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의 죽음이 남긴 선물
    [책소개] 『굿바이 마이 프렌드』(오리하라 미토/ 양철북)
        2015년 01월 03일 11:3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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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년기와 청소년기 중간쯤 되는 어정쩡한 나이 열두 살. 나와 가족이 전부였던 아이의 일상이 점차 세상을 향해 바뀌면서 세상으로 여행을 시작하는 첫 마음이 드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또래 아이들은 막연한 설렘과 두려움을 지닌 채 친구와의 우정을 생각하고, 미래의 나에 대해 꿈을 꾸기도 한다. 열두 살 아이들에게 맨 처음이자 가장 소중한 세상은 친구가 아닐까?

    《굿바이 마이 프렌드》는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시기, 친구와의 우정과 친구의 부재를 맞닥뜨린 아이들의 심리와 행동을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장과 속도감 있는 구성을 통해 흡입력 있게 완성해 낸 작품이다.

    아직 세상에 물들지 않은 아이들은 어떤 변수나 위험을 생각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우정을 위해 힘차게 앞을 향해 나아간다. 때론 위험에 빠져 좌절하기도 하지만 그들은 끝끝내 포기하지 않고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여행을 계속하는 것이다.

    이 책은 이제 막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딛는 아이들의 우정과 친구를 향한 순수한 마음을 잘 보여 주고 있어서, 초등 고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까지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소년소설로, 중학교 1학년 생활국어 교과서에 ‘우정’을 주제로 한 코너에 이 책이 소개되기도 했다.

    굿바이 마이 프렌드

    열두 살, 네 남자아이는 한 아이의 외갓집에서 평생 잊지 못할 행복한 여름방학을 보낸다. 별이 강처럼 흐르는 밤하늘 아래서 다음 해에 다시 같은 장소에 와서 전설의 물을 찾으러 모험을 떠나자고 굳게 약속한다. 하지만 6학년이 되면서 각자의 사정이 생기고, 약속은 지켜지지 못한다.

    그러던 중, 홀로 전설의 물을 찾아 모험을 떠난 친구가 죽음을 맞게 되면서 남은 세 친구는 친구를 잃은 상실감과 동시에 죄책감을 갖게 되고, 친구와의 마지막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른의 도움을 받지 않고 이전 해에 했던 여행을 다시 한 번 되풀이한다.

    공부에 치여, 집안 형편 때문에, 괴롭히는 친구 때문에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세 아이는 갖은 고생 끝에 산에 오르고, 그곳에서 친구가 남긴 마지막 선물을 찾으며 우정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는 소원을 빈다.

    열두 살, 피보다 진한 우정을 느끼는 때…

    2004년 처음 출간된 이래 꾸준히 아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굿바이 마이 프렌드》가 10년 만에 새롭게 다시 태어났다. 다시금 꼼꼼히 번역을 살피고, 새 그림을 입혔다. 2004년 출간 당시 ‘친구의 죽음’이라는 다소 낯설고 불편한 소재임에도 흡입력 있는 이야기의 전개와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생생한 캐릭터를 통해 풀어낸 이야기가 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굿바이 마이 프렌드》는 ‘가장 친한 친구’ 다케루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죄책감을 느낀 세 아이, 쇼타와 아쓰시, 노부가 친구와의 마지막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만의 여행을 떠나 영원한 우정을 맹세하는 이야기이다.

    친구와의 마지막 약속이었던 ‘소원을 들어주는 전설의 물’을 찾아 떠나는, 어찌 보면 황당한 여행일 수도 있지만 세 아이는 ‘우정’을 위해 긴 기차 여행을 하고 높은 산에 오른다. 험한 산속에서 몸이 약한 노부가 산에서 굴러 떨어져서 다치기도 하지만 죽은 친구가 남긴 마지막 선물을 만난 세 아이는 갖은 고생 끝에 전설의 물 ‘천명수’를 찾아낸다. 물을 마시고 아이들이 빈 소원은 ‘영원한 친구’가 되는 것이었다.

    지금 쇼타의 손 안에 있는 것은 텅 빈 페트병이 아니다. 다케루가 전해 준 마지막 선물. 그것은 용기와 살아가는 힘, 그리고 ‘우정’이었다.(129쪽)

    열두 살 무렵부터 아이들에게 ‘친구’는 사실 부모보다 더 소중하고 각별한 존재가 되어간다. 부모와 함께하기보다 친구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많은 것을 나누고 싶어 한다. 비록 아이들이 공부에 치여 친구에게 자칫 소홀히 대하기도 하고, 아직까지 또래 사이의 ‘우정’에 대한 의미에 대해 생각조차 못하지만, 이 책을 통해 친구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우정이란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될 것이다.

    내면의 힘으로 슬픔을 극복하고 훌쩍 성장하는 아이들

    가까운 이의 죽음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더군다나 죽음이라는 것을 아직 많이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죽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은 꼭 필요하다.

    《굿바이 마이 프렌드》는 친구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과정을 아이들 내면의 힘과 직접 행동하는 모습을 통해 그림으로써 이 글을 읽는 고학년 독자들이 보다 이야기에 빠져들어 깊이 공감할 수 있도록 그렸다.

    ‘가장 친한 친구’ 다케루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쇼타는 며칠 동안 앓기까지 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어딘가에 다케루가 여전히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쇼타는 다케루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쓰시, 노부와 함께 계획을 세워 부모 몰래 엄청난 모험을 떠나지만, 산속에서 죽음을 맞닥뜨리는 경험을 하면서 마음속에 꽁꽁 싸매 두었던 슬픔을 터뜨리고, 마침내 친구의 죽음을 마음속으로 받아들인다. 아이들 내면에 갖고 있는 스스로의 힘으로 슬픔을 극복하는 것이다.

    쇼타의 얼굴이 눈물로 뒤범벅된 것을 보고 노부가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쇼타는 눈물을 닦으려 하지 않았다. 실컷 소리 내어 울고 싶었다. 다케루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그날부터 마음속에 묻어 왔던 슬픔과 분노를 실컷 토해 내고 싶었다.

    “다케루, 바보.”

    둔탁하게 울리는 천둥소리와 함께 쇼타가 주먹을 쥔 채 소리쳤다.(110-111쪽)

    죽음을 인정하고 슬픔을 치유한 아이들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끝내 전설의 물 천명수를 찾아낸다. 그리고 당장 눈앞에 닥친 중학교 입시에 붙게 해 달라거나, 가족들과 함께 살고 싶다거나 하는 그런 것은 스스로의 의지로 이뤄낼 것이라고 다짐하면서 영원한 우정을 갖게 해 달라는 소원을 빈다. 마침내 아이들은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길에 한 발 내딛게 되는 것이다.

    탄산수 같은 청량한 해방감을 맛보다

    약속을 지키지 못해 친구가 죽었다는 죄책감을 가진 세 아이는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친구의 죽음이라는 슬픔을 이겨내고 죄책감을 덜어낸다. 바로 어른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기들 스스로 떠나는 비밀스러운 대모험이 그것이다.

    아이들은 더 이상 부모님의 뜻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 같은 삶에서 벗어나 자신의 주장을 떳떳이 펼칠 수 있는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그 일은 아이들뿐 아니라 엄마들에게도 커다란 변화를 준 듯했다. 부모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이 부모에게 비밀로 하고 먼 시골까지 여행을 했다. 게다가 위험한 등산까지 해냈으니 엄마들도 아이들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도 자신의 의지가 있다. 무엇이든 부모의 뜻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이번 일을 통해 어른들도 뼈저리게 느낀 것이 분명했다.(146쪽)

    《굿바이 마이 프렌드》는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힘으로 뭔가를 해내고 싶어 하는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해방감을 느끼게 해 주는 작품이다.

    사춘기의 문턱을 넘는 아이들은 이제 스스로를 아이라고 여기지 않고, 다 컸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부모의 통제 아래 놓여 있다. 이런 아이들에게 자기 또래의 아이들이 1박 2일의 엄청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는 대리만족을 게 해 주고, 동시에 주인공들처럼 이제는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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