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성격 관련 좌담회②
사회주의 사민주의, 재벌해체와 통제
    2012년 07월 10일 10: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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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담회 1부를 보시려면 여기를

정종권 : 제일 우선순위의 정책과제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시켜서 상업은행 자체가 금융화의 위험성으로 확장되는 것을 막는 경제적 바리케이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인 건가?

남종석 : 네 그 다음에 한편으론 이건 더 나가는 측면인데 저는 자본이동에 관련돼서 일정하게 시점을 두고 제한하는 법안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자본이동에 대한 통제가 안되면 금융위기든 어떤 위기든 한국 사회는 환율의 폭력적 조정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한국은 사실 환율이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사회이다. 주식투자를 위해 해외에서 유입된 자본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원화의 가치를 높여준 것이다. 경제 위기때는 이런 것이 더 불안정한 형태로 폭발한다.

이종태 :어떤 식으로 환율을 규제하자는 것인가?

남종석 : 외국계 자본의 유입에 대해 2년 혹은 3년 이전에는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규제를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자본을 규제하는 나라들이 있다.

정승일 :브라질도 그렇게 하고 있다.

남종석 :그렇다. 그렇게 하면 글로벌 경제위기가 오더라도 우리 경제위기가 곧바로 외환위기로 전환되는 거 자체를 차단시킬 수 있다. 근데 이걸 하려면 공표를 해야 되고 그 전에 빠져나갈 사람들은 다 빠져나갈 것이다. 왜냐면 당연히 투기 자본들이 그 사회적 통제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다.

그 다음에 FTA를 폐기를 해야 되는데, 왜냐면 FTA의 투자자 국가 소송 문제가 걸리기 때문이다. 겹쳐있는 문제인데 자본이동을 이렇게 통제하게 되면 전체적으로 우리나라의 주식가치가 엄청나게 떨어질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주가 하락 흐름에 대한 비판적 여론과 압박을 과연 이겨낼 수 있을까라는 것이 의문이고 고민이다.

이종태 :못이겨 내죠

정승일 :여론이라는 게 다른 게 아니라, 재테크 하는 사람이 워낙 많으니까…

남종석 :그렇다. 중산층들이 다 거기에 투자하고 있다.

정승일 :재테크 하는 사람들이 보통 연봉 5천 넘어가는 월급쟁이들이 하는데

남종석 :이들이 주요한 투표층이다. 여론의 중심을 움직이는 세대들이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정승일 :말하자면 이들의 상당수가 386이다. 대학 다닐 때 데모한 사람들이다.

정종권 :논점을 다시 재벌 문제로 집중해보자

남종석 : 정승일 선생님이 말씀하셨듯이 국유화란 거 자체는 사회주의적인 조치 아니다. 지금 현재 국유화라는 게 유상매입일 수밖에 없다. 주식을 사는 거다. 그럴 수밖에 없다. 폭력적으로 뺏을 수 없으니. 물론 급진적인 변화를 위해 재벌국유화를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국유화가 곧 사회주의적 조치는 아니다.

정승일 : 재벌들의 소유지분을 굳이 돈 주고 살 필요도 없다. 재벌 후계자에게 상속할 때 납부하는 상속 지분을 국세청이 받은 다음, 팔지 말고 계속 보유하자는 거다. 아주 간단하다.

남종석 :그런데 좌파에서 말하는 ‘연기금 사회주의’는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 맞지 않냐면 좌파에서는 주장하는 연기금 사회주의가 연기금을 동원해 갖고 주식을 사서 재벌을 국유화시키자는 건인데…

정승일 :만약 연기금 사회주의가 정말 가능했다면 이미 전세계가 연기금 사회주의로 체제 전환 했을 거다. 연기금 사회주의론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남종석 : 뭐가 문제냐면 주식시장이 폭락해버리면 연기금은 완전히 고갈되어 버리는 경우가 늘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나중에 노동자들에게 연금을 어떻게 줄 수 있나? 없다. 그래서 연기금 사회주의가 실제로 시행될 경우 어떻게 되냐면, 즉 주식 시장이 붕괴되면 붕괴될수록 더 국가가 나서서 주식시장을 부활시켜야 되는 꼴이 된다.

정승일 :그렇죠 연금을 살리기 위해서

정종권 :재벌 얘기로 집중하자니까요.

남종석 :현재 상황에서 시급한 것은 은행을 국유화해야 한다는 거다. 그건 최소자원을 동원하여 할 수 있고 현재 지분도 은행에 국가 지분이 제일 많다. 개별 회사와 비교하면.

정승일 : 더 이상 추가적인 은행 민영화만 안해도 된다.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진보적 자유주의자들은 여전히 은행 민영화에 대해 공개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 내심 찬성하고 있다는 증거다.

남종석 :그러니 은행을 매개로 해서 재벌을 통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종권 :재벌 해체냐 아니냐 라는 논점은 시스템과 기업결합 형식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 재벌 국유화론의 핵심이었던 사회의 골간 산업과 기업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통제 규율해야 된다는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러니까 재벌개혁 논쟁의 핵심은 재벌해체의 방식을 가지고 다투는 것이 아니라 재벌이라고 하는 한국사회의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자본 권력에 대한 사회적 제어와 통제를 어떻게 할것이냐 라는 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승일 :동의한다. 그런데 그 얘기가 실은 정치경제 사상이랑 연결돼 있다. 원래 맑스가 자본론에서 얘기한 게 뭡니까? 자본이 집적되고 집중되는 걸 언제 칼 맑스가 나쁘다고 했나요? 그 집적 집중을 해체하자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경제력 집중은 나쁘다 라고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러니까 재벌 출자총액제한 등이 나오는 건데, 특정한 개인한테 경제력 집중이 많이 돼 있으니까 이걸 해체해서 공정한 시장질서를 만들자라는 게 많은 사람들의 주장이다.

남종석 : 저는 친민주당 성향의 자유주의자들이 재벌 민주화와 경제 민주화 주장을 왜 이렇게 제기할까 라고 생각을 해봤다. 거기에 심리적인 게 작용한다는 생각이 든다. 첫번째는 어차피 지금 대중들은 불평등 때문에 불만이 많이 쌓여 있다. 소득 불평등 높고, 노동 소득에 대한 불평등이 워낙 크기 때문에 불만 쌓여 있는데, 그 불만 쌓인 것들을 소위 야당들이 동원하고 정치적으로 헤게모니를 잡아야 될 필요가 있다는 점이 배경으로 작용한다는 생각이 든다.

재벌을 적으로 규정하여 까고 해체한다고 하면 박탈당한 일반대중들로서는 심리적 만족감은 줄 수 있다는 거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것이 대중들 스스로에게 진짜 이익이 되는 것인지 좀 의문이다.

정승일 연구위원

정승일 :정치경제학의 사상사적 측면에서 볼 때 원래 전통적 좌파의 사상에 따르면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수만 개의 중소기업이 경쟁하는 완전경쟁 상태의 시장은 불가피하게 집적되고 집중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경제력 집중의 경향성을 해체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 집중된 경제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다음 단계 사회로 이행하자는 것이 전통적 좌파의 주장이다. 이에 반해 진보적 자유주의자들은 경제력 집중을 깨고 해체하자고 말한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특수한 역사적 발전을 겪었다. 박정희식 발전국가가 위로부터 주도하여 일부러 경제력을 집중시켰다. 그것이 바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었고, 그러한 경제력 집중의 결과가 바로 재벌그룹들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민주공화국의 과제는 그렇게 집중된 경제력을 해체하는 것이어야 하는가?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진보적인 민주공화국의 과제는 경제력 집중을 부정하고 해체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집중화된 경제력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민주적으로 통제할 것인가 이여야 한다.

사실 집중된 경제력은 사회적으로 통제하기도 쉽다. 말하자면 삼성그룹이 해체되어 수백개의 독립 대기업들로 되면 진보적인 국가권력이 이들을 통제하기 위해서도 이들 회사의 사장님들 몇 백명을 만나고 불러 모으고 조율하고 규율하는 체제를 다시 짜야 한다.

그것에 비하면 지금처럼 삼성그룹이 존재할 경우 이건희 회장만 불러다 놓고 규율하고 통제하면 훨씬 쉽지 않겠는가? 그래서 박정희·전두환도 재벌그룹 회장들 몇 명만 불러다 놓고 조지면 수백 개의 대기업들을 손쉽게 통제할 수 있었다. 진보적인 민주공화국 역시 그렇게 하지 말아야할 이유가 없다.

정종권 :그런데 재벌이든 경제력 집중화 현상이든, 이것 자체가 선악의 문제는 아니지만 그러한 집중화 과정이 사회의 균형 발전이나 경제의 민주적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재벌에 대한 개혁과 규제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남종석 :그런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현재 국제적인 경쟁력 갖고 있는 건 대기업밖에 없다. 재벌을 매개로 한 대기업밖에 없고, 그리고 그 재벌을 매개로 한 대기업들은 사실 부를 엄청나게 독점하고 있으면서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다.

이와 같은 재벌권력은 중소기업의 희생만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삼성처럼 아예 국가기관들을 좌지우지하는 권력으로 성장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상속세를 내지 않거나 직업병을 인정하지 않는 등 가장 반동적인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재벌에 대한 불만이 커져있는 것이다.

중소기업 중에서도 일정하게 재벌의 하청 계열화돼 있는 기업은 그나마 살아남고, 물론 하청계열화된 기업들도 재벌에게 수탈당하는 점도 상당하다.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그 구조에도 끼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박탈감도 상당하다.

정승일 :제일 불쌍한 사람들은 그러한 하청 계열화에 끼지도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말도 있다.

남종석 :그리고 준실업자층이라고 할 수 있는 자영업 문제도 심각하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상실감 박탈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현재의 재벌해체론은 상당부분 이런 불만, 원한에 대한 단순한 반작용으로 동원되는 측면이 존재한다. 원한의 감정을 이용해서 재벌에 대한 적의감이나 반감들을 만들어서 재벌해체라는 상황으로 가져가는 것은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으로 본다. 그건 올바른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이들 자영업자들,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취업을 미루는 젊은층, 불만에 가득찬 인터넷 워리어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일자리이고 , 이런 일자리는 대기업의 투자를 확대하도록 만드는 것 말고 다른 대안 없다. 재벌들이 투자하도록 조져야 하는 것이다.

투자하지 않는 것, 배당하는 것, 금융으로 손쉽게 돈을 버는 것을 처야 재벌들이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나서게 된다. 물론 그렇게 했다고 해서 꼭 재벌들이 나선다고 보장하지 못한다.

그러나 제도적인 것을 통해 배분 못하게 하고(자본소득에 대한 엄청나게 높은 세금을 메기면 된다), 주식시장 억압하고, 자본도피 못하게 하면 돈 있는 재벌들이 다른 곳으로 돈을 빼돌릴 수 없도록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민주화론자들은 이와 같은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않고 재벌에 대한 대중들의 즉자적인 원한의 감정만을 동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승일 : 진보적 자유주의 경제민주화론자를 좀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정말 퍼퓰리스트(populists)들인 것 같다. 침소봉대 하는 게 너무 많고, 정말 중요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엉뚱한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 같다.

대표적인 사례가 좀 전에 말한 하청기업 문제다. 현대차와 기아차, 엘지전자 삼성전자 이런 회사들이 하청단가를 많이 깎고 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런데 현대차나 엘지전자, 삼성전자 같은 회사들은 대부분 중국이나 인도나 유럽으로 해외 진출할 때 1차 하청 업체들과 동반 진출한다.

그렇다면 드는 의문이, 그렇게 동반 진출한 1차 하청 업체들의 해외 현지 매출이 당연히 늘어나지 않겠나? 실제로, 대부분의 1차 하청업체들을 조사해보면 상당수가 이미 상장된 대기업들이다. 이미 글로벌 중견기업 또는 대기업으로 성장해 있다는 것이다.

남종석 :그래서 (재벌에게) 착취받는 게 배제되는 것보다 낫다는 말들을 한다.

정승일 :무슨 이야기냐 하면, 한편으로는 하청 단가가 깎이고 있지만, 워낙 해외 현지 매출이 늘고 있기 때문에 1차 하청업체들의 형편은 상대적으로 좋다는 것이다.

가령 삼성전자 만드는 갤럭시S의 부품을 납품하는 1차 하청들의 경우 한편으로는 단가가 분명 깎이고 있는데 워낙 갤럭시의 매출이 전세계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매출액과 영업이익 역시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도 진보 진영 사람들은 마치 삼성과 현대차에 납품하는 1차 하청업체들이 하청단가 인하 때문에 계속 적자를 내고 있다고 문제를 침소봉대한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삼성과 엘지, 현대차와 기아차랑 해외 동반 진출한 1차 하청업체들의 대부분은 일찌감치 파산 지경까지 갔어야 하지 않았나?

더구나 더 중요한 점은 1차 하청업체들 사이에도 차이가 심하다는 점이다. 예컨대 현대·기아차처럼 재벌그룹의 틀이 유지되고 있는 회사들은 자기 마음대로 해외로 진출하고 있고, 따라서 이들 재벌 계열사들에 납품하는 1차 하청업체들 역시 해외로 많이 동반 진출하고 있다.

그렇지만 GM에 매각된 대우차, 르노에 매각된 삼성차는 어떤가? 해외 진출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회사에 납품하는 1차 하청업체들 역시 해외 동반진출은 원천 봉쇄당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 회사에 납품하는 1차 하청업체들이라고 해서 하청단가 인하 압력을 받지 않고 있는가? 이들 역시 똑같은 하청단가 인하 요구에 직면해 있다. 제품 단가는 인하되는데 매출액은 크게 늘지 않고 있으니, GM대우나 르노삼성차에 납품하는 1차 하청업체들이야 말로 죽을 맛이다.

그런데도 진보적 자유주의를 주장하는 김상조나 정태인, 이병천 같은 경제학자들은 엄청난 착각을 하면서 마치 출총제 강화 등 재벌개혁을 잘 해서 현대차 그룹의 힘을 빼면 1차 하청업체들의 영업과 수익성이 높아질 것처럼 과장한다. 엉뚱한 얘기를 자꾸 하는 거다.

하청 단가를 깎는 건 한국에 들어와 있는 르노삼성도 마찬가지고 GM도 마찬가지다. 르노와 GM 본사에서 깎으라고 한다. 따라서 하청단가 인하 문제는 재벌 문제가 아닌데, 그런데도 마치 재벌개혁만 잘 되면 하청 단가가 인상되는 기적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진보적 자유주의자들은 엉뚱한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니, 진보적 자유주의 그룹은 뭐라고 반박하냐 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하청 단가를 깎는 룰을 만드는 건 현대차이지 GM이나 르노가 아니라는 거다. 마치 한국 자본주의가 폐쇄된 자본주의이고 GM이나 르노삼성 같은 회사들은 전혀 하청단가 인하나 사내 하청 확산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하다는 것인데,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지금 한국 자본주의에서 하청단가 깎고 비정규직 채용 확대하는 룰을 만드는 게 오로지 재벌들 뿐이라고 생각하나? 물론 재벌들도 그걸 좋아한다. 하청 단가를 깎으면 이익이 올라가니까. 그렇지만 예컨대 자동차 산업 전체에서 치열한 경쟁 논리가 작용하고 있는데, 어떻게 현대·기아차만 일방적으로 하청단가를 인상할 수 있나? GM이나 르노삼성차는 하청단가를 깎고 있는데, 재벌그룹 계열사들, 현대·기아차만 하청단가를 인상하라고 사회가 요구할 수 있나?

자꾸 문제를 정몽구나 이건희 회장의 도덕적 인간성 문제로 환원시키는데, 실은 그게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에, 전자 산업에 경쟁 논리가 작용하고 있고 그 경쟁의 룰(rule)을 하나의 시스템(system)으로 만드는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 그리고 그 논리와 룰, 시스템을 우리는 신자유주의 세계 체제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신자유주의의 핵심에 월스트리트의 룰, 월가의 논리가 있다.

가령 GM대우의 미국 본사는 미국에서 월스트리트로부터 주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고 따라서 각국의 자회사들에게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하청단가를 깎으라는 명령을 내리고 있다. 르노삼성차의 본사인 르노 역시 마찬가지이다. 현대·기아차도 마찬가지고 르노와 GM도 마찬가지이다.

즉 이들 회사가 모두 공통적으로 국제 금융자본주의 논리 하에 있다. 김기원 교수는 마치 우리나라 현대차는 금융자본의 지배를 안받아서 문제라고 말하고 있는데, 실은 재벌그룹들 역시 직간접적으로 월가 금융자본의 지배를 받고 있다.

그리고 현대·기아차 혼자 이 룰과 논리를 벗어나는 순간, 예컨대 현대·기아차 혼자 하청 단가를 잘 쳐주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당연히 이 회사는 가격 경쟁력에서 GM이나 르노에 뒤지게 될 것이다.

이런 시장 논리를 다 고려하면서 그러한 룰과 논리 그 자체를 어떻게 큰 그림 속에서 바꿀 것인지를 고민해야지, 마치 재벌만 까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는 것은 편협한 시각이다.

정종권 :알겠어요. 이정도로 하고 시간 더 있으니까 박정희 좀 합시다. 박정희 정권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 왜냐면 사실 제일 예민한 부분 중의 하나이다. 5분만 쉬었다 합시다.

<.다시 논의 시작함>

남종석 : 사실 요즘 노동자운동의 상태를 이야기 하는 것은 난감한 문제가 있다. 더욱이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위치는 더 그렇다. 마르크스주의는 구조적 위기를 이야기 한다. 현재와 같은 국면이 바로 구조적 위기 국면이다. 이것이 최종적 붕괴로 갈 것인가 아니면 장기불황이 지속될 것인가를 두고 마르크스주의자들 내부에서도 논란이 많다.

지오바니 아리기나 뒤메닐은 어쨌든 다시 케인즈주의적인 것이 되었던 아담스 미스가 베이징에 재림하는 것이 되었든 자본주의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윤소영 선생 같은 경우 그럴 가능성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나는 잘 모르겠다. 이렇다 저렇다 할 만큼 전망을 내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마르크스주의든 고전적 사민주의든 동의하는 게 있다. 경제에서 실물투자가 성장해야만 제대로 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실물부분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가들이 안하면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노동의 협상력이 커진다. 이 부분이 바로 좌파가 지금 주장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힘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것은 두말한 나위 없다. 적어도 사회주의자와 고전적 사민주의가 결합할 수 있는 게 난 그 부분이라 생각한다. 이런 주장을 해야 되는데, 민주노총은 엉뚱하게 인기 영합 쪽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정승일 : 민주노총 역시 상당 부분 진보적 자유주의에 물들어 있다. 그렇다고 자본주의를 뒤엎어서 바로 사회주의로 가자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100년 뒤의 후세대가 고민해도 될 문제인 것 같다. 내가 독일 베를린에서 공부했고 매일 동베를린을 자전거 타고 왔다 갔다 했다. 동베를린에 살아 보기도 했고

이종태 시사인 기자

이종태 :그땐(공산주의시절) 그래서 안 되는 거 아니었나요 계실 때?(웃음)

정종권 : 실정법 위반 아닌가요?(웃음)

정승일 : 아니, 내가 있던 시기는 1990년라서, 이미 동독이 무너진 다음이었다. 하여튼 동베를린을 왔다 갔다 하고 동독 친구들과 이야기도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동독의 사회주의 경제가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따라서 나는 자본주의 체제를 뒤집어 엎고 대기업들을 국유화하여 계획경제를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설령 그렇게 되더라도 다시 또 붕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서 베를린에서 10년간 살아보고, 또한 스웨덴의 스톡홀름에도 가보고 하니, 복지국가 스웨덴 정도만 되도 노동시간이 짧고, 휴가도 많고, 사람들이 인간적이고, 생태 보존도 잘돼있더라. 원자력발전소도 제일 먼저 가동 중지 시켜 버리고. 우리가 바라는 것이 공상적 유토피아가 아닐진데, 스웨덴은 완벽하진 않지만 가장 많이 나아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이런 것을 보면서 나는 요즘 사회민주주의를 주장한다.

한국의 진보 세력은 사회민주주의를 여전히 개량주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회민주주의조차도 자본주의 그 자체에 대한 비판정신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고 나는 본다.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정신이 충만해야 하고, 단지 자본주의를 완전히 뒤엎는 게 아니라, 아까 말한 대로 자본에 대한 사회적 소유는 아니지만, 자본에 대한 사회적 통제 정도는 하겠다는 굳건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사회민주주의라도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요즘 이야기되는 진보적 자유주의라는 것은 결국 ‘자본주의 그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이 없다. 진보적 자유주의자들은 단지 공정한 시장질서가 없는 것만 문제 삼을 뿐이다.

또한 마치 재벌체제와 모피아 같은 ‘전근대적’ 자본주의만 문제로 삼으면서, 마치 ‘근대적’ 자본주의, ‘공정한 시장 질서’가 갖춰지면 아름답고 정의로운 사회가 나타날 것처럼 말한다. 말하자면 자본주의 그 자체에 대한 본질적 비판이 없다.

사회민주주의는 자본주의 그 자체가 본질적으로 착취적인 체제고 불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한 체제라고 생각한다. 단지, 그러한 자본주의를 어떻게 하면 더 정의롭고 인간적으로 만들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개량이나 개량주의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회민주주의와 진보적 자유주의가 갈라지는 지점이 바로 자본주의 그 자체를 본질적으로 비판할거냐 아니냐의 문제이다.

다시 말하자면 자유주의이건 신자유주의이건, 아니면 진보적 자유주의이건, 모든 종류의 자유주의의 핵심은 여전히 ‘방법론적 개인주의’이고 ‘사회’라는 것은 2차적 존재로 본다. 따라서 자본에 대한 사회적 통제보다는 개인의 자유와 개인의 중요성, 그리고 사적 소유권(가령 소액주주의 권리)을 가장 우선시한다. 노동권과 사회복지 등은 여전히 2차적인 것에 불과하다.

그에 반해 사회민주주의와 사회주의 사상의 공통점은 모두 자본에 대한 사회적 통제 혹은 사회적 소유가 사유재산권 보호보다 더 중요하고, 더 나아가 개인의 해방을 위해서도 사회전체가 해방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대학생 개개인의 인간성 회복을 위해서도 대학 등록금 문제의 사회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진보세력 내에서 지난 50년간 존재했던 담론은 ‘사회주의냐 아니면 진보적 자유주의냐’의 두 가지의 선택밖에 없었다. 그런데 소련이 무너진 이후 1990년 초반부터 지금까지 20년간 한국 사회에서 사회주의의 정신적, 지적 영향은 미미하기 그지 없다.

그에 반해 진보 진영의 정치경제학적 사고방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분들은 아무래도 김상조와 정태인, 정운찬 이런 분들이다. 그런데 이런 분들이 요즘 대부분 커밍아웃하기를, 자신을 진보적 자유주의자들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진보적 자유주의란 바로 미국 민주당 즉 미국 리버럴의 담론이다. 그래서 우리는 현재 벌어지는 논쟁 국면에서 지금 한국의 진보 진영 전체에게 묻는 것이다.

한국의 진보가 과연 앞으로 미국 리버럴의 지향성으로 나아갈 것인지, 아니면 유럽 사회민주주의의 방향을 취할 것인지,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를. 그것이 바로 장하준 선생과 나, 그리고 여기 있는 이종태 등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책에서 묻고 있는 질문이다.

정종권 :그 얘기는 제가 볼 때는 한국사회에서 사회주의와 사민주의의 차이와 갈등은 과잉돼 있다고 생각한다. 현실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정승일 :그렇죠 제가 볼 땐 한 50년간 차이가 없을 거다(웃음) 신자유주의로 변형된 ‘제3의 길’ 사회민주주의가 아니라 정통 사회민주주의라면, 앞으로 50년 동안 한국 사회에서 사회민주주의의 길과 사회주의의 길은 별 차이가 없을 것 같다.

남종석 부산대 강사

남종석 : 사실 과거 사민주의를 운동진영과 지식인 사회에 소개한 사람들 대부분은 정승일 선생님이 말하는 고전적 사민주의가 아니다. 다들 진보적 자유주의자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들의 자유주의적 색깔을 감추고 사민주의를 주장했던 것이다. 왜냐면 사민주의란 노동자계급의 힘도 강하고 복지도 잘되는 좋은 이미지로 한국 사회에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같은 사회주의자들은 이들을 개량주의라고 했는데 의회에서의 지분을 얻기 위해 민주당쪽으로 기울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진보적 자유주의를 강화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된 것이 사민주의라는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민주의의 옥석, 뭐 이런게 있다면.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 사회주의 진영과 고전적 사민주의의 연대, 즉 신자유주의로 변형된 사민주의 말고, 그런 연대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생산적 투자의 중요성, 금융에 대한 통제, 그리고 노동자 계급의 힘의 강화 이런 것들이 중심이 되는 연대를 해야 진보적 연대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신자유주의를 변형한 형태의 자유주의자들의 발언권들이 과도하게 진보로 통용되고 있고 심지어는 운동권이나 통합진보당도 그런 방향으로 상당히 경도돼 가고 있다고 보여 진다.

정승일 :이미 그리로 가고있죠

남종석 :민주노총에서 제출되는 담론도 그런 문제의식이 없이 흘러가고 있다. 민주노총은 사실상 민주당 통진당 연대를 통해 집권하여 노동의제를 풀고자 한다.

그런데 민주노총이 제기하는 노동의제라는 것이 민주노총의 힘이 없이는 할 수 없는 것인데, 이를 정치권에 의존해서 해결하려는 발상이야말로 민주노총이 헛다리 짚고 있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민주노총이 계속 야권연대에 목멘다면 그것은 노동자운동의 힘을 강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힘을 파괴하는 신자유주의 세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들러리가 될 것이다. 이 흐름을 제어하면서 자유주의와 명확히 구별되는 지점을 만들어가는 것이 소위 좌파들이 해야 할 실천적 쟁점이지 않나 생각한다.

정종권 :사민주의가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대결의식을 명확히 가지고, 다만 자본주의를 한방에 극복한다거나 폐지한다는 것은 관념이기 때문에 현실의 조건과 흐름을 고려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렇지만 적어도 사민주의가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 문제와 모순점에 대해 대결적 자세를 취하고, 그 모순이 현재적으로 드러나는 주주자본주의라거나 금융자본의 문제에 대해 싸우려 한다면, 그것에 대한 처방의 강도가 1이 될 지 5가 될 지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문제점들의 우선성을 인정한다면 그 강도의 차이는 2차적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든다.

정승일 :그것과 관련된 말인데, 우리나라에 사회민주주의가 도입된 것이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 동유럽 무너졌을 때였다. 그 때 잠깐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었다. 그리고 다시 1990년대 말에 유팔무 선생이 사민주의 연구회를 조직했고 여기에 이병천 선생도 함께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 와서 회고해 보면 그때 얘기된 사회민주주의는 알게 모르게 이미 제3의 길로 변형된 사회민주주의였다. 1990년대 말의 시점은 한국 사회에 신자유주의가 마구 들어오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당시 사회민주주의는 그것을 정면으로 비판하지 않았다. 이른바 진보적 자유주의인 노무현 정부와 어떤 대립각을 세워야 되는지도 모르면서 결과적으로는 노무현 정부의 지지 세력이 돼버렸다.

남종석 :비슷한 말일 것 같은데, 일부 사람들이 사민주의 담론을 들고 나왔는데 이제 사회주의에 대항하는 담론의 역할을 한 것이다.

정승일 :그러니까 잘못된 거다. 사회민주주의자들이 진보적 자유주의, 신자유주의랑 논쟁하고 싸우는 일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사회주의자들과 대항하는 담론으로 사회민주주의를 만들어 버렸다.

남종석 :사회주의에 대항하는 담론, 사회주의는 극좌 꼴통들의 담론이라고 비판하면서 들고 나온 것이 사민주의인데, 실제로 그들이 가져왔던 사민주의는 신자유주의로 변형되고, 80년대에 이미 금융자본의 헤게모니를 받아들인 사민주의를 가져왔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은 그것을 사회 자유주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자유주의에 물든 사민주의가 바로 사회자유주의다.

정종권 :사회 자유주의라는 말도 많이 쓰는 것 같다.

정승일 :사회 자유주의(social liberal)란 진보적 자유주의를 일컫는 말이다.

남종석 :그렇게 사민주의와 자유주의가 변형되면서 수렴돼 버렸는데, 사실 그런 아젠다를 만들어낸 것이 노무현 정부나 김대중 정부라고 봐야 된다. 그런데 그런 기조에 저항해야 하는 사회주의자들도 상당한 혼란을 겪는 것 같다. 진보신당의 정책 기조나 재벌 해체에 대한 태도나 연기금 사회주의 등의 주장도 전체 산업적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소위 자유주의자들의 요구가 섞여 있는 지점이 많다.

지난 총선시기 진보신당의 10대 요구사항 중 하나가 삼성반대였다. 삼성반대라는 것은 삼성이 보이고 있는 반동적, 억압적 요소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동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재벌해체라는 사회적 경제적 맥락과 합해지면서 비슷한 부류의 좌쪽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었다. 연기금 사회주의는, 앞에서도 보았듯이 금융자본주의/주주자본주의를 상수로 두고 나오는 대안이다.

정종권 :그 이야기를 하는 김에 이런 주장들은 결국 연구자들의 논문이나 발표에 의해 현실화되는 것은 아닌데, 정승일 선생의 주장을 반영하거나 함께 할 수 있는 현실적 정치세력은 있는지 또는 현실의 정당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새누리당을 빼더라도 민주당 내에서도 진보를 얘기하는 사람들, 민주당의 소위 386세력들,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신당 그리고 그 외의 정치집단들에 대해서는 파트너십을 가질 수 있는 곳은 있나?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

정승일 : 한나라당, 새누리당이 지난 20년간 신자유주의 논리의 지배를 받다가 최근에 박근혜가 등장했다. 그런데 박정희는 신자유주의자가 아니고 시장만능론자가 아니며, 국가주의자다. 그런데 전세계의 2천년 역사를 보라. 역사 속에서 보면 원래 국가주의적 보수가 본래의 정통 보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보수주의자들은 모두 국가주의였다.

그런데 민주당 내에 신자유주의자들은 많이 있는데, 국가주의자는 별로 없다. 나름대로 민주주의이니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에 친화적이다. 보수적 자유주의가 이른바 신자유주의라고 한다면, 진보적 자유주의가 약간 좌파적인 자유주의자들이다. 이게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개혁진보파 지식인들이다.

386 국회의원들은 어떤가? 그들은 보수적 자유주의이건 진보적 자유주의이건, 무조건 자유주의가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다수이다.

그런데 386 국회의원들의 이런 사고방식이 바로 우리나라가 신식민지이고 전근대적인 사회이며, 따라서 여전히 근대적 자본주의, 정상적 자본주의를 향한 지향성이 진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즉 여전히 우리나라를 전근대사회라고 생각하니, 아직도 한국 사회는 프랑스 대혁명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전형적인 자유주의적 사고방식이다.

통합진보당의 유시민 씨는 본인 스스로 진보적 자유주의자다 라고 늘 말해왔고, 그것을 철회한 적이 없다. 그리고 노회찬과 심상정, 이 두 분도 진보적 자유주의로 수렴되고 있다고 나는 본다. 유시민과 심상정 이 분을 결합시킨 분이 정태인 선생이고, 정태인 선생 역시 스스로를 진보적 자유주의자로 지칭하고 있다.

그리고 심상정 이분은 80년대부터 노동운동 범중앙파였다. 노동운동 중앙파들이 어떻게 보면 마치 사회민주주의인양 보인다. 즉 철저한 계급투쟁이 아니라 적당히 타협하자고 하는건데, 그것을 사람들은 사회민주주의라고 불렀다.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는 실제 진보적 자유주의였다고 본다.

김대중 정부가 신자유주의 하면서 정리해고 같은 것을 추진했는데, 이에 대해 대충 타협하고 맞서 싸우지 말자고 했던 것이 바로 민주당이고, 이게 지금 표현으로 하면 진보적 자유주의 노선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김대중 정부 당시 유종일과 김기원 등의 노선이었다.

사람들은 마치 ‘타협을 주장하는 것이 사회민주주의’인양 말한다. 그렇지만 저는 오늘날처럼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가혹한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사회민주주의는 전투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유럽에서 지금 제대로 된 사회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이들은 ‘그리스의 시리자’이다. 이런 게 제대로 된 사회민주주의자들이다. 세상에, 복지국가 때려 부수면서 긴축 정책을 주장하는 그리스 사민당이 제대로 된 사회민주주의인가?

남종석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지금 현재 세력구도에서 보자면 통진당이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사실 통진당은 신당권파와 구당권파가 차이가 있는 것 같지만 모두 동일하게 민주당과의 연대를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들이 내건 진보적 민주주의는 사실상 진보적 자유주의랑 다를 게 없다. 예전에 이정희 전 대표가 낸 개혁안들을 보면 참 희한하다. 국내사모펀드 조성을 주장하는 법률안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재벌은 해체시키자는 안을 냈었다. 그럼 외국계 사모펀드가 들어가서 재벌을 장악하는 건 동의한다는 꼴이 되는데, 도대체 뭘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정승일 :더 이상한 점은 이정희, 이 분이 잘 나가는 변호사였으니, 사모펀드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 모를 리가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저런 재벌해체 안을 만드는 것을 보면, 그 의도가 뭔지를 정말 모르겠다.

남종석 :저도 그게 황당했었다. 통합진보당 자체도 이념적인 것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많이 작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전 민주당하고 쉽게 간다고 본다. 그 모습들이 현재의 진보적 자유주의라고 하는 흐름을 더 강화시키면서 노동자의 힘을 더 약화시키는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정종권 :통합진보당에 대해서 정승일 선생의 논지는 대단히 비판적으로 들린다.

정승일 :난 대단히 비판적이에요

정종권 :정승일 선생 정도의 정치적 방향을 가지고 있는 정치집단이 제가 볼 때는 찾기가 힘들다. 그런 정도의 사민주의, 그 이름을 사민주의라 붙이든 사회주의라 붙이든 그런 정책 플랜을 갖고 고민하는 정치집단이 잘 안보인다.

정승일 : 그리스의 시리자가 얘기하는 거하고 우리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서 주장한 것이 대부분 일치한다. 장하준 선생은 학자이시고, 이종태 기자는 기자이다 보니 발언이 신중하다. 그렇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그래 나 사민주의야, 나 시리자 지지한다”라고 말한다.

남종석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난 잘 몰랐었다. 개인적 네트워크가 전혀 없기 때문인데 저는 어떻게 생각했냐면, 복지국가소사이어티에 대해서 소위 진보적 자유주의자들, 복지로 다 해결할 수 있다고 얘기하면서 실제로는 복지를 파괴하고 노동자계급의 안정을 파괴하는, 그런 신자유주의적 경향의 외양으로 이해한 측면이 있었다.

그렇게 좀 오해를 했는데, 이번에 선생님들의 책을 보고 <쾌도난마>시기의 논지에 대해 내가 조금 잘못 이해한 것 아니었나? 라는 느낌을 개인적으로 받았다. .

정승일 :물론 시대가 조금 달라진 배경이 있다.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발간한 2005년만 해도 한국 사회에서는 사회민주주의 정도만 이야기해도 좌파라고 무지하게 욕을 먹었다. 신자유주의를 공공연하게 비판하는 것조차도 진보 진영에서는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볼 정도였다. 신자유주의와 자유주의에 대한 막연한 우호적 정서가 많았다.

2000년대 초반 발전노조가 민영화 반대 파업할 때도 진보 언론이나 진보 인사들의 상당수가 민영화를 찬성하면서 그 파업을 비판했다.

그런 분위기에 대안연대가 출범했다. 대안연대가 출범하여 신자유주의를 공공연하게 비판하자, 당시 진보 진영 사람들이 대안연대를 뜨악하게 봤다. 그런 우파적 분위기에서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발간하려 하니, 좌파라는 혐의를 지우려고 일정하게 중립적 포지션을 취했다.

2007년 여름에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출범할 때도 한달 동안이나 논쟁했다. 간판을 복지 ‘국가’로 할 지 복지 ‘사회’로 할 지에 대해서. 그 당시만 해도 복지국가는 너무 좌파적인 구호라서 진보 진영 내부에서조차 다들 비웃을 것이라는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2007년 출범하고 바로 1년 뒤에 세계 금융 자본주의가 무너지고 신자유주의가 무너지니, 시대가 확 변했다. 요즘은 신자유주의를 공공연하게 비판하지 않으면 진보적 지식인 행세를 할 수 없는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이렇듯 신자유주의의 압도적 지배가 무너지고 월가도 무너지고 유로 체제도 저렇게 깨져버리고 프랑스에서 올랑드의 사회민주당이 집권하기도 하니, 이제는 정치적 입장을 좀 더 명확하게 공개해도 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사회민주주의라고 하면 거의 또라이 취급을 받는 것이 한국 진보의 분위기였다.

남종석 :80년대 후반이나 90년대 후반에 사민주의를 공식적으로 제기한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사회 자유주의자들이고, 고전적 케인즈주의라든가 아니면 복지국가의 플랜과 결합된 그런 실제적인 사민주의를 제기한 주장은 사실상 없었다. 운동을 우클릭 하기 위한 수단이 사민주였다는 말이다.

더군다나 한국에서 사민주의를 주창한 많은 사람들은 운동정치와 의회정치 중 의회정치만이 정치이기 때문에 민주노총보고 총파업과 같은 투쟁은 그만하고 제대로된 정당이나 지지하라는 거였다.

실제로 김대중/노무현 시기 이런 경향이 굉장히 강해졌다. 민주노총은 제대로된 대응을 하지 못했고 이를 정치적으로 해소하려고 했다. 민주노동당이 좀 뜨자 그런 경향이 더 강해졌다. 나 같은 사회주의진영에 있는 사람들은 사민주의자들이 너무 제도정치와 정책만을 강조하니까 그런 경향을 부정적으로 본 것이다.

정종권 :그런데 그리스의 시리자 강령을 보니까, 이게 민주노동당의 초기 강령이나 한국의 소위 진보정당 강령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사

정승일 :그리스 시리자가 은행 국유화 얘기도 하고, 대자본에 대한 사회적 통제 얘기도 하고 있고 비슷하다.

정종권 :물론 그리스의 현 상황과 한국의 상황이 다르고, 그리스의 시리자는 대중에게 직접 호소하고 정치적 대안세력으로 조직해야 한다는 점에서 상황적 차이는 있겠지만 내용적 차이는 크지 않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주의와 사민주의, 이런 논점들은 한국 사회에서 과잉되어 있고, 또 한국의 사민주의 주창자들이 주로 얘기한 것이 블레어식으로 변형된 사민주의, 신자유주의에 투항한 사민주의라는 점에서 심리적 거부감도 있었던 것 같다.

남종석 : 사실 민주노동당 강령이 그랬었지만 그것이 실천적 지침이라기보다는 수사화되어 버린 측면이 강하다. 제대로만 되면 고전적 사민주의의 주장은 현재의 맥락에서 굉장히 급진적이다. 오늘날 고전적 사민주의를 실천하는 정권이 있다면 그것은 차베스정권이다.

언젠가 [뉴레프트 리뷰] 편집위원인 타리크 알리는 차베스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타리크 알리는 이 인터뷰에 대해 평가하며, 오늘날 서유럽에 사민주의라고 하는 집단은 사실 다 자유주의와 한통속이다. 그게 무슨 사민주의인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진짜 사민주의는 차베스 정권이다고 했다.

그리고 그런 좌파의 정권을 사회주의자들이 지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시리자도 그렇지만 꼭 지금 상황에서 혁명하자 이렇게 주장하는 것이 사회주의자들의 실천의 과제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사회주의와 ‘진짜’ 사민주의와 연대가 필요한 것이다.

정종권 : 이야기의 마무리 국면으로 넘어가보자. 그럼 그얘길 해야 되는데, <선택> 필자들이 제기한 것 중에서 가장 예민한 것이 재벌 문제보다는 박정희 문제인 것 같다. 박정희 문제, 결국 박정희의 경제정책. 노무현 김대중 시기의 경제정책 이걸 한 번 짚어보고 비교평가를 해야될 것 같다. <3부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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