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의 사과문?
    "조현아 행동, 당연한 것"
    타 항공사 기장 "대통령도 할 수 없고, 해서는 안될 일"
        2014년 12월 09일 11:1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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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이 기내 서비스를 문제 삼아 활주로로 향하던 비행기를 돌려 세우는 일이 발생해, 여론에 ‘갑의 횡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한항공은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이 또한 조 부사장의 행동을 옹호하는 것으로 보여 후폭풍이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논란이 불거진 8일 사과문에 “비상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항공기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승무원을 하기시킨 점은 지나친 행동이었으며, 이로 인해 승객 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사과 드립니다”라면서도 “사무장을 하기시킨 이유는 최고 서비스와 안전을 추구해야 할 사무장이 담당 부사장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규정과 절차를 무시했다는 점, 매뉴얼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변명과 거짓으로 적당히 둘러댔다는 점을 들어 조 부사장이 사무장의 자질을 문제 삼았고, 기장이 하기 조치한 것”이라고 변명했다.

    이어 “대한항공 전 임원들은 항공기 탑승 시 기내 서비스와 안전에 대한 점검 의무가 있습니다. 조현아 부사장은 기내 서비스와 기내식을 책임지고 있는 임원으로서 문제 제기 및 지적은 당연한 일”이라며 “철저한 교육을 통해 서비스 질을 높이겠습니다. 대한항공은 이번 일을 계기로 승무원 교육을 더욱 강화해 대 고객 서비스 및 안전제고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일(현지시각) 오전 0시 50분쯤 미국 뉴욕 JFK 국제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는 KE086편 항공기가 활주로로 향하던 중 갑자기 탑승 게이트로 방향을 돌리는 ‘램프리턴’을 했다.

    ’램프리턴’이란 비행기가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향하다 탑승 게이트로 돌아가는 것으로 항공기 정비를 해야 하거나 주인이 없는 짐이 실리는 경우, 승객 안전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취하는 조치다.

    당시 1등석에 탑승해있던 조현아 부사장은 견과류 식품을 봉지 째 건네는 승무원에 대한항공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견과류를 그릇에 담아 음료와 함께 주는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뒤이어 조 부사장은 기내 서비스를 총괄하는 사무장을 불러 규정에 대해 질문했고, 이를 제대로 답하지 못하자 항공기에서 내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해당 여객기는 기수를 돌려 사무장을 공항에 내려놓은 뒤 재출발했으며, 이로 인해 전체 승객의 출발이 20여분 지연됐고, 항공기의 인천공항 도착은 예정시간보다 11분 가량 늦어지는 사태가 벌어진 것.

    승객의 안전 문제 외에 사소한 기내 서비스 문제로 항공기를 램프 리턴하는 일은 전례가 없다는 것이 항공업계의 말이다. 그럼에도 대한항공은 ‘임원으로서 당연한 일’, ‘승무원의 서비스 강화’ 운운하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한편 타 항공사 현직 기장은 항공기 조 부사장의 횡포를 두고 “대통령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익명으로 출연한 그 기장은 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서 “그런 전례는 없다. 상식 밖의 일이다. 흔히 대통령도 기장에 대해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게 비행기 운항과 관련된 법적 내용이고 철칙”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내에서는 이 같은 일이 사내 경영 스타일을 고려했을 때 이미 예견됐던 상황이라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항공 기장은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서 “최고경영진 본인의 부주의로 발생하였다는 점에 대해서 실망과 분노, 또한 한편에서는 이미 예견되었다는 분위기”라며 “회사 내 경영스타일이 회사 구성원에게 자율적인 동기부여나 적절한 보상보다는 직원 간에 상호감시나 아니면 평가, 그리고 처벌을 통한 인사정책을 통해서 경영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거기에 대한 어떤 부적절한 사유들이 많았었기 때문에 그러한 의미에서 많은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 라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갑들의 횡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4월에는 포스코에너지 임원은 미국으로 가는 대한항공 비행기 안에서 라면이 제대로 익지 않았다며 잡지로 승무원의 얼굴을 때리기도 했고, 지난해 9월 의류업체 블랙야크 강태선 회장은 자신이 탑승 시각을 지키지 않아 비행기를 놓치자 항공사 용역직원에게 욕을 하고 신문지로 뺨을 쳤다.

    또 프라임베이커리 강수태 회장도 호텔 주차장에서 차를 빼달라는 호텔 직원의 요청에 욕을 하며 장지갑으로 뺨을 때리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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