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공산당, 지역별 최고책임자 선출
    [중국과 중국인] 시진핑 등 건국 이후 출생 인물들 지도부 배치 예정
        2012년 07월 09일 10: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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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3일, 현 베이징 시장인 궈진롱(郭金龙)이 중국공산당 베이징 시당 위원회 서기로 선출되면서 차기 중국공산당 지도부 구성(오는 10월 개최될 예정인 중국공산당 제 18차 전국대표대회)을 위한 1차 과정이 순조롭게 완료되었다. 베이징을 포함한 4개 직할시, 5개 소수민족 자치구, 2개 특별행구(홍콩과 마카오) 및 23개 성(省)에서 31명의 최고 책임자가 새로 선출되거나 재신임을 받았다.

    대다수 한국 언론이 무관심하거나 단신 보도로 지나치고 말았지만, 지난 해 말부터 진행된 각 성급 최고책임자(서기) 선출은 이들 중 다수가 차기 당 대회에서 중국의 주요 국가 정책을 결정하게 될 공산당 정치국(더 나아가서는 정치국 상임위)의 구성원으로 선출 될 것이기 때문에, 불과 한 달 전까지 한국은 물론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보시라이(薄熙来) 전 총칭(重庆)시당 위원회 서기와 관련된 사건 보다, 훨씬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2년 3월 전국대표대회 개막식에서의 원자바오 총리와 후진타오 주석

    특히 중국공산당이 이미 중화민족의 부활을 주도하고 있는 집권당으로서의 역할을 더 강조하고 있는 마당에 공청단(共青团), 태자당(太子党), 샹하이(上海帮)의 대립을 대서특필하면서 마치 중국에 곧 변란이 발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은 이제 곧 수교 20주년을 맞이하고 있고 또 미국, 일본과의 무역 규모를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액수를 돌파한 중국의 대한정책을 파악하고 또 이에 대처하는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정권이 교체되면서 대외 정책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요동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중국의 대외 정책은 어떤 파벌이 최고 권력을 잡았을 경우에도 크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측근이라는 이유로 능력을 검증받지 않은 인사들이 국가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핵심 지위에서 국정을 농단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현재 중국의 주요 정책 결정권자들의 등장 과정은 떵샤오핑(邓小平)을 끝으로 혁명 1세대들이 현실정치에서 전면 퇴장하면서, 여러 가지 미흡한 점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상당한 절차적 투명성과 이들의 국정 운영 능력에 대한 검증과정을 확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찍이 정부 고위 관료들의 임기와 연령 제한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게 규정(5년 임기에 1차례 연임 가능, 부장(部長-한국의 장관급)이상 직책에는 65세를 초과하면 임명될 수 없음)된 것과는 달리 당직에 대해서는 아직 명문화된 규정이 없기는 하지만, 근래 당 총서기 재직 10년, 당 대회 개최 시기를 기준으로 68세 이상 정치국상임위, 63세 이상 정치국 진입 불가 등의 암묵적인 합의가 지켜지고 있어서, 당 운영에 있어서도 특정 개인의 장기 집권 또는 전횡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의 주요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정치국 상임위에는, 한국보다 인구도 많고 면적도 큰 지역들을 운영했던 당의 핵심 간부들과 행정부의 총리와 부총리가 주요 구성원으로 참여해 집단적 의사결정을 진행하기 때문에, 비교적 객관적인 능력검증과 정책의 지속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런 전제 위에서 중국 내부 정치구도의 변화를 분석해 보자면, 앞에서 언급한 보시라이 사건이 올 가을 개최될 중국공산당 대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처럼 보인다.

    우선 보시라이와 절친한 관계인 전임 쟝쩌민(江泽民) 총서기의 측근인 정치국상임위원이자 당 정법위(政法委)서기 조우용캉(周永康)과 그의 권력 기반인 정법위의 역할이 상당부분 축소되는 현상이 최근의 지역 당 위원회 인사에서 잇달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법 및 공안 계통을 지휘하면서, 비상시국에는 무장경찰과 군 병력 사용 요청 권한까지 보유하고 있던 정법위의 권한 중 무장경찰과 군 병력 사용 요청권이 삭제되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으며, 대부분 각 지역 공안부장이 겸임하던 정법위 책임자에 지역 부시장이 겸직으로 임명되었다. 이는 장기적으로 정법위에 대한 행정부의 영향력이 더 강해 것임을 예고해 주면서 또 단기적으로는 곧 개최될 18차 당 대회에서 현 후진타오 총서기의 영향력이 좀 더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후진타오 총서기와 가깝기는 하지만 별다른 특징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미 65세인 궈진롱이 64세 이상 정치국 진입 불가라는 내부 합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수도 베이징 서기에 선출된 것은 집권 10년 동안 베이징과 샹하이, 중국을 대표하는 두 대도시 책임자들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했던 후진타오에게는 적지 않은 성과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번 여름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진행될 당-정 최고위 간부들의 최종 협상을 통해 최종 합의가 도출 될 것이고, 또 10월 당 대회 개최까지 시간적 변수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외부에서 예측하거나 기대하는 것처럼 파벌간의 대립이 격화되거나 커다란 변화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 예측된다.

    오히려 샹하이방과 공청단을 탄생하게 했던 쟝쩌민과 후진타오 등이 현실정치에서 물러나면서 정치엘리트들의 파벌 의식이나 대립은 더 약해질 수도 있으며, 특히 시진핑(习近平), 리커챵(李克强) 등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후 출생한 인물들로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되고 또 이들의 개별적 권한이 좀 더 약해지면서 최고 지도부의 합의를 좀 더 중시하는 집단지도체제가 형성되고 또 이로 인한 정치체제의 유연화 가능성을 예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필자소개
    중국현대정치 전공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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