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행부 바뀌더라도
    발전전략은 일관되고 꾸준하게"
    [인터뷰-2]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
        2014년 12월 03일 09:2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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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승철 위원장 인터뷰 1회 링크

    이후 개인적 거취와 고민은

    정종권: 위원장 임기가 끝나면 하고 싶은 건 무엇인가?

    신승철: 다시 공장 가야지 뭐.

    정종권: 그건 그렇다 치고, 제일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신승철: 오토바이 사서 잠깐이라도 여행 떠나는 거 하고 싶다. 그리고 아마 계속 공부할 것 같다.

    정종권: 공부?

    신승철: 현재 대학원생이다. 학부 때도 상담심리학을 전공했고, 석사 역시 상담심리학이다. 현재는 휴학 중이다. 임기 끝나면 다시 공부할 것이다.

    정종권: 하필 상담심리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신승철: 인간은 근본적으로 외로우니깐. (웃음) 우리는 사람관계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조직인데, 회의 한 번 해보면 굉장히 적대적이고 분노를 표출하는 일이 많지 않나. 누군가에게 상처 받기도 하지만, 또 내가 상대에게 상처 주기도 하고. 그런데 이게 그냥 잊어버리면 해소되는 게 아니라 계속 상처로 남아 있다. 운동은 집단을 치유해주지만, 상담은 개인을 치유하고 희망을 준다. 운동은 거시적이지만 상담은 미시적이다. 그런데 나는 묘하게 둘 다 끌렸던 것 같다. 그래서 늦깎이로 사이버대학교에 들어가 공부하다 석사까지 하게 됐다.

    정종권: 학부 때 평점은?

    신승철: 아, 기억 안나!(웃음) 하는 일이 많으니깐, 이거저거 많이 하니깐. (웃음)

    정종권: 배운 걸 활용하기도 하나?

    신승철: 어디 활용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나를 치유하고 돌아보기 위해 시작했다. 세월호 사건만 보더라도 제도와 권력이 상처를 주고, 운동으로 거시적으로 치유하고 희망을 주고 있지만, 개인이 받은 상처는 어떻게 할 건지 돌아보지 못하기도 한다. 그래서 눈에 띄지는 못하겠지만 갈등치유센터를 준비해 임기 전 까지 교육원 산하에 두어 상근자도 채용하기로 했다. 운동 과정에서 얻은 개인의 상처까지 운동이 어떻게 치유해줄 수 있는지 노력은 해야 하니깐.

     87년 세대의 민주노조 활동가들은 어디고 갔나

    정종권: 87년 세대가 하나 둘 슬그머니 다들 활동에서 은퇴했다. 20년 동안 나름 온몸을 다해 열정적으로 활동했던 그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신승철: 각자 알아서 사는 거지 뭐.

    정종권: 기존의 정치권으로 먼저 가버렸던 사람들도 있고, 민주노동당에서 열심히 활동한 사람도 있지만 그래봤자 그 노동운동의 활동가 역량의 10%도 안 된다. 나머지 90%는 무얼 하고 있을까? 나름 중요한 인적 자산인데 말이다.

    신승철: 조직적으로 인적 재생산 구조가 없다보니 그들을 수용해오지 못했지만, 지난 1차 인터뷰에서도 말했지만 이제 민주노총이 그들을 재교육해서 지역활동으로 투입하는 등 그들의 역할을 고민하고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다른 고민은, 50대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조용히 사라지는 대다수의 활동가들 대부분 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자기 진로를 운동 안에서 해결하기 보다는 각자의 생존 문제로 진로를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나는 이것이 인적 자산의 낭비이지 운동의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역정치와 생활정치의 핵심 부대에 그 사람들이 투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종권: 87년 이후 민주노조 운동의 주요 활동가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지 조사한 적은 없나

    신승철: 없다.

    정종권: 대공장 등에서 활동한 사람들은 은퇴 후에도 활동하는 모습이 가끔 보이긴 하지만, 전노협은 중소사업장 중심이어서 지금은 사업장 자체가 없어진 경우도 많다. 87년때 2~30대였던 사람들이 지금 뭐하고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

    신승철: 듣다보니 그들이 무얼 하고 있는지 조직적으로 찾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은 든다.

    정종권: 정당에서 활동하는 사람,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 경제적 문제로 활동을 접은 사람, 아예 운동에 환멸을 느끼고 떠난 사람들도 있지만, 그 외에 여전히 운동에 애정을 갖고 있지만 진보정당이나 조직적 틀이 다 수용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더더욱 조사가 필요할 것 같다. 대략 수천 명은 되지 않겠나. 저번에 전직 중집 성원들이 민주노총 침탈 때 다 모였었는데, 87년 이후의 민주노조 단위사업장 전직 간부들과 열성 조합원들이 모이는 기획도 잇으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최근 협동조합이 많아졌다. 부산에서 노동자생협이 만들어져서 활동한다는 말도 들었는데 어려운 상황인 거 같다. 그리고 민주노총 남성 간부들의 부인이나 가족들 중에서도 생협운동의 열성 활동가 역할을 하는 사람도 많은 거 같다. 그런 걸 보면 민주노총이라는 조직 자체가 노동조합이면서 동시에 생활협동조합의 역할을 수행하거나 전농(전국농민회총연맹)과 농산물 직거래 사업 같은 것도 해볼 수 있지 않나?

    신승철: 2009년 집행부 때 혁신위원회에서 제출된 게 지역을 중심으로 의료 등 생활협동조합을 만들자는 거였다. 하지만 연맹과 지역에 있는 간부들이 모두 반대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시민운동 영역과 거리감이 있다 보니 왜 민주노총이 그런 사업을 해야 하냐고 했다.

    그런데 지금 다시 확인해보면 시민운동의 영역과 노조운동이 전혀 별개로 가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다. 실제로 의료생협, 교육생협 등에 대해 연구해보면 내부적으로 상당한 고용 효과도 낳고 경제적 수익도 가능하다는 판단이 든다.

    한편 2009년 경에 전농과 농산물 직거래 사업을 추진했는데 오히려 전농에서 잘 못 했다. 전농의 주요 활동가들이 농업 생산활동에 전념하기도 어려운 조건이고 해서. 생산자협동조합을 잘하는 건 오히려 전여농(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다. 제철 밥상, 우리씨앗지키기 등 많은 성과를 냈다.

    그래서 결국 시민운동과 지역운동과의 연결고리로 생협을 검토해야 한다. 또 인적 재생산 구조로써 은퇴 활동가들을 재교육한 후 지역활동에 투입해야 한다는 문제도 지역운동의 핵심 고민이어야 한다.

    지역본부의 전략은 3가지 방향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첫 번째 미조직노동자 조직 전략, 두 번째는 협동조합으로써 시민운동과 결합, 셋째가 지역정치이다. 이게 다 하나로 연결된다.

    미래전략위에서의 이러한 논의를 대의원대회가 아닌 지역토론회에서 먼저 하는 이유는, 운동진영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전체적 시스템을 갖추고 비전을 제시할 때 비로소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더라도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는 커다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장 한두 차례 조직의 회의에서 결정을 한다고 풀리는 문제가 아니다.

    신승철1

     집행부 바뀔 때마다 민주노총 발전 전략이 바뀐다면 안된다

    정종권: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많은 국정과제도 5년 안에 해결할 수 없는 게 많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이어가질 않았고,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들도 박근혜 정부가 이어가지 않는 게 많다. 민주노총 역시 전략적인 주요 사업들은 10년, 20년을 내다보고 추진해야 하는데, 다른 성향의 집행부가 들어서면 계획했던 사업들이 찬밥 신세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마찬가지로 민주노총이라는 한국 민주노조의 총연맹체가 신승철 집행부라는 특정 집행부의 과제가 아니라 10년을 내다본 전략적 계획에 대한 합의가 없다면 큰 문제인 거 같다.

    신승철: 동의한다. 그래서 미조직 노동자 전략조직화 사업과 200억 비정규 기금에 대해 돈 중심 등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 대중적인 지역 토론을 먼저 시작한 것은 실행이 더디더라도 그 방향을 꾸준히 밀고 나가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미래전략위도 직선제라는 내부의 큰 일을 앞두었지만 지속적으로 지역 토론을 다닌 것도 역시 이 때문이다.

    민주노총의 미래가 특정 집행부만의 의견으로 제출되는 건 곤란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대중적으로 어떤 의제나 방향성에 조직 전체의 공감대를 만들어내고 유실되지 않도록 하는 게 내 임무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신승철이 뭐했냐, 라는 질문을 받으면 ‘관리’라고 하는 것이다.

    정종권: 과연 다음 집행부가 그런 의미를 갖고 계속 추진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신승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70% 정도는 했다고 본다. 미래전략위가 지역토론회를 다니는 중요한 이 사업이 유실되지 않도록 했다. 만약 내가 이러한 사업들을 내 임기 내에 끝내려고 했다면 후보들은 내가 낸 성과를 공격하면서 새로운 사업을 제출했겠지만, 이미 미래전략위에서 의제화했던 것들을 그 사람들(후보들)도 계속 하겠다고 한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

    후보들도 미조직 조직화 전략을 폐기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고, 비정규 기금 조성에도 이견이 없다. 그런데 만약 내가 200억 기금을 임기 내에 달성하기 위해 돈 모으기에 혈안이 되었다면, 그 사람들이 이 사업을 이어 받을 수 있겠나?

    정종권: 미래전략위에서 최종 보고서는 나왔나?

    신승철: 16개 지역본부 중 6개 지역에서 토론했고 나머지 10개 본부는 아직 못했지만, 보고서 초안은 나오고 있다.

    정종권: 미래전략위의 보고서 초안은 전국순회를 통해 수정 보완되고 있고, 신승철 집행부가 아니라 이후 민주노총의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추진할 사업이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말인가? 가령 전략 조직화나 비정규 기금도 누가 당선되더라도 민주노총의 10년을 내다보고 추진할 과제라고 생각하는 것고, 그것이 신승철이 한 것 중 가장 중요한 일이었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신승철: 가장 중요한 일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모두가 10년을 내다보고 전략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와 역할이 무엇인지 동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민주노총의 대의원대회나 집행기구의 기능이나 국회와 정부의 기능은 결의한 것을 지키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우리가 정부에게 합의 구조를 요구하는데 그건 전 사회적 토론을 구조화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마찬지로 민주노총 역시 대의원대회에서 무얼 의결하려 할 때는 현장 활동가까지 충분한 토론을 거쳐 민주노총이 20년이 지난 뒤에도 무엇을 할지 충분히 논의되어야 한다.

    정종권: 그렇다면 차기 집행부에 누가 당선되더라도 미래전략위 사업은 신승철 위원장이 계속 맡아서 책임있게 진행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신승철: 그건 다음 집행부가 판단할 일이지만 만약 그 역할이 나에게 주어진다면 지속할 의사도 있고 이미 그런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싱크탱크, 교육기관 등

    정종권: 민주노총이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씽크탱크는 빈약한 편이다. 하다못해 한국노총도 정책연구원이 있고 활동가 교육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지만 민주노총은 그런 측면에서 양적으로 질적으로 많이 미약한 거 같다.

    신승철: 미래전략위와 중집에서도 이야기한 사안이기도 한데, 나는 교육원, 정책연구원, 국제위원회를 산별연맹 차원이 아니라 민주노총 차원으로 통합하자고 제안했다. 연맹의 중심성은 가지되 각자 할 수 없는 것도 있으니 총연맹을 중심으로 모이자는 것이다. 그러나 연맹에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장소라도 통합하자고 했다. 연맹 연구원과 총연맹 연구원이 같이 모여 있으면 서로 의견 교환도 되지 않겠냐. 그러나 규모가 작은 연맹은 동의하지만 공공이나 금속처럼 큰 데는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 설득의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그 설득의 과정이 단지 통합하자는 걸로는 안 된다.

    미래전략위는 민주노총의 10년의 미래를 보고 시스템과 구조의 전환을 종합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정치적, 조직적 전략과 시스템 혁신, 이를 통한 인적재생산 구조를 완결해야 한다면 교육원도 통합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올 텐데, 여기에 동의를 안 할 연맹이 어디 있겠나.

    지역운동의 핵심에는 미조직 조직화도 있지만 투쟁 사업을 지원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래서 공공, 금속, 전교조, 공무원 등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연맹이 없는 연맹은 지역본부로 한시적으로나 통합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가령 진주의료원 투쟁은 매우 중요하지만 보건의료노조가 다 담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리적으로 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역 사안이기 때문에 지역 내 시민단체와도 연대해야 하고, 그러다보니 지역본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홈플러스 투쟁도 전국적으로 가능하기 위해서는 지역본부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종합적인 시스템을 80만 조합원이 있는 규모답게, 그리고 향후 100만이 됐든 200만이 됐든 이걸 잘 구조화해서 시스템을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이 미래전략위의 전략이다.

    그런데 미조직 조직화 전략 사업이 그동안 정말로 ‘전략적’이었나, 전략 사업이라면 그 사업에 조직 집중도가 높아야 하는데, 그런 구조가 없으니 전략적이지 않았다. 그러면 그러한 구조를 만들어야한다.

    그리고 법률원은 이미 통합 운영안을 내고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노동법과 관련한 전문가 역량과 구성은 민주노총이 김앤장보다 훨씬 낫다. 그런데 이들은 거의 밤 12시까지 근무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중집에서 제안한 게 민주노총의 법률원이 실력이 되니 공공, 금속, 지역본부의 고문변호사까지 모두 통합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래서 현재 공공, 금속 법률원과 민주노총 법률원은 교환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신인수 법률원장이 나가고 공공의 권두섭 변호사가 들어온 것은 통합운영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정종권: 전문적인 다양한 교육기관이 민주노총 내에 있어야하는데, 지금은 외부의 성공회대 노동대학, 협동조합시민대학, 사이버노동대학 등이 이를 일정하게 담당하고 있다.

    신승철: 조세정책을 연구할 때 민주노총 조세정책연구원 조직 같은 곳도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된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아이디어가 반드시 간부나 지도부 머리에서 나와야한다는 편견을 깨야하고, 노조 역시 스스로도 그런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또한 지도부 역시 무조건 자기 임기 내에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대중은 못 받아들인다. 대중의 본성 중에는 ‘저 놈이 한 정책’이라고 하면 일단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본다.

    정종권: 그래도 아쉬움이 있다. 스웨덴 노총이 제출한 임노동자기금 정책을 연구하고 만들었던 사람들이 전문 경제학자들인데, 이들의 소속은 대학이 아니라 스웨덴 노총이었다.

    신승철: 민주노총 역시 10년 정도 지나면 그렇게 되리라고 본다.

    정종권: 그런데 법률원 같은 경우도 처음에는 민주노총에만 있다가 그 역량이 더 심화되는 게 아니라 연맹 별로 분산되었다가 위원장 말을 들으니 이번에 다시 통합운영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앞으로 10년 후면 그런 민주노총의 전문역량, 전문기구의 발전이 더욱 심화되고 확장될 것이라는 근거는 무엇인가?

    신승철: 민주노총은 지난 20년 동안 정권과 자본의 탄압에 대응하기 바빴고, 87년 대투쟁으로 20년을 먹고 살았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은 민주노총 자체의 전략과 전망에서 변화의 시점이 와 있다는 건 근거 없는 낙관이 아니라 과학에 근거한 것이다. 지금 우리가 변하지 않으면 더 위축되고 축소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우리 안에 팽배하고, 그런 위기의식이 바로 우리를 변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정종권: 활동가 집단 스스로도 변해야 가능할 일이라는 생각이다.

    신승철: 민주노총이 소수였어도 사회여론을 주도했던 적이 있다. 그건 바로 민주화 의제와 노동운동의 맥락과 의제가 유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과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현재 노동의 중심 의제는 비정규 문제인데, 이것이 사회적 의제가 된 상황이다. 처음 비정규직이 대량 양산될 때에는 민주노총이 조직하려 해도 외부의 민주세력이 많이 도와주질 않았다. 민주노총이 별거 아닌 조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 실력을 키워야하고, 활동가들을 잘 키워내야 한다.

    그래서 내가 교육원에 끊임없이 주문했던 것이 바로 계획만 폼 나게 만들지 말고 관련한 모든 단위와의 일관된 연대를 지속하는 거였다. 단병호 전 위원장이 평생교육원을 만들려고 할 때에도 조금만 기다렸다가 민주노총 내부에서 만들자고 했었다. 그런데 결국 단 위원장이 바깥에 만들었다. 그래도 나는 이곳이 언젠가는 민주노총에서 함께 해야 할 곳이라고 보기 때문에 교육원에게 그런 외부의 교유기관과의 연대를 일관되게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정종권: 지금까지 민주노총이 더디게 변화하고 정체된 이 상황을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신승철: 모두가 책임자다. 하지만 비관적이기만 해서 세상을 어떻게 바꾸겠나.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늘 당부하는 게, 후배가 어떤 사업을 하자고 제안했을 때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말이 내가 해봐서 아는데, 그거 안 된다’라고 말하는 거다. 자기 자신을 과거에 가두고서는 어떻게 세상을 바꾸겠나.

    정종권: 다음 지도부에게 어떻게 인수인계를 하나

    신승철: 대의원대회에서 간선제로 지도부를 선출했을 때는, 전임자가 망치를 ‘땅’치고 퇴장하면 그날 당선된 후임자가 곧바로 망치를 잡고 임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는 직선제이고 내 임기는 12월 31일까지이다. 인수인계는 종전처럼 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끼리 만나서 하는 게 아니라 이제는 상집 수준에서 하게 된다. 그래서 현재 하고 있는 골간 사업과 내년에도 유지해야 할 사업을 잘 정리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나는 사업 보고 형식으로 인계할 것이고, 내용적으로 잘 승계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서 넘겨줄 것이다.

    정종권: 한국노총과 통합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한

    신승철: 정책이나 의제를 두고 연대는 가능하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확실히 의제별 연대가 불가피했다. 또한 비정규직 문제 등도 연대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데 그게 조직적 통합으로 나갈 문제일까? 한국노총 위원장도 양대 노총이 조건 없이 통합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진보정당도 당 대표끼리 만나 합치기로 하고 당원들에게 뒤따르는 식이었다.

    그러나 막말로 내가 지금 양대 노총 통합을 제안하면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날 불신임할 것이고 한국노총의 보수세력 역시 탈퇴하겠다고 나올 수도 있다. 만약 진짜 통합이 된다고 하면 한국노총의 극보수와 민주노총의 극좌가 나가면서 중도그룹끼리만 통합될 것이다. 그런 통합은 또 디른 분열의 요소를 확대재생산할 뿐이다. 그래서 조직 통합과 같은 문제는 자기 조직에 대한 평가와 통합의 전망에 대해 전체 구성원들의 분명한 동의가 됐을 때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정종권: 마지막으로 민주노총 조합원이나 민주노총에 애정이 있는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신승철: 민주노총은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조합원들의 의해 움직이고 그 사람들의 참여에 의해 희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그러니 민주노총이 잘못될 때 민주노총 그 자체를 탓하지 말고 신승철 등 특정 집행부과 주체들이 잘못한 것이라고 비판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민주노총은 우리 조합원들 모두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노동자대회 슬로건 역시 ‘내가 민주노총이다’였다. 민주노총이 사회적 역할을 잘 수행하면 내 것이고, 잘 안 되면 남처럼 비판하는데, 그것도 잘못된 풍토라고 본다. 모두가 민주노총에서 제대로 자기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특정한 사람, 지도부가 노력해도 잘 될 수는 없는 거다. 민주노총은 이 사회 변화를 바라는 모든 사람의 것이다. 이 말을 전하고 싶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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