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직 양산은
    그 자체로 사회적 범죄”
    기륭 노동자들은 오체투지...씨앤앰은 집단 단식
        2014년 12월 22일 07: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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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륭전자를 포함해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법제도 철폐를 촉구하며 22일 오체투지 행진을 시작했다.

    이날 오전 11시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와 쌍용차지부, 코오롱 정투위, 씨앤앰 비정규지부와 노동계, 법조계, 종교계, 문화계, 시민사회계 등은 신대방동에 있는 구 기륭본사 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 법 제도 폐기 사회적 투쟁을 위한 오체투지 행진을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한국 사회의 타락의 시작, 빈곤과 차별의 뿌리는 생산 노동의 신성함과 인간의 존엄성을 일회용 소모품으로 만들어 버린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이다. 정리해고는 잘못도 없이 죽임을 당하는 터무니없는 법”이라며 “그런데 이것도 모자라 대법원은 미래에 올 경영상의 위기나 사기 조작에 의한 정리해고도 정당하다며 부당한 해고는 거부할 수 있다는 최소한의 권리마저 짓밟는 미친 짓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륭

    기륭 노동자들의 오헤투지 출발 기자회견

    이들은 “기륭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10년 투쟁은 비정규직이 얼마나 반인간적 범죄행위인지를 명백하게 보여준다”며 “노동부와 검찰도 인정한 불법파견이었지만 자본이 저지른 불법의 결과가 비정규직 노동자에겐 해고였다”고 말했다.

    기륭 노동자들은 2004년부터 1,895일 동안 공장점거, 삭발, 두 차례의 고공농성, 94일간의 단식 등 벼랑 끝 투쟁을 진행했다. 그리고 2010년 11월 1일 겨우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여 원직복직에 합의했다. 사회적 합의 이후 2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작년 2013년 5월 1일, 10명의 조합원들은 8년 5개월 만에 기다리던 일터로 복직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회사는 복직한 노동자들에게 일거리를 주지 않고 임금 체불로 일관하다가 작년 말 조합원들 몰래 야반도주를 하고 공장을 이전 해버렸다.

    이들은 “져도 이겨도 월급도 일터도 없는 것이 10년 투쟁의 결과”라며 “이것이 비정규직 노동의 본질이다. 반쪽짜리 인간으로 노예의 노동을 하다 버려지거나, 가열찬 투쟁으로 승리를 해도 갈 곳이 없는 완벽한 절망. 이것이 비정규직 노동”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비정규직 노동은 그 자체로 사회적 범죄”라며 “그러니 우리는 진정한 빈곤의 뿌리 차별과 설움의 원흉인 비정규직 자체를 없애야 한다.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비정규직을 옹호하는 정치세력과 정면 대결을 하고 비정규직 법 제도 자체의 완전한 폐기를 위해 일보 전진 투쟁을 하자는 것”이라며, 비정규직 법 제도 자체를 폐기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비정규 노동자들의 오체투지 행진은 22일부터 26일까지 계속된다. 23일에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농성장과 엘지유플러스를 거쳐, 25일에는 씨앤앰 농성장을 방문한다. 마지막 날인 26일에는 청와대가 있는 청운동사무소에 도착하는 것으로 행진을 마친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케이블방송업체 씨앤앰 해고노동자들도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희망연대노조 최문호 위원장을 포함해 씨앤앰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 20여명도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이들은 최근 씨앤앰 사측이 보여 온 교섭에 대한 의지는 언론플레이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노조가 요구하는 해고자 복직과 노사관계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 교섭에서 전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희망연대노조에 따르면, 씨앤앰은 지난 18일 노조에 ‘비정규직 해고자 복직문제로 씨앤앰 정규직 지부가 총파업을 전개하는 것은 위법한 쟁의행위로 조합원들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는 협박성 공문을 보냈다. 이어 씨앤앰은 당일 이 같은 공문을 발송한 후, 오후에 교섭 통보를 했다.

    이에 희망연대노조는 “상대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일방적이고 안하무인격 태도인 동시에 여론을 호도하면서 시간을 끌려는 술책일 뿐이기에 노동조합은 사측의 이런 모습이 노동조합을 기만하고 여론을 왜곡하려는 언론플레이로 단정 지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해고자 원직복직, 노사관계 정상화 노력 등 씨앤앰이 그동안 언론에 밝힌 것과 달리 해고자복직, 구조조정 중단, 임단협 체결 등 노조의 요구를 무시하는 것도 모자라 심지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를 불법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아울러 “이미 7차례 3자협의체 교섭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수용할 수 없는 안을 제안했고, 노동조합은 이를 공개적으로 거부한 바 있으며 해고자들의 원직복직 또는 씨앤앰의 직접 채용의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며 “그럼에도 사측은 여전히 단1명의 원직복직은 없다는 입장을 천명하면서 교섭자리만 형식적으로 만들어 일방적으로 자기 입장만 강변하는 태도라면 노동조합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기만적 언론플레이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오전 정부는 계약직 기간연장, 임금‧근로시간‧근로계약 등 인력 운용의 유연성 제고, 파견·기간제 근로자 사용과 관련한 규제 합리화 등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대책을 쏟아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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