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북과 친북 논쟁,
    아직 벗어나지 못한 진보의 수렁
    조승수 "종북, 모욕적 표현인 건 인정. 종북 행위는 존재"
        2014년 11월 26일 02: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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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정치위원회가 25일 ‘제2기 노동자 정치세력화 길찾기’ 세 번째 연속토론회를 개최했다.

    다소 민감한 주제인 ‘진보정당의 이념’에 대해 정의당의 조승수 정책위 의장과, 통합진보당 부설 진보정책연구원의 박경순 부원장, 노중기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가 북한 문제와 사회민주주의, 노동 중심성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특히 이날 통합진보당의 ‘친북’ 성향에 대한 가감 없는 의견이 오고갔지만 이견을 좁히긴 어려웠다.

    조승수 “종북은 모욕적 단어, 하지만 친북 또는 종북 활동은 존재”

    이른바 ‘종북’ 논란의 중심에 섰던 조승수 정의당 정책위 의장은 남한 사회에서 북한 문제가 가지는 모순적인 성격을 지적했다.

    그는 남북한을 ‘국가 대 국가’로 보는 견해와 ‘민족적 특수 관계’라고 보는 견해가 동시에 공존하면서 북한에 대한 태도를 ‘적대적인 협력관계’로 이용되고 있다고 봤다. 조 의장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38선이라는 경계선을 두고 엄청난 화력을 집중해 적대적으로 대치하는 국가이면서도, 통일의 대상이자 평화를 정착시켜야 할 교류협력이라는 상대로 보는 모순적 관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에 대한 진보진영의 태도에 대해 “사실 나는 당초 ‘친북’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어느 날 다수 언론들이 ‘종북’이라는 단어로 통일시켰고 나 역시 큰 문제의식 없이 ‘종북이라는 단어를 썼다. 잘못된 판단이다. 종북이라는 용어는 굉장히 모욕적이다”라면서도 “하지만 대단히 논쟁적인 부분이긴 하더라도 나는 ‘친북’과 ‘종북’이라는 개념을 구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차원에서 과연 진보정당에 종북적 혹은 친북적 관점과 활동은 없는가? 나는 존재했다고 본다”며 어떤 사람들에게는 모욕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남한 사회운동에 끼친 악영향을 생각해보면 모욕을 넘어서는 차원이고, 현재까지도 진행 중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남한 내 진보진영 문제와 별개로 북은 평화적 통일의 상대이기에 대단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당면 과제는 평화 안착이기 때문에 협력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최근 북한인권법 발의로 쟁점이 되고 있지만, 정당으로서는 권력과 인민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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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자들의 모습(사진=장여진)

    박경순 “분단상황 이용해 진보진영 탄압하는 것이 종북공세” 반박

    박경순 진보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토론에 앞서 “이 순간에도 헌법재판소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진보정당 운동을 하는 우리의 현실이 얼마나 어려운가라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면서 “이런 현실 속에서 오늘과 같은 3가지 쟁점이었으면 (발제 참여를) 승낙 안 했을 것이다. 특히 북한 문제에 대해 현재의 시점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동당 창당선언문의 가치와 이념이 전체의 진보정치세력을 단합시킬 수 있는 공동의 강령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며 “그런데 헌재에서는 통합진보당 강령의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이북식 사유를 지향하는 게 아니냐며 ‘인민민주주의’라고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진보적 민주주의는 3권 분립에 기초한 정치체제”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 “진보정당이 분열된 것에는 여러 요인이 있었지만 핵심적인 것이 바로 ‘종북’ 공세”라면서 “친북이나 종북은 매우 추상적 개념이다. 지금도 ‘종북 신부’, ‘종북 기자’라는 식으로 ‘종북’을 매개로 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사회는 분단 상황을 이용해 공안탄압을 하고 있는데 바로 그 잣대가 ‘종북’과 ‘친북’이다. 진보가 성장하지 못하는 근본 배경”이라며 “정권의 탄압은 오늘은 통합진보당, 내일은 정의당, 모레는 노동당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 ‘종북’이라는 잣대가 명확한 잣대면 피할 수 있는데 그게 아니니 피할 수 없다. 그러니 이걸 피하겠다고 ‘친북’과 거리를 두겠다는 발상은 사실상 진보진영을 분열시키려는 공안세력의 의도에 휘말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중기 “북한 세습문제만 보더라도 민주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어”

    노중기 한신대 교수는 박경순 부원장이 민주노동당 창당 선언문으로 진보정치세력이 단합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그런 방법은 불가능할 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우리 운동의 실패는 한 걸음 나아가는 계기가 되어야 하고 그 안에 북한 문제가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과거 민주노동당에 대해 “NL과 PD의 동거였다”며 “북한문제와 관련해 서로 다른 판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정당에 진입하기 위해 입장을 밝히지 않다가 중요한 쟁점에서 일심회 등의 문제로 마찰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승수 전 의원이 ‘종북’에 대해 문제제기해서 분당 사태가 촉발됐다고 하지만, 다른 말로 표현했어도 일어났을 일”이라며 “민주노동당 시절 이 문제를 봉합하고 무시한 채 서로 의회권력을 확대하기 위해 묵인하고 적대적으로 의존해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북핵이나 세습 문제, 일심회 사건을 진보진영이 용인하거나 묵인하면서 운동하는 게 가능한 것이냐”고 질타하며 “북한의 세습문제만 보더라도 근대적 민주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결론은 북한문제를 회피하고는 진보의 단결도 안 될 뿐더러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경순 “핵실험 때 북한 반대 입장 냈지만 김정은 세습 비판은 바람직하지 않아”
    조승수 “종북과 친북, 공안의 프레임만으로 보는 건 토론을 불가능하게 해”

    노중기 한신대 교수의 비판에 박경순 부원장은 “북한의 핵실험 때는 반대 입장을 냈다”면서도 “사실 북한문제는 운동권 내부의 노선 갈등에 있어 정파적 공격 수단으로 활용되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의 3대 세습과 관련해 “2010년에 김정은이 세습됐을 때 민주노동당은 북한의 내정 문제이기 때문에 6.15선언에 근거해 입장을 표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정당이라는 게 준정부적 성격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시 그로 인해 우리당이 심각하게 국민들로부터 지탄받고 규탄을 받았다면, 과연 그 이후 유시민, 심상정, 노회찬과 통합이 가능했겠냐”고 반문하며 “사실 이 문제는 종북이냐 친북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내부의 (정파적) 논란이었는데, 정권이 탄압의 빌미로 사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승수 정의당 정책위 의장은 “박경순 부원장은 종북과 친북이 추상적인 개념이라고 했지만 정말 추상적이었냐”고 반문하며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에 가입한 것은 한반도에 두 개의 국가가 있는 것이기에 당시 NL을 필두로 진보진영은 반대한다는 것이 주요 입장이었다. 그런데 북한이 동시가입을 수용한 뒤에는 그에 대해 (NL측은) 한 마디의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당 간부의 신상정보를 북으로 넘겨준 사람에 대한 징계 처리도 되지 않았고, 이걸 지켜본 국민들이 있다”며 “처음에는 내부 정파갈등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북핵 실험에 대해 애매하게 표현한 것들 역시 국민들이 다 본 것이다. 이를 단지 공안당국의 종북 프레임으로만 보는 건 토론을 불가능한 지점으로 가게 만드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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