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디는 검을 들지 않고,
    마르크스는 총을 쏘지 않았다
    [책소개] 『레토릭』(샘 리스/ 청어람미디어)
        2014년 12월 07일 12: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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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득의 비밀, 레토릭 세계에 답이 있다!”

    사람은 말을 하다가 싸움에 휘말리기도 하고, 싸움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용의자에게 유죄를 내렸다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주기도 하고, 정부를 흥하게 했다가 망하게도 한다. 신랑 친구가 신부에게 영구 기피대상이 되게도 하지만, 기관총 앞에서도 꿋꿋하게 목표를 향해 돌진하도록 이끌기도 한다. 이것이 레토릭의 힘이다.

    저자는 간디가 검을 들지 않고도, 마르크스가 총을 쏘지 않고도 세상을 움직일 수 있었던 비밀은 레토릭에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레토릭의 세계를 역사 그리고 레토릭의 수단과 상황에 따라 크게 3부로 나눠 자세히 소개한다.

    1부에서는 레토릭이 처음 등장하던 시기부터 오늘날까지 레토릭이 어떻게 탄생하고 변화했는지 말한다. 2부에서는 설득의 도구를 자세히 소개하고, 마지막 3부에서는 레토릭의 종류를 3가지로 나누어, 어떠한 상황에서 어떠한 레토릭을 사용해야 하는지 자세히 알려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1부 레토릭의 역사에서는 앞서 말했다시피, 레토릭을 넒은 관점에서 조망한다. 즉, 레토릭이란 무엇이며, 레토릭의 기원인 고대 아테네에서부터 절정기인 21세기까지 레토릭이 어떻게 사용되고 변해왔는지 포괄적으로 다룬다.

    다시 말해, 레토릭 창시자 코락스와 티시아스의 유명한 불승소무수임 관련 일화와 레토릭의 전파자 고르기아스의 이야기, 플라톤이 레토릭을 반대한 이유, 레토릭을 집대성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일화까지 인물 중심으로 풀어 넣었다.

    이와 함께 조지 퍼트넘의 『영시의 기술』이나 휴 블레어의 『수사학 및 순수문학 강연』 등의 저서를 통해 서양에서 2500년간 레토릭이 어떻게 쓰였는지 보여주었다.

    레토릭

    세상을 움직인 설득의 비밀① 발견

    제2부에서는 설득의 과정을 ‘발견, 배치, 표현, 기억, 연기’ 등 5단계로 나눠 구체적이고 다양한 사례와 함께 설명한다. 레토릭의 1단계인 ‘발견’은 말 그대로 청중을 설득하기 위한 최고의 이야기 거리를 찾는 시간이다. 주어진 문제에 대해 찬반 주장을 생각해본 후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주장을 선택하고 반박할 근거를 찾는다.

    그럴듯한 주장이라고 해서 모두 적합한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청중의 마음을 가장 잘 사로잡을 수 있는 주장을 찾아야 한다. 여기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발견’을 다시 3가지로 나눴다. 바로 에토스, 로고스, 파토스인데, 이것은 설득에서 절대적인 기반을 이루는 친구들이다.

    에토스는 청중과 연설가의 관계를 확립하는 방식이다. 즉, 청중에게 신뢰감을 주는 장치다. 로고스는 청중의 마음을 이성적으로 움직이는 방식으로, 주장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파토스는 청중에게 분노, 동정, 두려움, 환희 등의 감정을 돋우는 방식이다. 이는 후원단체의 기부금 요청 전단지에서 자주 활용된다. 여기에서는 첫 번째 설득의 고수로, 거짓말의 왕자 ‘사탄’을 소개한다.

    세상을 움직인 설득의 비밀② 배치

    두 번째는 ‘배치’다. 주장을 찾아냈다면, 이제 자료를 활용해 주장의 강약을 조절하여 필연적인 결론에 이르게끔 이야기의 흐름을 잡아야 한다.

    즉, 대중의 주목을 끌고, 관심을 잃지 않기 위해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서문을 준비한 다음에 주장을 전반적으로 이해시키는 사건기술 단계, 상대방과 일치하는 의견과 불일치하는 의견을 정리하는 사건분류 단계,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증 단계, 상대방의 논거를 산산조각 내는 반박 단계, 마지막으로 앞의 이야기를 요약하고 요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결론 단계로 이야기의 순서를 정한다. 여기에서는 설득의 고수로, 로마의 웅변가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를 자세히 소개한다.

    세상을 움직인 설득의 비밀③ 표현

    세 번째는 ‘표현’이다. 이야기는 상황에 따라 청중의 기대와 기분에 맞춰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청중이 지루하지 않게 적절하게 유머를 섞는다면 보다 유리한 입장에서 이야기를 펼칠 수 있고, 문장의 리듬을 살린다면 소리의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시제를 과거, 현재, 미래로 적절하게 선택한다면 이야기의 방향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릴 수도 있다. 즉, 과거의 곤란한 문제라면 미래시제로, 미래의 방침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한다면 과거 시제로, 과거에 문제가 있는데 지금도 마땅히 아이디어가 없다면 현재시제를 사용해보자. 보다 극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먼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온 수사적 표현을 사용해보자. 가령 서로 모순되는 것을 맞세워 차이점을 부각하는 ‘대조법’이나 구조가 같은 두 문장을 나란히 표현하는 ‘대구법’은 주장을 부각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여기에서는 설득의 고수로, 적절한 몇 마디 표현으로 자신은 물론 세상까지 바꾸어놓은 ‘링컨’의 이야기를 덧붙였다.

    세상을 움직인 설득의 비밀④ 기억

    네 번째는 ‘기억’이다. 메모 없이 연설하는 모습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다. 간략한 메모를 준비했더라도 그것에 의지하지 않고 연설하는 순간, 청중의 마음은 움직인다.

    레토릭에서 기억은 매우 중요하다. 기억이 낳은 또 다른 기억이 예술과 문학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예술과 문학은 아무 것도 없는 무의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접했던 모든 예술과 문학에 대한 기억을 통해 만들어진다.

    또한, 기억은 생각의 도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연설가는 생각의 도구인 기억을 바탕으로 연설문을 쓰거나 발표를 한다. 한편, 고대에서부터 내려온 기억법으로 ‘장소법’ 또는 ‘기억의 궁전’이 있다. 이는 고정적 구조를 만들고 특정 장소에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방법이다.

    우리가 기억을 땅의 수호신이라 비유하거나 영어로 할 말이 생각나지 않을 때, I’ve lost it이나 Sorry, it’s gone이라고 말하는 것을 생각해보자. 인터넷에서 인간의 모든 자료를 저장하는 공간을 사이트(site)라고 부르는 것만 봐도 ‘기억’의 중요성은 짐작할만 하다. 여기에서는 설득의 고수로 독불장군 스타일의 ‘윈스턴 처칠’과 뜨거운 연설자 ‘히틀러’의 이야기를 넣었다.

    세상을 움직인 설득의 비밀⑤ 연기

    다섯 번재는 ‘연기’다. 여기에서는 레토릭이 ‘말하기’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이야기한다. 우리는 텔레비전에서 배우가 발연기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망쳐놓거나, 명연기로 시트콤의 싸구려 대사마저 맛깔나게 살려놓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연기는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많은 사람 앞에서 말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실수를 자주 한다. 여기에서 우리가 가장 명심할 점은 말하는 속도다. 대다수 사람들은 많은 사람 앞에 서면 말이 너무 빨라진다. 특히 초조할수록 더욱 빨라지는데, 이럴 때는 천천히, 못 견딜 정도로 아주 천천히, 속도를 늦추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한편, 가식은 언제나 혐오감을 일으키므로 자연스럽게 느껴지도록 행동해야 한다.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가 설득력을 발휘하는 것도 이처럼 몰입해서 연설하는 듯 보이기 때문임을 명심하자.

    레토릭의 세계에서 당신은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상황에 따라 레토릭의 세계가 달라진다!”

    지금까지 설득의 비밀 무기를 알아봤다면, 이제 그 도구를 어떤 상황에서 꺼내야 하는지 알아보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레토릭의 장르를 정치적 수사, 사법적 수사, 과시적 수사로 나누었다.

    정치적 수사는 미래와 연관이 있으며 청중에게 무언가를 선택하거나 행동하도록 설득하는 것을 말한다. 사법적 수사는 과거의 문제를 다루며 주로 일상이나 법정에서 잘잘못을 따질 때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과시적 수사는 찬양과 비난의 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주로 결혼식, 장례식, 개회식 같은 행사에서 볼 수 있다.

    다시 구체적으로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정치적 수사는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무언가를 선택하는 유도하는 상황에서 사용한다. 주로 정치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저자는 고대의 명연설과 현대의 명칼럼을 예로 든다. 즉, 고전적 사례로는 필립포스 2세로부터 아테네를 수호하기 위한 테모스테네스의 공격적인 연설을 소개하고, 미디어가 발달한 오늘날의 대표 사례로 신문 칼럼을 들었다.

    직설적인 정치 논평으로 사랑받는 영국 칼럼니스트 사이몬 젠킨스가《가디언》에 쓴 기고문으로,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 제도의 영유권 분쟁에 대한 글이다. 한편, 여기에서는 설득의 고수로, 소통의 결정체인 마틴 루터 킹의 연설을 첨가했다.

    다음으로, 사법적 수사는 과거의 문제를 다룬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그 일이 일어난 이유가 무엇인가, 관련자가 도덕률이나 국법의 관점에서 잘못이 있느냐 없느냐 등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사법적 수사는 비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디든 등장한다. 회사에서 손실이 큰 실수를 했을 때, 한심한 남자친구의 문제를 툭 터놓고 이야기할 때, 두 녀석이 눈물을 흘리며 싸우는 상황에서 잘잘못을 가려야 할 때 사법적 수사가 동원된다.

    이 책에서는 톰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 <어퓨굿맨>의 한 장면으로 가상세계의 사례와 2011년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여기에서는 설득의 고수로 버락 오바마의 이야기를 넣었다.

    마지막으로, 과시적 수사는 사법적 수사와 정치적 수사와 많은 부분이 중복된다. 과거에 일어난 일을 분명히 밝히거나(사법적 수사),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면(정치적 수사) 어쩔 수 없이 다음의 문제를 따져야 한다. 따라서 관점에 따라 과시적 수사는 두 수사를 보강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저자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트로이의 멸망이 헬레네의 탓이 아니라고 주장한 고르기아스의 ‘헬레네 찬사’를 예로 들어 소개한다. 그녀가 스파르타에서 트로이로 간 이유는 신의 결정이거나, 강제로 끌려간 것이거나, 유혹에 넘어간 것이거나, 사랑에 눈이 멀어서였을 것이라며 말이다.

    한편, 오늘날 현대의 사례로는 신문 재벌인 허스트와 정치인 스미스의 공개 비난 사건을 설명했다. 여기에서는 마지막 설득의 고수로,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들을 여럿 소개하였다.

    저자는 레토릭이 딱딱하고 편협하며 시대의 뒤진 학문이 아니라 언어가 있는 모든 곳에 존재하며, 언어는 사람들이 있는 모든 곳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레토릭에 매료되는 것은 곧 사람에게 매료되는 것이고, 레토릭을 이해하는 것은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라며, 레토릭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인간애까지 함께 전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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