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신년사와 남북관계 전망
    2015년 01월 02일 02: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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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김정은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 없어”

북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겸 조선노동당 총비서는 1일 조선중앙TV가 방영한 신년사 육성 연설에서 남북관계 개선 및 대화에 적극적 의지를 표명했다.

“조국해방 일흔 돌이 되는 올해에 온 민족이 힘을 합쳐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나가자”며 “북과 남은 더 이상 무의미한 언쟁과 별치않은(별 중요하지 않은) 문제로 시간과 정력을 헛되이 하지 말아야 하며 북남관계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야 한다.”고 천명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대화를 통하여 북남관계를 개선하려는 입장이라면 중단된 고위급 접촉도 재개할 수 있고, 부문별 회담도 할 수 있다”라며 특히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데 따라 최고위급회담(정상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남북정상회담 개최 용의를 밝혔다.

그런데 “전쟁연습이 벌어지는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신의있는 대화가 이루어질 수 없고, 북남관계가 전진할 수 없다는 것은 두말할 여지도 없다.”고 밝혀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 등이 대화의 전제조건인지에 대해 설왕설래가 있다.

핵-경제 병진 노선과 핵 억지력 등은 계속 강조했다. 오늘의 국제무대 현실은 힘에 의한 강권이 판을 치고 있다며 자신들이 핵 억제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을 다진 것이 정당했다는 것을 실증해주고 있다고 핵보유와 강화 정책을 합리화한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고 주변관계 구도가 어떻게 바뀌든 우리의 사회주의 제도를 압살하려는 적들의 책동이 계속되는 한 선군정치와 병진노선을 변함없이 견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신년사

김정은 비서의 신년사(방송화면 캡처)

한국과 미국의 반응은?

정부는 1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남북간 대화 및 교류에 대해 진전된 자세를 보인 데 대해 의미있게 받아들인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남북 당국간 대화가 개최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2일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아무런 조건 없이 대화에 나와야 할 것”이라면서, “한미군사훈련 중단 등 북한의 일방적인 주장에 대해서는 원칙에 입각하여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 차원에서는 아직 의미있는 공식적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다. 워싱턴 싱크탱크 등 북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보수와 진보에 따라 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보수측은 대체로 분위기와 환경 마련이라는 언급 등과 관련해 한미 합동군사훈련 취소가 대화의 전제조건인 것처럼 거론된 데 대해 거론하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진보측은 그게 전제조건이라면 한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남북이 관계개선을 통해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관리하려는 것이라면 대화 자체가 긍정적이라며 그런 차원이라면 한국 정부가 남북대화를 추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견해이다.

남북관계에 일대 진전이 있을까?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오랫동안 퇴화와 긴장 상태를 보여 온 남북관계이기에 쉽게 예단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2014년만 하더라도 연초 북의 신년사와 국방위원회의 중대 제안이 이어지고 한 차례 고위급 접촉이 성사되기도 했으나 곧 한미합동군사훈련의 벽에 부딪힌 바 있다.

드레스덴 선언 등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고, 10월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즈음해 북의 주요 지도부 방남이 있었으나, 대북 전단 살포를 둘러싼 실랑이 속에 대화마저 재개되지 않았었다.

작년 연 말 남한 통일준비위 차원의 남북대화 제안, 연초 북한 신년사 등이 단지 남한 국민과 북한 인민 및 국제사회에 자신들은 대화를 하려했다는 알리바이용이라면 올해에도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의 신년사로 좁혀 관계개선의 가능성에 대한 신중한 입장에서 보자면 첫째, ‘분위기와 환경 마련’ 등에 대해 명시하고 있는데, 그것이 과연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만약 대북 전단 살포 중단 등 기존 요구에서 나아가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을 정상회담이나 대화 자체의 전제로 주장하는 것이라면 상황 타개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신년사 자체의 전개 순서를 보자면 대화 제안 이전에 남한에서 해마다 벌어지는 대규모 전쟁연습들이 긴장을 격화시키고 핵전쟁의 위험을 몰아오는 주된 화근이라며 앞에서 언급한 논란이 되는 주장을 하고 있기는 하다. 이것이 고위급 회담 등 모든 대화 재개를 위한 전제 조건인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조건으로 북이 주장할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나 오바마 정부가 1991년의 한미 정부처럼 팀스피리트훈련 중단을 통해 남북기본합의서 체결과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 등을 이끌어냈던 전향적 정책을 전개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둘째, 핵-경제 병진노선의 당위성과 지속을 천명하고 있어 6자회담 재개 등 한반도 비핵화는 여전히 지체될 가능성이 높다. 남북대화가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비핵화에 일정한 진전이 없으면 남북관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진전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남북을 둘러싼 객관적 조건으로 보자면 먼저, 북으로서는 대러 관계 증진을 통해 상황 타개를 모색하고 있으나, 러시아 경제의 위기 등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남한을 건너뛰어 미국과 통해보려는 정책을 구사하려고 해도 (진위야 어찌됐든) 소니사 해킹 파문과 미국 정부의 대응 등에서 보듯 기대를 하기 어렵다.

박근혜 정부 역시 통일대박론이나 통일준비위 등이 설사 흡수통일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할지라도 통일에 대한 일정한 환기와 기대를 불러 일으켰는데 현실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단임제 대통령으로서 임기 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도 선거가 없는 올해에 뭔가 변화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 즉 남북 정권 모두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무엇을 할 것인가

올해가 해방 70주년이기도 하지만, 분단 70주년이기도 한 상징적인 해라는 점에서 현재의 악화된 남북관계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민족적 염원 내지 역사적 사명이 있고, 남북 지도부가 거기에 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강하게 주장해야 할 시기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종북몰이와 공안통치로 유신으로의 회귀를 꾀할 것이 아니라, 평화로운 한반도, 분단 70년을 넘어 통일로 가는 초석을 놓을 의무가 있음을, 구호만이 아니라 구체적 실행을 통해 그것을 제대로 수행하고자 한다면 진보진영도 적극적으로 도울 것임을 천명하는 게 필요하다.

현재의 악화된 정세 속에서 비핵화에 대한 의지 자체가 대화의 걸림돌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오히려 남북 간의 대화를 통해 이런 문제에 허심탄회하게 접근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비핵화 문제가 일정한 타개를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나 북미관계 등의 일대 진전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서로간의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북이 먼저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지만, 핵보유와 억지력이 체제의 안보를 강화하고 있다고 강변만 할 것이 아니라 미국-쿠바 관계 개선 등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문제를 연구하는 정책가이며, 진보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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