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봉제 폐지하자"
    최경환의 전쟁선포와 현대차 현실
        2014년 11월 28일 01: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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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7년 IMF 구제금융 이후 한국사회의 핵심적인 과제로 등장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안정과 차별금지, 임금인상,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노동계에게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던져놓은 해법은 “정규직의 정리해고를 좀 더 쉽게 하자” 그리고 “정규직의 고임금 때문에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을 두려워하니 비정규직 노동자가 늘어난다. 그래서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임금 체제의 근간인 호봉제를 없애자”라는 것이다.

    최경환 부총리가 “정규직 노동자 과보호 해체”를 선언하면서 정부 고위층이 “정리해고 조건을 완화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가 이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과 정면으로 배치되고, 노동계와 국회 등 사회적인 반향이 커지자 서둘러 “농담”이라는 식으로 얼버무렸지만, 이 소동을 농담으로 인식하는 노동자는 없을 것이다.

    최경환 부총리는 자본가의 압잡이라고 불릴 정도로 친기업 성향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최 부총리는 취임 후 “정규직 노동자들의 지나친 과보호 정책을 깨부숴야 한다”며 제일 먼저 칼을 빼든 곳이 임금체계다.

    대한민국 임금체계의 대표적 구조인 근속에 따른 연공서열 방식의 ‘호봉제’를 해체하고, 직무급제, 성과급제등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게 현 정부의 주장이다.

    이러한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방안은 다음 달 발표될 내년도 “경제운용방안”에 구체적으로 담길 예정이란다. 최경환 부총리는 2015년, 임금체계를 두고 노동계에 한 판 전쟁을 “선전포고”한 것이다.

    정부가 정규직 장기근속자 고임금 구조의 근거로 든 데이터는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2006년 기준 근속연수별 임금의 국제비교 자료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06년 기준으로 한국에서 20~30년차 근로자는 신입 직원보다 임금을 2.83배 더 많이 받는다. 스웨덴(1.13배)과 영국(1.5배), 독일(1.88배) 등 노동시장 개혁에 성공한 주요 선진국들과 격차가 상당하다. 한국만큼 연공서열을 챙기는 일본도 2.55배에 그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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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의 임금 구조는 어떤가?

    현대자동차는 2006년 최초로 노사간 합의를 통해서 호봉제를 도입했다. 호봉제 도입 후 8년이 지난 2014년 현대자동차 호봉 테이블에 따른 임금 현황은 어떤지 살펴보자.

    우선 호봉표에 따른 기본급을 살펴보면, 군대를 제대(필)하고 최초로 입사한 기술(생산)직 신입사원에게 적용되는 호봉은 3호봉이다. 그리고 매년 1년마다 2호봉씩 자동 승급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30년 근속을 했을 경우 63호봉을 적용받게 된다.

    아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현대자동차 기술(생산)직의 기본급이 근속년수에 따라서 큰 폭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30년 장기근속자의 기본급은 2,352,960원으로 1,467,360원인 군필 초임 기본급보다 885,600원 증가할 뿐이다.

    위 한국노동연구원의 계산 방식으로 산입해 보면 현대자동차 군필 초임 기본급을 1로 봤을때 30년 근속자의 기본급은 고작 1.6 정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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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근속에 따른 고임금 논란에 대해서 현대자동차 기술(생산)직의 평균 연봉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아래 표는 현대자동차 회사 측이 2014년 3월 21일 기준으로 산정한 임금 현황 자료 중 “2014년 기술직 입사년도별 조합원 평균임금 현황”자료에 표기된 연봉총액이다.

    30.5년을 근무한 장기근속자의 연봉은 1억1천4십3만5천원으로서 6천9백86만원인 1.5년을 근무한 신입사원의 연봉보다 총액 기준으로 약 40,575천원 정도의 차이가 난다. 이 수치 또한 위 한국노동연구원의 계산 방식으로 산입해 보면 현대자동차 군필 초임 기본급을 1로 봤을때 30.5년 근속자의 연봉총액은 고작 1.58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박 표2

    2006년 현대자동차 호봉제를 도입할 당시 내가 위원장을 하던 시기였는데, 조합원들의 근속에 따른 임금인상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복잡한 임금체계를 단순화시키고, 매년 반복되는 대기업 고액임금 인상에 대한 사회적 악선동을 차단하는 등 여러 가지 원인에서 도입을 주장했고, 노사가 합의를 이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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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기술(생산)직/정비직의 호봉제를 도입하면서 시급 차이를 55원~65원까지 구간을 뒀다.

    입사 초기인 30대의 경우 시급 55원 자동인상, 40대 초반의 경우 시급 60원 인상, 가계비용 씀씀이가 가장 늘어나는 40대 말 50대 초반 시급 65원 인상, 그리고 다시 50대에는 60원, 55원으로 인상폭이 줄어드는 구조로 설계를 했었다.

    현대자동차의 임금구조를 살펴보면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신입사원 임금 대비 장기근속자의 임금이 지나치게 많은 구조가 아니다.

    현대자동차의 임금구조는 기본급과 통상임금 등 고정적인 임금이 지나치게 작다. 반면, 변동성 임금인 연장근무, 휴일특근, 일시금, 성과금의 규모가 총액임금에서 너무 많은 규모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임금 불안정성”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최경환 부총리가 아무리 박근혜정권의 “왕 실세”라고 하지만 정규직 노동자들의 호봉제와 연공급을 깨부수고, 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를 자유롭게 만드는 방향으로 밀어붙인다면, 노동계와 정부 간의 한 판 전쟁은 불가피한 것이다.

    특히, 현대자동차의 경우 2014년 단체협약 합의서에 따라서 2015년 3월 31일까지 임금체계 개선과 통상임금 확대 문제를 매듭지어야 하는 상황이라 정권 차원에서 들고 나오는 정규직 호봉제 파괴 시도가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필자소개
    전 현대자동차노조 위원장, 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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