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성애, 정신적 질병 아닌가요?"
        2014년 12월 05일 02:5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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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인권헌장 관련한 상황을, 특히 박원순 시장의 반응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본 김승섭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가 올해 초 자신의 수업을 들었던 학부 학생과 동성애 문제에 대해 이메일로 주고받은 글을 기고해왔다. 일독을 권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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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의 이메일>

    강의 중에 동성애자 관련 내용이 있었는데요. 여태껏 고민을 하다가 몇 자 적어봅니다. 저는 동성애와 동성애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요. 동성애와 동성애자를 어떻게 받아드려야 하는지요. 같은 인간으로 받아 들여야 할 것 같은데 솔직히 좀 많은 거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동성애가 정신적 질병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동성애에 대한 불편함을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그런데 얼마 전에 유투브에서 what would you do. 라는 외국 프로그램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뭔가 동성애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교수님의 개인 의견이나 혹은 참고할 만한 좋은 자료가 있을까요?

    <김승섭 교수의 답장>

    반갑습니다.

    저도 그랬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미안하고 또 씁쓸하지만, 대학에 오기 전까지는 “동성애자”라는 단어를 들으면, 몸이 오글거리고 뭔가 나쁜 것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이 제게도 있었어요.

    그랬던 제가 이제는 동성애자를 포함한 한국의 성소수자(LGBT)들의 건강문제를 다룬 학술 논문들을 쓰고 있는데요, 요즘 간혹 20살의 나는 왜 중고등학교를 지나면서 동성애자에 대한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을까 생각을 자주 해봐요.

    저는 물론이고 친척 중에서도 동성애자들로 인해 어떤 피해를 입은 적이 없는데, 그들이 나라를 팔아 호가호위했던 친일파도 아닌데, 이성애자인 나에게 어떠한 피해를 준 적도 없는 그들을 왜 나는 ‘더러운’ 이미지와 연관 지어 생각했었을까. 20살 때까지의 내 마음속에 있던 “동성애 혐오”는 어디에서 시작되었던 것일까라는 고민이요.

    교육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동성애는 질병이다, 동성애는 죄악이다”라고 가르친 선생님은 없었어요. 다만, “동성애도 존중해야 한다”라든가 “동성애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 선생님도 없었던 것이지요.

    교과서에는 항상 이성애자들만 등장했고, 텔레비전에도 영화에도 동성애자는 등장하지 않았어요. 세상은 항상 남자는 여자를 좋아해야 하고, 여자는 남자를 좋아해야 하는, 나이가 차면 이성과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려야만 하는 그런 내용들로만 가득 차 있었어요.

    동성애를 “정신적 질병”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지요. 그렇게 생각하던 사람들이 있었어요. 한때는 의사들도 그렇게 생각을 했구요. 1952년에 처음 출판된 정신질환분류(DSM)에는 동성애(homosexuality)가 질환으로 등재되었었어요. 여러 의학 연구들과 인권 투쟁들이 있고 나서, 1970년대부터 동성애는 공식적으로 질환이 아닌 것으로 학문적으로 정리되었어요.

    이제 한국을 포함해서, 현대 의학을 받아들인 어느 나라에서도 동성애는 정신 질환이라고 의과대학에서 가르치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동성애를 질병이라고 말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그릇된 이야기고, 따라서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브로큰마운틴

    동성애를 다룬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실은 동성애를 “정신적 질병”이라고 말하는 것은 비상식적일 뿐 아니라, 폭력적인 것이예요. 질병은 고쳐야 하는 상태, 치료를 필요로 하는 상태를 말하잖아요. 그런 생각은 동성애자들을 “치료”를 통해 이성애자로 만들고자 하는 시도들로 이어졌었거든요. 1980년대까지는 미국에서도 꽤 오랫동안 그런 치료법들이 유행했었어요. 그런 시도들이 정치적으로 잘못된 것일 뿐더러, 실제로도 효과가 없는 일이었다는 것들이 이제는 밝혀졌지만요.

    그런 치료법을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동성애자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예요. “너의 존재 자체가 질병이다”라고 말하는 게 되지요. “흑인에게 흑인인 것이 질병이고, 한국 사람에게 한국 사람인 것이 질병이다”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러니 개조하라고. 이 얼마나 폭력적인 행위인가요.

    더 나아가, 동성애를 “정신적 질병”이라고 하는 것은 비상식적이고 폭력적인 뿐더러, 시대적으로 뒤쳐진 이야기예요. 조디 포스터나 웬트워스 밀러 같은 헐리우드 스타들이 최근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한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을 거예요.

    이미 10여 년 전부터는 “남 Vs 여 Vs 동성애자”로 나누는 구분법조차 다양한 형태의 성(sex)를 포괄하기에 부족하다는 논의가 학계에서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구요,

    2012년에는 미국 위스콘신 주에서는 커밍아웃한 동성애자가 처음으로 상원의원이 되었구요, 2013년 독일에서는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 3의 성”을 가족법상 인정하기 시작했어요. 2014년 올해는 미국 메사추세츠 주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지 10주년이 된 해구요. 2014년은 이미 반기문 UN 사무총장도,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짐킴 세계은행 총재도 동성애자 차별에 반대하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당당히 이야기하는 세상이구요.

    저는 한국에서도 향후 30년 뒤에는 우리가 봉건왕조나 노예제 시절을 돌아오지 않을 과거로 이야기하는 것처럼, 몇몇 사회단체들이 동성애를 “정신적 질병”으로 여기고 “확산”을 막으려 했던 시기를 옛날 이야기처럼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동성애를 “정신적 질병”으로 인식하는 것은 20살인 학생의 잘못은 아닐 거예요. 저를 포함해서, 우리 모두 초/중/고에서 그렇게 교육을 받았으니까요. 그리고 10대에 받는 교육의 힘은 정말 무서운 것이어서, 20대에 아무리 논리적으로 그게 아니라고 생각해도, 마음 깊숙이 몸이 배워버린 내용을 바꾸는 데는 시간이 걸려요.

    그러니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마음을 열고,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봤으면 해요. 책을 읽고요. 동성애만이 아니라, 전쟁에 대해서, 인권에 대해서, 그리고 학생을 불편하게 만드는 많은 것들에 대해서요. 그 과정을 거쳐 학생이 도달하게 되는 여러 결론은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다를 수도 있어요. 다만, 쉽게 결론 내리지 말구요. 가슴 속에 항상 물음표를 품고서.

    마음 속 불편한 내용에 대해서, 숨기거나 무시하거나 도망가지 않고, 말해준 학생의 모습이 멋지고 고맙습니다. 한 학기 동안 수업 듣느라 수고했어요.

    필자소개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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