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복합임금제 추진,
    노동계 “노동 착취적 발상” 비판
    각 임금체계 약점만 챙겨 임금인하와 해고요건 완화 노린 것
        2014년 12월 08일 05: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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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대기업, 공공기업을 중심으로 연차별로 임금체계를 달리 하는 복합임금제를 검토 중이다. 이 제도는 입사 초반 10년까지는 호봉제, 11~20년차까지인 중반부터는 직무‧성과급제, 후반에는 임금피크제를 적용한다.

    이 제도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 심화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하고, 정부가 그간 주장했던 ‘노동시장의 임금경직성’을 개혁하겠다는 취지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동계는 복합임금제가 각 임금체계의 약점만을 가져와 결과적으로 임금 인하 효과를 노린 제도라고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비정규직 대책과 민영화 정책 등을 담고 있는 <2015년 경제정책방향>을 이달 하순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지난 7일 알려졌다.

    입사 초반 10년까지 호봉제, 약점만 가져온 임금체계
    중반기 직무․성과급제, 해고요건 완화 수단
    후반기, 임금피크제로 임금 삭감 굳히기?

    민주노총은 8일 논평에서 복합임금체계에 대해 “고용주기마다 이런저런 명분을 갖다 붙여 임금인하 효과를 얻겠다는 의도”라고 8일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먼저,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호봉제는 입사 초기에 임금이 낮지만 근속 연수가 점차 상승함에 따라 비교적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 또 직무․성과급제처럼 지나친 목표 성과 달성으로 인한 경쟁이나 직무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 또한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정부의 안대로 입사 10년까지 호봉제를 적용할 경우, 호봉제의 단점만 가져오는 임금 체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근속 연수가 낮을 때 호봉제를 적용하면 임금 인하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입사 초기 저임금은 연공제의 약점인데, 자본은 그 약점만 취하고 호봉상승에 따른 임금보완 효과는 버리겠다는 것”이라며 “고용주기마다 이런저런 명분을 갖다 붙여 임금인하 효과를 얻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직장인 모습

    직무‧성과급제는 자체는 입사 초기라도 개인이 성과를 내면 많은 임금을 받아갈 수 있고, 업무 효율성이 높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최근 이 제도는 오히려 업무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온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중반기 직무‧성과급제는 사용자가 노동자를 손쉽게 (일반)해고할 수 있는 내용을 내포하고 있다.

    정부는 중반기 임금체계에 대해 ‘질병, 직무 능력 등 근로자 일신상 사유에 따르는 성과가 낮은 정규직의 경우 직업훈련 등을 통해 우선적으로 고용유지 노력을 하되, 성과 개선이 없으면 합리적 절차와 명확한 기준에 따라 해고를 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단순히 성과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넘어 성과에 따라 해고도 쉽게 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고의로 지나친 성과 목표를 제시해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임금을 삭감하거나 해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노동자는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 사용자가 요구하는 노동량을 감당해야 할 수 있고, 현재보다 더 종속적인 노사관계가 굳어질 수 있다.

    노동계는 중반기 성과․직무급제는 개별해고의 확대라고 꼬집었다.

    민주노총은 “중반부터 성과‧직무급제가 도입되면 또 다시 저임금 체계가 유지 강화된다. 즉 자의적인 성과와 직무 판단에 따라 사용자가 독단적으로 임금 결정권을 갖겠다는 것인데, 사용자들은 성과 달성을 강제해 노동 강도를 높이는 동시에 과중한 성과 목표임에도 부진하단 이유로 임금인하를 강요할 것이 분명하다”며 “중반기의 성과‧직무급을 개별해고 확대의 기회로 삼으려 할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사용자들은 성과부진을 빌미로 맘대로 해고시킬 수 있게 되고 노동자들은 더욱 불안하고 종속된 일상을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퇴직이 다가오는 후반기 임금피크제 또한 임금 삭감의 일환이라는 문제가 제기됐다. 더욱이 자녀 대학등록금 등 목돈이 많이 들어가는 시기에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가계에 큰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민주노총은 “그렇게 등골이 빠지도록 일해 겨우 살아남아도 생애 후반기 임금피크제가 또 기다리고 있다. 단지 연령이 높다는 이유로 이제는 모든 노동자들이 일률적으로 임금을 한 번 더 삭감 당하게 된다”고 밝혔다.

    정규직 임금 인하.. 해고요건 완화만 있고 비정규직 근본 대책은 전무

    정부의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는 복합임금제와 더불어 비정규직 대책도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에 대한 근본 대책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기간제 근로자의 이른바 ‘쪼개기 계약’ 방지를 위해 계약 갱신 횟수를 제한하고, 계약기간이 남은 기간제 근로자가 부당 해고되면 남은 기간의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논의 중이다. 또 일전에 거론됐던 계약기간 연장(2년에서 3년으로) 방안도 중장년층 등 특정 연령대에 한해서 추가 검토 중이다.

    쪼개기 계약 금지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호소했던 정규직과의 사내 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도 아닐 뿐 아니라, 계약 기간 연장 방안 또한 노동계에서는 ‘고용불안’을 해소하는 근본적 비정규직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즉 복합임금제를 통해 정규직의 임금을 인하하면서도,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개선은 전혀 없는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안’에 대해 노동시장 하향평준화라는 거센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정작 나와야 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나 실질적인 처우개선 대책은 전혀 거론되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하지 말라는 기간제한 연장만 거론될 뿐이고, 쪼개기 계약에 대해선 실효성 있는 대책이 기대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서민 ‘밥줄’, 취업규칙․단체협약으로 강행 비판…공공사업 민영화 추진도 가속도

    정부는 복합임금제에 대해 내년 상반기 노사가 자율적으로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을 통해 요건을 합리화할 수 있도록 일반해고 요건의 명확한 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로 했다.

    노동계는 정부가 임금체계 문제를 두고 법률 개정이 아닌 취업규칙, 단체협약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크게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법률 개정 사항임에도 이를 피해 취업규칙이나 단협 개악을 통해 실현하려는 방식 또한 치졸하다”며 “법률로 규정해야 할 중대 사안임에도 10% 안팎의 취약한 노조기반을 파고들어 제도개악을 일방적으로 관철시키겠다는 의도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는 민간자본 투자 허용 확대까지 추진 방안도 있다. 본격적인 민영화 시도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해 현재 수익증권 총액의 30%로 규정된 민간투자펀드의 대출 한도도 없애기로 했다. 기업이 민간투자펀드에 더 많은 자금을 조달받아, 민간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다. 이는 즉 정부가 주도했던 공공사업에 대한 전면적 민영화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이 같은 정책에 대해 “가계소득 주도의 성장이 될 리가 만무하고, 극단적인 이윤주도 성장에만 기댄 경제정책은 또 다시 양극화와 노동빈곤을 가중시킬 것이 뻔하다”며 “그러니 결국 이 정부는 공공성을 약화시키더라도 민간자본에게 공공산업 투자를 대폭 허용하겠다는 발상을 감히 하고 있는 것”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아울러 “이런 식으론 백날 해봐야 사회통합은 어림없고 정국 안정 역시 공염불이다”며 “정부와 자본의 도발은 필연적으로 연말 대격돌은 물론 내년 한 해 내내 극단적인 노사정 갈등과 대결만 부추길 것이다. 정부는 섣부른 도발을 중단하고 노동착취적 발상을 당장 거둬들여라”라고 경고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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