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비는 국경을 넘나드는데
    [푸른솔의 식물생태 이야기] <국제시장>의 나비를 보며
        2015년 01월 06일 05: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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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흰나비

    줄흰나비 <Artogeia napi Linnaeus>는 나비목 흰나비과 Artogeia속의 나비이다. 연 2∼3회 발생하고 봄부터 나타나며 유충은 십자화과 식물(냉이 종류)의 잎에 붙는 해충이다.

    큰줄흰나비와 비슷하나 크기가 약간 작다. 한국 ·일본 ·사할린 ·중국 ·유럽 ·미국 북부 등지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전남 지리산, 제주도 한라산, 경기도와 강원도 이북지역의 고산지대에 주로 분포한다.

    줄흰나비라는 이름은 석주명 박사(<조선나비이름의 유래> 1947년)에 의한 것이다. 줄이 있는 흰나비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다. 故 석주명 박사의 나비 연구에 대한 영향이 남북 모두에게 워낙 지대하여 북한 이름도 줄흰나비이다.

    줄흰나비

    2011/7/15/ 백두산 정상에서 바위솜나물에서 꿀을 빨고 있는 줄흰나비

     <국제시장>이라는 영화를 보다.

    얼마 전에 가족들과 함께 집 앞 극장에서 국제시장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여의도에 인산인해로 이산가족들이 자신의 가족을 찾던 그 장면이 재현되는 것을 보고 많이 슬펐다. 이산가족은 없었지만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에 보았던 그 때 슬펐던 생각이 나서 아이들 모르게 슬그머니 눈물을 훔쳤더랬다.

    그런데 최근의 신문들을 보니, 한 평론가가 영화의 한 대사에 대하여 다소간 격한 표현을 사용한 것을 두고 애국이나 매국이니 하면서 말들이 많은 모양이다.

    정치적 문제에 관한 대화 중에 나온 말이어서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굳이 그런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하여​는 나로서도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그렇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다양한 생각들이 있기 마련인데 어엿한 민주국가에서 그 한마디로 애국/매국로 온 사회가 논쟁되는 모습 자체가 그리 달갑지도 아름답지는 않다. 그 평론가의 말을 비난하지 않으면 다 매국인가?

    대통령은 영화 중의 한 장면 부부싸움 중에 국기 하강식이 있자 싸움을 중단하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나 보다. “그렇게 해야 나라라는 소중한 공동체가 건전하게 어떤 역경 속에서도 발전해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애국심을 강조하셨단다.

    같이 본 우리 애들은 “아빠, 사람들이 공원에 있는데 애국가가 나와? 그리고 왜 다 일어서.”라고 물어서, 정말 멋쩍어서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때에는 그랬고 아빠가 어릴 때도 그랬어.”라는 말밖에 못했던 그 행위가, 국민들의 자발적인 행동도 아니었던 그것이 무척이나 아름다워 보이셨나 보다.

    이슬람을 믿는 나라도 아닌데 모든 사람이 하루에 2번씩 모든 국민을 강제적으로 동일한 행동을 하게 만드는 그런 게 애국이면 나는 그런 애국은 싫다. 아직도 전쟁으로 헤어진 이산가족이 다 못 만나고 있고, 만난 가족들조차 서로 왕래 교신이 되지 않는 나라에서 그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그 현실이 더 참혹할 뿐이다.​

     국제시장과 나비

    나는 국제시장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초기 화면에 등장하는 나비가 도대체 무슨 나비인지 못내 궁금했다. 식물 사진을 담다 보니 자연스럽게 함께 보게 된 나비에 대한 관심 때문이리라. 나비 이름을 찾고자 영화 후기나 감독 인터뷰를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도무지 그 나비 이름을 알 수는 없었다.

    흰빛이 강한 것으로 보아 흰나비 종류이고 대충 그 시기에 도심지까지 내려 올 수 있는 몇 녀석들이 떠오르기는 했지만, 크게 확대된 사진이 없어 정확한 이름을 찾기는 어려웠다. CG로 만든 거면 실존하는 나비가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줄흰나비는 고산지대에 사는 나비이다. 실제로 부산 국제시장에 이 나비가 올리는 만무할 것이다. 2011년 중국을 거쳐 도착한 백두산 정상 부근 북한의 국경 인접한 곳에서 줄흰나비를 만났다. 안개가 자욱한 백두산 정상 부근에서 줄흰나비는 바위솜나물에 잠시 앉아 꿀을 빨다가 뒤쫒는 나를 피해 북한 국경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나비는 국경도 아랑곳없이 날고 있었다.

    국제시장에서 등장한 나비가 돌아오지 못한 아버지의 넋을 은유하는 것이라면, 백두산에서 만난 줄흰나비가 백두산에서 흥남을 지나 부산 국제시장에게 날라 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비는 세대를 지나 전쟁을 잊었지만, 아직도 우리는 1950년의 그 전쟁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때 만났던 줄흰나비는 국경도 아랑곳없이 나풀나풀 날고 있었다. 나의 상상의 날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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