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 새정치연합 탈당
    "진보신당 창당 합류하겠다"
    찻잔 속의 태풍인가, '진보 빅텐트' 정당으로의 첫 걸음인가
        2015년 01월 11일 01: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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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취를 둘러싸고 장고를 거듭하던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정치연합 탈당과 국민모임 등이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창당에 몸을 싣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 고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새정치연합을 떠나 ‘국민모임’의 시대적 요쳥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며 “새정치연합과 진보정당들을 넘어서 새로운 큰 길을 만들라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라며 “민주진영과 진보진영의 대표적 인사들이 참여한 ‘국민모임’이 지향하는 합리적 진보정치, 평화생태복지국가의 대의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의 자신에 대해 “시대의 아픔에 제대로 함께하지 못했고, 진심으로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했고, 개인적으로도 정치인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는 것을 아프게 깨달았다. 미국의 금융위기를 보면서 신자유주의가 가져 올 폐해를 제대로 파악하고 대처하지 못했다는 뒤늦은 책망도 했다”며 그런 것이 공개적인 자기 반성문을 수차례 제출하게 된 원인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을 진보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자신의 노력은 최종적으로 실패했다며 “우리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중산층이 서민으로, 서민이 빈민으로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데도, 새정치민주연합은 서민과 중산층이 아닌 ‘중상층’(中上層)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새누리당 따라 하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 결론으로 “이제 정치는 책상머리의 관념이 아니라, 실제 대중들의 삶에서 밥을 먹여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사회·경제적 약자를 위한 좋은 정당만이 서민과 노동자,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 그리고 자영업자의 눈물을 닦아주고, 이들 서민의 팍팍한 삶을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보장할 수 있다”며 자신의 새정치연합 탈당과 진보신당 창당에 밑거름이 되겠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한정애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정 고문의 탈당에 대해 “우리당의 대통령 후보를 지냈던 정 고문이 우리당을 떠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지금은 당의 새로운 리더십을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야할 때”고 말했다.

    이미 이전부터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정 고문의 거취에 대해 날카로운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작년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정동영 탈당 움직임에 대해 “현역 국회의원은 한 명도 따라갈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동영-비정규

    지난해 12월 8일 영화 <카트>를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관람한 정동영 고문

    국민모임은 지난해 12월 24일 105인 국민선언을 통해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며, 새정치연합은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상실했고 현재의 진보정당들로는 역부족이며,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의 창당을 통해 야권교체와 정권교체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모임의 선언에는 명진 스님,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손호철 서강대 교수, 정지영 영화 감독, 김영호 전 언론연대 대표 등 지식인, 문화예술계, 종교계, 시민사회 인사들이 참여했다.

    국민모임은 최근 1월 7일 신년모임에서는 ‘신당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창당 촉구를 넘어 창당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또한 1월 12일 서울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개최하는 국민 대토론회를 시작으로 부산, 광주 등을 돌며 신당 창당의 필요성과 전망에 대해 전파할 계획이다.

    정동영 고문의 탈당과 신당 창당에는 최규식 전 의원, 김성호 전 의원, 임종인 전 의원, 유원일 전 창조한국당 의원도 함께 하기로 했으며, 정범구 전 의원도 같이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도 정 고문의 모색에 긴밀한 소통을 하고 있지만 최종 거취는 아직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2월 8일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할 예정이며, 친노세력의 수장인 문재인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비노 세력의 주축인 김한길, 안철수 전 대표는 이번 지도부 선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이후 행보에 대해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안철수 전 대표의 측근 일부가 신당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안 전 대표는 신당 논의에 대해 관계없다며 강하게 선을 긋기도 했다. 이 신당 논의는 정 고문이 추진하는 대중적 진보정당 추진과는 별개의 흐름이다.

    정 고문의 탈당은 국민모임이 추진하는 진보신당 창당 흐름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이며, 향후 야권 재편에 상당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민모임의 한 관계자는 “새정치연합으로는 국민들의 눈물도 닦아줄 수 없고, 진보적 열망을 담을 수도 없다. 또 박근혜 정권에 맞서는 강한 야당을 기대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현재는 존재감이 미미해진 기존 진보정당으로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새정치연합을 대체할 수 있도록 진보세력의 총결집을 통한 대안적 진보야당을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 고문의 일련의 발언과 관계자들의 말을 빌면 신당 흐름은 새정치연합과 기존 진보정당 사이에 당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국정치를 수십년간 규정해온 새누리당-새정치연합의 양당 체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정치구조를 만드는 대중적 대안적 진보정당의 창당을 모색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정 고문과 이에 합류한 진보성향의 새정치연합 탈당파만으로 새 정당을 만드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또한 재야과 시민사회 중심의 국민모임으로서도 독자 창당을 하는 것은 어렵고 내부의 합의를 모아내는 것도 쉽지 않다. 국민모임은 근본적으로 신당 창당을 촉구하고 지원하는 재야단체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후 대중적 진보신당의 흐름이 이어지고 확장되는 변수에는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과 2012년 통합진보당 폭력 사태와 2014년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등으로 시민사회와 노동계에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는 진보성향의 무당파 세력들을 어떻게 규합하고 함께 할 것인지가 관건의 하나이다. 또 하나는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등 독자적인 정당으로 유지하고 있는 진보정당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가 관건의 두 번째 요소이다.

    작년 노동계의 정치단체인 노동정치연대와 진보교수연구자모임(진보교연)이 강하게 추진하고, 노동당과 정의당 등이 참여하여 진보정치 재편을 모색했던 진보혁신회의는 작년 11월 참여조직의 내부 사정으로 더 이상의 진척이 어렵다는 점을 확인하고 잠시 활동은 중단한 상태이다.

    현재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을 만들어가는, 또는 참여가 가능한 여러 흐름으로는 먼저 국민모임의 신당추진위원회가 중심축으로 서 있고, 정동영 고문의 탈당과 참여 선언으로 새정치연합 내부의 진보성향의 탈당파들이 또 하나의 주체가 되었다.

    여기에 지난 몇 년간 노동정치 진보정치의 재편과 통일을 목표로 모색해왔던 노동정치연대 그룹과 기존 진보정당들 중 진보정치 재편 논의에 참여해왔던 정의당과 노동당이 또 하나의 주체로 서 있는 상황이다. 현재 정의당에서도 정 고문의 탈당과 신당 추진 흐름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며 노동당에서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당 대표단 선거에서 ‘진보세력의 결집과 재편’이라는 화두가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새정치연합 내부가 친노 세력과 비노 세력의 갈등과 대립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진보진영이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진보파>들과 <국민모임과 노동정치연대 등 시민사회와 노동진영의 무당파 진보그룹>, 정의당과 노동당 등의 <기존 진보정당 그룹>들이 하나의 ‘진보 빅텐트’ 조직으로 모일 수 있을지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국민모임의 신당추진위 결성과 정동영 고문의 탈당 선언은 그 첫걸음이며, 그 마지막 결론이 어떻게 나올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지, 말 그대로 야권교체를 통한 정권교체의 봉화가 될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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