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한 자백과 거짓 자백
[책소개] 『허위 자백과 오판』(리처드 A. 레오/ 후마니타스)
    2014년 12월 14일 01:5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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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는 묵비권이 있습니다”로 시작되는 미란다 원칙의 고지 장면은 경찰 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하는 대사로, 이제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그런데 그다음에는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이 책은 바로 그다음에 벌어지는 경찰의 피의자신문 과정을 집중 조명한다.

신문실의 닫힌 문 뒤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한 생생한 고발장. 심리 조종에서부터 협박, 감형 약속,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장기간의 신문, 그리고 노골적인 잔혹 행위에 이르기까지 … 무법적 경찰이 피의자들에게 자백을 강요하고 유죄판결을 받게 하는 데 공모해 온 상황을 놀라울 정도로 면밀히 분석한다.

1.

얼마 전, 고문에 못 이겨 간첩이라고 허위 자백을 했다가 억울한 옥살이를 한 70대 노인이 38년 만에 재심을 통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법원은 ‘양씨의 자백 진술을 불법 연행과 고문·가혹행위 등을 통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인정하고, 그 외 제출된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38년 만의 일이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이런 일들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의 서글픈 에피소드에 불과한 것일까?

흥미로운 논문 하나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해당 논문(김상준, “무죄판결과 법관의 사실 인정에 관한 연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2013)에 따르면,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가 2심에서는 무죄판결을 받아 재판 결과가 뒤집힌 강력 사건 10건 가운데 3건 가량은 피고인이나 공범의 허위 자백으로 인한 오판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조사 시기 또한 매우 시사적이다. 즉, 1995년부터 2012년까지 유죄에서 무죄로 1·2심 판결이 엇갈린 강력 사건 540건을 조사한 결과 170건(31.5%)에서 피고인 또는 공범의 허위 자백 때문에 판단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일까? 흔히 민주화 이후 10여년이 경과한 1990년대 중반부터 2012년까지도 왜 허위 자백에 의한 유죄판결이 발생하게 되는 것일까? 여전히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신문 과정이 유지되고 있는 것일까? 민주화 이후에 이 같은 신문 방식은 상당 부분 사라진 것 아닌가? 과학적 수사가 이를 대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사람들은 왜 자신에게 불리한 허위 자백을 하게 되는 것일까?

미국의 형사사법 제도는 (우리나라도 상당 부분 채택하고 있는) 대립 당사자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대립 당사자 구조란 공정한 판단자인 법원과 배심원 앞에서 검찰과 피의자/피고인이 대등한 당사자로서 공격과 방어를 벌여 진실을 밝힌다는 이론을 전제로 만든 형사 소송 구조를 말한다.

검사와 피의자/피고인의 대등한 지위를 보장하기 위해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묵비권, 적법한 절차에 대한 권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 제반 권리를 인정하고, 엄격한 증거 법칙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대립 당사자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전제 조건인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경찰이 범죄에 관해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와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는 원칙에서 벗어나 피의자의 대립 당사자인 검찰의 대리인으로서, 피의자에게 적대적인 입장에서 자백을 이끌어 내고 피의자를 기소해서 유죄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사건을 만들어 가려는 기본적인 지향성을 가지고 피의자신문을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경찰은 피의자가 유죄라는 편견을 가지고 신문을 시작하며, 피의자의 심리를 조종하고 속임수나 억압적인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자백을 받아 내려고 하게 된다. 허위 자백의 가능성이 바로 여기에서 생겨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범죄 해결이라는 조직적·사회적 압력 속에서 이루어지는 경찰의 피의자신문이 허위 자백을 유도할 경우, 이것은 다시 검사의 잘못된 기소와 배심원단의 유죄판결, 그리고 무고한 사람을 투옥하는 결과로 이어지며, 이는 경찰 권력이, 검사의 권한과 배심원의 권한마저 왜곡·침해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이는 형사사법 제도의 근간을 위태롭게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 같은 허위 자백이 벌어지고 이를 조장하고 있는 (미국) 경찰의 피의자신문 과정에 대한 하나의 고발장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주먹이 난무하고 고무 호수가 휘둘러지는 ‘3급 수사’ 관행이 사실상 종결되고, 객관적 증거와 과학적 수사에 기반을 둔 피의자 신문의 시대가 열렸다고는 하지만, (미국) 경찰은 여전히 사이비 과학(대표적인 것아 바로 거짓말 탐지기이다)과 심리 조종 및 기망을 통해 피의자를 속여 허위 자백을 받아 내는 심리 기법들을 발전시켜 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이 책은 무엇보다 “자백만큼 명확한 증거는 없다” 혹은 “두들겨 맞지도 않았는데 허위 자백을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사람들의 선입견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얼마나 큰 착각인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이런 구조 하에서 이루어지는 자백이란, 수사관의 적극적 개입을 통해 검사와 판사, 그리고 배심원이 보기에 가장 그럴 듯하고 설득력이 있어 보이도록, 따라서 피의자에 대해 유죄판결이 선고될 수 있도록 구체화된 이야기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경찰의 피의자신문과 관련된 핵심적인 도덕적 질문을 제기한다. 즉, 우리는 과연 자백 증거에 어느 정도의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가? 그리고 자백을 얻어 내기 위해 경찰이 사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 무엇을 허용해야 하는가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경찰이 행사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에 대한 면밀한 감시와 더불어, 우리가 너무나 자명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자백’ 증거의 증명력에 대해 더욱 의심해야 함을 역설한다.

2.

민주화에 따라 국민 의식이 성장하고 제도를 개혁하면서 우리나라 경찰도 고문과 폭력으로 자백을 강요하는 방식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미란다원칙을 알려 주는 것이 의무화되고,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가 제도화되기도 했다. 그 결과 피의자들이 경찰에서 고문과 폭력에 의해 허위 자백을 강요당할 위험은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권리, 특히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을 참여하게 할 능력이 없는 시민들의 처지에서 경찰의 피의자신문 관행이 실제로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그래서 허위 자백을 하고, 잘못된 유죄판결을 받게 될 가능성이 얼마나 줄어들었는지는 의문이다.

피의자신문을 시작하기 전에 미란다 권리를 알려주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는지, 미란다 원칙 고지 후 신문 과정에서 피의자의 인격과 권리가 얼마나 존중되고 있는지, 고문과 폭력은 가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심리적 억압과 기망, 그리고 조종 등의 수법으로 자백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고 연구해 본 바도 없기 때문이다.

외려, 사회 전반의 민주화와 제도 개혁으로 고문과 폭력에 의한 자백 강요가 어느 정도 사라지고, 변호사의 참여가 제도적으로 인정되자, 경찰의 수사 관행에 대한 관심의 폭과 깊이는 오히려 더 줄어들고 얕아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고문과 폭력으로 자백을 강요한 사례들이 실제로 발생하기도 했고, 또 강압적이고 사기적인 방법으로 허위 자백을 받아 내고 이에 다라 유죄판결이 내려졌다가 우연히 진범이 잡히는 바람에 무고함이 밝혀진 사례도 보고되었지만, 여론도 학계와 실무계도 이런 일들이 어떻게 벌어지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 책은 미국에서 벌어지는 경찰 피의자신문의 현실과 문제점, 그리고 제시한 개혁 안들을 담고 있다. 미국 사례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우리나라의 형사 절차도 대립 당사자 구조를 채택했을 뿐 아니라 그 동안 주로 미국을 모델로 삼아 사법 개혁을 해 왔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우리나라의 경찰 피의자신문 과정에는 미국의 경우보다도 더 많은 문제점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왜 그런가?

첫째는 제도의 근본적인 한계이다. 미국의 경우 기소권을 가진 검찰이 경찰의 수사 결과를 독자적으로 검증하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경찰을 지휘 감독하기 때문에 경찰이 저지른 오류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견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적어 보인다.

재판 과정 또한 판사는 증거 채택 여부를 결정하고, 사실 인정, 즉 유무죄 판단은 배심원이 하는 미국에 비해 증거 채택 여부와 사실심리를 모두 판사가 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에 의해 사실 판단자가 선입견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수사 기관이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는 기간이 모두 30일로 절대적으로 길기 때문에, 구속된 피의자들, 특히 변호인의 조력을 충분히 받을 수 없는 피의자들의 경우 매우 취약한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리처드 레오 교수가 소개한 미국의 허위 자백 사례들을 보면 취약한 상황에 있는 피의자들은 불과 몇 시간 내지 하루 이틀 정도의 기간 동안 강압적이고 사기적인 신문을 받고 허위 자백을 했다. 수사 과정에 변호인이 참여할 가능성이 낮은 한국에서 무려 30일 동안 구속된 채 경찰과 검찰의 신문을 받게 되는 피의자들이 허위 자백을 할 가능성 또한 미국에 비해 훨씬 높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셋째, 우리 사회에는 물리적 폭력을 당하지 않는 상황에서 피의자가 허위 자백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고, 학계의 연구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헌법은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폭행·협박·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에 의하여 자의로 진술된 것이 아니라고 인정될 때” 증거능력이 없다고 선언하고 있음에도 고문과 폭행이 없으면 당연히 증거능력이 있다고 간주하는 실무 관행이 강력히 뿌리내리고 있다. 증거능력을 배제하여 증거로 채택하지 말아야 할 자백들을 증거로 채택한 후 신빙성이 있는지의 문제로만 판단하기 때문에 증거능력 없는 증거가 판사의 심증에 영향을 미치고 오판을 하게 할 위험은 상대적으로 더 커질 수 있다.

넷째, 경찰의 피의자신문이 외부의 검증을 받지 않은 채 비밀리에 이루어지는 정도 역시 한국이 훨씬 더 심각하다. 경찰의 문화가 인권을 존중하고 범죄에 관한 객관적인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쪽으로 바뀐 것도 아니다. 그런 가운데 미국과 마찬가지로 과학적 근거가 없는 심리적 신문기법이 수사의 과학화와 전문화라는 이름으로 피의자의 심리를 억압하고 속이며 조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더구나 피의자신문은 자백을 얻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자백을 얻어내려면 어느 정도 억압적이고 기망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상황에서 위험성은 더욱 커 보인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법학계와 법조계에 이 책을 소개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고문과 폭력을 가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허위 자백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분석과 연구를 통해 설득력 있게 일깨워 준다는 점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대단히 바람직한 방향인 것처럼 널리 인식되고 있는 이른바 과학적 피의자신문이라는 것이 실제로는 과학적 근거가 없으며, 사기적이고 강압적인 방법으로 심리를 조종하는 것으로 허위 자백의 가능성을 높일 뿐이라는 지적도 깊이 한국 경찰의 피의자신문 관행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제기한다.

미란다 원칙을 몇 줄 읽어 주는 것만으로는 피의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국가권력을 견제하며, 진실을 밝히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

작게는 경찰의 억압과 속임수에 빠져 허위 자백을 하고 헤어날 수 없는 함정에 빠진 힘없는 피의자들과 그들을 도우려는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는 방어 수단을 제공하는 한편 크게는 그 동안 정부가 추진한 형사사법 제도의 개혁이 마무리된 것이 아니라 아직도 더 먼 길을 가야 하는 과정에 있음을 깨닫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경찰의 피의자신문을 전면적으로 녹화하여 변호인과 검사, 법원, 그리고 학자들이 검증할 수 있게 하고, 피의자의 심리를 조종하는 강압적이고 사기적인 방법을 금지하고, 그런 방법을 사용하여 얻어낸 자백의 증거능력을 배척해야 한다는 저자의 제안은 향후 우리나라에서 다음 단계의 사법 개혁 작업에서 반드시 채택해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경찰 피의자신문과 관련된 문제점이 단순히 형사 절차에서 발생하는 기술적인 차원의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향하는 민주 사회의 본질적 가치와 깊게 관련된 것임을 깨닫게 해 주는 점이다.

국가권력을 견제하고, 인권을 보호하며, 범죄에 관한 진실 발견을 향상시키기 위해 우리는 자백에 어느 정도의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가, 그리고 열린 민주 사회의 가치와 양립하기 위해 경찰의 피의자신문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하는 문제의식을 토대로 해서만 경찰 피의자신문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개혁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허위 자백과 오판

<장별 주요 내용 소개>

제1장에서 저자인 리처드 레오 교수는 미국 형사사법제도의 대립당사자 구조와 경찰 피의자신문의 관계를 살펴본다. 대립당사자 제도의 배경과 그에 대한 비판, 그리고 경찰의 피의자신문이 대립당사자적 성격을 갖게 되는 원인과 현상을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경찰은 피의자에 대한 일방적인 선입견을 토대로 죄를 지은 것이 틀림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피의자신문을 한다. 경찰은 죄를 지었음에 틀림없음에도 부인하는 피의자를 꺾고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게임처럼 피의자신문에 임하기 때문에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사고방식에 빠지게 된다.

피의자로부터 자백을 받아 내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분석한 다음 검찰의 기소와 플리 바게닝, 그리고 재판 과정에서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다. 이렇게 전개되는 피의자신문이 가진 근본적인 모순은 사기적인 방법을 사용하며, 비밀리에 진행한다는 것이며, 그 결과 개인의 권리 보호, 국가권력에 대한 견제, 진실 발견, 그리고 공정성 확보라는 대립 당사자 제도의 이념은 상처를 입는다.

제2장은 고문과 폭력으로 자백을 강요한 “3급 수사”의 시대에서 이른바 전문화와 과학화의 기치를 걸고 “심리적 수사”로 바뀌어 온 미국 경찰의 역사를 개관한다.

20세기 초까지 미국 경찰은 피의자에게 고문과 폭력을 가해 자백을 받아 내는 이른바 “3급 수사”(the third degree)를 자행했다. 경찰 수사의 수준은 낮아졌고 거의 무법 상태가 되었다. 많은 물의가 벌어졌으며, 오판 사건들이 일어났지만 경찰은 고문과 폭력을 저지른 적이 없다면서 거짓말을 하곤 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비판이 높아지고 경찰 내부에서도 개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전기가 된 것은 1931년 위커샴(Wickersham) 위원회가 발행한 “법집행 과정에서 경찰의 무법성”에 관한 보고서였다. 경찰이 저지르는 고문과 폭력 사례를 광범위하고 상세하고 수집하여 정리한 이 보고서는 경찰 피의자신문을 개혁하는 계기가 되었다.

수사의 과학화와 전문화를 추구하는 경찰 내부의 움직임과 경찰의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한 진보적 사회운동이 맞물려 성과를 내면서 1930년대와 40대에 걸쳐 고문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제3장에서는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경찰의 권력 독점을 막는 근본적인 개혁을 추구하던 진보적 사회운동을 꺾은 경찰 내부의 개혁 세력이 추구한 “전문화”의 내용을 소개한다.

경찰이 추구한 피의자신문의 전문화는 “과학적” 방법을 사용해서 피의자로부터 자백을 받아 내는 것을 말한다. 피의자의 행동을 분석해서 거짓말인지 참말인지를 구별하려는 시도와 그 “이론”을 정리한 지침서 및 그에 따라 경찰을 훈련시키는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지금까지 성행하고 있다.

다음 단계로 신문 과정에서 피의자의 심장 박동과 근육 긴장도, 땀의 분비 등을 기록하여 거짓말 여부를 기계적으로 판정하는 다원기록계(polygraph), 즉 거짓말탐지기가 개발되었다.

진실을 말하게 하는 약(truth serum)을 먹이고 신문을 하는 방법과 컴퓨터를 이용해서 음성 스트레스를 분석해 거짓말인지를 판별하는 기계(CVSA)가 개발되었고, 피의자의 행동과 진술을 분석해 거짓말을 판별하는 방법도 널리 채택되었는데, 이런 과학적 방법들은 실제로 과학적인 근거가 거의 없으며, 검사 결과의 신빙성도 담보할 수 없는 사이비 과학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면서 피의자의 심리를 조종하고 강압적이고 사기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자백을 받아 내는 기술로 발전했다.

제4장은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심리적 신문 방법을 단계적으로 분석한다. 특히 적법한 절차와 자백의 임의성을 담보하는 방안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미란다 원칙을 경찰이 무력화시키는 다양한 방법을 설명한다.

제5장은 심리적 신문 방법을 사용하여 피의자로 하여금 범행을 인정하게 만든 경찰이 본격적으로 자백을 받아 내는 과정을 분석한다.

구체적인 사례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그의 분석에 따르면 ‘자백’이란 피의자가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관해 자발적으로 한 이야기가 아니다. 자백은 수사관의 적극적 개입을 통해 검사와 판사, 그리고 배심원이 보기에 가장 그럴 듯하고 설득력이 있어 보이도록, 따라서 피의자에 대해 유죄판결이 선고될 수 있도록 구체화한 이야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백한 피의자로부터 자백을 받아 낸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지만 실제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의 자백에도 왜곡과 과장 등 허위의 내용이 포함되게 되는 것이다.

제6장은 구체적 사례를 토대로 허위 자백에 관한 연구들을 개관한 후 자신의 견해를 제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일반인은 물론 경찰과 검사, 판사와 배심원 및 변호사들까지도 심리적 신문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는데, 그 오해는 고문을 받거나 정신적 질환에 걸려 있지 않는 한 결백한 사람은 허위 자백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오해는 첫째, 피의자의 심리를 조종하고, 속이며,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위해 경찰이 사용하는 기법과 전략에 대해 사람들이 알지 못하며, 둘째, 사람들이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자기를 파괴하는 행동을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저자는 광범위한 사례에 대한 분석에 기초해 허위 자백의 종류를 자발적 허위 자백(Voluntary False Confession)과 순응한 허위 자백(Compliant False Confession), 그리고 설득된 허위 자백(Persuaded False Confession)으로 분류한다.

허위 자백을 낳는 경찰 피의자신문 과정의 오류도 세 단계로 나누어질 수 있는데, 무고한 사람을 범죄자로 잘못 분류하는 첫 번째 단계와 그렇게 잘못 분류된 피의자에게 자백을 강요하는 두 번째 단계, 그리고 범죄를 인정한 피의자로부터 수사관의 편견에 따라 유죄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자백을 구체화하며 사건을 만들어 가는 세 번째 단계로 이루어진다.

제7장은 허위 자백을 한 피의자가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는 과정, 즉 오판에 관한 분석이다. 오판으로 판명된 사건들에 관한 기존의 연구와 1990년대 이후 DNA 분석에 의해 무고함이 밝혀진 유죄판결 사건들에 대한 분석에 의하면 오판의 약 15~20%에서 허위 자백이 핵심적인 원인이었다고 하면서 다양한 허위 자백에 관해 분석한다.

자백은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일단 경찰이 허위 자백을 이끌어 내고 나면 수사 과정이나 재판 과정에서 자백이 허위임을 밝힐 수 있는 기회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또 그런 증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유죄판결을 받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심리학에서 밝혀진 인간의 인지적 한계인 터널 시야(tunnel vision)과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으로 인해 자백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제8장은 제7장까지 한 분석을 토대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개혁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자신이 제기한 문제들, 즉 수사관의 강요 또는 공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피의자로부터 범행을 시인하는 진술이나 임의성 없는 자백을 받아 내는 것과 그 결과 신뢰할 수 없는 사실 인정과 오판이 이루어지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저자는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사실관계 조사가 정확하고 완전하게 이루어지도록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론에서 리처드 레오 교수는 지금까지의 분석과 논의를 정리하면서 경찰의 피의자신문은 적절하게, 법에 따라 수행한다면 민주사회에서 필요하고 공익에 기여할 수 있지만, 잘못 수행한다면 사회적으로 큰 폐단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무고한 피의자로부터 허위 자백을 받아 결국 유죄판결을 받게 하고 정작 범죄자는 활보하게 만드는 것이 제일 큰 위험이지만,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로부터도 과잉 자백을 받아 내거나 수사관의 편견에 따라 범죄 내용을 왜곡하거나 과장 혹은 축소하는 것의 부작용도 적지 않다.

그런데 저자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경찰이 억압적이고 기망적인 방법으로 허위 자백을 얻어 내는 것을 허용하기 시작하면, 경찰은 피의자신문 과정의 시기성과 억압성을 감추기 위해 검사에게는 물론 법원과 배심원, 나아가 일반 사회에 대해 계속 거짓말을 하게 되고 이것은 형사사법 제도 전반을 부패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가 제안한 개혁 방안들은 이런 상황을 개선해서 무고한 피의자로부터 허위 자백을 얻어낼 가능성을 줄이고, 죄를 지은 피의자로부터 진실한 자백을 이끌어 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들이다.

핵심은 경찰의 피의자신문이 피의자의 유죄 추정을 바탕으로, 자백을 이끌어 내서 유죄판결을 받게 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이루어지는 상황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피의자로부터 유죄판결을 얻는 데 필요한 자백을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범죄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얻는 것, 즉 진실을 확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검사와 판사, 그리고 배심원이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정보와 증거를 수집할 수 있게 하는 데 국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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