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첫 임원 직선제,
    후보간 ‘정파' '진보 재편’ 놓고 격론
        2014년 11월 24일 09:5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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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첫 임원 직선제에 출마한 4개 후보들 간의 두 번째 합동 토론회가 23일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 및 투쟁 방안을 비롯해 △정권 퇴진 투쟁을 선언한 민주노총의 대정부 투쟁 방향 △정파운동과 노동운동의 전망 등 3가지 공통 주제와 더불어 후보자 간 상호 질의응답과, 기자 질의에 대한 응답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는 각 선본의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 후보 중 1인이 참석했다.

    기호 1번 정용건 위원장-이재웅 사무총장 후보, 기호 2번에는 한상균 위원장-이영주 사무총장 후보, 기호 3번에는 허영구 위원장-신현창 사무총장 후보, 기호 4번에는 전재환 위원장-윤택근 수석부위원장 후보가 각각 토론자로 참석했다.

    후보 토론회

    민주노총 임원 후보 정책토론회 모습(사진=참세상)

    정파 갈등,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민주노총의 정파 갈등 해소를 위한 방안과 자신이 속한 정파가 제시하는 노동운동의 이념 및 민주노총의 발전 전망에 대한 공통질문에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정용건 후보는 “최근 정파운동의 폐해는 심각하다. 정파는 가치에 충실하고 민주노총과 대중조직의 결정사항에 복무해야 하는데, 특정 정파는 선거 때만 되면 담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나는 정파가 없기 때문에 정파 중립을 선언한 실력 있는 사람들을 다 모아서 가겠다”며 “대신 사회연대전략을 제출할 것”이이라고 강조했다.

    계급정당추진위의 기호 2번 이영주 사무총장 후보는 “정파는 민주노총의 동력이다. 정파 간 선의의 경쟁이 민주노총의 성장을 이끌었다”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정책 대결이 아닌 인맥 중심 패권주의가 문제다. 그런데 어떤 후보가 당선되던지 정파 통합이나 갈등을 해소하겠다는 것은 오만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적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만약 당선된다면 각 정파의 대표자들과 함께하는 원탁회의를 제안하겠다. 일상적 소통이 서로를 성장시킬 것”이라며 “우리 정파에서는 사회변혁을 위한 노동운동과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꿈꾼다. 사회변혁과 노동운동이 합치되는 세상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국회의, 국민파, 중앙파가 연합한 전재환 후보는 “나와 나순자 사무총장 후보, 윤택근 수석부위원장 후보가 통합 후보로 준비돼 있다는 것은 정파 갈등을 극복하는 출발점”이라며, 정파 갈등 해소 방안에 대해 “정파의 역기능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겠다. 내년에 각 정파들의 대표주자들이 부위원장으로 들어와 임원회의에서 같이 집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 집행 따로, 비판 따로가 아니라 공동으로 책임지는 의견그룹들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영구 후보는 전재환 선본을 겨냥해 “과거 재정 비리로 간부가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음에도 그 정파는 지난 10년간 민주노총을 집권해왔다. 또한 지난 지도부 선거에서 다른 정파가 단독 후보로 출마했다는 이유로 대의원대회장을 빠져나갔다. 지금은 통합을 이야기하면서 야합으로 선거에 임하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비판하며, “정파의 역기능과 순기능을 이야기하기 전에 역사적 사실을 평가하지 않고는 정파 문제를 논의하기 어렵다”며 특정 정파의 반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한상균-허영구 후보 측의 전재환 후보 공격
    전재환 ‘거기도 통합 후보 논의하지 않았냐’ 일갈

    후보 간 질의에서는 더욱 노골적인 견제와 상호 비판이 오고갔다. 한상균 후보는 전재환 후보 측의 ‘2016~2017년 총‧대선 국면의 투쟁공약’에 대해 “2012년에도 동일한 투쟁전략을 내놨던 세력이 4번 선본이다. 실패한 대통합, 야권연대가 또 나와 우려스럽다”며 “박근혜와 맞서는 총파업 전선에 같이 하는 것은 어렵냐”고 질의했다.

    이에 전재환 후보는 “민주노총은 매년 총파업을 선언해 왔지만 잘 안됐다. 정세적 조건이 있으면 파업해야 한다는 의미만 가지고 내부 주체적 판단을 하지 않는다면 뻥파업이 된다. 그래서 준비해야 한다”며 “노동시간 단축, 작년 철도 파업투쟁처럼 준비된 투쟁은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 승리했던 경험이 있다. 노개투 투쟁을 교훈 삼아 준비된 투쟁을 하자”고 답했다.

    이어 전재환 선본의 윤택근 수석부위원장은 허영구 후보가 지난 1차 토론회 때 결선에 올라가지 못할 경우 한상균 후보를 지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두고 “금속노조 탈퇴와 정치파업 반대를 이야기했던 모 회사 현장조직 대표자가 지회장과 회동해 원색적인 유인물을 현장에 돌리고 있는데, 이들이 지지를 표명한 후보와 연대하는 것이 맞는지 이야기해 달라”고 반격했다.

    이에 허영구 후보는 “만약 당선되지 않을 경우 유사한 정책이 있는 쪽을 지지한다는 이야기지 통합 등의 개념으로 설명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허 후보는 전재환 선본이 ‘통합 후보’임을 내세우는 것에 대해 “4번 후보 진영이 통합후보라고 말하는데, 그러면 우리는 분열 후보냐. 4개 후보조가 나와 있는데도 특정 정파만이 모여있는 선본이 통합후보라고 계속 주장할 것이냐”고 항의했다.

    그러자 전재환 후보는 “통합 지도부라는 표현에 거부감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면서도 “하지만 허영구-한상균 후보 역시 통합논의를 하지 않았냐. 후보 조정이 안 되어서 따로 나온 것 아니냐”고 일갈했다.

    진보정치 재편에 대하혀
    ‘시기상조’, ‘반대’, ‘중립 정파만 모여야’, ‘대통합해야’ 등 다양

    기자 질의 응답 시간에 나온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진보정치 재편에 대한 질문에서도 후보자들 간의 견해는 뚜렷이 갈렸다.

    허영구 후보는 “진보정당들이 민주노총을 몸 대고 돈 대는 숙주로 삼아 출세주의와 대리주의에 빠졌다. 이런 부분을 혁신해야 한다며 “현장의 노동자정치와 관련한 교육과 선전 사업이 병행되어야 한다. 당의 문제는 다음 문제”라며 당장의 진보정치 재편에는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스스로를 정파 없는 ‘중립’이라고 밝혔던 정용건 후보는 “진보정치 통합은 불가피하다. 내년 10월까지는 통합을 제안할 예정”이라면서도 “통합을 위해서라도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후보조가 들어오면 안 된다. 특정 정당을 지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편파적인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상균 후보는 “진보정당 문제를 또 다시 현장에 이야기하는 건 어려운 문제”라면서 특히 “(진보정당 분열에 대해) 우리 정파가 잘못했다고 이야기하는 조직은 없다. 자기반성이 없다는 건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전재환 후보는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진보정치를 재정립 시키지 않으면 의사결정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본다. 진보대통합은 진보정당 뿐만 아니라 진보정치를 추구하는 제 세력과도 재정립되어야 한다”며 “통합한다고 자기의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각 정당과 세력이 주장하는 내용을 크게 묶어 큰 덩어리 내에서 의견과 주장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한상균 후보를 겨냥해 “다만 계급정당을 추진하는 후보 입장에서는 진보정당 재정립은 불편한 내용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2차 토론회는 오전 10시부터 2시간 30분 가량 진행됐으며, 오는 29일 마지막 합동 토론회가 열린다.

    선거운동은 12월 2일 종료되며, 투표는 12월 3일부터 9일까지 실시된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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