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의 정치학
    [에정칼럼]『워터스케이프: 물의 정치학』 전시회를 보며
        2014년 12월 10일 11:2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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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서는 지금 흥미로운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름하여 『워터스케이프: 물의 정치학』.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물에 대한 관심, 특히 국가와 영토, 국경과 분쟁 대상으로서의 물과 물의 사유화를 둘러싼 갈등을 살펴보고자 기획”된 전시다.

    주로 영상과 사진 등을 활용한 미디어아트로 물과 관련된 다양한 환경·사회·정치적 이슈들을 시각화하여 보여주고 있다.

    워터스케이프 포스터 (1)

    『워터스케이프: 물의 정치학』 포스터. 이 전시는 서울 금호미술관에서 12월 14일까지 개최되며 이후에는 포항으로 옮겨 1월 15일부터 3월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출처: http://www.kumhomuseum.com/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미술관 전체를 가득 채운 이 전시회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보려면 하루라는 시간으로는 부족할 것 같았다. 우리가 지금 직·간접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물과 관련된 이슈들이 그만큼 다양하고 복잡하고, 쉽게 풀 수 없는 문제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짧고 긴 다큐멘터리, 영화, 영상아트 등이 동시적으로 상영되고 있었고 그 작품들은 국가 간 물 분쟁, 다국적 기업이 버린 폐기물로 인한 물 오염, 물고문, 기후변화로 인한 물 부족, 물 사유화 반대운동 등 세계적인 이슈에서부터 4대강 사업, 남한과 북한을 가르고 있는 철조망을 따라 흐르는 강물 등 우리나라의 이슈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주제를 아우르고 있었다.

    특히나 많은 작품들이 기후변화의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기후변화: 친밀한 초상화> 라는 작품은 실제 북극의 빙하를 근접 촬영하여 비가 오듯, 때로는 폭우가 쏟아지듯 녹아내리고 있는 빙하를 보여주며 북극에서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의 파장이 우리와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님을 상기시킨다.

    또 다른 작품은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에 얼음기둥을 두고 그 얼음이 녹아내리는 걸 저속촬영기법으로 촬영하여 보여주고 있었는데, 얼음기둥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무심히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인상적이면서도 충격적이었다. 녹고 있는 얼음기둥과 같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무심한 우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 반대편의 페루 리마에서는 이 기후변화에 대해 논의하는 중요한 회의가 열리고 있다. 196개 국가들이 참여하는 이 회의는 바로 제2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UNFCCC COP20)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은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온실가스의 배출을 규제하기 위한 협약으로 1992년 6월 리우회의에서 생물다양성협약과 함께 채택되었고 1994년 3월 발효되었다. 12월 1일부터 12일까지 개최되는 이번 총회는 ‘신기후체제’ 의 협상문 초안을 마련해야한다는 중요한 임무를 갖고 있다. 신기후체제는 2020년부터는 선진국, 개도국 모두 예외 없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데 적극적으로 동참해야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그동안 진행되어 온 기후변화협약의 성과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국가들이 앞에서 언급했던 작품 속의 녹아내리는 얼음기둥을 무심하게 지나쳐가던 사람들과 같았다. 기후변화라는 문제를 등한시하거나 혹은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의도적으로 거부해왔기 때문에 그 성과가 미미한 실정이다.

    2008년부터 시행된 교토의정서 – 2012년 온실가스 배출량 1990년 대비 평균 5.2% 감축 목표, 지구온난화의 역사적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에 감축 의무를 부과 – 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에 절반의 책임을 갖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의무감축국이 아니라는 점과 기존의 참여 국가들의 탈퇴로 유명무실화되었다. 그리고 한국은 교토의정서 협상 당시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인정받아 감축의무를 지지 않았다.

    그러므로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기후체제에 대한 논의와 그 내용과 과제에 대한 합의가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 논의를 시작하고 있을 제20차 총회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

    다시 전시회로 돌아가 보면, <폭포를 문명화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3분 52초짜리 영상이 있었는데 이 영상 속에는 정장 차림의 여성이 나와 폭포 앞에서 폭포를 이기적이라 나무라며 수력발전소가 되라고 윽박지르는 모습이 나온다.

    에너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냐고, 여기에 댐을 만들면 몇 기가와트나 되는 전기를 만들 수 있고, 에너지, 특히 전기라는 형태의 에너지는 우리 사회의 토대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그러나 폭포는 대답이 없다. 그 여성을 집어삼킬 듯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을 뿐이다.

    나는 여기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우선, 인간의 ‘오만’이다. 자연에게 인간을 위해 댐이 되라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저 모습에서 인간사회를 위해, 경제성장을 위해 자연과 자원과 그리고 약자들 위에 군림하려고 했던 인간의 오만한 모습, 구체적으로는 성장주의자, 개발업자, 자본가들의 모습을 보았다. 기후변화를 야기한 바로 그 행위들 말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소통에 대한 것이다. 작품 속 여성과 폭포를 대화를 나누지 못한다. 벽에 대고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폭포를 마주하고 자기 의견만 주구장창 떠들어댄다. 자연과 인간 사이의 대화가 불가능한 것만큼이나 선진국과 개도국, 보수와 진보, 성장주의자들과 환경주의자들 사이의 소통도 불가능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폭포를 문명화하는 방법  (1)

    ‘폭포를 문명화하는 방법의 한 장면’의 한 장면 출처: http://www.hannaljungh.com/How%20to%20Civilize%20a%20Waterfall.html

    이번 총회에서도 국가 간의 입장 차이가 큰 만큼 신기후체제에 대한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회의장에 있지 않은 우리들은 총회에서 어떠한 어젠다 중심으로 논의가 되었는지, 각국의 입장은 무엇이었는지 기억해야 하며 특히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일 것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제20차 총회가 『워터스케이프: 물의 정치학』 전시회의 작가들이 시도하였듯이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가 다른 세계의 일이 아님을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더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비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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