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는 사람이다
    [논술에서 배운다-1] 인구문제가 저성장의 원인 아니다
        2014년 12월 02일 09:4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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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술에는 삶과 시대를 돌아보게 하는 문제들이 꽤 있다. <말글 칼럼>을 써왔던 우한기씨가 이 주제들에 대해 묻어두기 아까워 하나씩 꺼내보고 그 의미를 짚어보는 <논술에서 배운다> 글을 연재하기로 했다. 대학 입시용이 아닌 거기에 묻어 있는 시대의 흐름과 고민을 살펴보자는 것이 필자의 고민이다. 많은 관심 부탁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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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도 한양대는 ‘인구문제’를 출제했다. 아프리카 인구 급증(가)과 한국 인구 급감(나)을 비교하고, 한국의 인구 증가 대책(다)을 소개했다.

    60년대 한국은 고도성장을 위해 산아제한정책을 채택한다. 인구 부양비용을 줄이고 저축률을 높여 투자를 늘리겠다는 의도에서였다. 성장은 이루었지만 이게 부메랑이 됐다. 생산인구가 줄고 노년층이 늘어나 저성장으로 가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인위적으로 인구를 늘리는 계획을 세운다.

    뜻밖에도 (라)는 ‘런던시 교통정책’을 내놓는다. 이를 참고하여 한국 인구정책을 평가하고 대안을 세워보라는 것이다. 그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이렇다.

    “직접적 방안은 도로를 확충하는 것이겠지만, 런던 시당국은 도로 건설이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다. 도로를 늘리는 만큼 자동차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비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았다.

    시당국은 다층적인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도로에 버스 전용 차선을 만들어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더 편리하도록 했다. 지하철 내부 환경을 개선하고 늘 불평거리였던 지하역 공기 오염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거부감을 줄였다.

    고도의 기술 지원이 필요한 통근용 도심 전차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런던 부심과 도심 사이를 7분에 주파하는 초고속 기차를 운행하여, 대중교통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2003년부터 시행된 일종의 교통 혼잡 부담금인 도시 진입세도 시민들의 협조를 얻게 되면서 런던의 교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와 같은 런던 시당국과 시민의 노력은 삶의 질을 높이려는 근본적인 목표를 가지고 출발한 것이었다. 이제 도심 교통 상황과 대기 오염 문제가 개선되었고, 차 없는 구역이 지정되어 보행자를 위한 환경이 조성되었다. 런던 시민들이 도심으로 차를 가지고 오는 일 자체를 불편한 일로 여기는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졌고, 시민들은 차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삶의 방식까지도 바꾸게 된 것이다.“

    <한국 인구 정책 평가>

    런던시가 도로 확충을 채택하지 않은 것은, 도로 늘리기가 자동차를 늘려 교통문제를 잡지 못한다고 봐서다. 마찬가지로 인위적으로 인구를 늘리는 것은 비용부담을 늘려서 저성장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안>

    1. 인구 활용도 높이기

    런던시가 대중교통 이용도를 높였듯이, 있는 인구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아이 낳으라기 전에 청년실업부터 잡으라. 노령화는 노년층이 그만큼 건강하다는 거다. 절박하다면서 왜 이 건강한 노동력을 쓰지를 않는가. 노동유연성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파트타임 노동에 더 많은 임금을 지불하여야 한다. 고용주가 필요해서 그때그때 쓰는 노동에 더 높은 임금을 주는 게 당연하지 않나. 그게 불편하면 정규직을 제공하든가. 당장에 비정규 노동 임금을 더 높게 책정하는 것만으로도 노동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영세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커진다지만, 문제는 자영업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것이고, 비정상적인 노동시장 탓에 그리 됐다.)

    2. 인구 경쟁력 높이기

    런던시가 대중교통 효율성을 높였듯이, 인구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경쟁력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할 때 최대치가 된다. 무한경쟁 시스템은 거꾸로 경쟁력을 없앤다. 타고난 자질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과 진로 보장, 실패하더라도 재기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한마디로 복지체계를 제대로 갖추는 것이다. 실패할 기회가 보장된다면 누구든 능력껏 도전할 수 있다. 노동이 자기실현일 수 있을 때 경쟁력은 절로 따라온다.

    3. 외국인 노동력 활용

    런던이 도시진입세를 매겨 차량 도심 진입을 막은 것을 감안하면, 거꾸로 부족한 노동력을 끌어쓸 수도 있다. 정말로 노동력이 문제라면 그렇다는 말이다. 노동에 걸맞은 대우만 해준다면 활용할 인력은 바깥에서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

    <결>

    런던시가 당장의 문제에 매달리기보다 ‘삶의 질’을 높이는 근원적인 해결책을 모색했다는 데 주목한다. 인구를 대하는 시선부터 바꿔야 한다. 인구를 ‘비용’으로 봐서 줄였다가, 이제는 ‘노동력’으로 보아 늘리자 한다. 사람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살고 있는 사람들이 행복하다면 아이 낳지 말라 해도 낳는다. 인구문제 때문에 저성장이 온 게 아니다. 누구나 일할 수 있고 노동이 자기실현이 된다면, 한마디로 ‘삶의 질’을 높인다면 인구문제든 저성장이든 문제될 것이 없다.

    중국 귀성길

    중국인들의 귀성길 모습 자료사진

    [2007대입] 한양대 논술고사 문제(인문)

    <문제> <가>와 <나>를 비교하여 인구 변화의 이유와 그 인구 변화로 발생되는 문제를 분석한 후, <라>를 참고하여 <다>에서 주장하는 <나>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비판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제시하시오.

    <가> 1950년대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 세계적인 식량 생산율은 인구 증가율을 앞질렀다. 그러나 1984년부터 상황은 역전되었다. 1990년대의 식량 생산은 매년 0.5%씩 증가하였지만 세계 인구는 1.4%씩 증가하였다. ‘저개발’ 국가들의 인구는 매년 1.7%씩 증가하고 ‘최저개발’ 국가들의 인구 증가율은 2.6%에 이르렀지만, 식량 생산율은 증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구 증가율이 연 0.3%에 불과한 선진 국가들에서 식량 생산율의 증가가 이루어졌다.

    이 현상에는 근본적으로 경제논리가 내재해 있다. 인구 폭발의 당사국인 저개발 국가들의 빈곤층은 일반적으로 가계의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직접적인 방법으로 자녀를 출산하고 있다. 자녀를 키우는데 드는 비용보다 더 많은 돈을 자녀가 벌어들인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은 결과적으로 보면 저개발 국가들의 경제적인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따라서 저개발 국가들의 빈곤 계층에게 선진국의 경제적 자산을 재분배하여 부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정반대의 경향이 나타난다. 물론 과학과 기술의 진보나 자본 축적, 경영 개선, 교육에 대한 투자, 자유 무역 등에 의해 저개발 국가들이 경제 성장을 이룰 수는 있겠지만 실제로는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

    오늘날 세계적 수준에서 ‘생존 수단’을 압도하는 ‘인구의 압력’은 인류에게 위협적이다.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식량을 가지고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는 인구를 먹여 살린다는 것은 한마디로 착각이다. 인구 증가의 위험성에 대한 맬서스(T. R. Malthus)의 암울한 예언은 20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세계 인구는 1975년 40억 명에서 현재 60억 명, 2020년에는 82억 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지구의 부양 능력이 극한점에 다다르고 있다.

    <나> 통계청은 한국의 30·40대 인구가 2006년 1675만 명을 최고치로 2007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하여 2040년 이후에는 1000만 명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전체 인구 중에 30·4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5년 34.8%로 최고점을 찍은 후 2020년에 29.8%, 2050년에 19.4%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이렇게 되면, 한국 인구의 중간연령(전체 인구를 연령순으로 세웠을 경우 한가운데 있는 연령)은 2005년에는 34.8세로 일본(42.9세)보다 낮았지만, 2050년에는 56.7세로 선진국 중간연령의 평균(45.5세)은 물론 일본(52.3세)보다 높아지게 된다. 30·40대 연령층은 생산 활동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세대다.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트렌드가 지속되면서 이 연령층이 줄어들면 국가 전체의 생산 능력이 줄어들게 된다.

    미래의 경제적 위기로도 이어질 수 있는 이러한 상황은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려던 과거의 정책에 의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1960년대 이래 가계 경제 및 국가 경제에 부담이 되는 양육 비용을 축소함으로써 저축률을 상승시켜 자본을 축적할 목적으로 산아 제한 정책이 추진되었다. 이는 한국 경제가 고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주요한 기반이 되었다. 그러나 국가가 인구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려고 했던 정책이 결과적으로 인구 분포의 기형성을 낳아 급속한 노령화 사회를 야기했다.

    이제 와서 출산율을 인위적으로 높이는 일도 간단치 않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설사 출산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 해도 그들이 실질적인 노동 인구로 성장하려면 최소한 25년이 걸린다. 즉각적인 피부양자의 증가가 가져올 여파도 문제이다. 현재 가임 여성 1명당 1.19명 수준인 출산율이 정부 목표치인 1.6명으로 높아질 경우, 한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이 2040년까지는 오히려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한국개발연구원의 통계치도 눈여겨볼 만하다.

    생산인구 감소로 인한 경제규모의 축소와 저성장 사회로의 변화가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2005년에는 경제활동인구(25∼49세) 4.8명이 노인 1명을 부양했음에 비해 2020년에는 경제활동인구 2.3명이, 2050년에는 0.65명이 노인 1명을 돌보아야 한다. 한마디로 사회 복지의 수준이 추락하여 삶의 질이 현격히 떨어질 위험성이 높은 것이다.

    <다> 한국의 국가 경쟁력은 인적 자원에 의존하고 있다.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서도 인구의 수와 구성은 국가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과 국민 복지의 향상을 실현하는 절대적인 요인이므로 노동력 확보와 생산력 제고를 위해서는 출산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선진국의 수준에 맞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총력을 기울여 셋째 자녀부터는 만 16세까지 매월 30만 원 이상의 보육비를 지원하고, 보건소를 통해 출산에서 양육까지 어린이를 위한 건강증진 사업을 확대 추진해야 한다. 보건소가 임산부에게 표준모자보건수첩을 발부하고 철분제, 출산 장려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 국·공립 보육 시설을 대폭 확충하고 사설 보육 시설에 대한 세금 감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저소득 가정 자녀가 보육 시설을 이용할 때, 만 7세까지는 월 20만 원 이상의 보육비를 지급하고, 보육 시설을 이용하는 장애 아동은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무상으로 보육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라> 영국의 수도 런던은 고풍스러운 건물과 복잡하게 얽혀있는 거리로 가득 찬 도시이다. 런던 시민들은 오래된 유럽의 대도시가 가지고 있는 흔하고도 심각한 교통 문제로 늘 골머리를 앓고 있다. 런던의 좁은 도로와 주차 공간이 거의 없는 도심의 건물들로 인해 런던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일은 무한한 인내심을 요구한다. 이러한 문제는 사회적 비용 면에서도 엄청난 부담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런던 시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다.

    런던시와 시민이 봉착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직접적 방안은 도로를 확충하는 것이겠지만, 런던 시당국은 도로 건설이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다. 도로를 늘리는 일은 비용 상의 문제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다가 역사적 유물이 많은 도시이기에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도로를 늘리는 만큼 자동차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비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에 시당국은 결국 다층적인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교통 문제를 보다 종합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우선 도로에 버스 전용 차선을 만들어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더 편리하도록 했다. 지하철의 내부 환경을 개선하고 늘 불평거리였던 지하역의 공기 오염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시민들의 대중 교통 이용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데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고도의 기술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통근용 도심 전차의 개발 및 건설 계획을 수립하고, 런던 부심과 도심 사이를 7분에 주파하는 초고속 기차를 운행하여, 대중 교통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2003년부터 시행된 일종의 교통 혼잡 부담금인 도시 진입세도 시민들의 협조를 얻게 되면서 런던의 교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와 같은 런던 시당국과 시민의 노력은 삶의 질을 높이려는 근본적인 목표를 가지고 출발한 것이었다. 이제 도심 교통 상황과 대기 오염 문제가 개선되었고, 차 없는 구역이 지정되어 보행자를 위한 환경이 조성되었다. 런던 시민들이 도심으로 차를 가지고 오는 일 자체를 불편한 일로 여기는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졌고, 시민들은 차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삶의 방식까지도 바꾸게 된 것이다.

    필자소개
    민주노동당 활동을 하였고 지금은 정의당의 당원이다. 수도권에서 오랫동안 논술 전문강사로 일하다가 지금은 부산에 정착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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