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인종차별 경찰폭력 규탄
    국제 연대행동, 한국서도 열려
        2014년 12월 17일 03: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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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각국에서 미국 경찰의 인종차별적 폭력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 도심에서도 뉴욕경찰 폭력반대 단체와 연대하는 기자회견과 ‘Die-In’ 퍼포먼스가 17일 진행됐다.

    뉴욕경찰 폭력반대 연대체는 12월 10일부터 20일까지 11일 간을 행동주간으로 정해, 7분 ‘Die-In’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11일 간 7분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이유는 뉴욕에서 경찰의 목조르기에 사망한 에릭 가너가 죽기 전 11번 “숨을 쉴 수 없다”고 외치며 7분간 응급처치를 받지 못하고 사망한 것을 상징하기 위함이다.

    미 경찰 과잉진압에 사망한 흑인들을 기리며,
    세계 각지에서 7분 동안 ‘Die-in’ 퍼포먼스 진행

    이 연대체는 17일, 오늘을 ‘마이클 브라운과 에릭 가너 등 경찰에 의해 부당하게 살해당한 모든 이를 위한 추모 및 분노의 날’로 정하고, 한 인간이 부당하게 사망했음에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돌아가는 세상을 저지하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섰다.

    이에 한국과 미국 각 지역 뿐만 아니라 영국, 네덜란드, 브라질 등 세계 각지에서 경찰의 인종주의적 폭력 중단 및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비폭력적 직접행동인 7분 동안 ‘Die-in’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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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과 퍼포먼스 모습(사진=유하라)

    앞서 지난 8월 9일, 미국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서 18살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은 강도 혐의를 받고 체포되는 과정에서 백인 경찰 대런 윌슨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목격자에 의하면 웰슨이 브라운을 여러 차례 총으로 쐈을 당시 브라운은 손을 들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브라운은 사망 후 4시간 가까이 길거리에서 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지난 달 24일 백인 9명, 흑인 3명으로 구성된 대배심은 윌슨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 사건은 미주리 주를 비롯해 미국 여러 지역에서 수개월 동안 지속되는 대중적 시위를 촉발했다.

    그에 앞서 지난 7월 17일 뉴욕시에서는 미국 경찰 다니엘 판탈레오가 43세 흑인 에릭 가너를 무관세 담배 판매 혐의로 체포하는 과정에서, 경찰 규칙상 금지된 진압 형태인 목조르기를 해 가너를 숨지게 했다.

    천식을 앓던 가너는 사망하기 직전까지 “I can’t breath(숨을 쉴 수 없다)”고 11번 외쳤지만, 경찰들은 쓰러진 가너에게 7분 동안 응급처치를 하지 않고 방치했다. 이 사건 또한 뉴욕 대배심은 지난 12월 3일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이 뿐만 아니다. 지난달 22일에는 12세 흑인 아이가 장난감 총을 가지고 놀다가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했으며, 같은 달 20일에는 28세 흑인 청년이 건물 계단에서 초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을 거뒀다.

    “Black Lives Matter!(흑인들의 목숨은 소중하다)”
    인종차별적 폭력, 한국에서도 비일비재

    이날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민주노총과 이주노동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경범죄를 저지른 흑인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경찰들이 저지르는 인종차별적인 과잉진압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이 연대에 동참한 이유는, 인종차별적 폭력이 단순히 미국 사회만의 문제가 아닌 국내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들은 “미국의 경찰들은 처음 일을 시작할 때부터 유색인을 잠재적인 적으로 간주하며 스스로를 방위군으로 인식하고 행동하도록 훈련을 받는다”며 “경찰청의 방침에 따라 유색인들이 사는 지역을 중심으로 마약 단속과 불심검문을 진행해 유색인을 범죄인 취급하고, 이를 통해 상업화된 형무소에서 강제노역을 할 인력을 공급해 수익을 창출한다”고 전했다.

    이어 “언론에 의해 보도된 퍼거슨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의 모습이 이라크 전쟁의 이미지와의 유사한 것은 결코 우연한 것이 아니다”라며 지난 10년 동안 미국이 국내외에서 테러전쟁을 하며 미 경찰까지 군사화한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이들은 “이는 한국 사회에서도 낯선 문제가 아니다”라며 “한국 사회에는 한국의 고유한 인종주의적 제도가 형성되고 있다. 매일 출입국관리소의 급습과 차별적인 법제도, 일상적인 모욕을 견뎌야 하는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은 미국 유색인들의 처지에 공감할 수 있으며, 따라서 인종주의적 경찰폭력에 더욱 분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회견에 참석한 민주노총 사무처장은 “인종차별적 경찰폭력과 국가폭력은 미국에서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고, 특히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라며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노동기본권을 아직까지 외면하고 있고, 출국관리소 사람들은 이주노동자들을 범죄시하면서 미란다원칙도 지키지 않고 불법적, 탈법적으로 추방하고 있다”며 인종차별적 폭력에 강하게 맞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주민노동조합 박진우 사무처장 또한 “공권력의 폭력이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며, 그 일례로 “베트남 이주노동자가 퇴직금을 받기위해 아는 센터에 도움을 받아서 노동부 고용지청에 진정을 넣었는데 진정인이 출석한 자리에서 근로감독관이, ‘퇴직금을 주더라도 불법체류자는 강제 추방시키는 것이 맞다’고 하면서 ‘사업주에게 출입국에 신고를 하라’고 했다. 이로 인해 베트남노동자가 추방당한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박 사무처장은 “공무원은 이주노동자가 불법체류자임을 인지하더라도 통보할 의무를 없다”며 “그럼에도 이러한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고, 정말 추방돼야 할 것은 잘못된 공권력의 인종차별 인종폭력”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어느 이주노동자가 강제 추방될 수 있다는데, 자신의 불합리한 처지를 이야기하고 자신이 못 받은 임금을 신고할 수 있겠나. 이런 잘못된 인종차별과 태도를 이 기회에 추방시키고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루빨리 이주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는 이주노동자조합을 합법화하는 등 인종차별을 없앨 수 있는 등 점진된 방안들이 나와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들은 회견을 마치고 광화문 광장에서 7분 간 바닥에 누워 침묵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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