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보험사들의 '찍퇴'
    흑자 내면서도 찍어서 퇴직 강요
    10년전 흥국생명 정리해고 사태 확대 재연하나
        2014년 12월 01일 05: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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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올 한 해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흑자를 내고도 희망퇴직 대상자를 미리 선정해 구조조정하는 이른바 ‘찍퇴’를 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흑자가 난 상태에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수법이 2005년 흥국생명이 경영위기를 과장해 정리해고를 강행한 과정과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생명보험사들의 흑자경영과 정리해고의 칼날

    올해 구조조정을 단행한 생보사는 한화생명, 알리안츠, 삼성생명, 교보생명, 우리바비바, 신한생명, ING생명 등 총 7군데이다. 알리안츠생명과 우리아비바생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당기순이익이 흑자였지만 전년 대비 흑자 폭 감소를 이유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특히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국회 정무위)에 따르면 신한생명을 제외한 6개사는 사전에 희망퇴직 대상자를 선정하고 수차례 면담을 통해 퇴직할 것을 압박했다. 이른바 ‘찍퇴’로,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위반한 것이다. 또한 해고를 회피하기 위해 노조나 근로자대표 측에 ‘50일 전에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해야 하지만 이를 무시한 것이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권고사직 대상자를 선정하여 퇴직을 종용한 것으로 사실상 정리해고나 다름없다”며 “알리안츠생명의 경우 자발적 희망퇴직이 노조 반대로 쉽지 않자 정리해고할 것이라고 압박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ING생명의 경우 MBK파트너스(사모펀드)가 인수한 후 6개월 만에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지난 6월부터 임원 절반을 정리했고, 이후에는 대규모 조직개편을 통해 중복 부서를 통폐합했다. 특히 사측은 ‘유휴인력’으로 분류한 직원 270명(전체 30%)을 희망퇴직시키겠다고 노조에 제시하고 구조조정을 시작했다가 노조가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앞서 김 의원 역시 2013년 국정감사에서 MBK의 ING인수와 관련해 “안정적 경영을 통한 보험가입자 보호라는 보험업 법 취지가 무력화된다”고 지적했고, 금융위원회 역시 2년간 재매각과 고배당을 금지하는 서약을 받아냈지만, MBK는 ING생명을 인수한 첫 해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흥국

    흥국생명 정리해고 규탄 집회 자료사진

    10년 전 흥국생명의 악몽…금융감독원이 ‘경영실태평가 자료’만 공개했어도…

    과거 흥국생명은 경영위기를 과장해 미래경영상이라는 이유로 2005년에 정리해고를 강행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흥국생명은 매년 당기순이익이 나는 흑자경영 상태였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2004년 당기순이익 263억원이 2003년 533억과 비교해 감소되어 미래의 경영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이유로 2004년 12월, 217명을 강제퇴직시키고, 21명을 정리해고했다.

    하지만 이후 금융감독원의 흥국생명 경영실태평가 자료를 확인한 결과, 2004년도 흥국생명의 경영상태는 ‘계량요소’가 아예 없어 산출등급이 없는 ‘경영관리능력’ 부문을 제외하고는 전년도 대비 등급이 모두 상승해 종합평가 등급이 1등급이었다.

    흥국생명이 일반적인 경영지표만을 사용해 정리해고를 단행한 것인데, 2014년 다른 생보사들 역시 비슷한 이유로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단순한 경영지표를 가지고 단행하는 생보사의 구조조정이 계속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에 고객들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알권리 보호 차원에서라도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 자료의 공개가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흥국생명, 총무직 강제퇴직 후 지점장 개인 아르바이트로 고용

    한편 흥국생명이 당시 구조조정을 단행한 이유는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아니라 태광그룹이 편법으로 자녀에게 상속을 위해 일감을 몰아주고 그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과 횡령사건이었음이 2011년과 2012년 재판 결과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을 파괴할 목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다.

    흥국생명은 IMF이후 1999년 당기순이익 59억원에 시작해 2006년 727억원으로 꾸준히 흑자를 냈다. 하지만 3차례에 걸친 명예퇴직과, 부서 아웃소싱, 2002년과 2004년의 강제퇴직 등으로 1998년 3,400명이던 직원이 2004년에는 500명으로 뚝 떨어졌다. 정리해고 당사자들은 대부분 노동조합 간부들이거나 조합원이었다.

    특히 흥국생명은 대부분 여성이었던 지점 총무직을 강제 퇴직시킨 뒤 다시 지점장의 개인 아르바이트인 것처럼 채용해 인력을 운용해왔다. 지점장 급여에 ‘사무지원수수료’를 지급하고, 지점장이 다시 아르바이트 총무에게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마치 지점장 개인이 채용한 것처럼 운용했지만, 실제로 지점장이 다른 지점으로 발령이 나도 아르바이트 총무는 계속 한 지점에 근무하는 경우가 많고, 채용과 업무지시도 상급기관인 본부에서 하는 등 직접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있다. 그러나 사측은 아르바이트 총무에게 4대보험 불가입, 연월차 수당과 퇴직금 미지급 등의 관련 법령을 위반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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