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은 영원하다고 믿는다면
[그림책 이야기] 『뼈다귀 개』(에릭 로만/ 주니어김영사)
    2014년 12월 05일 10:3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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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 귀신을 만난 적이 있나요?

거스와 그의 개, 엘라는 아주 오랜 친구입니다. 보름달이 뜬 어느 날, 엘라는 자신이 이제 너무 늙었으며 곧 죽게 될 거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엘라는 자신이 죽더라도 언제나 거스와 함께 있을 거라고 다짐합니다. 더불어 보름달 아래서 맺은 약속은 절대 깨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얼마 뒤 엘라는 정말로 눈을 감습니다.

거스는 너무나 슬프고 외로워서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갔습니다. 집안일도 하기 싫었지만 억지로 했습니다. 마침내 할로윈 축제일이 되자 거스는 원하지 않았지만 다른 아이들처럼 해골 분장을 하고 사탕 가방을 든 채 밖으로 나왔습니다.

날이 어두워지자 거스는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해골 귀신들이 묘지 사이에서 되살아나 거스를 에워쌌습니다. 이제 거스는 어떻게 될까요? 정말 거스는 해골 귀신들에게 한 끼 식사가 되고 마는 걸까요?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 할로윈

할로윈은 10월31일 밤에 열리는 축제입니다. 11월 1일이 기독교에서 모든 성인을 기리는 만성절(all hallows day)이며 그 전야제가 바로 할로윈(만성제 halloween)입니다.

옛날 유럽 사람들은 10월 31일이 가을이 끝나는 날로 여겼습니다. 또한 이 날은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아서 죽은 혼령들이 깨어나 산 사람들의 삶을 어지럽힌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그날 밤엔 모두 유령 옷을 입고 유령을 쫓아버리는 풍습이 생겼습니다.

할로윈 축제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영혼에 대한 믿음입니다. 과학과 종교를 떠나 영혼의 존재를 믿는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영혼의 존재를 믿는 사람은 스스로 두 가지 삶을 보살피기 때문입니다. 바로 영혼의 삶과 육체의 삶입니다. 영혼의 존재를 믿는 사람은 상대방을 볼 때도 영혼의 삶과 육체의 삶을 동시에 보게 됩니다.

따라서 죽은 이의 영혼을 기리는 할로윈 축제는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이며,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시간이며, 저마다 지금까지 살아온 영혼의 삶과 육체의 삶을 되돌아보는 아름다운 전통입니다.

뼈다귀 개

믿고 꿈꾸는 대로 이루어지다

그런데 할로윈 축제날 거스가 해골 귀신들에게 둘러싸인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거스가 영혼의 존재를 믿기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거스는 사랑하는 개 엘라의 영혼이 살아있다고 믿습니다. 엘라가 보름달 아래서 약속한 대로 엘라가 자신의 곁에서 영원히 함께 있다는 것을 거스는 굳게 믿습니다.

거스가 엘라의 영혼을 믿는다는 것은 동시에 다른 영혼들의 존재도 믿는다는 뜻입니다. 그리하여 거스는 묘지를 지날 무렵 해골 귀신들을 만납니다. 만약 거스가 엘라의 영혼을 믿지 않았다면, 엘라가 죽어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면, 거스의 눈에 해골 귀신이 보이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삶은 자신이 믿고 꿈꾸는 대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엘라에 대한 거스의 믿음은 해골 귀신과의 조우라는 위기를 만듭니다. 하지만 동시에 엘라와의 재회라는 기쁨을 가져다줍니다. 『뼈다귀 개』라는 제목과 표지 그림에서 이미 예상할 수 있듯이 거스는 엘라의 영혼과 만나게 됩니다. 그 다음에 벌어지는 이야기는 여러분이 직접 책으로 보시기 바랍니다. 아주 놀랍고 기발한 반전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이의 영혼을 믿는 사람은 사랑하는 이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사랑하는 이를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거스가 엘라의 영혼을 만난 것처럼 말입니다.

해골과 뼈다귀에 친해지다

제가 처음에 『뼈다귀 개』에 매료된 것은 기발한 반전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뼈다귀 개』를 보면 볼수록 이야기뿐만 아니라 뼈다귀 그림에 매료됩니다. 누군가 뼈다귀 옷을 입고 나타난다면 한 걸음에 달려가 그를 안아주고 싶을 만큼 말입니다.

에릭 로만의 그림책 『뼈다귀 개』는 저에게서 해골과 뼈다귀에 대한 공포를 없애 주었습니다. 『뼈다귀 개』에서 해골과 뼈다귀는 영혼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그림책 『뼈다귀 개』는 누구에게나 마술을 부립니다. 그래서 거스가 사랑하는 개 엘라가 해골과 뼈다귀뿐인 모습으로 돌아왔는데, 누구나 그 해골과 뼈다귀를 엘라의 영혼이라고 생각합니다.

해골과 뼈다귀로 영혼을 상징한 것은 분명 탁월한 선택입니다. 해골과 뼈다귀는 보통 죽음을 상징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오히려 죽음 뒤에 남은 것이 바로 해골과 뼈다귀이기도 합니다. 생명이 육체와 영혼으로 되어 있는데 육체가 사라지면 남은 것은 영혼입니다. 그러니 해골과 뼈다귀는 영혼을 상징할 자격이 충분합니다.

해골과 뼈다귀까지 사랑하라

모든 사람들이 만물에 영혼이 있으며 육체는 사라져도 영혼은 영원하다고 믿는다면, 분명 세상은 달라질 겁니다. 우선 동물이나 식물을 대하는 태도부터 달라질 겁니다. 그들에게도 영혼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더 깊고 따뜻하며 진지해질 것입니다. 우리에겐 영혼이 있기에 우리는 죽어도 죽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을 아무도 나 몰라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비록 몸은 죽었을지라도 그들의 영혼은 우리 곁에 영원히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인류에게 부디 해골과 뼈다귀까지 서로 사랑하라고 권하는 그림책, 『뼈다귀 개』입니다.

필자소개
이루리
동화작가, 그림책 평론가, 도서출판 북극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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