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청 무지개행동 농성 해산
    "인권이 부정된다면 우리는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것"
        2014년 12월 11일 05:15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서울시민인권헌장을 일방적으로 거부하고 나선 서울시에 항의하며 6일 째 농성을 이어온 성소수자단체 무지개행동이 11일 농성을 해산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오후 2시 무지개행동은 서울시청 1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성소수자와 모든 소수자의 더 많은 권리와 승리의 투쟁을 위해 시청을 나선다. 그러나 우리의 인권이 부정된다면 우리는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무지개행동은 입장문에서 “우리의 시청 점거 농성이 오늘 마무리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투쟁은 이제 시작”이라며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세력은 단지 성소수자만을 공격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권의 가치를 바닥에 팽개치며 다른 사회적 약자를 공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주민, 장애인, 빈곤층… 우리는 이렇게 확대되는 인간 존엄성에 대한 모욕을 방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인권은 합의의 대상이 아니다. 성소수자의 존재가 찬반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존재를 가지고 찬반을 논하는 것은 모욕이다. 함께 싸우고 행동할 때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다’ 우리가 확인한 이 원칙을 우리는 우리의 삶 속에서 계속 가져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지개1

    사진=무지개행동

    앞서 지난 10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무지개행동 면담 대표단과의 면담에서 서울시민인권헌장을 일방 거부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협력적 관계 모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이들은 “여러 아쉬움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명백한 성과이자 서울시가 책임져야 할 내용”이라며 “향후 이 발언에 대해 서울시는 책임 있는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농성의 원인을 제공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는 서울시의 공식 입장에 대해서 무지개행동은 애매모호하고 흡족하지 않은 사과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 서울시로 인해 파행된 서울시민인권헌장 선포에 대해서도 끝없이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무엇보다 그는 서울시민들이 만들고 12월 10일에 선포한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선포하는 의무를 이행하는 것을 거부했다. 그러하기에 우리의 요구와 싸움은 계속돼야 한다”며 “우리는 서울시가 서울시민 인권헌장의 내용을 이행할 수 있도록 계속 요구할 것이다. 또한 공공 기관인 서울시가 혐오세력에 대해서는 인권의 원칙에 따라 대처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지개행동은 서울시가 향후 성소수자 인권 보장과 관련한 논의의 자리를 만들 것을 약속한 점에 대해 큰 의미를 뒀다.

    이들은 이날 오전 담당자와의 면담에서 박 시장이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사실을 확인 후, 추후 성소수자인권단체와 만나 ‘성소수자 인권 보장과 혐오 방지 대책’에 대해 논의하고 계획을 세우기로 약속했다.

    무지개행동은 6일 간에 농성을 마치며 “우리가 서울시청 점거농성을 무사히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들어가자마자 끌려나올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행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도 “농성장은 성소수자라서 차별과 억압을 감내해야했던 순간들을 동료들과 나누는 공감의 장이었고, 개인의 서사를 넘어 우리 모두의 서사를 만들어가는 장이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많은 시민들을 만났다. 우리가 싸워야할 이유를, 우리가 사랑해야 할 이유를 다시 한 번 알게 됐다”며 농성을 지지해준 수 많은 단체와 시민들에 감사한 마음을 표하기도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