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탈리아 검사는
현직 총리를 기소할 수 있었나
[기고] 검찰과 법원이 권력의 시녀가 안되려면
    2014년 12월 17일 03: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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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점점 견디기 어려운 지경이다.

우리나라 검찰이 정권의 취향과 의지로부터 자유로운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할 이가 과연 있을까? 사법부가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판결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답할 이가 얼마나 될까.

민주주의의 최소 정의가 법에 의한 지배이고 그 핵심이 자의적인 권력 행사를 방지하는 것이라면 검찰과 사법부의 독립성은 민주주의의 기본 척도가 될 것이다.

1. 우리나라의 검찰, 사법부 제도의 문제점

검찰은 범죄수사, 공소제기, 경찰 감독, 재판 집행 지휘감독을 담당하며 공익을 대변한다. 한마디로 국가 공권력의 핵심이고 상징이며 국가의 사법권과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런데 필자가 이해할 수 없는 점은 이처럼 중요한 검찰의 조직에 대하여 헌법에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검찰의 조직운영과 인사는 행정부(대통령과 법무장관)에 의하여 사실상 완전히 종속되어 있다.

법원의 경우에는 헌법에 조직 구조에 관한 조항이 있고 명목상 독립이 보장되어 있지만, 실질을 살펴보면 역시나 독립성이 취약하다.

대법원장과 대법관 임명은 국회의 동의를 요하지만, 우리나라 헌정 역사에서 대통령의 소속 정당이 국회의 다수당이지 않았던 적이 드물기 때문에 국회 단순 다수에 의한 동의 절차는 실질적으로 대통령(정권)의 대법관 인사권에 대한 견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 법관의 인사권은 대통령에 의하여 임명된 대법원 산하의 법원행정처에 집중되어 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진리에 속한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하여 사법부 인사에 대한 행정부의 관여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우리 나라처럼 검찰과 법원의 인사에 행정부, 즉 정권의 영향력이 강력한 나라는 매우 드물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사법개혁을 위한 논의에서 검찰과 법원의 인사 행정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수술하려는 의견은 (필자가 전문가가 아니고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필자는 필요하다면 개헌을 통해서라도 검찰과 법원의 인사를 행정부로부터 완전히 분리시키는 개혁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필자는 이탈리아의 사법 제도가 위와 같은 목적을 상당히 달성하고 있다는 판단 하에 이를 간략히 소개하고 검찰과 법원의 인사 독립 방안에 대한 견해를 제시하고자 한다.

물론 필자가 이에 관한 전문가가 아니고, 관련 제도를 체계적으로 연구한 바도 없으므로 부분적으로 사실 관계나 제도에 대하여 잘못 알거나 오해하는 바가 있을 수도 있겠으나, 큰 틀거리에서 이해해 주시기를 빈다.

2. 이탈리아의 사법 인사 행정 제도 개관

1990년대 초 이탈리아 밀라노 지검의 일개 검사가 뇌물 제공 혐의로 이탈리아 사회당 밀라노 지구당의 당직자를 체포한 사건에서 비롯된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운동은 전후 40년간 집권한 기민당-사회당의 거물급 의원 수백 명을 기소함으로써 부패한 연립여당을 완전히 괴멸시켰다.

역대급 부패와 비리를 자랑하면서도 지난 20여년간 이탈리아 정계를 지배한 방송재벌 베를루스코니는 입법부와 행정부, 방송까지 완전히 장악했지만, 검찰과 법원만큼은 끝내 어쩌지 못했다.

피레트르와 베를루스코니

마니 풀리테의 상징 피에트로 전 검사(왼쪽)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이탈리아 검사들은 황제에 버금가는 권력을 장악한 현직 총리를 수십 건의 탈세와 함께 무려 청소년 성매매 혐의로 기소했고, 베를루스코니는 현직 총리를 기소 면제하는 민망한 법률을 제정했다가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어쩔 수 없이 재판을 받아야 했다. 이는 외신 기사를 통하여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바다.

비결이 무엇일까? 이탈리아 검사들이 유독 대담했던 것일까? 그렇기보다는 이탈리아의 사법 시스템이 이들에게 정권으로부터 완벽한 수준의 독립을 보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옳겠다.

가. 검사는 사법부 소속의 법관

이탈리아에서 검사는 행정부 소속이 아니라 사법부 소속이다.(프랑스와 벨기에에서도 그러하다.) 이탈리아 정부(내각)의 법무부는 검찰권과 관련된 기능을 행사하지 못하고 사법 및 검찰의 행정지원 업무와 사법관계 법안의 작성, 행정부 내 입법관련 자문 업무(법제처 기능), 교정 업무만을 수행한다.

검사의 인사는 판사와 마찬가지로 전적으로 사법부 소관이다.(이상 주이탈리아 한국대사관 ‘이탈리아 개황’ 자료 참조) 즉, 사법부가 재판부(우리의 법원)와 수사기소부(우리의 검찰청)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탈리아 검사는 조직적으로 행정부와 완전히 분리되어 있으므로 검사가 조금만 배짱이 있다면 정권의 입김을 쉽게 물리칠 수 있는 처지에 있다.

나. 법관(검사와 판사)의 인사는 별도의 독립적 인사기구에서 담당

이탈리아의 최고사법기구는 순수하게 재판만을 담당하는 대법원(Corte Suprema di Cassazione)과 법관의 인사권을 담당하는 최고사법위원회(Consiglio superiore della magistratura)로 이원화되어 있다. 우리처럼 대법원이 법원행정처를 통하여 법원 전체의 인사권을 중앙집권적으로 독점하는 구조가 아니다.

최고사법위원회를 규정한 이탈리아 헌법 제104조는 동 위원회의 설치 목적이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관련 이탈리아 헌법 규정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제104조

(1) 사법부는 다른 모든 권력으로부터 자주적이고 독립적이다.

(2) 공화국 대통령은 최고사법위원회의 의장이 된다.1)

(3) 대법원의 원장과 검찰총장은 당연직위원이 된다.

(4) 위원의 2/3는 다양한 심급에 속한 모든 평법관들에 의하여 선출되고 1/3은 1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법학교수와 변호사 중에서 국회의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선출된다.

(5) 위원회는 국회에서 선출된 위원 중에서 위원회의 부의장을 선임한다.

(6) 선출직 위원의 임기는 4년이고 즉시 연임할 수 없다.

(7) 위원은 재임중에 직업을 가질 수 없고 국회나 지역의회 의원이 될 수 없다.

제105조

최고사법위원회는 사법부의 조직에 관한 법률에 따라서 법관의 임용, 보직, 전보, 승진, 징계의 권한을 가진다.

107조

(1) 법관은 자신의 동의에 의하거나 사법부의 조직에 관한 법률에 의한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최고사법위원회의 결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해임, 직무정지, 다른 법원이나 기능으로의 전직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

(2) 법무장관은 법관의 징계를 발의할 수 있다.

(3) 법관은 오직 담당 직무에 의하여만 구분된다.2)

(4) 검사는 법원조직법령에 따른 신분 보장을 받는다.

(이탈리아 상원 홈페이지에 게재된 영문 자료 참조)

1) 이탈리아는 의원내각제로서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 아닌 명목상의 국가원수이다. 행정부로부터 독립적인 국가원수에게 사법권 독립 보장의 책무를 맡긴 것이다.

2) 즉, 검사와 판사의 구분은 단지 담당직무의 차이에 의한 것일 뿐이라는 의미.

이처럼 이탈리아의 검사와 판사의 인사는 자신들이 직접 선출한 위원이 2/3를 차지하는 인사위원회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행정부, 검찰 수뇌부, 대법원과 완전히 분리된다. 아니, 검찰 수뇌부와 대법관의 인사조차도 이 위원회의 제청에 의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들의 입김이라고 할 만한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입장에서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이탈리아 검사들의 과감한 정치권 비리 수사는 이러한 구조적 환경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이와 유사한 사법인사행정기구는 이탈리아 외에도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에도 존재한다.(프랑스의 경우는 판사의 인사를 관할하는 최고위원회와 검사의 인사를 관할하는 최고위원회가 별도로 설치되어 있다.)

3. 우리 나라의 사법 조직 개혁 방안

필자는 우리나라의 검찰과 법원 조직구조가 일제 시대와 비교하여 얼마나 달라진 것인지 의문이 든다.

행정부에 종속된 검찰의 수직적 상명하복구조, 독립적인 외관은 갖추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대통령에 의하여 임명되는 대법원에 의하여 중앙집권적으로 결정되는 법관인사제도가 오늘날 민주주의의 역행에 원인을 제공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제도의 골격은 바로 일제에 의하여 이식된 것이 아니었던가, 해방 이후 이러한 구조에서 탈피하여 민주헌정에 걸맞는 사법 독립의 시스템을 갖추고자 하는 발본적인 시도가 있었던가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나마 4․19혁명 이후 제정된 제2공화국 헌법에는 검찰의 독립에 관한 규정은 없었지만, 법원에 관해서는 획기적인 규정이 존재했다. 제2공화국 헌법 제78조는 현역 법관들로 구성된 선거인단이 대법관과 대법원장을 선거하도록 하였다.

제78조

①대법원장과 대법관은 법관의 자격이 있는 자로써 조직되는 선거인단이 이를 선출하고 대통령이 확인 한다.

②전항의 선거인단의 정수, 조직과 선거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써 정한다

③제1항 이외의 법관은 대법관회의의 의결에 따라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현행 헌법상의 사법부 내부의 민주주의는 50년 전의 헌법에도 미치지 못하며, 검찰은 여전히 민주주의의 외곽에 놓여 있다.

필자는 차제에 1)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사례를 따라서 검찰을 행정부가 아닌 사법부 소속으로 하는 방안, 2) 법관의 인사 행정을 입법부와 행정부, 나아가 대법원으로부터도 분리된 이탈리아의 사법최고위원회와 같은 별도의 독립 기관(가칭 법관인사행정위원회)에서 담당하게 하는 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하고자 한다.

다만, 검찰 조직을 행정부에서 완전히 분리하지는 않더라도 법관위원회에 준하는 독립적인 검찰인사위원회에서 검사의 인사를 전담케 하는 방안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법관인사행정위원회는 4~6년 임기의 10명 내지 20명 정도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위원 정원의 과반수 내지 2/3는 모든 일반 법관들이 자체적으로 호선토록 한다. 나머지 위원은 10년~20년 이상 경력의 변호사나 대학 법학교수들 중에서 국회가 2/3 특별 다수결로 선출한다. 위원장은 위원들이 호선하거나 대법원장이 당연직 위원장을 맡는다.

현재 법원행정처가 가지는 법관 인사와 법원 행정 관련 권한과 기능을 이 위원회로 이관하며 대법관과 대법원장의 임명도 이 위원회의 제청에 의하도록 한다. 현행 헌법에서 대법원장이 가지는 헌법재판관 3명의 지명도 이 위원회의 제청에 의한다.

마찬가지로 검찰인사위원회를 두는 경우 법관위원회와 유사한 방식으로 구성하며 검찰총장의 임명 제청부터 모든 검사의 임용과 인사․징계에 관한 제청권을 행사하도록 한다.

검찰과 법원에 대한 각계의 비판은 이미 차고 넘친다. 그러나 비판만으로는 검찰과 법원이 변화하지 않는 것도 이미 경험하고 있는 바이다. 검찰이(그리고 상당한 정도로 법원이) 보이는 문제점은 정권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제도적 한계에 상당 부분 기인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를 끊어낼 수 있는 대안을 논의하고 제기해야 할 때이다.

필자소개
진보정치 무당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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