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오롱 정리해고 투쟁 10년
    최일배 단식 37일째, 37명 동조단식
    10년 동안 회사가 해고자와 면담한 것은 단 한 번
        2014년 12월 11일 02: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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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웃도어업체 코오롱의 정리해고에 맞서 10년간을 싸워온 정리해고 분쇄 투쟁위원회(정투위) 최일배 위원장이 단식 37일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시민사회 각계각층 37인이 ‘삶을 보장받기 위한 노동자의 싸움’을 지지하기 위해 동조 단식에 나섰다.

    이날 오전 11시 코오롱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동조 단식에 나선 37인은 “이웅렬 코오롱 회장은 대화에 나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5년 당시 재계 순위 23위였던 코오롱은 경영위기를 운운하며 78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 했다. 노동자들은 부당해고라며 2009년 소송을 했지만 대법원은 회사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후 정리해고 당한 노동자들은 천막 농성, 철탑 농성, 단식 농성, 3보 1배, 이웅렬 회장 자택 면담 요구, 불매운동, 자해까지 안 해본 투쟁 없이 다 해봤지만, 회사 측이 면담에 응한 것은 10년이라는 시간 중 딱 1번이다.

    그 후로 코오롱은 최 위원장을 비롯한 14명의 해고노동자와 각계각층의 시민단체와 시민들의 대화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대응해왔다.

    정리해고된 김애란 씨는 “37일이라는 숫자 세기도 싫고, 말하기도 싫다. (최 위원장의) 얼굴도 볼 수가 없어서 보지 않고 있다. 언제부턴가 날짜를 세지 않았다. 날짜를 세면 투쟁을 그만둬야 되지 않나라는 마음이 들까봐”라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울지 않았는데, 10년 투쟁 끝내야 한다는 심적 압박 때문에 울었다. 가정도 버리고 10년 투쟁하고 있다. 2014년 가기 전에 이 투쟁 마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김 씨는 이어 “17살부터 코오롱에서 일했는데 이제와 생각하면 부끄럽고 원통하다”며 “정투위에 힘과 지지 주시고 비정규직 아픔만큼은 너와 나를 떠나서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폐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오롱

    코오롱 동조단식 기자회견 모습(사진=유하라)

    37인 동조단식에 참여한 통합진보당 김창한 노동위원장은 “짐승은 힘이 있으면 같은 종족도 짓밟고 잡아먹는다. 사람은 짐승과 달리 다른 사람의 고통을 느낄 줄 알고 더불어 살 줄 안다. 그게 짐승과 사람의 차이”라며 “한 노동자가 곡기를 끊은 지 37일, 더 이상 연명할 수 없는 상태다. 코오롱 자본이 사람이길 원한다면, 함께 했던 노동자를 위해서 벼랑 끝에 내몰린 한 생명을 살리겠다는 인간성을 회복했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과천 영광교회 우진석 목사도 “최일배 위원장을 보고 정리해고는 전체 노동자의 문제이고, 삶을 보장받기 위한 큰 싸움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과천 시민과 뜻 있는 종교인들이 함께 싸워서 오는 성탄절 전까지는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37인 동조단식자는 회견문에서 “12월 8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처음으로 이 노동자들이 본인의 이야기를 하면서 우는 모습을 봤다”라며 “10년 동안 얼마나 답답하고 억울했을까. 저 굳건한 자본과 재판부와 공권력의 연대 앞에서, 가진 자들의 편에 꼭 붙어 있는 ‘법’ 앞에서 얼마나 무력했을까. 이들은 10년 세월 동안 재판이란 재판 다 지고 희망도 없는데 10년을 함께 한 소중한 바보들이다”라고 전했다.

    이들은 이어 “오늘 우리는 하루 동안의 동조단식에 들어간다. 37일이라는 시간동안 곡기를 끊어야 했던 코오롱 노동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지금이라도 마음을 보태고자 한다. 오늘의 동조단식은 앞으로 만들어갈 연대의 시작”이라며 “우리의 연대를 우리의 분노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다. 코오롱 이웅렬 회장이 대화 자리에 나와 그가 망가뜨린 노동자들의 삶을 사과하고, 정리해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노동자들과의 대화에 임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이날 동조단식에는 덕본 스님(조계종 노동위원회),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 녹색당 김은희 공동정책위원장, 노동당 이용길 대표, 쌍용자동차지부 김정우 전 지부장, 골든브릿지지부 김호열 지부장 등이 참여했다.

    아울러 코오롱공대위는 오는 13일 토요일 오후 3시, 과천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코오롱을 규탄하고 노동자들을 응원하는 ‘정리해고 10년, 3,650인의 화답’ 참여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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