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베르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생물다양성 이야기
    [책소개] 『위베르씨, 내일의 지구를 말해주세요』(위베르 리브스 외/ 서해문집)
        2015년 01월 03일 11:3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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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순이 넘어 머리카락이 하얗게 센 서양의 한 할아버지가 지구와 생명에 관한 책을 펴냈다. 바로 프랑스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천체물리학자, 위베르 리브스다.

    국내에서는 이미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우주 이야기≫를 통해 널리 사랑받은 과학저술가로, 신간 ≪위베르 씨, 내일의 지구를 말해 주세요≫를 통해 오랜만에 한국 독자들과 다시 만난다.

    평생 하늘을 쳐다보고 공부하는 것이 직업이었던 위베르 박사가 이번에 몰두한 주제는 생물다양성이다. 하늘에 대한 공부가 땅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관심과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은 노학자의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생태계 파괴나 기후변화는 자주 접하는 이야기라 우리는 종종 이것을 잘 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생물다양성 파괴는 우리의 예측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과학자들은 현재 생물종이 멸종하는 속도가 진화과정에서 일어나는 자연적인 속도보다 100배에서 무려 1,000배까지 빠르다고 말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인간은 지구 역사상 최초로 외부적 요인 없이 스스로 멸종을 초래한 생물종이 되고 만다.

    그래서 위베르 박사의 경고는 절박하면서도 사려 깊고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지혜를 담고 있다. 호기심 많은 손자손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유려하게 흐르는 텍스트 안에는 한평생 하늘과 땅을 연구한 노학자가 일군 과학적 지식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위베르

    우리 곁에서 조용히 사라지는 생물종을 위한 77가지 물음들

    ‘생물다양성, 그게 대체 어디에 필요한가요?’ ‘습지가 생물다양성에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동식물이 해롭다고 말하는 것이 옳을까요?’ ‘새들은 어떻게 목적지로 가는 길을 찾아내나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모두 모습만 바꿀 뿐이라는데, 정말인가요?’ ‘환경을 위한 과학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등등

    이 책에는 한 과학자로서뿐 아니라 근심과 사랑이 깊은 할아버지가 미래세대에게 들려주고픈 생명에 관한 이야기가 물음에 답하는 형식으로 풍부하게 소개되어 있다. 각 물음에는 환경 문제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혹은 놓치기 쉬운 주제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자칫하면 상식 수준에서 끝나거나 심각성을 경고하는 데 그칠 수 있는 내용을 청소년 눈높이에 맞게 자상하면서도 본질을 짚는 설명으로 풀어냈다.

    “수십억 마리에 달한 여행비둘기는 어떻게 멸종했나요? 사람들의 마구잡이 사냥이 문제였지요. 같은 종에 속하는 모든 개체를 다 없애야 멸종 위기가 오는 게 아닙니다. 얼마간의 개체를 없애도 그 종은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적응 능력이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이지요.”(36-38쪽 부분 인용)

    “남획이 정말 일어나고 있나요? 안타깝게도 그렇습니다. 전 세계에서 잡히는 600개의 어종 중 29퍼센트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어선에 잡히는 어종의 53퍼센트가 개체 수의 절반만 남아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깊은 바다에서 잡히는 오렌지라피의 번식 가능한 성어의 80퍼센트가 잡혔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20세기 초에 대구의 길이는 평균 1미터였는데, 지금은 25센티미터밖에 되지 않습니다. 참다랑어도 2020년에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뉴펀들랜드의 대구는 어족량을 다시 회복하는 일이 얼마나 복잡한지 보여 주었습니다. 어획량이 줄어들자 대구 잡이가 한동안 금지되었지만 물고기는 다시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대구 성어의 수가 줄어들자 어린 대구를 잡아먹는 물고기가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대구가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라 생태계가 변했고 재생능력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것은 복잡한 문제이긴 하지만 여러 가지 해결책이 있습니다. 우선 물고기 잡는 방법을 바꾸면 됩니다. 가장 해로운 방법부터 금지해야 합니다. 또 번식 지역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어장 운영 방식을 도입해야 합니다.”(161-165쪽 부분 인용)

    “해로운 동물이 정말 존재하나요? 법규에서는 그렇다고 합니다. 나라마다 해로운 동물을 목록으로 만들기도 했지요. 각 지방의 도지사는 해마다 이 목록에서 지역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동물을 고릅니다. 사냥철이 되면 그 동물들을 사냥할 수 있고, 아예 덫을 놓아서 1년 내내 잡을 수도 있습니다. 해로운 동물 목록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동물들이 모두 설치류를 잡아먹는 작은 포식자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설치류를 잡아먹는 것은 사실 농작물을 보호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어치는 까마귓과에 속하는 아름다운 새입니다. 어치는 숲에 나무가 자라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숲에서 어치가 하는 일은 하나 더 있습니다. 사람들은 어치를 보초병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위험이 닥쳤다고 생각하면 쉰 목소리로 크게 울어대거든요. 그러면 다른 동물들은 어치의 울음이 “위험해! 조심해!”라는 뜻이라는 걸 알아차립니다. 농작물을 보호하려고 어치의 울음소리를 녹음해서 일부러 새를 쫓기도 하고, 시끄러운 찌르레기가 잠을 방해하지 않도록 쫓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 어치는 참 재미있는 새죠? 그런데도 어치는 왜 해로운 동물 목록에 올라가 있는 걸까요? ‘해로운 동물’이 얼마나 어이없는 개념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93-96쪽, 106쪽-107쪽 부분 인용)

    이런 문답들을 통해 청소년들은 이곳이 아니면 우리가 살 수 없는 유일한 행성 ‘지구’의 오늘과 내일을 고민해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라쿤, 구스, 앙고라… 누구나 좋아하는 겨울외투, 그리고 죽어가는 동물들

    추운 겨울, 도심 한복판은 저마다 털 달린 코트와 점퍼를 입은 사람들로 붐빈다. 최근에는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값이 비싼 라쿤, 구스다운, 덕다운 등 동물 깃털로 안감을 채운 방한점퍼가 인기이고, 신상품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모피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동물의 보호를 위해 입지 않는 것이 낫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지만 라쿤, 구스, 오리털, 앙고라에 대해서는 어떨까? 이들에 대해서는 관심도 그 인식도 낮은 게 현실이다. 순한 동물로 알려진 토끼가 털 ‘앙고라’ 채집 과정에서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다 죽고 만다는 것을 많은 이들은 잘 알지 못한다.

    위베르 박사는 자신이 살던 프랑스의 한 사례를 들어 ‘쓰임’만 취하고 버려지는 동물이 가져올 비극을 나직이 들려준다.

    비버의 털가죽과 분비샘에서 나오는 해리향을 얻기 위해 사람들은 비버 채집을 시작했고, 그 많던 비버는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됐다. 비단 네 발 달린 짐승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수천 마리의 상어가 잡히지만 쓰임새는 하나다. 상어지느러미 수프에 재료로 들어갈 지느러미만 잘라내고 나머지는 모두 바다에 버려진다. 공존의 가치를 잊은 현대 소비사회에서 동물은 쉽게 이용 가능한 ‘물건’으로 전락했다.

    위베르 박사는 생물다양성은 곧 ‘생명’이며 모든 생물종이 하나의 예외도 없이 생태계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하나의 생물종이 사라지면 촘촘한 생태계 그물망은 느슨해지고 우리 인간 역시 더 약해진다. 이런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되면 생물다양성을 생각하는 방식은 물론 왜 생물종 감소를 시급히 멈춰야 하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미래세대에게 ‘미래’가 없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지금 해야 할 결단

    하나가 쓰러지면 전체가 무너지는 도미노효과를 막기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얼까? 가장 시급한 것은 생각의 전환이다. 경제성장과 생물다양성은 함께 갈 수 있을까? 대답은 ‘그렇다’이다.

    모든 것의 중심이 맹목적으로 ‘인간의 편리’에 맞춰질 때 공존의 가치는 무너진다. 명태, 대구, 상어 등 무분별한 남획으로 사라지는 어종을 지키려면 산업식 어업에서 벗어나 근거리 어업을 독려해야 하고, 물고기를 섭취하더라도 다양하게, 특정 어종은 피하는 똑똑한 소비를 해야 한다.

    특히 오늘날의 어업은 어부의 선택이 아니라 인류의 발전모델이 낳은 결과라는 점에서, 자본주의식 발전 모델이 낳은 생태계 파괴 현장을 다각도로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각 나라마다 지정하는 유해동물 목록도 현실에 맞게 수정되어야 하고, 해로운 생물종의 개념과 목록을 없애야 한다. 동물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손쉬운 해결방식인 살처분을 택하는 것 역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문제다.

    개인이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유행이 지나면 버릴 식물, 양육환경이 되지 않는 수입산 동물은 구입해서는 안 되며, 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환경에서 즐기는 여가활동 역시 주의가 필요하다.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우리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생명들의 가치를 존중할 수 있다면 우리의 의식과 양심을 한 수준 더 끌어올리고 그만큼 인류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위베르 박사의 요지다.

    환경감수성이 필요한 청소년에게 전체적이고 일상적인 시각으로 환경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하고, 구체적인 실천법을 찾도록 돕는 이 책이 미래세대에게 ‘미래’를 안겨줄 작은 묘안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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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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