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시민인권헌장 폐기
시민사회와 진보, 비판 거세
    2014년 12월 01일 05: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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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시민인권헌장 폐기를 공식화하면서 인권헌장을 준비해왔던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 시민위원회(시민위원회)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시민위원회는 1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책임 회피와 시민위원회 결정 무시 처사에 대한 서울시의 해명을 요구한다”며 조속히 인권헌장을 선포할 것을 요구했다.

회견에 참석한 이종걸 시민위원회 위원은 “지난 4개월간 박 시장이 준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했다”며 “하지만 서울시의 폐기 선언으로 시민위원들은 박 시장이 기획한 쇼의 들러리가 됐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은 “박 시장은 똑똑히 들어야 한다, 인권헌장은 절대 폐기되지 않고 시민들의 소중한 규범으로 남게 될 것”이라며 “인권헌장을 선포하지 않는다면, 박 시장은 인권의 가치를 저버린 시장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을 내고 “성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을 막기 위해 ‘서울시민인권헌장’에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 등에 대한 차별 금지를 구체적인 조항으로 담는 것은 국가인권위원회법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과 세계인권선언에 비추어서도 보편타당하다”며 “서울시가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 시민위원회’의 결정을 무시하고 만장일치로 합의된 것만 결과로 받아들이겠다고 한 것은 인권헌장 제정을 위임한 애초의 결정을 뒤집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서울시는 일부 ‘소수자 혐오세력들’의 폭력과 위협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성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각종 유언비어와 색깔론을 동원하여 인권헌장 제정을 무산시키려는 일련의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지, 서울시가 인권헌장 제정을 무산시킬 이유가 될 수 없다”며 인권헌장 선포를 촉구했다.

성소수자 인권

지난 10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비판하는 기자회견 모습 (출처: 비마이너)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는 논평에서 서울시의 이번 결정에 유감을 표하며 “차별금지 사유 조항에 대한 최종안을 표결로 확정할 것은 위원회의 민주적 절차에 따른 표결로 결정된 것”이라며 “최종안을 폐기한 서울시의 작태는 민주적인 위원회의 의사결정 방식을 무시하는 것이며, 위원회가 대표하는 서울시민의 참여를 기만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성소수자위원회는 “20일의 공청회가 성소수자 혐오세력의 무차별적인 만행으로 파행이 되었다는 것은 성소수자의 평등한 권리를 위해 사회적 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소수자 혐오에서 발로해 차별을 내포하는 반 인권적인 혐오 발언에 휩쓸려 헌장을 폐기한다는 것은 야만스러운 혐오세력에게 굴복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며 “지난 9월 성소수자의 권리에 동의한다고 밝힌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인권헌장을 폐기함으로써 성소수자 차별에 동조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비판했다.

노동당 서울시당 또한 이날 논평을 내고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박원순 서울시장이 ‘예견된 상처를 줬다’고 질타했다.

서울시당은 “이번 과정에서 가장 절망스럽고 안타까운 것은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이, 서울의 혁신행정이 10년도 넘게 진행되어온 우리나라의 퀴어 운동과 활동에 ‘예견된 상처’를 안겼다는 점”이라며 “공청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론보다는 ‘방해’가 의견이 되도록 방치했고, 야만이 이들의 상처를 헤집는 것을 방조했다. 적어도 인권을 표방한 서울시가 인권헌장을 추진해가는 과정은 세심함보다는 어리숙함이, 명확한 정책 방향보다는 마지못함이 도드러졌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인권헌장을 박원순 시장의 그런 저런 악세사리 정도로 삼고 싶었을 것이라는 질 낮은 의혹을 피할 방법이 없다”며 “이번 서울시인권헌장을 둘러싼 갈등의 책임은 서울시이고, 갈등의 원인은 박원순 시장이다. 그러니 구차한 변명이 아니라, 시장이 사과하라. 특히 이 과정에서 또다시 삶을 부정당한 퀴어 당사자와 활동가들에게 사죄해야 한다. 이들의 절박함을 알량한 치적으로 삼으려 했던 것에 애초부터 ‘합의가 가능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 합의라는 폭력을 가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전효관 서울시 혁신기획관은 “시는 사회적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전원합의 방식을 요청했지만 표결이 이뤄졌다”며 “표결 처리는 합의 실패로 판단, 시민인권헌장은 더 이상 추진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현재 안은 자연스럽게 파기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차별금지를 다루는 조항 4조를 두고 ‘성별ㆍ종교ㆍ나이 등 차별금지 사유와 함께 성적지향을 이유로 차별 받지 않을 권리’를 적시한 1안과 ‘서울 시민은 누구나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포괄적으로 다룬 2안이 대립했다.

이에 시민위는 지난 28일 문안을 확정하고 해당 조항에 대해서만 투표해 1안 60표, 2안 16표로 1안을 통과시켰다. 미합의 조항에 대해서는 표결에 부치기로 한 시민위 6차 회의 합의사항을 따른 것이다.

하지만 시는 “(만장일치에 의한) 합의로 도출된 안이 아니고 164명의 시민위원 중 절반 이상이 불참하거나 퇴장해 정족수에 못 미쳐 투표는 무효”라고 밝히며 인권헌장 폐기를 공식화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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