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드트럭 규제개혁,
    어쩌다 이 모양이 된 것일까
        2014년 12월 03일 09: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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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앞 회의 글 ‘푸드트럭으로 제2 정준하 꿈꾸는 당신에게’ 링크

    “The road to hell is paved with good intentions.”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 – 영국 속담

    지난 글에서(링크) 3월 이후 푸드트럭에 대한 각종 규제 개혁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푸드트럭 장사가 실제로 왜 불가능한지 설명했다. 이번 글에는 좀 더 자세히 정책을 살펴보고 왜 이런 식으로 정책이 설계되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푸드트럭으로 이익을 보는 것은 영세상인인가 자동차업계인가

    지난 3월 20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민관규제개혁합동회의에서 푸드트럭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건의한 사람은 푸드트럭 장사를 하는 영세상인이 아니었다. 푸드트럭 개조업자였다. 애당초 규제 개혁의 목적이 갈 곳 없는 서민들이 장사를 쉽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개조산업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던 것은 아닐까.

    8월부터는 안전과 배기가스 문제로 생산이 중단되었던 GM대우의 다마스와 라보가 생산이 재개되었다. 서민들의 생계를 위해 생산을 재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이 두 차량은 1991년 출시 이후 제대로 된 충돌 안전 테스트를 한 번도 거치지 않았다. 또한 GM대우는 다마스와 라보 생산 재개로 2007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 자동차시장 점유율 10% 고지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짤1

    다마스의 안전성 우려에 대한 한 장 요약 짤(이미지 출처 KBS 1박2일)

    튜닝산업 활성화, 경상용차 생산 재개, 푸드트럭 규제완화라는 세 가지 흐름을 연결시키는 것은 지나친 추측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사건은 동시에 일어나 연쇄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푸드트럭 규제와 차량 개조의 규제가 풀리고 때 맞추어 경상용차 생산 규제가 풀렸다. 새 트럭을 사고, 개조를 하고, 장사를 하러 나가면 된다.

    아쉽게도 세 번째, 장사를 하러 나가는 게 안 된다. 이 점에서 푸드트럭 규제 완화가 자동차업계를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가능하나 영세 상인들을 위한 규제개혁이라고 볼 만한 구석은 없다.

    * 튜닝산업 관련 기사 링크

    불량식품은 없애고 지하경제는 활성화하고

    푸드트럭이나 노점상과 같이 합법적 경제영역에 포함되지 않는 경제영역을 비공식 경제(Informal Economy)라 부른다.

    푸드트럭 규제 완화는 겉으로 보기에 비공식 경제를 공식 경제의 영역에 포함시키는 정책으로 읽을 수 있다. 정부는 푸드트럭 규제 완화로 연 400억원의 부수효과와 6000여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낳을 것이라 발표하였다.

    그러나 지난 번 글에서 본 바와 같이 22대의 푸드트럭만이 합법적으로 영업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기존 노점과의 갈등과 복잡한 행정절차로 인해 폐업 위기에 내몰려있다.

    * 비공식 경제를 쉽게 설명한 기사 링크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불량식품 근절과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슬로건을 들고 집권했다. 푸드트럭은 비공식 경제 영역의 식품위생 영역이다. 불량식품과 지하경제라는 두 가지 키워드가 적절하게 맞물려 있다. 이것이 청와대의 의도였는지 관료들의 즉흥적인 발상에서 나왔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개혁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더 좋은 의제를 찾기도 어려울 것이다.

    아마도 박근혜 정부는 시장경제의 손발을 묶는 규제 때문에 성장 동력이 제한되어 있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규제들(정부의 표현으로는 손톱 밑 가시)를 풀면 한국경제의 성장 동력 포텐샬이 터진다는 단순한 발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푸드트럭은 과자로 만든 집

    푸드트럭 규제 완화는 간단히 말해 설계도 없는 무모한 착공이라 할 수 있다. 정부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비현실적이고 단순한 발상이 서민의 꿈을 짓밟고 있는 셈이다. 물론 실험적 정책이란 가능하다. 시행착오를 통해 고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책실험의 대상은 사람이며 사람을 실험대상으로 삼는 일은 매우 섬세해야 한다.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과자로 만든 집은 매우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골재를 밀가루 반죽으로 만들어서는 지붕의 하중을 견딜 수 없다. 설령 외장재만 과자로 덮는다고 해도 이 집에는 개미와 악취가 가득할 것이다. 장마철에는 과자로 만든 벽이 흐느적거리는 진기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 푸드트럭 규제 완화가 이것과 같다. 겉으로는 그럴싸 해보여도 현실의 문제는 단순하게 접근하여 해결 할 수 없는 것이다.

    과자로 만든 집

    엄마가 말했다. 먹을 걸로 장난치지 말라고.(이미지 출처 http://totobox.tistory.com/888)

    과자로 만든 집은 푸드트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규제 개혁에는 천송이 코트, 호텔건설 규제 등이 핵심 패키지로 묶여 있다(정부가 핵심 규제개혁 과제로 제시한 것은 41개에 달한다).

    천송이 코트는 해외에서의 한국 상품 인터넷 구매를 쉽게 하기 위해, 호텔 건설 규제 완화는 학교 앞에도 호텔 건설이 가능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둘 다 수많은 논란만 낳고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여기에 IT업계와 건설업자는 보이지만 IT노동자, 건설노동자는 보이지 않는다. 푸드트럭에 자동차업계만 보이고 영세상인이 보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부의 규제 개혁이 단순히 손톱 밑 가시를 뽑는 게 아니라 누구를 위한 규제 개혁인지, 심지어 누군가의 손톱 밑에 가시를 넣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소개
    정의당 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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