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가 미친 단 하나의 수학문제
    [책소개] 『골드바흐의 추측』(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풀빛)
        2014년 11월 23일 10:1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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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펜던트〉는 이 작품에 대해 “순수 수학과 흥미진진한 소설은 양립할 수 없다는 이제가지의 통념을 철저히 깨뜨린 것으로, 사이언스 픽션이 등장한 이후 수학 소설의 진수를 보여 준 훌륭한 예”라 했고, 〈옵저버〉는 “간결하고 명쾌하다. 수학에 문외한인 일반 독자들도 이 역작을 통해 지금까지 폐쇄적인 세계로 알려졌던 순수 수학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 평했다.

    자신의 인생을 걸 만큼 열정을 쏟아 부을 대상을 선택하지만 그 선택으로 인해 아파하고 좌절하는 우리에게 이 책은 그 자체가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깨닫게 해 준다. 그것이 수학이라는 학문의 진정성, 순수성과 맞아떨어졌기에 수학은 어쩌면 독자의 인생에 말 거는 다리 같은 것일지 모른다.

    수학 소설이라는 일종의 과학적 지식과의 접점, 소설이라는 말에서 기대하고 싶은 재미와 감동, 이 모든 선입견을 뛰어넘어 이 책은 상처와 좌절로 점철된 지금의 우리에게 (특히 청소년에게) 오아시스 같은 정신적 청량감을 제공한다.

    그것은 소재와 주제를 단 한 올의 엉킴도 없이 유연하게 짜내고 풀어낸 작가의 뛰어난 문학적 자질과 정신적 깊이에서 연유한다. 그것을 온전히 자기 몫으로 가져가려 한다면 ‘미국 수학협회’가 제안한 대로 “책을 사서 읽고 즐기는” 일만 남을 뿐.

    이 소설은 ‘골드바흐의 추측’이라는 정수론 문제를 증명하는 데 일생을 바친 무명의(가상의) 수학자 페트로스 파파크리스토스 이야기다. 골드바흐의 추측은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으로, 언뜻 보면 간단한 명제 같다.

    소수는 2, 3, 5, 7, 11, 13, 17…… 같은 약수가 두 개밖에 없는 자연수를 말한다. 그리고 2보다 큰 짝수는 4=2+2, 8=3+5, 18=5+13, 30=13+17……처럼 두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이렇게 보면 아주 쉬운 것 같다. 하지만 1만 정도만 해도 두 소수의 합으로 나타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그것이 1억쯤 되면 어떻게 될까? 수학의 세계에서는 1억에서 9천9백9십9만9천9백9십9개가 맞고 단 한 개가 틀려도 그 명제는 거짓이 된다.

    기실 골드바흐의 추측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리만의 가설’, ‘푸앵카레의 추측’ 등과 함께 수학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꼽혀 왔다.

    그런데 이중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지난 1995년 프린스턴 대학의 앤드루 와일스 교수에 의해 증명되었다. 푸앵카레의 추측도 2002년에 러시아 수학자 그레고리 페렐만이 증명해 2006년에 참으로 인정되었다. 그러나 문제가 제기된 지 260여 년이 지난 골드바흐의 추측과 145년이 지난 리만의 가설은 아직도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

    골드바흐의 추측

    천재 수학자 페트로스 파파크리스토스의 수수께끼 같은 삶

    이 소설에서 화자인 ‘나’의 삼촌 페트로스는 어렸을 때부터 수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수학의 신동이자 천재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어려운 수학 문제를 척척 풀어서 교사들을 깜짝 놀라게 했고, 고등학교 때는 대수와 기하, 삼각법의 추상적인 개념들을 줄줄이 꿰차 주위 사람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당연히 그의 장래는 화려하게 빛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페트로스는 두 동생에게서 ‘실패한 인생’, ‘절대로 본받아서는 안 될 인생의 표본’으로 낙인찍힌다. 특히 ‘나’의 아버지는 수학의 역사상 가장 어려운 골드바흐의 추측을 풀기 위해 소중한 젊음과 천부적인 재능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죄를 범했다며 형인 페트로스를 맹렬히 비난한다. 그리고 남들이 풀지 못한 문제에 도전한 것이 무슨 죄냐고 항변하는 ‘나’에게 인생의 비결은 페트로스처럼 이루지 못할 목표가 아니라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라고 엄숙히 선언한다.

    ‘나’는 페트로스 삼촌의 영향으로 수학에 흥미를 갖게 된 데다 수학학회를 통해 수학의 매력에 푹 빠진 나머지 수학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러고는 기대에 부풀어 삼촌을 찾아간다. 페트로스는 ‘진정한 수학자는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태어나는 것’이라면서 일단 만류한 뒤 ‘나’에게 타고난 수학적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알기 위해서라며 문제를 내준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은 바로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는 문제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 크게 분노하지만 곧 마음을 가라앉히고 삼촌의 변명을 듣기 위해 다시금 삼촌을 찾아간다. 그리고 거기서 골드바흐의 추측과 관련된 삼촌의 이야기를 듣는다.

    페트로스가 골드바흐의 추측에 도전하기로 결심한 것은 첫사랑인 이졸데 때문이다. 이졸데는 페트로스의 가슴에 사랑의 불을 지펴 놓고는 야속하게도 프러시아 출신의 젊은 장교와 결혼한다. 이에 페트로스는 이졸데가 자기에게 돌아와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도록 세상 사람들이 깜짝 놀랄 만한 성공을 하기로 결심한다. 요컨대 자신을 버리고 떠난 무정한 연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가장 어려운 수학 문제인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려고 마음먹은 것이다.

    이후로 페트로스의 학문적 행보와 삶 자체의 모습은 유치하다 못해 졸렬한 느낌을 주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페트로스의 말년은 화자 ‘나’의 아버지가 말한 대로 실패한 인생을 연상시킨다. 그런 와중에 화자는 삼촌의 삶에 강력한 호기심을 느끼고 그의 입을 통해 직접 골드바흐의 추측과 관련된 페트로스의 삼촌의 삶을 듣게 되는 것이다. 실패로 얼룩진 것 같지만 성공을 향하는 것만 같은 그의 기묘한 삶에 대해….

    《그가 미친 단 하나의 문제, 골드바흐의 추측》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

    지금까지도 증명하지 못한 채 남아 있기에 흥미로운 주제 ‘골드바흐의 추측’을 중심에 놓고, 20세기 최고의 수학자들과 얽히고설킨 수학적 교류를 하는 가상의 인물 페트로스 파파크리스토스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이 책은 치밀한 구성과 짜임새 있는 스토리만으로 단숨에 독자를 사로잡는다.

    수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수학자가 되려는 꿈을 가진 청소년이라면 《그가 미친 단 하나의 문제, 골드바흐의 추측》을 읽으며 심오한 수학의 세계를 경험할 것이며, 수학의 진정한 매력에 흠뻑 빠져들 것이다. 또한 ‘수학’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고개를 흔들던 사람에게도 수학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기회를 마련해 줄 것이다.

    이 책이 지닌 매력은 한 수학자가 사랑과 가족마저 뒤로한 채 온 삶을 바쳐 이루고자 했던 수학을 향한 끝없는 열정과 집념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어 보라’고 소리 없이 외치는 데 있지 않을까.

    이 책에는 소설에서는 찾기 힘든 팁이 있다. 세계 주요 수학자 연표다. 무명의 수학자로 등장하지만 가상의 주인공인 페트로스 파파크리스토스가 골드바흐의 추측이라는 세계의 수학 난제를 풀기 위해 일생을 바쳐 치열하게 고민한 시대는 쟁쟁한 수학자들이 활동하던 20세기 한복판이다.

    책 곳곳에 예고 없이 불쑥 등장하는 20세기의 수학자들은 물론, 기원전부터 수학의 이론을 만들며 수학의 역사를 창조해 온 주요 수학자들을 연대순으로 책 말미에 실어 수학사의 흐름을 파악하며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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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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