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 노동과 인권,
    확장된 관심…더 열악해진 현실
    [책소개] 『십 대 밑바닥 노동』(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교육공동체 벗)
        2015년 01월 10일 12: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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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 노동을 하는 청소년들은 아무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도 사람들로부터 늘 편견 어린 시선을 받는다. 청소년들이 일터에서 다치고 욕먹고 해고 당하는 일은 끊이지 않지만 뾰족한 대책은 나오지 않는다. 청소년들이 노동하는 것을 ‘예외적’이거나 ‘임시적’인 상황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청소년 노동인권에 대한 관심은 사회적으로 확장되었다. 그러나 청소년 노동자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은 오히려 더 고약해졌다.

    청소년들의 대표적인 일자리였던 커피숍, 주유소, 패스트푸드점 알바는 어느새 대학생, 퇴직한 50~60대, 경력 단절 여성의 몫이 됐고, 청소년들은 더 은밀하고 열악한 노동 영역으로 밀려나고 있다. 그럴수록 청소년들의 노동자로서 권리 찾기는 요원해진다.

    이 책은 십 대 밑바닥 노동의 오늘을 살펴보고자 한다. 청소년 노동자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기술된 르포르타주를 통해 ‘나이’와 ‘성별’의 위계 속에서 일상적 모욕까지 감수해야 하는 청소년 노동의 현실을 고발하고, 불안정노동이 만연화 된 노동 시장에서 가장 약한 고리로서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는 청소년 노동 세계의 오늘을 살핀다.

    이를 통해 책은, 사회는 물론 교육운동과 노동운동 안에서도 하나의 의제로 진입하지 못한 청소년 노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일구고자 한다. 이는 청소년 노동을 둘러싼 정책 대안의 번지수를 찾는 데에도 주요한 밑바탕이 될 것이다.

    청소년 노동 세계의 저류를 읽는다

    표준 근로 계약서 작성부터 임금 체불을 당했을 땐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는 식의, 청소년을 위한 노동인권 교양서는 예전보다 많아졌다. 요즘은 정부가 아르바이트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하기도 한다. 근로기준법상에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 조항들은 청소년 노동자에게 꼭 필요한 지식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운 좋게 관련 지식을 얻게 되더라도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노동 현장에서 근로 계약서 작성을, 체불 임금 지불을 당당하게 요구하지 못한다. 이 책이 주목하고 살피는 지점이 바로 그 지점이다.

    《십 대 밑바닥 노동》은 청소년 노동 세계가 비청소년들의 노동 세계와 어떻게 다른지, 청소년이면서 노동자라는 이중의 약자성은 이들을 어떤 노동 조건으로 몰아넣는지, 그나마 존재하는 법과 제도는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지, 청소년 노동의 특수성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심도 있게 살핀다. 이와 같은 청소년 노동 세계의 저류를 읽어 내지 못하면 어떤 법제도가 마련되더라도 현실 앞에서 무력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십대 밑바닥 노동

    당사자의 육성이 전하는 현장감

    저자들은 다양한 영역의 노동 경험을 가진 청소년 노동자들을 소개받아 심도 깊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청소년 노동의 구체적 현실을 증언해 줄 육성을 찾은 것이다.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도 ‘숫자’가 아니라 ‘스토리’를 전하는 방식을 취했다. 노동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드러내는 형식은 독자들을 이들의 노동 현장으로 안내할뿐더러 그들의 눈높이에서 그들이 겪는 이중고, 삼중고를 함께 체감하고 공감할 수 있게 만든다.

    불안정노동으로 내몰리는 청소년 노동 환경의 질적 변화

    이 책을 기획하고 집필한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지난 10여 년 동안 노동인권교육의 보급, 확산과 함께 청소년 노동인권 확보를 위한 활동을 지속해 왔다. △간접고용 현장실습생의 노동인권 실태조사(2005년) △아르바이트 청소년 노동인권 실태조사(2008년) △건강?안전?폭력 경험을 중심에 둔 십 대 ‘밑바닥노동’ 실태조사(2009년) △배달노동 청소년 실태조사(2011년) 등 청소년 노동인권 실태조사를 꾸준히 벌여 온 저자들은 그동안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논의를 풍부하게 이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0여 년간 급격히 외주화되고 불안정해지고 있는 청소년 노동 세계의 질적 변화를 짚어 낸다. 오랜 시간 현장과 밀착해 활동해 온 저자들의 안목이 도드라지는 대목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

    청소년들은 최저임금도 못 받거나 최저임금은 받더라도 주휴수당이나 쉴 권리를 박탈당한 채 하루 장시간의 ‘빡센’ 노동을 경험하고 있다. 시급 5천 원을 ‘세다’고 표현할 정도로 이들이 경험하는 임금 수준은 바닥이다.

    그 바닥 수준의 임금조차 벌금이다 뭐다 각종 명목으로 떼이고, 손님들의 하대와 모욕적 언사에 웃음으로 응대해야 한다. “한마디로 팔려 가는 거잖아요. 부려 먹기 쉽고 말 잘 들으니까”라는 한 청소년의 말마따나 ‘부려 먹기 쉬운 존재들의 밑바닥 노동’이라는 청소년 노동의 현실은 10년째 여전하다.

    청소년의 노동은 이제 또 다른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전 사회적으로 삶은 갈수록 황폐해지고 노동도 점점 더 불안해지고 있다. 노동 세계에서 가장 주변부에 몰려 있는 청소년들에게도 이 세상의 변화가 덮쳤다.

    청소년이 접근 가능한 일자리 자체가 대폭 줄고 고용이 불안정한 불안정 노동으로 내몰리고 있다. 청소년 노동은 노동력을 제공하는 업체에 직접 고용되는 방식에서 간접 고용 또는 특수 고용 형태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1부 <더 은밀하게, 더 잔혹하게>에서는 이렇게 불안정하고 위험해진 청소년들의 노동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 준다. 호텔 서빙, 택배 물류센터 상하차, 이벤트 피에로, 배달 대행 등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들이다.

    하지만 청소년들로부터 전해 듣는, 불안정노동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이들 일터의 노동 풍경은 생경하다. 직업 소개 업체인지 불법 파견 업체인지도 불분명한 업체에 간접 고용돼 책임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일하는 호텔 서빙, 각종 위험에 노출된 채 용역업체의 일용직으로 소모되는 택배 노동, 홍보 파견업체에서 언제 일을 줄지 몰라 항시 대기 상태로 불안정하게 생활해야 하는 피에로,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힘든 특수 고용 형태로 건당 배달료 몇천 원을 받으며 목숨 걸고 일하는 배달 대행…….

    불안정노동은 고용 형태의 변화뿐 아니라 노동 조건의 후퇴, 관계성과 생활의 불안정화를 동시에 수반했다. 필자들은 청소년들의 일과 어려움을 단지 보여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제를 달아 이러한 노동 형태가 함의하고 있는 문제점을 짚는다.

    2부 <밑바닥을 맴돌다>에서는 성별이나 가족 형태 등에 초점을 맞춰 청소년 노동자의 삶을 들여다본다. 저자들은 인권활동을 하는 청소년, 탈가정 여성 청소년, 기초생활수급가정 청소년, 탈학교 청소년 등 다양한 배경과 이력을 가진 네 명의 청소년들을 인터뷰했다.

    청소년들에게 노동은 밑바닥을 맴도는 ‘지옥의 문’을 여는 경험이기도 했지만, 때로는 관계의 갈등을 풀어 나가고 당면해 있는 삶의 문제를 극복하는 전략이 되기도 했다. 그들의 삶과 일 경험에 대한 증언은 청소년에게 노동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청소년 노동자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청소년 노동 세계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야 하는지를 어렴풋하게 드러낸다.

    에필로그에서는 ‘왜 청소년의 노동 세계는 이따위인지’를 다시 묻고 변화를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점검한다. 필자들은 청소년 노동인권을 확보하기 위해 ‘예비 노동’, ‘용돈 벌이’, ‘일탈’ 같은, 청소년 노동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편견과 오해의 세계를 먼저 깰 것을 주문한다. 더불어 청소년 노동자를 더욱 취약한 조건으로 내모는 사회적 요인들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청소년 노동자의 ‘밑바닥 노동’을 끌어올리는 일은 전체 노동자의 인권과 사회 전반의 존엄을 끌어올리는 일이기도 하다.

    유스리포트 시리즈 소개

    청(소)년 담론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던 시기가 있었다. 1990년대 중반, 이른바 ‘신세대’ 담론의 등장과 함께 원조 교제, 가출, 일진, 왕따 등이 사회적 문제가 되었고 이해할 수 없는 ‘요즘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언어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것들 중 대다수는 지나친 리얼함으로 오히려 현실을 과장하거나 현학적 접근들로 현실에서 미끄러지고 말았다.

    그로부터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청(소)년은 어떤 존재인가. 십 대들은 여전히 미래의 희망(“우리 아이들을 지켜 주세요”)이지만 말 걸기도 무서운 병증의 환자(중2병 현상)이기도 하다. 이십 대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 현재를 살아가는 안타까운 청춘(88만원 세대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들(이십 대 개새끼론)이다. 기성세대들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호출되는 그들은 20년 전 그때나 지금이나 청(소)년 담론 안에 없다.

    한편 세대론에서조차 배제된 자들이 있다. 청(소)년 세대를 특정한 틀에 가두려 할수록 이들의 목소리는 소외된다. 대학 반값 등록금 정책이 정치적 이슈가 될수록 대학을 다니지 않는 청년들의 목소리는 작아지고, 학생인권조례가 학교 밖 청소년들의 다양한 삶의 결까지 담아내지는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유스리포트는 ‘미래 세대로서의 청(소)년’에게 부과되는 사회적 기대나 통념을 걷어 내고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존재로서 청(소)년들의 삶을 증언하고자 한다.

    청(소)년들의 구체적인 삶의 모습과 고민을 교육, 노동, 성, 사랑, 폭력, 가난, 소외, 관계 등 다양한 범주에서 조명할 것이다. 기존의 청(소)년 담론의 주제가 되지 못했던 비주류, 소수자의 이야기도 담을 것이다.

    또한 삶의 한 단면만을 놓고 평가하는 손쉬움을 포기하고 그들의 삶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배경을 함께 읽고자 한다. 그것은 문화적 다양성의 관점에서 청(소)년 문화가 사회적으로 소통되고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때로는 누군가가 대신해 그들의 목소리를 전할 것이며, 때로는 그들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할 것이다. 섣부른 진단이나 분석은 하지 않으려 한다. ‘혐오론’이든 ‘희망론’이든 청(소)년을 특정한 프레임에 가두려는 욕망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비로소 그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출발선에 설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삶을 읽는 것은 곧 우리 시대, 우리 사회를 읽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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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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