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혹의 순간, 그들의 눈빛
    [金土日의 Retweet] 김필, 곽진언의 <걱정말아요 그대>
        2014년 12월 19일 10:1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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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방영된 <슈퍼스타K6>에서 김필과 곽진언이 불렀던 들국화의 <걱정말아요 그대>. 초대형 뒷북 감상이겟지만, 개인적으로는 임재범의 <여러분> 이후 TV에서 만난 가장 멋진 음악적 순간이었다. 보는 동안 마음을 흔드는 꽤나 깊은 울림이 있어 몇 자 끄적여 보려 한다.

    곽-김

    이 매력적인 두 사람의 협연이 진행되는 동안 무엇보다도 매력적이었던 것은 바로 ‘눈빛’이었다. 이 영상에서는 시간을 유영하는 음악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눈빛을 여러 차례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점수 매기는 이들의 눈빛은 물론이거니와 노래하는 두 사람, 특히 김필의 눈빛은, 저런 눈빛은 우리가 아무 때나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뮤직뱅크 같은 데서는 말할 것도 없고, 여느 기라성 같은 음악인, 똘끼로 무장한 비주류 밴드들의 음악은 물론 웬만한 수준의 라이브 현장에서도 저런 눈빛과 만나는 일은 매우 어렵다.

    마치 음악 훼방꾼의 대표 선수인 듯 오랜 세월 질타를 당해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TV만이 선사할 수 있는 특별한 음악적 감동의 순간을 찾고 싶다면 바로 김필의 눈빛과 그것을 이해하는 음악적인 카메라가 함께한 이 노래의 TV 방영 장면을 꼽고 싶다.

    곽진언의 눈빛이 약간의 부담과 들이치는 행복을 숨기지도 대놓고 즐기지도 못하는 마음 착한 청년의 겸손한 눈빛이었다면 김필의 눈빛은 숨기고 즐기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누군가를 위해 바로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모든 것을 과감하게 던지는 의리 넘치는 청년의 눈빛으로 다가왔다.

    무대에 서 본 사람이라면 좀 더 깊은 이해가 가능할 수도 있을 텐데, 누군가에게 김필과 같은 눈빛을 전한다는 것은 일상 생활에서는 물론이거니와 무대 위라 할지라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뭐라고 표현할까, 그 순간만큼은 상대방에게 ‘모든 것을 다 내어준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다 벗어버린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촉촉해지고 뜨끈해지던.

    곁가지로 이야기하자면, 그때의 슈스케는 다들 예상했듯 곽진언과 김필의 경연으로 끝날 것이 예상되었고, 결국은 곽진언이 선택될 것이라 생각했으며, 그러나 무엇보다도 김필이 진심으로 박수쳐주고 축하해줄 것이라 믿을 수 있었다.

    만일 이 영상을 통해 김필이 곽진언에게 보내는 눈빛을 보고도 그런 예측을 하지 못했었다면 그건 당신이 너무 무심한 사람이기 때문이리라.

    다시금 권하노니 이 노래를 영상과 함께 맨 끝까지 꼭 다시 들어보기 바란다. 또한 귀로 듣지 말고 TV 무시하지 말고 반드시 눈으로 즐길 일이다. 마지막을 향해 노 저어가는 김필의 마음을 느끼기 위해 집중한다면 아마 색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협연을 마치고 난 후 김필이 짧게 드러낸 마지막 표정을 챙기는 것도 잊지 말자. 3분여의 짧은 시간 동안 그가 겪은 행복한 음악적 여정이 담겨 있으니. 아마 당신의 여운도 좀 더 깊어질 것이다. 음악이 아니라면 줄 수 없는 매혹의 순간들, 이 짧은 영상 안에 참으로 풍요롭게 흘러가고 있다.

     

    필자소개
    전주대 연구교수, 라디오관악FM 이사 머리는 좌익, 마음은 보수, 동네 음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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