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규직 과보호' 아니라
    '저임금 노동자 외면'이 문제
    대기업 사내유보금은 쌓아두고 정규직 때려잡기만 골몰
        2014년 12월 09일 02:58 오후

    Print Friendly

    “초이노믹스” 또는 “박근혜 정부의 왕 실세”라는 별칭까지 듣고 있는 최경환 부총리가 취임 할 당시에는 “국민 가계소득을 높여서 내수를 살린다”는 발언과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부과해서라도 기업 재투자를 높이겠다”고 발언할 때, ‘저게 가능할까?’라는 의문표(?)를 많이 던졌다.

    최경환 부총리가 들어서서 부동산 경기를 진작시킨다는 명분으로 각종 대출규제를 풀어서 서민 가계부채가 급증하였지만 부동산 경기는 다시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의 경제정책을 평론하자고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는 최근 최경환 부총리와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 범정부 차원에서 시도 때도 없이 발표하고 있는 2015년 노동정책에 관한 부분을 짚어보고 싶다.

    지난 11월 25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출입기자단 정책세미나에서 “정규직 과보호로 기업이 겁이 나서 인력을 못 뽑는 상황”이라며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로 인해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있다”고 발언한 후 정규직 노동자를 겨냥한 각종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정규직 해고가 너무 어려우니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정책을 도입하겠다” “정규직의 호봉제가 장기근속자 고임금을 부추키고 있어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와 직능,직무급으로 전환시킨다” “비정규직 대책으로 정규직의 해고를 자유롭게 만들어 고용을 창출하고,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기한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린다” “입사 초기에는 호봉제, 중간에는 성과연동 직무급제, 장기근속 시 임금피크제로 하는 복합임금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다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열린 ‘노동시장 구조개선 관련 토론회’에서 “업무성과가 극히 낮은 근로자에 대해 직업훈련이나 전환배치가 가능토록 하는 취업규칙 등 ‘사내 룰(rule)’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 1일에는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임금격차, 노동시장 경직성, 일부 대기업노조의 이기주의 등은 노사, 노노 간 갈등을 일으켜 사회통합을 가로막는 대표적 장애물”이라며 대기업 노조와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적대감(?)을 대놓고 밝히고 있다.

    최근 새누리당 국회의원 중 한국노총 임원 출신인 김성태 의원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이러한 노동정책들에 대해서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식으로 비아냥대는 걸 봤는데, 참으로 그러하다. 정부의 노동정책을 보면 미친 뭐가 칼을 들고 설쳐대는 그런 오싹한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정부에서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을 공격하는 근거 자료들이 그들을 민망하게 만들고 있다.

    “정규직 과보호”라는 핵심적인 근거가 “해고가 어렵다. 고용 구조조정이 어렵다”라는 것인데, 지난 8일 OECD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정규직 해고에 대한 고용보호지수는 2.17로 34개 회원국 중 22위로 나타났다.

    고용유연성

    고용보호지수란 지수가 낮을수록 해고가 쉽다는 의미다. 한국은 일반해고 보다 정리해고가 더 쉬웠다. 일반해고에 대한 고용보호지수는 2.29로 OECD 평균 2.04를 살짝 웃돌았다. 반면 정리해고 고용보호지수는 1.88로 OECD 평균 2.91보다 1.03포인트나 낮았다.

    OECD에서 한국의 고용유연성이 독일보다 훨씬 더 쉽게 이뤄질 수 있다는 발표가 나오자 그동안 독일의 고용유연성을 실례로 들며 “한국의 고용유연성이 낮다”고 주장해오던 정부, 그리고 정규직 과보호를 “고용 유연성”에 근거로 삼았던 박근혜 정부가 할 말이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12-1

    11월 3일 추미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 사이에 20대 대기업 집단의 사내유보금은 322조4490억 원에서 588조9500억 원으로 82.6% 늘어났다. 반면 20대 그룹의 실물투자액은 2009년 33조30억 원에서 지난해 9조6060억 원으로 70.9%나 감소했다.

    삼성그룹의 사내유보금은 5년 사이에 86조5920억 원에서 176조5250억 원으로 103.9% 늘어났으며, 현대차그룹은 44조9350억 원에서 98조2490억 원으로 118.6% 증가했다. SK그룹도 24조1600억 원에서 47조1110억 원으로 95% 늘었으며, LG그룹은 29조3010억 원에서 38조9350억 원으로 32.9% 많아졌다.(기사인용 아시아경제)

    그러면, 2009년 대비 2013년 현대자동차 조합원의 임금은 어느 정도 올랐을까?

    박12-2

    위 표에서 나타나듯이 2009년 대비 2013년 기준, 대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반면, 대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은 그만큼 높게 인상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대기업들이 협력업체 경쟁력 강화와 중소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처우개선, 사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투자를 소홀히 하고, 사내유보금을 100조 원 가까이 쌓아 두었기 때문에 기업 경쟁력의 양극화뿐 아니라 노동시장에서의 양극화가 극단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박근혜 정권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 특히 중소기업 저임금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대적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조건 “정규직 노동자 때문이다. 정규직 노동자만 때려잡자”는 식으로 호들갑을 떨지말고, 실제 돈(자금)을 쌓아두고 있는 대기업의 재투자를 어떻게 추동할 것인지를 살펴야 한다.

    정규직을 중규직으로, 비정규직으로 내몰면서 전체 노동시장을 하향 평준화 시킨다면 소비능력 부족으로 인한 내수경제 몰락과 극심한 노사-노정 갈등으로 인해 대한민국 정치도 경제도 모조리 망하는 길로 가는 것이다.

    필자소개
    박유기
    전 현대자동차노조 위원장, 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위원장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