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전히 우리는 '자본'을 알아야
    [책소개] 『자본의 17가지 모순』(데이비드 하비/ 동녘)
        2014년 11월 23일 10:1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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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시적 차원에서부터 우리의 일상이라는 미시적 차원까지, 한국사회 뿐만 아니라 그야말로 전 지구적 영역에 걸쳐 자본주의 시스템은 인류 대부분의 삶 전체를 관장하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1퍼센트와 99퍼센트라는 말로 대표되는 최악의 불평등, 한 번 쓰이고 버림당하는 ‘일회용 인간’의 증가, 무더기 해고와 대량실업, 무차별한 자연생태계 파괴 등등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의 팍팍함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체감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최근 30여 년간 지속되어 온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의 발발로 그 스스로의 위기와 한계를 극적으로 드러냈다. 그리고 그 이후 지금 이 시대의 위기를 진단하고 처방하는 이야기가 그야말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바로 우리의 삶을 이토록이나 힘겹게 만든, 우리의 삶 이면에 있는 근본적 원인, 바로 이 자본주의라는 구조의 핵심적인 동력인 자본을 직시하는 흐름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소위 진보/좌파 진영에서마저 ‘자본 중심적’ 연구는 구닥다리 취급을 받거나 자본의 핵심적 모순을 건드리지 않고 우회하는 경향이 대세이고, 보수적 진영에서는 이 시대의 위기에서 ‘나 만큼은’ 살아남는 방법을 설파하며 직시해야 할 대상에 장막을 친다.

    세계적 마르크스주의 지리학자이자 사회이론가인 데이비드 하비는 이런 흐름들에 정확히 선을 그으며, 이 시대의 위기를 제대로 진단하고 자본주의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여전히 자본을 잘 알아야 한다고 설파한다. 적을 알아야 적을 이길 수 있는 방법도 제대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책은 자본은 어떻게 작동하고 있고, 지금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하비의 명쾌한 자본 분석서이면서, 자본주의를 넘어서기 위해 어떤 전망을 가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정치적 실천의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책이기도 하다.

    “자본축적의 경제적 엔진이 현재의 위기와의 관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해석과 이론들을 ‘자본 중심적’이라고 일축하는 것은 (위험하고 우스꽝스러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 근시안적이다. 이런 연구들이 없다면 우리는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오독하고 오역하게 될 것이다. 잘못된 해석은 잘못된 정치로 이어져 축적의 위기와 거기에서 비롯된 사회적 고통을 경감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심화하는 결과를 몰고 올 것이 거의 확실하다. … 반자본주의 운동의 경우 자신이 정확히 무엇에 맞서고 있는지를 더 잘 이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어째서 반자본주의운동이 이 시대에 타당성을 갖는지, 다가올 고난의 시대에 인류가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려면 어째서 이런 운동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지 분명한 주장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41~42쪽)

    자본의 17가지 모순

    자본의 모순으로 읽는 이 시대의 위기와 반자본주의의 희망

    하비는 이 책을 통해 자본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자본의 작동이 우리 삶의 모습을 어떻게 만들어가고 있는지 많은 사례를 통해 명쾌하게 분석한다. 문화평론가 문강형준의 평을 빌리자면 “이 책은 신자유주의의 전면화로 인한 생활세계의 황폐화와 반복되는 경제위기 속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들이 ‘자본의 동학’이라는 거대한 문제에 접근할 수 있게 도와준다”.

    하비는 이 책에서 자본이 갖고 있는 모순 열일곱 가지를 추출하고 이를 기본 모순, 움직이는 모순, 위험한 모순이라는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기본 모순’에서는 가치(사용가치, 교환가치), 화폐, 사유재산, 자본주의 국가, 노동, 분업, 독점과 경쟁 등 마르크스의 《자본》의 주요 토픽이자 자본이 기능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기본적인 내용들을 지금의 사례들과 함께 명쾌하게 설명된다.

    ‘움직이는 모순’은 일종의 하비식 사회비평 혹은 문화비평으로 읽어도 좋다. 지리적 경관, 스펙터클, 정보, 기술, 비물질 노동, 대중문화, 소셜 미디어 등 우리 시대의 사회·문화적 현상을 자본 모순의 변증법적 비판이라는 관점에서 탁월하게 논평하고 있다.

    나아가 ‘위험한 모순’에서는 복률 성장의 한계, 자본과 자연의 관계를 논의하며 자본이 지구라는 생태계 자체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진단으로 나아간다.

    하비가 자본의 모순이라는 프레임으로 자본의 동학을 설명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자본의 모순이 위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자본은 하비가 이 책에서 강조하듯 그 스스로의 모순 때문에 위기를 만들지만, 이 위기는 자본에게 혁신의 계기이자 전환의 국면이 되어 왔다.

    자본은 위기를 계기로 끝없이 스스로를 변주하고 혁신시키며 그 생명력을 끈질기게 이어왔다. 하지만 이 위기는 또한 자본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위협인 것도 사실이다. 물론 하비는 자본이 스스로의 모순 때문에 자체적으로 붕괴할 것이라는 입장에는 확실히 선을 긋는다.

    하지만 하비는 “위기가 자본이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되는 혼란스러운 과도기적 국면이라면, 이는 사회를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재구성하고자 하는 사회운동들이 심도 있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국면도 될 수 있다”(45쪽)라며 이 책의 목적을 명확히 한다.

    이 책은 열일곱 가지 자본의 모순을 통해 자본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정확하고 명쾌하게 분석하면서도, 자본이 갖고 있는 자체적인 모순을 통해 자본의 약점을 발견하고 자본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방향을 짚어내는 것을 매번 잊지 않는다. 총체적 위기의 상황에서 절망적인 무능을 보이는 좌파와 진보진영에게도 정확한 전망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총체적 위기를 살아내는 우리 앞에 던져진 책

    이 책을 통해 자본의 동학, 그리고 그것이 우리 삶을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다시 보게 된다. 최근 한국사회에서는 쌍용자동차와 한진중공업의 노동자들이 사측의 대량해고 때문에 장기농성을 벌이고 아주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으며, 도심재개발로 인해 용산참사라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공적 영역이라고 믿어왔던 많은 영역이 민영화라는 이름으로 사유화되고 있으며, 저축은행 사태로 수많은 서민들이 피해를 입었다. 질 좋은 일자리는 늘어나고 있지 않고, 비정규직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으며, 청년들의 취업은 갈수록 더 힘들어진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대표되는, 도박판에서 벌어질 것 같은 투기보다도 더한, 투입되는 노동 없이 돈을 버는 일은 이제 아주 소수의 사람들의 배만 불리지만 그에서 이득을 얻기 힘든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아주 당연한 상식이 되었다.

    한국사회의 어떤 모습을 보아도 많은 사람들의 삶은 팍팍해지고 있고, 심지어는 죽음으로 내몰리는 일이 다반사다. 그야말로 우리는 총체적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위기의 여파는 개인의 책임으로 다가온다. 열심히 노력해서 살지 않았기 때문에, 더 영민하지 않았기 때문에 ‘네’가 힘든 것이라고 비난당한다.

    하지만 요컨대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우리의 삶이 팍팍한 이유가 ‘나’에게 있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보이는’ 세상의 이면에서 작동하고 있는 자본이라는 엔진을 정확히 대면하고 분석해, 그 엔진으로 나아가고 있는 털털거리고 있는 고장 난 이 자본주의 사회를 직시하자고 말한다. “희망은 모순 속에 숨어 있다”는 브레히트의 말을 하비가 인용한 까닭이다.

    하비는 결국 최종적으로 혁명적 휴머니스트로서의 마르크스와 그람시를 소환한다. 하비는 결코 자본주의가 그 자체의 동력으로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하지만 그는 자본의 모순을 이해하고 이를 정확히 볼 수 있다면 바로 그 안에서 반자본주의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종말은 바로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호소한다. 자본을 직시하고, 그 안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우리의 집합적 행동과 실천으로 반자본주의를 향한 장기전에 나서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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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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