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산시민과 함께 한 작은 도서관 운동
    [진보정치 현장] 좀 더 아래로, 주민 속에서 진보정치의 길 찾자
        2012년 07월 09일 10:0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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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5년 장산초등학교 글벗도서관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으로 작은 도서관과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학교도서관은 오후1시부터 4시까지 운영하는데 도서관이 마칠 시간쯤이 되면 책을 보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아줌마, 조금만 더 책 보면 안되요.’ 라고 종종 졸랐습니다. 책을 보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얼굴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동네 아이들이 학교도서관 말고 가까운 곳에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없을까? 고민을 했습니다.

    2006년 당시 민주노동당 지역구 시의원으로 출마하면서 평소 관심을 가졌던 작은 도서관 관련 자료들을 분석해 보니 미국에서는 맥도날드 햄버그 가게 만큼이나 작은 도서관이 활성화 되어 있었고 이미 전라남도 순천에서는 작은 도서관이 잘 운영되는 것을 알았습니다.

    비록 지방선거에서 낙선은 하였지만 우리 동네에 작은 도서관을 운영할 적당한 장소가 어딘지 찾아 보았고 작은 도서관 현장 답사도 하였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 사업을 진행할지는 막막했습니다.

    2010년 지방선거 메인 공약으로 “아이들이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겠다”고 주민들에게 약속을 했습니다. 선거에 당선된 몇 달 후부터 동네 학부모들이 ‘언제 도서관이 만들어 집니까?’ ‘어디에 만드실 생각 입니까? 묻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진보신당 당원들과 논의를 했고 다행히 선거운동을 같이 한 옥곡동, 옥산동 학부모들이 진보신당 당원가입을 해서 함께 사업계획을 논의하며 진행했습니다.

    경산시 작은도서관운동본부 발대식 사진

    신입당원들은 누구보다도 도서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고 좀더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도서관친구들”이란 단체를 만들어 순천,김해지역 기적의 도서관 및 작은도서관 현장방문, 옥곡동 도서관 건립 서명운동을 전개했습니다. 자발적으로 현수막을 아파트 입구에 부착하고 매주 열리는 장날, 학교행사, 아파트 운영위원회, 동네 농협지점, 상가 등 옥곡동 곳곳에서 3개월 동안 서명운동을 하여 약5000여명의 주민 서명을 받아 경산시에 제출하는 성과를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현재 옥곡동 시부지(703평)에 도시계획변경절차를 밟고 있으며 시가 발주한 용역보고서에서도 타당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와서 국비예산확보와 의회승인 절차를 남겨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학부모이지만 생활을 하면서 불편한 점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저항하며 끝까지 진행하는 모습을 보고 희망을 가졌습니다.

    2011년 옥곡동 도서관건립 서명운동이 마무리 되어갈 때 ‘경산시 작은도서관 설치 및 운영을 위한 조례 제정 운동본부’ 를 출범시켜서 약 2개월 동안 경산 인구 25만명 중 1만명이 서명한 조례안을 확정하여 경산시의회 행정사회위원회에서 ‘경산시작은도서관 설치 및 운영·지원조례안’을 심의하였습니다.

    작은도서관 건립 서명운동 장면

    대표발의자로서 제안 설명을 했고 질의응답 과정을 거쳐 하루종일 논의가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이 경산시도서관조례를 개정하여 9월에 같이 심의하자는 의견과 작은도서관 조례를 먼저 통과하자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저는 경산시작은도서관조례와 경산시도서관조례는 별도의 조례안이므로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고, 보류하자는 의원들은 작은 도서관 조례가 통과되면 예산이 많이 들고 혹시나 선거에 이용당하는 것 아니냐는 억지논리를 폈습니다.

    저는 삽살개 테마파크 예산에 총430억이 드는데 작은 도서관 1개소당 리모델링비 5000만원, 월운영비 200만원 지원하는 것이 경산시 예산에 부담된다고 하는 것은 ‘개 집’ 짓는데는 예산을 몇 백억 쓰도 되고 아이들과 경산시민이 필요로 하는 도서관에는 겨우 몇 억도 편성화지 못한다면 ‘경산시민은 삽살개만도 못한 것 아니냐’며 주장했습니다.

    작은 도서관 설립이 어떤 정치세력에게 이익이 돌아갈 것인지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주민들의 바램을 외면하고 오직 정치적 이해관계로만 사업을 하는 것 아니냐며 반박했습니다.

    이 날은 참으로 전쟁같은 하루였습니다. 조례안이 적절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심의하는 것이 아니라 이 조례안이 통과되면 정치적으로 누구에게 이익이 돌아갈 것인지에만 판단하는 비상식적인 정치현실에 답답함이 밀려왔습니다.

    저는 여기서 물러나면 앞으로 의정활동이 어렵다고 판단되었고 계속적으로 상임위원들을 설득하여 상임위에서 수정 의결하여 마침내 경산시 작은도서관 조례를 통과시켰습니다.

    참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제가 속한 행정사회위원회에는 무소속 의원 3명 새누리당 의원3명 저를 합해 모두 7명입니다. 다행히 무소속 의원들이 지원해 주어서 통과되었지만 힘든 싸움이었습니다.

    저녁에 상임위를 마치고 나오는데 새누리당 의원이 “엄의원 무상급식조례도 할려고 하냐?” 라고 묻었습니다. 저는 웃으면서 “그럼 해야지요? 또 한판 붙어 볼까요?”라고 대답했습니다.

    2011년 7월 경산시작은도서관조례를 통과시킨 다음 이제는 본격적으로 작은도서관 건립 예산확보 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경산시는 2011년 업무보고에 옥산동 작은도서관 예산 5억원을 편성하겠다고 하였는데 막상 2012년 본예산에는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이 사실을 안 경산시 작은도서관운동본부와 지역 시민단체들은 예산 미반영에 대한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고 마침내 시청 회의실을 점거 농성하였습니다. 경산시는 주민들의 격렬한 저항에 당황했고 결국은 2012년 1회 추경에 우선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이후 2012년 옥산동 작은도서관 예산 3억2000만원이 통과되어 옥산동에 작은도서관이 2013년 3월에 개관할 예정입니다.

    지난 2년 동안 경산시에 공공도서관 건립 및 작은도서관 설립을 위해 보이지 않은 곳에서 수 많은 시민들의 바램과 노력이 있었습니다. 옥곡동 공공도서관 건립을 위해 애쓰신 도서관 친구들과 옥곡동 주민들, 작은 도서관 건립을 위해 앞장서서 애쓰신 경산시 작은도서관운동본부회원분들과 경산시민들이 경산시에 작은도서관 2개소 설립, 아직도 진행중이지만 옥곡동 공공도서관설립에 함께 하셨습니다.

    작은도서관운동본부 발대식에 참여한 아이들

    저는 경산시민들을 믿습니다. 솔직히 지난 2년동안 혼자 눈물 흘린 적도 많았고 과연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걱정도 하였지만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해 하면 할 수 있다고 마법의 주문을 쉴 새 없이 외웠습니다. 비록 큰 성과는 아니지만 작은도서관 하나 없는 경산에서 도서관 운동을 주민들의 힘으로 만들었고 하나씩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삶의 문제, 내가 속한 지역사회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이 것을 의제화 하면 주민들이 진보정치에 마음을 보탤 것이라 확신합니다. 진보정치가 무엇이며 진보정당이 어느길을 가야할지 혼란한 현 시점에서 저는 좀 더 아래로! 주민속에서! 생활속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진보정치는 만들어진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만들면서 길을 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필자소개
    정의당 소속 경북 경산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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