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당, '진보재편' 논쟁 중
        2015년 01월 07일 09:3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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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당 당직선거의 핵심 쟁점인 ‘진보정치 재편’에 대한 논의가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더욱 가열되고 있는 모양새다. 진보정당이 있어야 할 자리를 보수야당이 대신 혹은 대체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진보정치 재편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노동당만의 새로운 정치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는 견해가 맞섰다. 선거가 본격화되면서 이 쟁점이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좌파’는 왜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나?
    진보정당들은 결집하여 ‘제3세력’ 형성할 책무 있어

    노동당 당원 홍명교 씨는 6일 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에 ‘진보결집이 때가 아니라는 의구심들에 대한 반론’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지금 제 사회운동이 노동당을 바라보고 있고, 이 상황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라며 “진보진영이 결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결집의 에너지를 바탕으로 내용적으로, 비전으로 견인하는 힘을 믿고 새롭게 만들어야 할 진보정당운동을 제기해야 한다”며 진보정치 재편의 정치적 구조적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홍 씨는 “진보적 정당운동의 토대가 되어야 할 한국의 민중운동과 사회운동 역시 끊임없이 패배하고 후퇴하며 대중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면서 “광화문에 그 많은 천막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공농성으로 운동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하지만 이 겨울이 더 춥게 느껴지는 것은 고공농성이 아니면, 몇 백 일이 넘는 노숙농성이 아니면, 우리의 존재를 웅변할 수 없는 운동의 초라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그는 “더 이상 우리를 ‘상처받은 자’라고 상정하며 진보진영 내의 다툼에만 매몰되어 있을 수 없다”면서 “지금은 우리 자신을 위로하는 것보다 운동 전체가 약해지고 초라해진 이 상황의 반전을 도모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적었다. 진보정치운동이 제 역할을 못하면서 대중운동과 노동운동 또한 힘들게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씨앤앰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76일 간의 투쟁을 승리로 이끈 역사적인 날 그 곁에 있었던 정치세력은 노동당과 같은 진보정당이 아닌, 보수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진보정당이 있어야 할 자리를 보수야당이 대신하고 있고, 진보정당으로서 제 역할을 해내고 있지 못하는 이 상황은 구조적 조건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어느 샌가 ‘을지로위원회’가 지난날 진보정당이 서있던 자리에 대신 서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며 “삼성전자서비스,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투쟁 주체들의 정치인 ‘영웅’은 노회찬도 심상정도 아닌 ‘은수미’와 ‘우원식’인 것이 지금 진보정치의 현실이다. 지금도 우리는 노동자들의 투쟁현장에서 이런 굴욕적인 장면을 매일 마주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어 “냉정하게 말해 이것은 무시할 수 없는 구조적 조건이다. 이 굴욕은 당연하게도 이 구조의 결과”라며 “판 자체를 흔들지 않으면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서 열심히 소소한 일들을 한다 해도 근본적으로 지금의 현실을 극복할 수는 없다. 우리의 작은 승리와 성과들조차 구조화되어 있는 이 정치질서의 파동 속에서 묻히거나 휩쓸려갈 뿐”이라고 지적했다.

    당 대표 유세

    대표단 후보들의 전북지역 유세와 토론 모습(사진=노동당)

    그는 “지금 우리가 규명해야할 질문은 저 박근혜 정권과 우익세력이 얼마나 악랄한가가 아니”라며 “저들이 저토록 후안무치함에도 불구하고 대체 왜 ‘좌파’는 대중들로부터 멀어지고,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사회 어느 곳에서도 희망을 찾기 어려운 시대에 좌파는 결집하고 동시에 ‘제3세력’의 포지션을 형성해야할 분명한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진보정치 재편에 적극적으로 찬성하지 않거나 혹은 반대하는 세력의 가장 큰 우려는 ‘시기’다. 진보정치재편에 반대하는 기호 3번 나도원 후보는 진보재편과 관련된 당원의 질문에 “분명한 비전과 구체적인 프로그램 없이 당장의 곤궁함을 회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정계개편의 급류에 쓸려 다니면 스스로를 소모하다 소멸하고 말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홍 씨는 “운동의 내용은 언제나 토대가 되는 현실에 준거하는 ‘대중운동’과 함께 만들어지는 것이지, 모든 것이 완비된 후에 발동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운동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끊임없이 다시 준비되고, 새로운 실천의 방향을 점검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사실은 우리가 완전히 준비되어있지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금 진보세력의 결집을 통해 2016년 이후의 재기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체절명의 조건이다. 우리는 이 위기감을 보다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반박했다.

    끝으로 그는 “지금이 아니라 다음해, 다다음해는 늦다. 그것은 오히려 이 위기상태, 지지부진하고 무기력한 상태를 계속해서 반복하자는 말이나 다름 아니”라며 “선거가 없는 올해에 재결집해야 실현 가능하다. 이 재결집 가운데 우리는 ‘제3세력’, ‘대안적인 정치세력’으로서의 상징적 표상을 거머쥐고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도 침착하게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현실정치에 새로운 규칙을 작곡하고 설득해야한다.”

    반면 나도원 후보 지지를 밝힌 노동당 당원이자 음악가인 단편선 씨는 4일 당원게시판에 ‘우리는 새로운 규칙을 작곡해야한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우리 정당이 현실정치에 있어서 새로운 규칙을 작곡해내고, 이를 들려주고, 설득해내야 한다 생각한다”며 “그것이 필요 없다면 굳이 우리가 당일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 씨는 친구와 노동당에 대한 이야기를 한 일화를 소개하며 “ (단 씨가 말하기를) ‘솔직히 지금 내가 속해있는 당은 돈도 없고, 여력도 없는 것 같아. 돈이라도 조금 있으면 정책과 비전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원도 고용할 수 있을 텐데. 그때그때의 당면사안에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작은 규모의 좌파정당에게 중요한 건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고, 조금씩이나마 바뀌어나갈 수 있게끔 로드맵을 만들고, 이렇게 만들어진 지도를 당원들과 잘 공유하며 아이디어를 취합하고, 어쨌건 뭔가 해나가는 것 아닐까’”라면서 “물론 현장에서의 투쟁이나 당면사안에 대한 대응을 폄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이어 “음악의 장에서도 (표현되는 방식은 다르지만) 역시 수많은 갈등과 싸움이 있다. 음악가로서 내게 중요한 것은, 음악의 대전제와 규칙을 존중하는 한편, 그를 희롱하며 ‘다른’ 음악의 질서와 세계를 제시하거나 제안하며, 듣는 이들에게 이를 설득하는 것”이라며 “정치라고 다를까? 추상적인 말이긴 하지만, 나는 우리 정당이 현실정치에 있어서 새로운 규칙을 작곡해내고, 이를 들려주고, 설득해내야 한다 생각한다. 그것이 필요 없다면 굳이 우리가 당일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단 씨는 “나는 최근 냉담을 그만두기로, 즉 포기를 포기하기로 결심했다”며 “서울시당의 김상철 사무처장이 ‘박원순 이후의 서울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겠’다며 서울시당 위원장 선거에 출마했으며─내게는 그 공약이 다른 어떤 공약보다도 중요하게 다가온다─나도원 씨가 ‘녹색좌파 정치연합’을 내세우며, 또한 ‘청년, 문화, 녹색, 새로운 노동(비정규․불안정노동), 기본소득’을 새로운 당의 다섯 기치로 제시하며 노동당의 대표후보로 등록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그들(타 후보들) 각자가 제시한 노선에 대한 판단은 존재하지만, 이 글에서 부러 비판하거나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나도원 씨가 제시하는 노선이 가장 논쟁적이란 점”이라고 말했다.

    또 “노동당이 당연히 노동에 대한 권리 옹호를 가장 중심에 둔 정당인 것처럼, 자연스럽고 안정적인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 하지만 논쟁이 없이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내고 제안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하자면 나도원 씨가 제시하는 저 다섯 기치에 대한 논쟁이 없이 우리의 ‘노동’이 더욱 굵어지고 확장될 수 있을까”라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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