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 청년착취대상,
    '한글 패션' 이상봉 디자이너 선정
    견습생 월 10만원, 인턴 월 30만원, 정직원도 최저임금 이하
        2015년 01월 07일 03: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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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노조가 2014년 패션업계에서 청년을 대상으로 가장 심하게 착취한 오너 디자이너를 선정해 ‘2014 청년착취대상 시상식’을 7일 열었다. 이번 첫 시상식에는 한글 디자인으로 유명한 이상봉 디자이너가 대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2014 청년착취대상’은 2014년 12월 27일부터 31일까지 페이스북 공개댓글 투표로 진행됐다. 지난 한 해간 제보를 통해 문제가 드러난 오너 디자이너 5인 중 이상봉 사장이 111표 중 59표 득표, 득표율 53%로 1위에 올랐다. 후보에 오른 오너 디자이너 5인 중에는 최범석, 이승희, 이석태, 고태용 디자이너다.

    아울러 이날 패션노조가 공개한 이상봉 디자이너를 포함한 일부 패션업계의 청년 착취는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로 심각했다.

    인턴 월급 30만원… 교육과 노동 그 애매한 경계
    “불만 있으면 나가, 너 말고도 일 할 애 많아”

    이날 오전 11시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열린 청년유니온과 패션노조 주최 기자회견에 따르면, 이상봉 디자이너 회사에서 일하는 견습생의 월급은 10만원, 인턴은 30만원을 받으며 정직원도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제보영상에서 패션디자인업체 인턴으로 근무한 당사자(26세, 여성)는 “패션업체 인턴 근무 당시 6명의 업무를 혼자 했기 때문에 거의 매일같이 밤샘 업무에 시달려야 했고, 어쩌다 퇴근할 때에도 막차를 놓치면 택시비도 본인이 부담해야 했다”고 말했다. 인턴 월급 30만원에 야근수당도 없이 야간 택시비까지 오롯이 청년 인턴 노동자가 감당해야했다는 것이다.

    이 당사자는 “인턴이니까 배움의 자세로 열심히 했지만, 피팅, 디자인, 청소, 판매, 개인비서 등의 역할까지 하느라 몸이 남아나질 않았다. 일이 바쁠 때는 2시간만 자고 집에서 나갈 때도 있었다”며 하지만 “제가 선택했던 일이고, 꿈을 위해서 일을 배우고자 했기 때문에 쉽게 그만둘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제가 굉장히 밝고 잘 웃고 스스럼 없는 성격이었는데, 그곳에서 아프고 쓸모없는 것처럼 버림받으면서 굉장히 성격도 회의적으로 변하고 아직까지는 좀 상처가 아물지 않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 당사자의 말에 따르면, 업무상 마찰이 발생했을 경우 오너 디자이너에게 자신의 부모까지 싸잡아 비하 당하는 일까지 겪었다고 전했다. 고된 업무로 체중이 5kg이 빠졌고, 10분 이상을 걷기가 힘들 정도로 건강 또한 심하게 악화됐다. 당사자가 업체에 이 같은 불만을 털어놔도 업체 측은 ‘너 말고 다른 애 쓰면 된다. 불만 있으면 나가라’라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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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착취대상 시상식 장면(사진=유하라)

    회견에 참석한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은 “무급인턴, 이것이 교육인가, 노동인가 모호한 지점이 있다. 이런 것들이 패션산업계만 있는 것은 아니”라며 “음악, 디자인, 영화, 방송계 등에서 열정노동을 강요한다”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이상봉 이라는 업체, 디자이너의 네임밸류가 청년들에게 필요하다는 걸 알고 사실상 매매할 수 없는 이름의 가치를 돈 안 받고 일하는 것으로 사실상 착취를 해온 게 오래된 관행”이라며 “업계 많은 분들은 ‘나도 그랬다’ 할지 모르지만, 2015년 많은 노동환경이 달라진 상황에서 아직도 옛날부터 그랬다고 말하는 것은 통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면접에서 옷 던지며 “입어봐”, 일명 ‘몸뚱이 차별’ 심각
    “그들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창의성이 아닌, 일회성으로 소모되어지는 것”

    패션노조 대표는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이상봉 디자이너 포함 패션업체 일부 오너 디자이너들은) 신입 디자이너한테 창의력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고, 인재가 되는 것을 기대하지도 않는다”며 “그 사람들이 저희한테 기대하는 것은 소모되는 존재”라고 개탄했다.

    야근 수당은 물론 각종 수당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최저임금도 지키지 않는 업체가 수당까지 챙겨줄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패션업계 노동자들, 특히 인턴의 경우 휴일에도 팀장이 업무를 지시하는 메시지를 보내면 바로 지시하는 업무를 해야 한다. 좁은 업계에서 상사에게 잘못 보였다간 그 세계에서 영원히 배척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인터들은 묵묵히 그들의 부당한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다.

    패션노조는 이러한 행동을 하는 이들을 두고 ‘패션마피아’라고 지칭한다. 패션마피아의 이런 행태는 국내 패션업계가 좁다는 것을 이용해 ‘갑을관계’의 권력을 누리는 것이라고 노조는 주장했다.

    아울러 ‘몸뚱이 차별’도 심각다고 지적했는데, 소위 말해 옷을 입었을 때 맵시가 나는 몸매를 가진 사람만을 채용한다는 뜻이다.

    패션노조 대표는 “4년제 대학에서 4년 동안 못 만드는 공부만 한 사람들한테 면접에서 옷 던져주면서 입어보라고 한다. 사람을 몸뚱이로 차별하고 있는 말도 안 되는 인권 모독이 벌어지고 있다”며 “그렇게 치면 샤넬 디자이너 칼라커 펠트, 루이비통 디자이너, 마크제이콥스, 안나수이 그런 사람들은 대한민국에서 취업을 못하는 거다. 그러면서 무슨 창조경제며, 무슨 스티브잡스가 안 나오니 그런 소릴 하나. 정부에서 아무리 지원해주면 뭐하나. 시스템이 썩어있는데 밑에 인재들이 클 수가 없는 구조”라고 질타했다.

    이어 “이건 정말 나라 망신이다. 파리나 뉴욕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빨리 뿌리 뽑아야 한다. 차별은 범죄다”라고 강조했다.

    패션노조, 시민단체 등과 연대해 특별근로감독 시행토록 할 것

    패션노조는 이달 중순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실태조사를 실시, 자료를 바탕으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정치권과 각종 시민단체, 청년단체, 국가인권위원회, 정부 부처와 연대해 패션계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도록 하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삼고 있다.

    장하나 의원도 “업계 일부 사람들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노동부, 행정 관청도 이 문제를 방치해왔고 환노위도 진지하게 다루지 못했다”며 “과연 교육인지 노동인지 노동부와 함께 행정적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고 여러 사례 수집해서 결국 아무리 교육에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노동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받아야한다는 판단 내려진 것처럼 패션계 무급인턴 문제에 대해서도 노동부가 적극 개입해서 특별근로감독까지 실시하게 하는게 첫 번째 과제이고, 교육과 노동이 혼재돼서 그 피해를 오롯이 청년들이 지지 않도록 시정하는 조치도 내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패션노조는 기자회견 후 청년착취 대상을 수상한 이상봉 디자이너에게 청년 패션인들이 십시일반 모금해 준비한 축하 화환을 사무실로 배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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