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막가파 노동정책
    '해고 쉽게 하여 기업부담 덜겠다'?
    김제남 "전국민의 고용불안시대가 열릴 것"
        2014년 11월 25일 11: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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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에서 내달 발표할 비정규직 종합대책으로 정규직 해고요건 완화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비정규직 처우개선으로 인한 기업부담을 정규직 정리해고 요건 완화로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24일 기자간담회에서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대해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고용의 유연성이 균형을 잡는 쪽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방향을 잡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정규직 해고에 대한 절차적 요건을 합리화하는 내용들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고민해야 하지만, 기업 부담이 생기는데 이익의 균형을 어디서 잡을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며 “단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노동계와 야당, 시민사회단체 등은 크게 반발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25일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지난 7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해서는 정규직에 대한 노동유연성을 양보해야 한다는 발언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이미 해고가 가장 쉬운 나라 중에 하나다. 그리고 정규직에 대한 정리해고도 가장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2009년 OECD가 조사한 정리해고 자율성 순위는 OECD 국가 27개국 중 3위다. 유연성이 넘치는 나라가 된 지 오래됐다”고 비판했다.

    심 원내대표는 “정리해고 요건 완화는 양극화 해소라는 우리 사회의 과제에 대한 정면 도발”이라며 “우리 사회의 갈등을 격화시킴으로써 사회를 파국으로 이끄는 위험한 발상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양극화의 주요 원인이기도 한 고용 불안정성은 이제 사회 문제 뿐만 아니라 경제 발전에도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제남 원내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기재부의 구상이 만약 실현된다면, 그야말로 전 국민 고용불안시대가 열릴 것”이라면서 “기업들은 이미 근로기준법을 악용해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손쉽게 해고를 자행하고 있다. ‘정리해고를 하기 전에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법 조항은 모호하기 짝이 없어, 기업들이 ‘노력했다’고만 하면 법원으로부터 그대로 인정되는 일이 빈번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쌍용차 불법해고에 대한 최근 대법원 판결”이라고 우려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기재부의 최고 수장은 이른바 ‘친박실세’, ‘실세장관’이라 불리는 최경환 경제부총리다. 기재부가 밝힌 정규직 해고요건 완화가 박근혜 정권의 의지로 비쳐지는 대목”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통합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정규직의 목숨을 빼앗아 비정규직의 생명을 연장시켜보겠다는, 정부당국의 그야말로 어처구니 없는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정작 지금 시급하고 절실한 노동대책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 모든 근로자의 해고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나누는 일임을 정부당국은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정리해고 요건 완화

    참연연대도 논평을 내고 “현재 기업 실적이 흑자이더라도 미래의 기업 경영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면, 정리해고가 적법하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정리해고의 무슨 요건을 어떻게 더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인지 기획재정부에 되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정규직 정리해고 요건 완화를 노사정위원회와 협의해야 한다는 기재부 측 말에 대해 참여연대는 “이 나라의 정부는 정규직 노동자가 정리해고의 요건을 완화하는 것에 합의하지 않으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은 없다고 말하고 싶은 것인가”라며 “실효성이 없음은 물론, 오히려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정책을 비정규직 대책이라고 내놓는 정부가 이제는 그 내용을 알 수도 없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내놓고 정리해고와 흥정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민주노총은 논평에서 “사실상 정규직과 비정규직 구별 없이 언제든 해고시킬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며, 이렇게 되면 어쩌면 고용에 있어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차이가 없는 모두가 상시적인 해고 불안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며 “이는 균형이 아니라 책임 떠넘기기”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기간연장에다가 정리해고 요건까지 무너뜨리겠다는 것은 최악 중의 최악”이라며 “이런 전제로 노사정 대화는 의미가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대화는커녕 연말 노사정의 대격돌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노총도 “기재부의 정리해고 요건 완화 방침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전 조직적 역량을 걸고 투쟁함과 동시에 정권퇴진 투쟁도 불사할 것임을 밝히는 바”라며 “고용유연성만을 강조하며 정리해고 요건 완화를 검토한다는 것은 일방적인 사용자 편들기이며 노동자들을 벼랑으로 아예 밀어내는 처사”라고 질타했다.

    기재부는 논란이 불거지자 “정규직 정리해고 요건 완화 검토는 사실이 아니”라며 “노동시장 개혁은 비정규직 차별해소와 정규직 보호 합리화를 균형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으며, 구체적인 대책의 내용은 현재 고용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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