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할 권리는 인권'
    4.16인권선언 추진대회 열려
        2014년 12월 10일 04:14 오후

    Print Friendly

    ‘세계 인권의 날’을 맞아 참사와 재난에 관한 4.16인권선언 추진대회가 열렸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사회적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10일 오전 11시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4.16인권선언 추진대회가 밝힌 4.16인권선언운동은, 세월호 참사 이후 다른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열망과 함께 사람의 생명과 존엄을 존중하겠다는 선언을 통해 ‘사회적 약속’을 만드는 것이 그 목적이다.

    세계인권선언이 세계 각국의 헌법의 기준이 되고 보장돼야 할 기본적 권리의 목록을 인식시켜왔듯 생명과 안전을 위한 사회적 기준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4.16인권선언 추진대회 시작에 앞서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김성실 부위원장은 “인권에 대한 우리의 책임은 우리 스스로 멈추지 않고 권리를 주장하고 지켜내려고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난가족안전협의회는 “참사를 당하고 우리 유족들은 인권도 침해당했다”고 밝혔다. 재난이라는 자연재해와 준하는 상황에서 국민을 보호하는 의무를 가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그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면 죽은 사람을 빌미로 돈을 더 받으려고 투쟁한다는 모욕까지 당했다는 것이다.

    4.16인권선언은 세월호 참사와 씨랜드 참사, 삼성반도체 피해노동자와 같은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 화학물질에 노출돼 있으면서도 그 사실조차 몰랐던 시민 등 관련자 뿐만 아니라 전문가와 희생자, 시민, 관련기관 등의 목소리를 모아 만들 방침이다.

    인간의 존엄과 안전을 위해 이미 진행돼 오던 운동들과 세월호 참사 이후 펼쳐지고 있는 운동들과의 연계도 기획하고 있다.

    또 선언 자체로는 구속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인권선언 운동을 통해 지방의회는 조례, 노동조합은 단체협약, 국회는 관련 법 등을 검토하고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인권선언

    416인권선언 추진대회 모습(사진=유하라)

    국민농성

    지난 6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농성 자료사진

    세월호참사 국민대책회의 존엄과 안전위원회 박진 위원이 밝힌 4.16인권선언의 내용은 세 가지다.

    첫 번째, ‘안전할 권리는 인권’이다. 세월호 참사를 포함한 다수의 재난 사고는 정부와 기업이 인간의 안전과 생명보다 이윤 추구와 효율성을 더 중요시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4.16인권선언 운동은 인간의 존엄이 비용과 효율로 계산돼선 안 되며, 국가 정책과 사회 운영에서 모든 것에 앞서는 가치가 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정부는 안전의 개념을 국가의 영토와 재산을 지키는 것으로 국한시키는데, 이것이 인권을 제한하거나 이윤을 우선 추구하도록 한다는 것이 박 위원의 말이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의 미흡한 구조 작업은 국민적 질타를 받았고, 해경이 해체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단순히 해경이 구조 작업 훈련을 게을리 한 문제는 아니라는 것은 해경 예산 중 구조․구난 예산 편성 비율만 봐도 알 수 있다. 올해 해경의 전체 예산 약 1조1133억9300만 원 가운데 구조․구난 예산은 0.09%인 10억5300만원에 불과하다(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세월호 현안보고서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이 해경에 제출받은 자료).

    이에 더해 산업 현장에서 모든 노동자는 위험을 알 권리,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내고 변화시킬 권리, 작업을 통제할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박 위원은 강조했다.

    안전이 모두의 권리라는 자명한 사실을 실현시키기 위해 위험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 즉 노동자와 시민이 알권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는 노동자에 작업을 통제할 권리는 없다. 그러한 권리들은 국가와 기업만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 번째로 ‘구조와 회복의 권리는 인권’이다. 재난에 대한 구조는 국가가 해주는 서비스가 아니라 국민의 당연한 권리라는 것이다. 비용 문제와 형식화된 보고체계, 상급에 대한 의전은 구조보다 후순위이고, 전자를 앞세우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인권침해를 막기위해선 국가와 기업은 권리에 대한 의무를 져야 한다. 위험을 줄여나가야 하며 안전을 해치는 조건과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참사 희생자들은 적절한 지원과 보상받을 권리를 가진다. 피해자들은 참사로 인해 삶과 생활이 중단되는 상태에 빠지는데, 이에 해당한 적절한 지원과 사후 보상은 이러한 참사를 막기 위한 조치다. 배‧보상 문제는 국가에서 주는 혜택이 아니라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라는 것이다.

    또한 안전은 모두에게 평등한 권리다. 가난하거나 어리거나 이주민이거나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위험에 대한 정보가 불평등하게 제공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3년 1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불산누출사고로 1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는데 이 역시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최근 사례만이 아니라, 2008년 20명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사망한 경기도 이천 내동창고 화재, 2011년 이마트 탄현점 사내하청 노동자 질식사 등도 있다. 산재사고 피해자 대다수가 사내하청 노동자 득 비정규직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참사 이후 벌어지는 관련 사안들은 참사의 진행형이다. 세월호 인양 문제도 마찬가지다. 여당의 일부 의원들은 최근 세월호 선박 인양 문제를 두고 비용 문제를 운운하고 있다. 이에 추진대회는 인양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마지막으로, ‘진실을 요구할 권리는 인권’이다. 일부 시민들은 진실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을 혐오하기도 한다.

    일례로, 태안 해병대 참사 희생자 유가족은 “일인 시위 하는데 누가 나한테 침을 뱉었다. 10억이 넘는 돈을 받았으면서 뭔 돈을 더 달라고 시위하느냐고. 그 사람은 인터넷 댓글을 보고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다음 날 그 사람이 잘못했다고 찾아왔다”고 증언했다. 최근에는 한 보수단체는 세월호 진실규명을 외치며 단식을 하던 유가족들의 농성장에 찾아와 폭식 투쟁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일부 사람들은 진실을 원하는 유가족들에 배‧보상금을 더 얻어내기 위해서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와 별대로 피해자는 진실을 요구할 권리가 있고, 사고의 배경과 원인 및 후속 조치 등에 대한 정보를 요구할 권리, 조사 및 수사와 기소를 요구할 권리, 보상 및 지원을 받을 권리를 누려야 한다.

    참사와 재해 이후 사후 대책을 수립할 때 정부와 기업 등 해당 기관은 희생자와 가족들이 자신들과 관련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공개의 원칙을 가져야 한다는 것 또한 4.16인권선언에 포함됐다.

    세월호참사 국민대책위원회 존엄과 안전위원회는 이날 추진대회에 이어 2015년 1월부터 4월까지 4.16인권선언 초안을 준비해 발표하고 그 해 5월부터는 인권선언 제정 동참 서명운동과 토론간담회 등을 진행한다. 4.16인권선언은 2016년 4월 16일에 제정할 계획이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