을 박 대통령도 더 이상 감쌀 수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때문에 박 대통령이 이번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대대적인 인사개편 요구에 응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으로 구성된 이른바 ‘문고리 3인방’과 김기춘 비서실장 등에 대한 인적쇄신 요구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단호하게 밝혔다.

    박 대통령은 “비서실장께서는 드물게 사심이 없는 분이고, 가정에서도 어려운 일이 있지만 옆에서 도와주셨다. 여기(청와대) 들어올 때도 제가 요청을 하니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하고 오셨다. 이미 여러 차례 사의 표명도 했으나 당면한 현안이 많으니 그 문제 수습을 해야 하지 않겠나. 그 일이 끝나고 나서 결정할 문제”라며, 김 비서실장에 대한 교체는 당분간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박 대통령은 ‘문고리 3인방’에 대해서도 “야당과 언론에서 (3인에 대해) 비리가 있나 샅샅이 오랜 기간 찾았지만 그런 거 없지 않았나. 세 비서관이 각기 맡은 일을 열심히 한다고 믿었고,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진짜 (그런 비리가) 없구나 확인했다”며 “그런 의혹 받았다는 이유로 내치거나 그만두게 한다면 누가 제 옆에서 일할 수 있겠나. 아무도 그 상황이면 저를 도와 일할 수 없을 것. 교체할 이유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사안에 대한 특검 여부에 대해서도 그는 “여태 특검이라는 게 사실이나 실체가 있거나 실제 친인척 측근 실세라든지 권력을 휘둘러서 감옥에 갈 일을 했거나 그런 실체가 있을 때 특검을 했다”며 “지금 문건도 조작 허위로 밝혀졌고 샅샅이 뒤져도 실체 나타난 거 없이 이권이나 돈 주고 받기 없는데 의혹만 가지고 특검을 한다는 것은 혼란과 낭비만 심할 것이다. 특검에 해당하는 사안인가 의구심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대선공약인 ‘기업인 가석방 논란’ 질문에 가장 짧게 답변
    비정규직 종합대책, 노동계 의견 수렴 없는…‘혼잣말’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 문제로 기업인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급변했음에도, 정부여당에서 기업인 가석방 논의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박 대통령은 ‘법무부에서 결정할 일’이라는 다소 모호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날 회견에서 이에 구체적인 대통령의 답변을 요구했으나, 박 대통령은 15개 언론사의 질문 중 가장 짧게, 기존의 모호한 입장을 그대로 반복했다.

    청와대에선 기업인 사면이 ‘장관의 고유 권한’이라고 했지만 이를 믿는 국민은 없다며 대통령의 구체적인 견해가 궁금하다는 질문에 “기존 입장에 변함없다”면서도 “그러나 기업인이라고 해서 특혜를 받는 것도 안 되겠지만 역차별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가석방 문제는 국민의 법 감정, 형평성을 종합적으로 감안을 해서 법무부가 판단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시장 구조개혁 관련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정부에 대해 노동계에서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비정규직 대책이 외려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대책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가장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고, 첨예한 갈등이 있는 만큼 박 대통령이 진전된 견해를 밝히지 않겠냐는 기대가 있었지만 이 또한 큰 의미 없는 답변에 머물렀다. 정부가 내놓은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비정규직을 양산하느냐, 마느냐 라는 핵심 쟁점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비정규직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비정규직은 열심히 고생해서 일하고도 정규직에 3분의 2 수준의 월급밖에 못 받고 계약기간이 끝나면 일자리 잃을까 가슴 졸인다. 이 어려움 풀어내야 하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한다면서도 “그래서 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되기 위해선 불합리한 차별, 임금 차별이 없어져야 하는 것이 중요하고 사회 안전망 보호를 받아야 한다. 세 번째는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일일 경우 고용안정성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3월까지 노사정위원회 합의 도출이 어렵지 않겠냐는 지적에 대해 그는 “노사정위 대표들께서 우리가 사회적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자세를 가지고 있고 노동시장 구조개선 하지 않고는 지속가능한 발전은 없다는 인식하고 있다”며 “사회적 책임감 느끼는 마당에 서로 양보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하면 서로 합의도출하고 타협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낙관했다.

    ‘불통’ 여론에도 “소통 많이 하고 있다”… 인식 괴리 심각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 ‘역사적인 결정’ 입장 그대로

    세월호 참사 이후 박 대통령은 유난히 ‘불통’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언제든 유가족과 만나겠다는 약속을 깨고 유가족에 청와대 문을 굳게 닫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여당 내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비박계 의원들을 배척하고 친박계 의원들과 만찬을 갖는 등 ‘우리편’만 챙기는 모습 또한 불통의 한 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본인이 세월호 유가족들과 자주 만났으며, 국민과도 ‘터놓고 대화하는’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 여론과 대통령의 인식의 괴리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과 소통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난 2년간도 민생 현장이나 정책현장에 직접 가서 터놓고 얘기도 듣고, 생각도 얘기한다. 청와대에도 각계의 국민을 초청해서 애기도 듣고, 활발한 활동 많이 했다”며 “정치권과는 여야의 지도자를 모셔서 대화를 갖고 그런 기회를 많이 가지려고 했는데 여러 차례 딱지를 맞았다고 해야 하나”라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또 “세월호 유족분들은 여러 번 만났다. 반대하는 의견도 있지만 진도도 내려고 팽목항도 가고 얘기도 하고 애로 사항도 들었다. 청와대에서 면담도 가졌다”면서 “지난번 못 만난 이유는 국회에서 이 법안이 여야 간에 합의를 이루기 위해 논의되고 있는데 대통령이 껴들어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국회 예산 보고회의에서 박 대통령과의 만남을 기대하면 국회 본관에서 기다리고 있던 세월호 유가족과 눈도 마주치지 않아 논란이 된 바 있다.

    유난히 대면 보고가 적다는 박근혜 정부에 대해 내각과의 소통 기회도 확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대면보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

    이에 박 대통령은 “예전엔 대면보고만 해야 했다. 지금은 전화 한 통으로 해야 할 때가 더 편리할 때가 있다. 필요하면 독대도 한다, 여러 가지 다양하게 하고 있는데 앞으로 그런 부분도 좀 더 늘려가도록 하겠다”면서도 “대면보고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늘려나가는 방식으로 하겠지만, (장관들을 쳐다보며)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말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헌재의 강제해산 결정이 내려진 것과 관련, 보수와 진보의 입장이 엇갈린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통진당 해산 결정에 대한 생각은 지난 번에 발표한 그대로다. 헌재에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정치적 활동의 자유도 헌법 테두리 안에서 인정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진보 보수 간에 상대를 인정하고 의견을 교환하면서 가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그런 노력도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는 범위 내에서 해야 하지 않나”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어 “분단된 후에 한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 가치를 실천하면서 북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유와 번영을 누렸다. 북한은 아직도 우리를 위협하고 있고 대치상황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체성까지도 무시하고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 그건 용인될 수 없다.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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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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