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채널 3주년 평가
"공론장 위협, 민주주의 근간 흔들어"
"지상파 방송 역할 와해되면 선정적 종편 채널만 남을 것"
    2014년 12월 02일 09:2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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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 없는 ‘황금 채널’ 부여와 방송발전기금 면제, 직접광고 판매 등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수많은 문제를 안고 출범한 종합편성채널이 출범 3주년을 맞았다.

종편은 공정성, 객관성 등의 지적을 받아왔지만 4개 채널(TV조선, 채널A, MBN, JTBC) 모두 올해 무난하게 재승인까지 통과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편파적인 보도 프로그램만을 지나치게 많이 편성해 사회 양극화를 불러오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주관으로 1일 열린 ‘종편 3주년 현황 및 평가 토론회’에 참석한 경기대학교 언론미디어학과 윤성옥 교수는 “공론장은 정치적 쟁점을 토론하고 합의하는 곳으로써 민주사회에서 중요하다”면서 “종편의 등장으로 공론장이 위협받고 있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종편이 집중 편성하고 있는 보도 프로그램 평가 전 윤 교수는 공론장에서의 국가기관, 즉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정부가 권력을 이용해 언론이라는 ‘말할 수 있는 단상’에 올라가 의견을 펼쳐서도, 언론 보도 내용에 대해 평가하고 판단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언론을 이용해 정부의 뜻을 관철시키거나 좌지우지해서도 안 된다는 의미다.

<TV조선>, 주당 5100분 보도프로그램만 내보내
“타협이나 합의 존중되기보다 일방적 의견 강요가 대부분”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TV조선>을 볼 때면 유난히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이 많이 방송되고 있다는 점을 떠올릴 수 있다. 그만큼 보도프로그램에 많은 시간을 쏟아 붇기 때문이다.

윤 교수가 제시한 시사뉴스 프로그램 편성 현황을 보면, <KBS2>(630분)를 제외한 나머지 지상파도 모두 주당 2,000분대이고 <JTBC>는 2,727분, <MBN>은 3,410분을 편성했다.

반면 시사뉴스 프로그램 주중 편성현황을 보면 <TV조선>과 <채널A>는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보도 프로그램만을 편성해 놓은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주중 편성 시간으로 계산해보면 <조선>은 5100분(뉴스 2,425분/시사 2.675분), <채널A>는 4440분(뉴스 2,110분/시사 2.330분)이다. 7일이 약 1만분 정도이니 그 중 절반을 보도프로그램에 할애하는 것이다.

윤 교수는 “편성량으로 볼 때 현재 종편채널에서의 뉴스시사 프로그램은 풍요를 넘어 과잉이나 오염에 가깝다”며 “정치적 편향성 봤을 때 보수 종편이 국민의 정치 학습의 장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또 “종편을 보는 시청자가 보편적 시청자 층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것이 왜 문제냐면, 종편 안에서 타협이나 합의가 존중되기 보다는 일방적인 강요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종편 시청자가 낮은 비율이라도 종편을 보며 보수 편향적 의견을 계속 받아들이면 정치적 양극화의 중심세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종편

종편 3주년 평가 토론회(사진=유하라)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의 구분 어려워
“공익적 프로그램이라기보다 정치 관련 ‘예능’에 가깝다”
지상파 방송의 책무 방기도 종편에 영향 끼쳐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의 모호한 경계선으로 인해 시청자의 비판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사실에 기반한 정보만을 제공하는 뉴스인지, 단순히 방송사의 의견 표명이나 논평을 하는 시사프로그램인지 구분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시청자가 사실과 의견을 구분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물론 뉴스와 시사, 토론 프로그램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그보다 종편이 쏟아내는 엄청난 뉴스시사 프로그램의 양을 감안하면 사실과 논평의 혼란 문제를 어떻게 봐야할지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종편의 뉴스시사 프로그램은 장기간 노력을 들인 탐사나 심층취재물이라기 보다는 대부분 수가 집담 형태의 ‘정치 쇼’ 프로그램에 가깝다는 것이 정 교수의 평가다.

윤 교수는 “종편채널에서 장기적인 시간을 가지고 한 가지 사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취재하고 추적하여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을 하는 프로그램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당장 국면한 정치 문제를 그날그날 소비하고 있다”며 “시청자들은 정치적 쟁점에 있어 꼭 필요한 정보와 객관적인 판단 기준 등을 제공받기보다는 일방적인 관점(대체로 보수)을 강요받거나 추측이나 소문으로 정치적 사안에 접근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종편의 보도 프로그램을 공익적 프로그램으로 분류하기 어렵고, 오히려 정치와 관련된 ‘예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다양성의 문제도 제기됐다. 종합편성 채널이라는 의미가 무색할 정도로 보도프로그램만 편성돼 있는 것도 문제지만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이 같은 포맷으로 사회자만 변경해서 진행되거나 국제, 경제, 통일, 사회, 인권, 아동, 빈곤 등 다양한 주제를 포섭하지 못하는 것 또한 한계로 지적됐다.

종편이 만들어 낸 새로운 장르인 장편 뉴스와 장편 시사(80분~100분) 또한 종편 보도프로그램의 문제로 제기되는 선정성을 부추기는 요인이며 이로 인한 질적 저하를 초래한다는 것이 윤 교수의 비판이다. 국내에 정치적 쟁점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비교적 긴 시간 보도해야 하기 때문에 시청자가 ‘부끄러울 정도’로 선정적이고 다소 질이 떨어지는 보도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 일례로 세월호 선박 침몰 사고 이후 유병언 일가에 관심이 쏠리자, 일부 종편은 ‘유병언의 아들 유대균 씨와 그의 도피를 도운 호위무사 박수경 씨가 9평의 오피스텔에서 3개월간 무엇을 했을까, 무엇을 먹었을까’의 제목의 다소 황당한 수준의 보도를 했다. 또 ‘바바리 검사’로 논란이된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사건에 대해선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이 바지를 벗고 무엇을 했을까’라는 보도도 있었다.

이와 같은 종편의 보도량과 방식은 지상파 방송의 공적 책무 방기와도 연계돼 있다고 정 교수는 지적했다. 시청자 층이 적은 평일 낮 시간대에 시사프로그램을 신설, 정통탐사 ‧시사프로그램 축소, 시사프로그램의 연성화 경향 등이 종편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선정적 보도와 정치쟁점을 소비하는 종편과 수박 겉핥기 식으로 시사문제에 접근하는 지상파 방송. 그로 인한 피해는 결국 온전히 시청자의 몫이다.

일부 종편, 방송 심의 문제도 심각
야권 인사에는 원색적 비난 난무, 정부여당 비판은 회피

2014년 1월부터 9월까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제재에 있어서 지상파는 정치적 쟁점과 관련한 심의 제재가 거의 없다(37건). 반면 종편은 135건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널별로 보면 <TV조선>의 제재건수가 총66건(주의 8건, 권고 35건, 의견제시 15건)으로 가장 많았고, <채널A>가 35건(관계자 징계 및 경고 1건, 주의 5건, 법정제재 6건, 권고 15건, 의견제시 8건)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JTBC>는 총 15건으로 종편 중 제재건수가 가장 낮았으나 징계수위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종편이 심의제재를 지상파 방송보다 많이 받는 데는 특정 정당(야당), 특정 인물(야권 인사), 특정 단체(노동조합, 진보적 시민사회종교단체) 등에 대한 원색적인 표현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기 때문이다.

그 사례로 2013년 12월 28일 <TV조선> ‘이봉규의 정치 옥타브’는 아래와 같은 내용을 방송해 주의 조치를 받았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는 있을 수 있습니다. 사고 나면 있을 수 있죠 …. 지금은 (민주당에) 보스가 없어요. 김한길 대표 이건 바지사장이고, …. 문재인 의원을 보스라고 하자니 삽질을 계속 하시니… 보스가 없어요. 그러니까 콩가루가 되는 거예요”

“6.4지방선거에서 좌파가 이기면 대한민국 마비돼”

종편의 편파 보도는 6.4지방선거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 2014년 5월 15일에 방송한 <TV조선>의 ‘TV조선 낮 뉴스1(엄성섭‧윤슬기 진행, 이영작 박사 출연)’는 세월호 선박 침몰 사고와 6.4지방선거를 연결 시켜 다소 정부여당에 편향적인 발언을 해 의견제시 제재를 받았다. 내용은 이렇다.

“(이영작) 지금 대통령은 부상당하고 쓰러져 있는 형편이거든요. 대통령 일으켜 세워야 돼요.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만약에 좌파가 이겨 봐요. 어떻게 되겠나, 생각해보셨어요?”, “(엄성섭) 더 목소리가 커지겠죠.”, “(이영작) 그리고 어떻게 되겠어요?”, “(엄성섭) 대통령 퇴진 얘기하겠죠.”, “(이영작) 대한민국 완전히 마비돼 버리죠.”

지난 2014년 5월 12일에 방송한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몽준 당시 서울시장 후보의 아들이 ‘국민 미개’ 발언으로 난국에 처한 가운데, 정 후보가 눈물을 흘리며 후보 수락연설을 하는 장면을 지나치게 비호해 경고 처분을 받았다.

“울음에 벅차서 눈물까지 흘렸네요. 말씀은 좀 어눌하신데 뭔가 진심이 좀 묻어나오는 느낌은 있었어요. 연기로 볼 수 없고요. 진실이 묻어나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순간적으로 막내아들에 대해서 진심으로….”, “아까 울컥할 때요, 말씀을 못 잇고 그게 즉흥연설이거든요.”

이와 같은 종편의 보도 형태를 두고 정 교수는 “정부나 여당을 비판하는 걸 회피하고 있고 야당이나 진보, 정부 비판 시민단체를 비판하는 현상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여당은 감시받지 못하고 있고, 진보여당은 지나치게 공격받고 있다. 특정정당, 특정단체, 노조에 대한 비판이 객관적 근거를 통해 비판되는 게 아니라 조롱, 폄훼, 비난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종편이어도 정부 비판하면 중징계, 막말 편파 방송엔 솜방망이 처분
종편의 올바른 발전위해 먼저 지상파 방송의 기능 회복해야

최대 권력 기관인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언론 본연의 기능을 잃고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종편이 심의 제재 조치를 받는 항목 중 품위유지, 사생활 침해 등이 많은 것 또한 특정 정당과 단체를 향한 ‘무책임한 의혹 제기 방식’ 등으로 진행되는 것 때문인데, 이로 인한 프로그램 품질 저하 문제가 우려된다는 것이 윤 교수의 말이다.

하지만 같은 공정성 위반 사례라도 종편 간 차이도 보인다. TV조선은 66건 중 37건이 품위유지 조항 위반이고, 채널A는 야권과 야당 비판이 문제가 됐다. 반면 JTBC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세월호 사건 관련 다이빙벨 보도와 같이 정부에 대한 비판, 감시 기능을 하면서 문제가 됐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막말, 편파 방송으로 인한 심의 제재보다 정부를 비판한 JTBC에 떨어진 제재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다. JTBC는 관계자 징계와 같은 중징계를 받았다.

이처럼 방송사가 정부를 비판한다고 해서 중징계를 받는다면, 재승인을 받아야 하는 방송사업자가 무리하면서까지 계속 정부나 여당을 비판할 가능성은 희박하고 이는 최대 권력기관을 감시해야 하는 국내 언론의 기능을 상실하게 할 수 있는 대단히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윤 교수는 종편의 올바른 발전 방향은 어쩌면 공영방송이나 지상파 방송의 역할과 기능을 회복하는 것에서 온다고 말했다. 공적 영역에서 경쟁이 활발해지면 공익성이 강화되고 공적 책무를 수행하는 지상파와 경쟁하면서 좋은 방송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지상파 방송의 기능과 역할이 와해되면서 상업적 영역에서의 경쟁이 활성화된다면 모두 하향 평준화하거나 선정적인 종편채널만 남을 것”이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정책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지상파 방송의 사회감시나 비판기능을 복구하기 위해 현재의 방송심의제도를 하루속히 개선하는 것, 그리고 종편채널에 대한 각종 특혜제도를 조속히 폐지해야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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