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우리가 민주노총이다'
[인터뷰-1] 임기 끝을 앞두고 있는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
    2014년 12월 01일 04: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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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민주노총의 첫 직선제 임원선거가 막바지이다. 12월 3일부터 투표에 들어가서 9일 개표를 진행하여 결과를 발표한다. 임원 선거의 열기와 민주노총 발전 전망에 대한 각 후보들의 비전과 공약들이 치열하게 논의되는 시기에 <레디앙>은 오히려 임기의 끝을 앞두고 있는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을 만났다. 임기를 끝내는 시점에서 오히려 더 자유롭게 민주노총의 현황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 대화를 나눌 수 있으리란 기대 때문이었다. 주요한 노동운동의 쟁점과 개인적 고민 등을 모두 담으려고 했다. 인터뷰는 11월 12일과 18일 두 차례 민주노총에서 진행했다. 분량 관계상 2회에 나누어 게재한다.정리는 장여진 기자가 맡았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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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권: 신승철 위원장은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사상 처음으로 유회도 되고 선거도 여러 차례 무산되는 등 엄청난 위기 속에서 당선된 위원장이다. 작년 7월 18일에 당선됐으니 1년 6개월이라는 짧은 임기를 마치고 곧 물러나게 됐다. 소감이 어떠한가? 또한 성과는 무엇인가?

신승철: 민주노총이 어려운 시기에 위원장 직책을 맡아 잘해야 된다는 중압감과 동시에 책임감이 많았다. 내부적으로도 일이 많았지만 사회적으로도 민주노총에 대한 경찰의 폭력 침탈부터 세월호 참사까지, 참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나 스스로 지난 시간에 대해 평가하는 건 우스운 일이라 생각한다. 다만, 성과라고 할 수 있는 건 민주노총의 첫 직선제 임원선거에 후보자가 4명이나 나올 수 있는 정도의 상태가 됐다는 게 성과라면 성과이다.

아쉬운 건 민주노총이 침탈됐을 때 개인적으로는 총파업을 바로 실행하고 싶었지만, 연맹이나 지역본부, 중앙집행위 성원들이 연말이라는 애매한 상황 때문에 2월 25일에 하게 된 것이다. 그외 임기 내 크게 아쉬운 일은 없었던 것 같다.

민주노총이란 무엇인가

정종권: 민주노총 지도부들은 구속 혹은 사퇴 등으로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치지 못했던 게 대부분인데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첫 위원장이자, 사상 최초로 민주노총 중앙본부가 침탈을 당한 위원장이기도 하다.

신승철: 침탈과 대처 과정을 돌아보면 드라마 같다. 몇 번의 반전도 있었고. 처음에는 철도 지도부를 검거하러 들어온다, 안 들어온다 여러 번 바뀌기도 했다. 그러다 들어와도 대충하다 갈 것이라는 일부 예측도 있었지만 실제로 침탈해 들어왔고 그 과정에서 극적인 상황도 연출됐다.

나는 당시 14층(민주노총은 경향신문사 13층에서 15층까지 이용하는데, 14층에 사무총국과 위원장실이 있다)에 있었다. 그때 철도노조 청량리 차량지부 조합원들이 있었는데, 경찰들에게 도살장에 끌려나는 소처럼 끌려갈 분위기였다. 그래서 내가 가장 앞에 서 있겠다며 모여서 비장한 심경으로 마무리 집회를 했다. 그런데 경찰이 14층은 안 오고 바로 15층으로 가더니 16층에 이어 옥상까지 갔다. 근데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이 없었다. 심지어 체포영장도 없었던 것이다. 나는 경찰이 문을 부수려하기 전에 그냥 열어줬는데도 경찰이 체포영장이 없어서 결국 못 들어온 것이다. 그래서 당시 경찰 침탈 때 민주노총의 온 사무실 문이 다 부셔지고 말도 아니었는데 14층만 멀쩡했다.

그 과정에서 민주노총 바깥에서는 1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조합원들이 긴급하게 모여 들었고 내가 저녁 늦게 나갔을 때는 5천여 명이 결집해 있었다. 추운 겨울 날 물대포를 맞는 등 열악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날 기다려준 것이다. 수십 개의 카메라 세례를 뒤로 한 채 조합원들한테 다가가는 순간 ‘어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민주노총이 무엇일까’, ‘민주노총 위원장은 어떤 자리지?’라는 생각과 함께, 온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감동과 벅참으로 전율했다. 그러면서 연단도 없는 거리에서 발언했는데, 그 때 들었던 생각이 민주노총은 경향신문 건물에 있는 게 아니라, 이렇게 모여 기다려준 사람들과 싸우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권력이 설사 민주노총을 침탈했다하더라도 결국 민주노총은 조합원들 마음속에 살아있는 조직이고, 그래서 침탈하려 해도 침탈할 수 없다는 것을 절절하게 느꼈다.

지금도 그 때 감정을 돌아볼 때마다 소름이 듣는다. 별 게 아닌 게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민주노총이라는 조직과 이 조직의 위원장이라는 자리가 말이다. 물론 신승철은 별 게 아닐 수 있다. (웃음) 그렇지만 민주노총과 위원장 자리는 별 게 아닌 게 아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신승철 침탈

경찰의 민주노총 침탈 당시 신승철 위원장(사진=레디앙)

정종권: 민주노총이 침탈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지만 반면에 민주노총이 무엇인지, 민주노총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인가?

신승철: 실제로 당시 사태가 끝나고 민주노총과 연대하는 단위들의 대표들이 우스개 소리로 ‘경찰이 오히려 수백억짜리 홍보를 해준 게 아니냐’고 했다. (웃음) 침탈 사태로 민주노총이 오히려 결속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였다.

정종권: 이제 내년이면 민주노총이 창립 20주년을 맞는데, 민주노총의 사회적 위상과 영향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또한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신승철: 이번 노동자대회 개회사에서도 조합원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19년 전에 민주노총을 만들 때는 소수였지만 민주노조를 지향하는 사람들로만 구성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80만 조합원으로 확장됐지만, 내부에는 새누리당 지지자들처럼 보수적인 사람들도 생겼다. 외부적으로는 보수언론 등이 민주노총을 집요하게 공격하고 폄훼한다. 집단이기주의, 정규직 노동자만 대변하는 곳이라고 호도하고, 종북이라는 딱지도 붙였다.

이제 민주노총은 변화의 한복판에 서 있다고 본다. 우리가 처음에는 정규직 중심으로 조직을 만들고 또 사회적 민주적 의제를 제기했을 때 나름 사회의 변화에 큰 역할을 했고, 제도적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데도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민주노총 역시 외적으로 커졌지만, 87년 대투쟁이라는 동력으로 20년을 살아온 것 같다. 우리가 지금까지는 정규직 노조 중심으로 역할을 해왔다면, 이제는 새로운 운동의 전망을 만들어내야 하는 변화 앞에 서있다. 현재 80만 조합원 중 20만 명이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그리고 요즘의 집회 참여를 살펴보면 정규직 노조의 경우 2~30년씩 노동운동을 해운 간부들 중심으로 참여하는 경향이 있지만 비정규직 노조의 경우에는 조합원들이 전체적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이들의 참여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민주노총이 이제 공장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적 의제를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의 문제는 비정규직 운동과 맞물려 있다. 지금도 설립한 지 5년 미만의 노조는 대부분 투쟁 중이다. 엘지유플러스, 씨앤엠, 학교비정규직 등 전부 다 싸우고 있다. 그리고 이 노조들은 이 땅의 절반을 차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새로운 전망이고, 이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차별과 불평등 문제의 중심에서 싸우고 있다.

그래서 민주노총의 신뢰도가 많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지만, 이러한 부침의 모습은 우리가 반드시 겪어야 할 변화의 과정이라고 본다. 그 변화를 어떻게 수용하고 스스로 변화해갈 것인가의 문제가 과제로 주어져 있는 것이다.

87년 때는 노조의 의제가 민주화 의제와 함께 했고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지만, 현재의 사회적 조건은 바뀌지 않았나. 형식적으로는 독재정권도 아닐 뿐더러 정권의 탄압은 이전에 비해 많이 교묘하고 세련됐다. 이 교묘하고 세련된 정권과 자본의 변화에 노조가 어떻게 폭발적 저항의 힘을 조직할 수 있을 것인가는 운동의 방식과 의제의 변화와 맞물려야 한다. 그래서 민주노총은 현재 내외적인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고 보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표 대변하고 있나

정종권: 너무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것 아닌가. 비정규직을 민주노총이 대표하고 있는가? 대중들이 볼 때도 과연 그렇게 보이겠는가? 과거 90년 10만 전노협이 출범할 때는 그 조직 숫자와는 별개로 전노협이 전체 노동자들을 대표하고 대변하는 조직이라는 위상과 대중적 정서가 있지만, 현재의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그러한 위상을 갖고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비정규직 문제에서도 민주노총이 투쟁을 이끌고 함께 하면서 승리를 만드는 게 중요한데 그런 경험이 아직은 많이 부족하거나 미흡했던 거 같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이 낙관적으로 안 보면 누가 낙관적으로 보나?(웃음) 위원장은 냉정한 시각으로 조직의 문제를 진단해야 하는 게 맞지만, 위원장이 자신이 최고책임자인 조직에 대해 비관만 하는 건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본다. 조직의 전망과 가능성을 희망적으로 보고 그것을 현실화시키는 게 책임자의 태도라고 본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현재 비정규직을 대표하고 있을까? 현재 비정규직이 8~900만이라고 한다. 가사노동자 등 비정형 노동자가 포함되지 않은 숫자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에 가입된 비정규직은 20만 명이다. 그러다보니 민주노총이 이 사회 전체를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는 건 동의한다.

하지만 실제로 비정규직은 조직하기도, 유지하기도 힘들다. 20만 비정규 조합원이라 하지만 아직 다 모여 있지도 못하다. 다만 작년과 올해의 양상이 다른 건, 건설과 덤프, 학비 같은 곳에서 제대로 된 교섭구조가 없는 상태에서도 국회와 정부 상대로 투쟁을 해서 사회적 변화를 이뤄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모습들이 소위 말하는 ‘눈덩이’의 기본 토양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바로 지금이 그 때이다. 비정규직에게 희망을 만들 수 있는 사회적 정치적 조건을 만들고 민주노총이 과연 이런 상황과 의제를 중심으로 뭉칠 수 있느냐의 기로에 있다.

그런데 성과 측면에서 민주노총이 그동안 제기했던 사회적 의제들이 아무 성과가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주5일제 도입이나 노동시간 단축, 무상의료/급식/교육, 비정규직 문제로 이어지는 사회적 의제들이 한국사회에서 계속 쟁점이 되어 왔고, 조금씩 관철되지 않았나. 우리가 쉽게 착각하는 게, 민주노총이 교섭에 들어가 합의서에 사인하는 것만이 변화이고 대표성을 갖추었다고 보는데, 민주노총은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다.

민주노총은 사회 의제를 선정하고 사회적 쟁점화를 하고 있고, 자본과 정권은 어떤 형태로든 진보적 의제를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포장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권력을 잡기 전에는 계속 이런 식의 대중투쟁 등으로 의제화, 현실화시키는 구조를 밟을 수밖에 없는 거 같다.

정종권: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민주노총에 기대하는 실천력과 조직적 실력은, 가령 민주노총 침탈 당시 즉각적으로 총파업으로 맞대응을 한다거나 사내하청 문제가 정치적 쟁점으로 떠올랐을 때 곧바로 연대파업을 조직할 수 있었다면 이 문제들이 더 진척될 수 있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신승철: 유물론자 맞나?(웃음) 사회 변화는 양적인 축적이 됐을 때 질적인 변화가 오는데, 나는 비정규직 문제 등 이 사회의 노동의제의 중심축이 변화하는 시점이 지금 오고 있다고 본다. 이미 지난 27년은 87년의 구조와 상황이 이어지는 측면이 컸다고 본다. 이제는 노동운동에서도 비정규직 문제 등 새로운 모순이 극면하게 부각되면서 노동의 새로운 변화가 현실화되는 그 임계점에 이르렀다고 본다.

과연 올해와 내년에 현재의 비정규직과 사회적 불평등 문제가 지속되는 것을 국민들이 용납할 수 있을까? 두고 볼 수 있는 상황일까? 아니라고 보고, 그 가능성의 중심에 민주노총이 있다는 생각이다.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과거의 관성을 깨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정종권: 다 맞는 말이긴 하다. 그런데 신 위원장이 말하는 비정규직 투쟁의 희망과 민주노총 역할에 대해 민주노총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정규직 중심의 노조가 호응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러한 변화의 징표가 있는가?

신승철: 있다.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집회 참여율이 높다고 말했는데, 부산의 경우 정규직 노조가 상경 투쟁할 때 비정규직 노조를 위해 정규직 조합원들이 참가비를 더 낸다. 버스비와 먹는 거, 이런 걸 말이다. 비정규직의 참여 비용 부담을 줄여주려는 것이다. 아직 구체적 실행단계는 아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공제회 같은 걸 구성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나 역시 희망연대노조를 보고 공제회를 만들자는 의견을 사무총국에 말한 적이 있다. 아주 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이런 흐름들이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바깥에서도 이런 흐름들 있다. 사회적파업기금이나 울산지역의 파업기금 등, 노동자들끼리 이루어지는 연대를 총연맹이 전체적인 틀을 갖고 시스템을 갖추어 정식화해내는 것이 남아있는 것이지 정규직의 변화가 아주 없지는 않다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정규직 노조는 자기 이해 중심의 결정을 요구하긴 한다. 대표적으로 현대기아차 말이다. 그러나 과거에는 정규직노조가 잘못했다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러나 요즘은 정규직노조 내에서도 내부 반성이 나오고 있지 않나. 내가 나름 낙관하는 작은 근거이기도 하다.

정종권: 그런 변화가 잘 드러났으면 좋을 텐데 잘 안 보인다.

신승철: 이런 문제도 있다. 정규직노조가 사회적으로 비정규직 의제에 동의하고 연대하는 것과 한 사업장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섞여있는 개별노조에서 사업장 단위에서 서로 연대하는 모양을 만들어내는 것 중에서 전자가 더 쉽다. 전자의 경우 연대 집회에 나서는 것과 자기 하는 일과는 충돌하지 않으니깐 그렇다. 그런데 현장의 자기 공간에서 업무 연관성이 있을 때는 내 문제와 사회적 의제를 구분한다. 그래서 단위사업장 안에서 정규직 개개인을 비정규직 문제와 투쟁에 이끌어내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정종권: 한 마디로, 정규직 조합원 개개인들에게 ‘도덕적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식으로 해서는 풀리는 문제가 아니는 말인가?

신승철: 그렇다. 구조적인 문제를 바꿔내지 않으면서 개별 조합원이 자기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양보하고 변화하라는 건 잘못됐다고 본다. 같이 병행되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문제이다. 그래서 구조와 조건을 바꾸어 나가는 조직적 운동이 더욱 중요하다.

정종권: 과거 2000년 초중반 민주노동당 시절만 하더라도 민주노총의 비정규직 조직비율이 불과 5% 전후였던 거 같은데 그 조직비율이 상당히 많이 늘었다.

신승철: 20만보다 더 많아져야 하는데 사회 구조적 문제도 함께 있다 보니 쉽지 않다. 정규직 노조마저도 복수노조 시행으로 많이 깨져나가고 있다. 금속노조만 보더라도 핵심사업장인 발레오, 풍산, 유성 등이 깨졌고, 현대기아차노조를 제외한 지역노조의 핵심들도 다 깨졌다. 자본과 정권이 이들 사업장을 전략적 타켓으로 설정하고 탄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또 이 노조들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유성과 발레오의 조직력이 살아나고, 현대중공업도 그렇다. 운동으로 바꿔낸 건 아니지만 어용노조 해보니 아무 것도 안 된다는 걸 스스로 깨달고 있는 거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조들은 지난한 투쟁으로 힘들게 버티고 있다. 정규직 숫자는 오히려 산업구조 재편과 노조탄압, 복수노조 등으로 깨지고 있고, 그 빈 공간을 비정규직이 채우고 있다.

정종권: 민주노조운동 20년 동안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서울지하철노조, 사회보험노조 등 정규직 노조 자체가 산업구조조정 등으로 그 위력과 영향력이 쇠퇴하고 비정규직은 늘어나면서, 현재의 민주노조 진영에서는 현대기아차 말고는 정규직노조가 의미 있게 버티고 있는 곳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이런 현상은 어떻게 봐야하는가?

신승철: 연령적 면으로 보면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민주노조운동의 첫 세대인 87년 세대가 5년 안에 정년퇴직 등으로 다 물러나게 된다. 이제 나이도 먹었지 않느냐. 나이 먹으면 보수화되기도 하고 움직임도 덜해진다. 활동가들도 어느 순간 보면 자연스럽게 떠난다. 이건 문제가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자연스러울 수도 있는 게 아니겠냐.

오히려 고민해야 할 건 한국 사회에 정규직 이기주의라는 말이 나온 게 2000년대 넘어서였다. 96년과 97년 정리해고 투쟁이 끝난 뒤 자본의 총공세로 노조가 무용지물이 되지 않았나. 그러다보니 당장 먹고 살아야 된다는 생각에 실리주의로 회귀했다.

그러나 여전히 내부에는 변화의 가능성을 요구하는 사람들과 조직이 있다. 대중조직은 그래서 역동성이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역동성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느냐는 것인데 조직이 큰 만큼 사람을 설득하는 데 시간이 제법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인은 각자의 결단으로 움직일 수 있지만 집단을 설득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도 민주노총은 새로운 변화의 도전 앞에 놓여있는 것이다.

현재 비정규직 노조는 지역노조, 일반노조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지고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너무 정형화되어 있다. 그러니 이들을 조직해내기 위해서는 우리가 다 열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논쟁적일 수 있지만 필요하다면 비정규직연맹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비정규직이 단결하고 싸울 조건만 있으면 그 가능성을 다 열어놔야 한다는 것이다.

금속노조가 1사 1노조를 하는 건 조직편의주의 때문이 아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조직하는데 어떤 방식이 유효할 것인가라는 목적의식적 선택인 것이다. 그런데 이것 역시 장단점이 있다. 정규직 노조가 열심히 하면 비정규직이 조직되긴 쉽지만, 비정규직이 대상화되고 자생력을 갖추기 보다는 정규직의 그늘 아래 숨게 되는 문제점들도 생긴다.

그런데 민주노총의 조직 구조가 절대불변이라고 하면 그건 문제다. 비정규직을 조직할 수 있다면 뭔들 못하냐. ‘필요하다면’이라는 걸 조직 편의적으로 쓰는 게 아니라 목적의식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정종권: 과거에는 현대기아차에서 비정규직 조직형태를 갖고 논란과 논쟁들도 극심했던 거 같다.

신승철: 위원장을 해보니, 우리는 전부 이분법적으로 판단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아 구분부터 옳고 그른 문제까지. 나와 의견이 같으면 옳은 거고 아니면 틀린 거고. 그러나 운동이 힘든 이유를 짚고 해결하는 데 이분법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조직형태에 대해 논쟁하는 이유도 어떤 방식이 긍정적 요소가 있고, 저런 방식은 또 다른 긍정적 요소가 있고, 이런 식으로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다른 사람과의 의견 대립이 무리 대 무리로 옮겨 붙고, 또 그게 옳고 그름의 문제로 갔었다. 나는 이걸 깨트려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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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장여진

산별노조 전략은 유효한가

정종권: 민주노총과 민주노조운동에서 20년간 전략적 화두였던 산별노조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신승철: 여전히 유효하다. 지금까지 지역과 산별에 대해 지역토론회를 계속 진행했는데, 그동안 나온 이야기는‘산별이 맞다, 아니다’가 아니다. 산별이 해야 할 일이 있고, 의제를 쌓아가야 하는데 너무 정교하지 못했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대산별 건설은 우리의 중요한 목표였고, 그렇게만 되면 다 될 줄 알았었다. 그러나 ‘산별 교섭 법제화’와 ‘단협 효력 확장’이라는 의제가 현실화 될 때까지 몸집도 커지고 투쟁도 더 견고해져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산별 중심의 의제를 만들어냈어야 했다. 모두 시간이 필요한 것들이다.

그런데 조직은 편의적으로는 커질 수 있지만 산별 시스템으로의 내부 변화를 만들어낼 조건이 안 되어 있다 보니 중간에 산별로 간 단위들이 폭탄을 맞은 것이다. 그렇다고 무용한 건 아니라고 본다. 산별은 산별대로 대산별 운동이 유효하다. 중요한 건 그 변화 과정의 빈 공간을 어떻게 채워야 하느냐는 것이고, 원론적이지만 지역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지역토론회를 다녀보면 지역정치와 생활정치를 위한 지역노동정치,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 지역연대 등 3가지 문제로 집중된다. 여기서 나는 통일문제까지 추가해 4가지 의제가 지역의 중심적 실천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면 87년 세대가 5년 안에 현장 일선에서 물러나게 되는데 진보정당들이 이들을 다 흡수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이 사람들의 경험과 역량을 다 운동에서 버릴 수는 없다고 본다. 그래서 은퇴한 노조 간부들을 중심으로 노후희망노조가 만들어졌다. 민주노총 내부에서부터 지역을 중심으로 은퇴한 간부들이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간부들이 은퇴했다고 운동을 접는 게 아니라 재교육되어 지역에 들어가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등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경험과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지 않나. 또 한 축에서는 젊은 세대 활동가 양성프로그램을 지역 중심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역정치는 말로만 되는 게 아니다. 실천 구조가 있어야 한다. 지역 민중의집이 됐든 생활협동조합이 됐든 다양한 형태의 지역중심 사업들을 펼쳐야 한다. 이러한 구조를 지역 중심으로 채워 나가면서 산별 운동과 만날 때 그 의미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본다.

정종권: 그런데 은퇴한 간부역량들의 지역 중심 배치 등 그런 관련 활동을 왜 위원장 임기 내에 구체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냐?

신승철: 현재까지도 미래전략위에서 지역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정식 사업으로 결의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공정이다. 그래서 선택한 게 지역별로 미래전략위 토론을 꾸준히 진행하고 중앙에서 의제화하여 결의하도록 하려 한다.

정종권: 김대중의 남북정상회담, 노무현의 지방분권, 좋든 나쁘든 이명박의 4대강 사업 등 특정한 집행부의 임기를 부각시키는 상징들이 있기 마련인데, 신승철 집행부는 자신의 임기 동안에 무엇을 남겼다고 보나?

신승철: 그런 특정 사업이라기보다는 민주노총의 조직 복원과 관리 성격이 강했다. 의제별로 도전해보고 싶은 사업은 많았지만 민주노총 내부 상황이나 사회적 조건도 어려운 시기였다. 그래서 나는 민주노총의 정상적인 관리 기능을 유지하고 내부의 통합력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정종권: 산별이건 비정규직이건 1년 안에 해결할 수 없는 사업이긴 하지만, 예를 들어 지역 내에 은퇴 간부를 재교육하고 역할을 부여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드는 건 임기 내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신승철: 그렇지 않다. 새로운 의제를 두고 ‘결의’를 하는 건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러나 조직 전체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건 쉬운 게 아니다. 이런 지금의 구상도 2009년에 내가 민주노총 사무총장을 했을 당시 만든 거다. 책자 형태의 보고서로도 나왔지만 실행이 안됐다. 그 이유는 노조를 하는 사람들, 특히 지역에서 노조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노조활동만 하고 싶지 정치와 지역운동은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한 마디로 분위기가 안 되어 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지역운동에 대한 고민이 높아졌다. 그래서 내 주장이 아니라 지역 간부들의 목소리와 의지를 모아내는 게 더 중요했다. 내가 할 수 없으면 다음 사람이 할 수 있도록 조건과 의지를 모아내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정종권: 그래도 사람들은 논리적인 판단보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게 있어야 그 의미와 중요성을 체감하지 않나. 지역에서 노후희망노조 같은 걸 가시화하는 건 해볼 수 있는 거 아니었나?

신승철: 짧은 임기 동안 내가 가장 주력한 건 비정규직 운동이다. 대표적인 게 200억 조직화 기금이다. 내부적으로도 전략조직화 3기에 집중했다. 기금은 연맹별로 모아놓고 아직 중앙으로 집중시키진 않았는데, 서비스연맹도 이미 결의됐고, 금속노조도 대의원대회에서 조합원 1인당 3만원을 결의했다.

노동운동의 뜨거운 감자, 정파 문제에 대하여

정종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정파’ 이야기를 해보자. 톡 까놓고 말해 정파의 순기능이 많았다고 보는가, 아니면 역기능이 많았다고 보는가?

신승철: 정파를 물리적으로 없앨 수 있는 건 아니고, 순기능으로 작용하도록 만들었어야 한다고 본다.

정종권: 역기능이 많았다는 말인가?

신승철: 그렇다. 대표적인 역기능은 이분법적 태도이다. 모든 조직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려는 경향이 있고, 이 경향이 강해질수록 다른 조직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려는 힘이 커진다. 구심력이 생기는 만큼 대립하려는 경향도 커진다. 모든 조직 운영 원칙을 정파적 사고로 이해하려 하니 문제가 되는 거다. 노동자대회 때도 한 말이지만, ‘내 편이 되어야 한다는 목적이 강해져서 공정선거의 영역을 넘어가는 수준이 되면 큰 문제’라는 것이다.

정파가 없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조금 해결될 수 있겠지만 이들은 결속력이 없다. 정파조직은 다수를 움직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패권으로 변질될 위험이 높다.

이를 극북하기 위해서는 정파에 속해 있으면서도 자기 정파의 부정적 가능성을 인정한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모여 정파운동의 폐해를 집중적으로 고민하면서 대중운동에 정파가 어떻게 복무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정파가 모이면 기껏 한다는 이야기가 선거운동본부를 어떻게 꾸릴지, 이런 이야기만 하는 상황이었다.

차라리 정파에서 조직적으로 인정받은 활동가들이 모이는 방식이 좋을 것 같다. 이들이 2년이나 3년 동안 정파 활동에 복무하지 말고 민주노총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물론 자기 이해를 관철하려는 정파들의 교섭구조로 갈 수도 있지만, 조직적 결단을 갖고 공동으로 민주노조 정책과 전략을 조율하고 합의하고 실천하도록 책임성을 갖고 조직에서 파견하는 형태로 가면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정종권: 민주노총 공조직 내에도 이미 각 정파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지 않나. 물론 이들 각 정파 성향의 사람들이 모인 상황에서 정파적 이해관계를 넘어 대중운동의 발전방향과 실천 방침 등을 기획해나가면 좋은데 잘 안되니깐 문제가 아닌가.

신승철: 끊임없이 토론하고 이야기를 솔직히 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미 몇 명한테는 개인적으로 이야기해봤는데 다들 반신반의한다. 될까? 실효성이 있을까? 또는 자기 조직 내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까지. 근거 없는 낙관주의라 해도 어쩔 수 없지만 정파를 인정하면서도 정파를 넘어 공동의 토론과 협의를 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정종권: 공조직 내에서 그런 협의 구조를 만드는 게 아니라 공조직 바깥에서 일상적인 협의기구를 구성하자는 것인가?

신승철: 다음 집행부가 미래전략위원회를 없앨지 유지할지는 모르겠지만 민주노총 미래전략위의 틀 안에서 담아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미래전략위는 조직재편과 전략방향에 대한 고민이나 대중적 의제를 중심으로 논의하는 곳이니 정파적 이해관계의 충돌 가능성이 약하다는 생각이다.

미래전략위는 정치위원장, 기획국장, 산별특위 담당자 등이 의제별로 모여 회의를 했다. 그러다 민주노총 직선제 준비로 다 나가고 기획국장과 나만 남았는데, 나간 사람들이 토론회를 다니다보니 미래전략위가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차기 지도부가 미래전략위의 이름을 바꾸더라도 민주노총의 미래에 대한 전략적 고민을 하는 싱크탱크 같은 조직을 만들거나 아니면 미래전략위를 이어갔으면 한다. 그리고 이 안에 모든 정파가 다 들어왔으면 한다.

정종권: 신 위원장은 정파활동은 어디서 했었나?

신승철: 전국회의(민주노동자전국회의)였다.

정종권: 답변이 과거형이다?

신승철: 10년 전 이야기니깐.

정종권: 어쩌다가?

신승철: 운동이 선택이 되나? 편집장은 무슨 정파였나? 그리고 그게 본인의 선택이었나?

정종권: 10년 전에는 전국회의에서 활동했다면서 왜 지금은 정파가 없나?

신승철: 정치적 집단은 도덕적이지 않을 수 있다. 정파의 이해관계로 판단하다 보면 자신의 목표를 관철시키기 위해 정당하지 않은 방식과 수단을 정당화시키는 걸 적지 않게 보았다. 그걸 보면서 운동이 그래서는 안 된다고 판단해서 탈퇴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혼자 외롭게 살아가고 있다.

정종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파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말인가?

신승철: 그렇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진보정치에 대해서

정종권: 노동자정치세력화, 진보정치의 현재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신승철: 민주노총의 1기 노동자정치세력화는 결국 실패했다. 긍정적인 측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실패했다. 노조 관점에서 보면 결국 인물정치, 대리정치였다는 것이 1기 노동자정치세력화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이다. 다시 2기 노동자정치세력화를 가기 위한 핵심은 노동 중심이다. 노조 출신 인물들이 정당에 대거 투입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과 생활을 중심으로 노동자들을 집단적으로 조직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운동을 지역에서 이야기해야 한다.

방법론적으로 진보정당의 통합도 중요하겠지만,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그걸 희망이라고 여기진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민주노총이 노동 중심성을 바로 세워야만 희망이 생긴다. 그래서 오히려 중앙정치의 기능을 축소해야 한다고 본다. 지역 중심의 운동을 하려면 철저하게 풀뿌리 민주주의 방식으로 지역이 강화되어야 한다. 실제로 좋은 사례도 있다. 이번 7.30 재보궐선거에 쌍용차 노동자가 자기 현장이 있는 지역에서 출마한 것은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노동자 집단이 모여 후보를 내고, 정당에 소속된 사람들이 정당의 틀의 넘어 함께 연대하고 노력하는 곳이 3~4군데만 더 나와도 희망이 되지 않겠나.

정종권: 진보정당의 난립도 문제지만 요즘은 민주노총을 포함하여 시민사회단체들이 정책 문제를 가지고 정치권과 만날 때 새정치연합이랑 훨씬 더 많이 하지 않나. 필요한 경우 굳이 진보정당들이 아니라 새정치연합의 도움을 받으면 되는 거 아니냐는 인식이 확산되는 거 아닌가? 진보정치는 끝났으니 이제는 현실적으로 움직여야 되는 거 아니냐는 인식이 노동운동에서도 강해지는 것 아닌가?

신승철: 비정규직법이나 공공부문 의제는 자연스럽게 정치권 중심으로 이루어지는데, 정의당이나 통합진보당, 노동당과 하기에는 너무 힘이 없다고 생각하니 발생하는 문제인 것 같다. 공공부문과 관련한 것은 사회적 의제이니 입법가능성을 보고 가는 것 같다.

하지만 오히려 나는 진보정당들에게 정기적으로 간담회를 하자고 제안했었다. 두 달에 1번이건 한 달에 한 번이건. 나도 여력이 없고 진보정당들도 그럴 여건이 못 되다보니 일상적으로는 못했지만, 각 정당별로 2~3번씩은 했다. 비정규직과 관련해서도 비정규기금뿐만 아니라 각 진보정당들과 시민단체의 비정규 담당자들이 모여 민주노총과 정기적인 논의 구조를 갖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정종권: 지역과 생활정치 중심으로 하는 2기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비전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나?

신승철: 솔직히 비관적이다. 없는 걸 만드는 것은 힘들고 고단한 과정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 그러나 분열의 문제는 그냥 쪼개졌다는 문제가 아니라, 그로 인해 대중들의 희망이 사라졌다는 배신감의 문제가 있다. 다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열배, 백배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고 이는 단지 숫자로 1개가 3개 됐다가 다시 1개가 되는 그런 차원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신뢰의 문제가 깔려 있는 것이다.

기존의 1기 정치세력화 노력에 대해 부정하지 않고 의미와 성과도 모두 인정하지만, 과거의 이 성과보다 더 큰 게 지금 노동자 대중에게 희망을 앗아가고 기존의 정치권과 다르지 않다는 불신의 벽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지금의 진보정당들이 합쳐진다고 그 전의 성과물이 승계되거나 유지되지 않는다. 백배의 노력을 기울여 다시 희망과 신뢰를 주어야 한다. 대중들은 냉정하다.

임원선거의 첫 직선제에 대해

정종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주노총 직선제에 대해 다들 걱정을 많이 하는데 걱정하는 이유는 뭘까? 선거과정에서 갈등이 더욱 증폭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와 관련하여 직선제에 출마한 후보들이나 조합원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신승철: 직선제는 새로운 변화이자 도전이다. 변화의 열망이 직선제로 발현됐다고 본다. 당부하고 싶은 건 첫째, 무조건 당선자가 나와야 하고 둘째, 부정을 저지르면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직선제 참여율은 조직 집중도를 나타내는 바로미터이다. 제도는 다 만들어놨지만 처음 실행하는 것이다 보니 결과를 가늠하기는 어렵다.

다만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부정한 방법도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잘못된 선거이다. 민주노총이 가지는 사회적 위치와 위상을 봤을 때, 어떠한 부정도 지도부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용납해서는 안 된다. 후보자, 선거운동원, 활동가, 조합원 속에서도 이러한 생각이 뿌리 내려야 한다고 본다. 지도부 자리를 갖기 위해, 내 편이 지도부가 되기 위해 적당한 부정은 눈 감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 민주노총을 스스로 갉아먹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정종권: 그러기 위한 필요한 조치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신승철: 교육이다. 어쩔 수 없다. 강제할 수 있는 제도와 방법은 다 만들어놨지만 사람들은 아직 잘 모른다. 결국 진보언론부터 조합원까지 직선제의 의미와 직선제를 잘 되기 위한 방법을 홍보하고 공유해야 한다.

정종권: 그럼에도 부정선거나 부적절한 행위가 발생한다면?

신승철: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내가 부정을 방지하는 위해 할 수 있는 건 교육 외에는 없다. 부정에 대한 구체적 대응조치는 민주노총 중앙선관위가 담당하며 선관위는 부정을 판단하고 단호하게 정리하는 기능을 할 것이다. 그럼에도 선관위를 넘어 중앙집행위까지 이 문제가 오게 될 경우에는 나 역시 단호히 처리할 것이다.

정종권: 최악의 경우 법원까지 선거 부정문제가 갈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신승철: 직전 지도부 선거 사례 때문에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지난 중앙선관위에서 한 후보자 간담회에서 선거운동원을 포함한 후보자 모두 결과에 대한 승복 각서를 작성했다. 또한 이러한 각서는 중앙선관위와 협의해 만들었고, 후보자들도 모두 동의했다. 그런데도 만약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법원까지 문제를 확대시키는 행위가 발생하다면, 그때는 대중들이 심판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 대해 과연 대중이 용납할 수 있을까?

정종권: 투표율을 제고하기 위한 방법은?

신승철: 끊임없이 홍보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제주본부에서 열린 후보자 토론회에서 100명이 모였다고 한다. 간선제 토론회에서는 절대 모이지 않는 인원이다. 그만큼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지역본부와 일부 연맹도 비슷한 시기에 선거를 하기 때문에 홍보도 잘 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민주노총이라는 조직이 정말 알 수 없는 게, 모두가 다 잘 될 꺼라고 생각해도 가끔 안 될 때가 있다. 반면 모두가 안 될 것이라고 하는데 가끔 잘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우려가 된다고 포기할 게 아니다. 민주노총이 중요한 조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고 평론만 하는 게 망하는 길이다. 민주노총이 곧 망할 것 같지만 안 망하는 이유 역시 민주노총을 염려하고 걱정하는 만큼 노력해주는 사람들 덕분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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