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캡틴 마에스트로 : 정명훈
    [기고] 초월적 권위에 통제되는 음악? 선택은 우리 몫
        2014년 12월 19일 10:00 오전

    Print Friendly

    프랑스에서 공부하는 연수지씨가 정명훈 사태와 관련하여 기고한 글이다. <편집자>
    ————-

    미국 만화계의 양대 산맥인 마블 코믹스 원작의 영화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는 웃으면서 보는 오락영화 <어벤져스>를 능가하는 탄탄한 정치스릴러로써의 스토리와 영상미에 있어서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그 스토리를 간략히 보면 이렇다. 세계의 안보를 지키기 위한 초법적 무장조직 “실드”가 악의 세력 ‘히드라’에 넘어가서, 조직이 사유화되어 초월적 권력을 남용하는 사태에 이르게 된다. 이에 캡틴 아메리카는 동료들과 폭주한 권력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한 싸움을 하게 되고,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세계를 구원한 명분 있는 민주주의적 가치에 기반한 미국정신으로 돌아가자는 메시지를 던져 준다.

    영화는 부시 행정부의 전쟁 수행에 따른 비정상적인 권력남용으로 망가진 미국을 위대한 아메리카의 정신으로 되돌리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 차 있다.

    2004년 서울시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었던,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정명훈을 불러와, 이전에는 없었던 막강한 특혜를 주며 그를 서울시향의 주권자로 불러 오게 된다.

    저조한 클래식 예매율은 그의 취임 이후에, 굉장히 높은 수준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먼 자리에서 보는 것만 감내한다면 얼마든지 영화 몇 편 대신 그의 음악을 즐길 수 있다. 그것도 세계적인 수준의 ‘예술의 전당’에서 말이다. 여러 가지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방법들도 존재한다.

    게다가 그는 무료음악회까지 종종 한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조금만 시간을 내면 클래식을 소비하고 향유할 수 있게 그는 높은 수준의 음악을 제공하는 혁명을 일으킨다. 그의 음악을 귀족적 음악이라 몰고 가는 계급 갈등적 시각은 힘이 없어 보인다.

    진정 서울시 행사 반주의 수준이 아닌 수준 높은 클래식 음악을 정명훈은 서울시민들에게 선물해준 위대한 마에스트로라 불러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라 생각된다.

    하지만, 지금 들어난 사실들에 비춰보면 그는 슈퍼 마에스트로의 권한을 공익뿐만 아닌 사익을 위해서도 남용한 것 같아 보인다. 이미 다른 매체에서 수없이 다뤘기 때문에 여기서 반복해서 얘기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의 신자유주의적인 단원 평가에 따른 단원의 재임용 여부는, 음악단의 판도를 크게 변화시켰다. 한국 사회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클래식 연주자들의 안정적인 삶을 어느 정도 보장해주던 쉘터였던 시립 음악단원들은 이제 계약직으로 변화하였다. 물론 연주능력을 오디션을 통해 끊임없이 증명해낸다면 해결될 문제라고 말할 수 있다.

    분명히, 이 신자유주의적인 변화는, 단체들의 재정 합리화, 연주력의 향상을 가져다주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어 보인다. 음악인의 처우개선 얘기는 나 말고도 할 사람이 많으니 넘어가겠다.

    하지만, 그의 슈퍼바이저의 권한은 정당하게 사용되었는가, 권위에 의한 남발이 존재하는가에 대해 의문은 명확히 제기해야 할 것 같다.

    그는 노조의 해체를 원했고 그렇게 만들었다. 헌법에는 노동자의 단결권이 존재한다. 그는 서울시향의 쇄신을 위해 기본권까지 제한하는 초월적 권한을 발휘하였다. 그는 진정 법 위에 존재하는 슈퍼 마에스트로란 말인가.

    그리고, 그의 인사권 행사에 있어서, 부당하게 나가야 했던 사람들과 너무나도 쉽게 불러들인 그의 사람들을 보면, 이것의 부당함에 대해 우리는 감히 말하지 못한다. 두렵다. 두렵기 때문이다. 그의 비정상적인 월권 행보에 대해 말하기엔 그는 너무나도 두려운 존재다. 말하고 싶은 사람들도 자기들을 숨긴 채 다른 사람의 입을 빌려 말하고 있다.

    그가 아니더라도 현실에서 슈퍼지휘자들의 권한은 너무나도 막강하다. 감히 말할 수 없는 분들의 폭력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서울시향이라는 공공의 문화단체를 위해 영입한 슈퍼 히어로 정명훈은 조직을 사유화하였다. 그 사유화된 권력으로 그는 서울시향의 공적인 일에 사적인 의도를 넣어서 하였고, 그의 이익과 가족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였다. 그의 형은 클래식 브로커로써 도를 넘은 범죄를 저지른다.

    이제는, 언론에서도 말하지 않는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의 삼성식 개혁은, 마에스트로의 초월적 권한에 부딪쳐서 폭주하였다. 삼성 스타일을 다양한 알바에서 경험해본 나로서는, 그녀를 옹호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그들의 본질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힘의 대결에서, 불똥이 튈까 두려워하는 단원들과, 불구경하는 시민들은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안타깝게도 이 현실을 위해 비브라늄 방패를 들고 우리를 지켜줄 캡틴 코레아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선택해야 할 것이다. 초월적인 권위와 카리스마로 통제되는 음악인가, 서로의 소리를 들으면서 만들어가는 하모니로 가득한 음악인가.

    선택은 우리가 하는 것이다.

    필자소개
    프랑스 유학생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