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아버지는 용의자
    [책소개] 『수상한 할아버지』(팔로마 보르돈스/ 분홍고래)
        2014년 11월 23일 10:0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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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최고 문학가가 들려주는 어린이 심리 동화!

    저자는 스페인 에데베 문학상, 바르코 데 바포르 상, 라사리요 어린이 문학상 등을 수상한 스페인 문학가다. 작가는 어린이책뿐만 아니라 청소년 문학, 시 등 다양한 문학을 집필하여 스페인에서 영향력 있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스페인 에데베 문학상을 수상한 《수상한 할아버지》는 심사위원 다섯 명이 만장일치로 선정한 작품으로 유머와 모험이 넘치는 이야기다. 하지만 일상과 동떨어진 소재가 아닌 일상생활에 있을법한 소재를 재미있는 이야기로 잘 버무려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는 수작이다.

    우리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추구해야 할 가치와 긍정적인 생각들로 가득하다. 이 책의 힘은 일상의 소소한 재미를 담았지만, 뻔한 결말로 이어지지 않고 매우 세련된 반전과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데 있다.

    외롭던 룰라네 집에 갑자기 나타난 수상한 할아버지!

    《수상한 할아버지》는 어느 날 롤라의 집에 찾아온 할아버지와의 동거를 다룬 이야기다. 엄마 외엔 가족이 전혀 없던 롤라에게 갑자기 찾아온 할아버지라는 존재는 조용하던 롤라에게 설렘과 기대를 안겨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할아버지라는 노인은 그동안 상상했던 할아버지와 거리가 있다. 친구들의 할아버지처럼 선물도 주지 않았고, 옛날 얘기도 들려주지 않는다.

    롤라가 입만 열면 버르장머리가 없다며 윽박지르고, 롤라의 침대를 빼앗고, 게다가 코까지 곤다. 그리고 할아버지에게는 수상한 까만 가방이 하나 있다.

    “그렇게 갑자기? 그럴 수는 없어.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계시는 거야. 추첨에서 당첨된 것처럼 갑자기 나타날 수는 없어. 가짜 할아버지가 아닌지 잘 살펴봐!”

    친구들의 말에 할아버지에 대한 롤라의 기대는 단번에 무너지고, 할아버지를 의심하게 된다.

    할아버지는 어느 날 마을 보석 가게에 강도가 들었다는 뉴스를 집중해서 보다가 롤라의 질문에 화를 낸다. 열쇠로 잠가놓은 까만 가방에는 위험한 무기가 있는 게 분명하다. 어쩌면 할아버지는 강도 용의자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처음부터 마음의 벽을 세워 버린 롤라는 할아버지가 수상하기만 하다.

    “네 할아버지 어떠셔?”

    “내 할아버지 아니야. 그러니까 아직은 용의자야. 할아버지 용의자라고.”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할아버지는 롤라에게 너무나 낯선 인물이다. 낯설다 못해 범죄자처럼 위협적이기까지 하다. 그런 롤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엄마는 이제 롤라에 관한 대부분의 일을 할아버지에게 맡긴다. 그동안 엄마와 함께했던 롤라의 시간은 할아버지와의 시간으로 채워져 간다.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사이 롤라는 자신도 모르게 할아버지와 마음을 공유하게 된다. 밉기만 했던 범죄자 할아버지 때문에 가끔 롤라의 마음은 아프기까지 하다.

    그리고 롤라는 이제 혼란스럽다.

    “아! 뭐가 더 나쁜 일인지 모르겠다. 무서운 할아버지와 마음 아프게 하는 할아버지 중에 어떤 할아버지를 갖는 게 더 나쁜 일인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수상한 할아버지》는 남보다 더 낯설었던 할아버지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발랄하고 따뜻하게 그리고 있다. 할아버지를 진짜 할아버지로 인정하지 못하고, 또 강도라고 확신하며 가슴앓이를 하던 똑똑한 소녀 롤라가 할아버지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섬세하고 가슴 찡하게 그리고 있다.

    수상한 할아버지

    아이들은 범죄 용의자였던 할아버지가 최고의 할아버지가 되어가는 과정을 함께하며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할아버지는 가난한 광대예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연주자이며 여행가예요!”

    기다란 기관총을 들고 보석가게를 강탈하는 할아버지는 무섭지만, 엄마의 목욕 가운과 엄마의 선글라스를 끼고 기가 막히게 달걀부침을 부치는 할아버지는 제법 멋지다.

    롤라에게 버르장머리가 없다고 화를 내거나 텔레비전을 차지하고 양보하지 않는 할아버지는 싫지만, 롤라의 식사를 챙기고, 롤라를 병원에 데리고 가는 할아버지는 참 따뜻하다.

    롤라의 침대를 빼앗고, 드르렁드르렁 코를 심하게 고는 할아버지는 얄밉지만, 롤라가 잠자리 들기 전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여행자의 이야기는 환상적이다.

    젊은 날 할아버지는 수많은 직업을 가졌고, 전 세계를 여행한 모험가였지만, 지금은 그냥 평범한 노인일 뿐이다. 텔레토비를 보며 웃고, 너무 늙어 빗자루대로 의지해 서 있다. 가끔 롤라를 엄마로 착각하기도 하고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머리를 심하게 흔들기도 한다. 엄마의 가운을 입고 엄마의 선글라스를 끼고 달걀부침을 기가 막히게 만드는 할아버지가 무시무시한 강도라니!

    롤라의 친구 파토는 범죄자 할아버지를 숨기는 건 공범자가 되는 거라고 말했지만, 롤라의 마음속에는 할아버지가 나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롤라의 집은 가난하고, 로빈 후드는 가난한 사람을 위해 물건을 훔치지 않았던가! 그래서 롤라는 할아버지가 나쁜 사람인지, 가끔 혼란스럽다. 어느새 롤라에게 할아버지는 낯선 침입자가 아닌 자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가족이 되어 버렸다.

    이 책은 어린 롤라가 자연스럽게 할아버지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과정을 잘 그려 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롤라의 심리 변화에 공감하며 울고 웃고를 반복하게 된다.

    할아버지가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주머니에서는 짤랑짤랑 동전 소리가 난다. 할아버지 주머니 속에는 동전이 가득하다. 누군가에게서 강탈한 동전일 거라는 의심 때문에 롤라는 할아버지의 진심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사실 할아버지는 침입자도 강도도 아닌 할아버지일 뿐인데 말이다.

    할아버지는 롤라가 먹을 시리얼을 사고, 룰라의 간식을 사고, 엄마의 생활고를 덜기 위해 동전을 모은다. 룰라의 장롱 위에 숨겨 둔 할아버지의 까만 가방 속에 든 것은 무시무시한 무기라기보다는 사랑하는 가족을 지켜내기 위한 사랑이다.

    “내가 하는 일이 아주 괜찮은 일이 아니라는 건 나도 안다. 하지만 사람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먹고사는 법이 있단다. 너는 아직 아이라서 이해하지 못할 일이 많을 게다.”

    《수상한 할아버지》는 가족의 의미를 이해하기에 아직 어린 9살 소녀의 성장 동화다. 할아버지와 함께하며, 자신과 달리 복잡 미묘한 어른들의 삶과 가족애에 대해 배우게 되는 이야기다.

    할아버지를 이해하게 될 즈음 알게 된 까만 가방 속에 숨은 할아버지의 아름다운 비밀!

    누가 뭐래도 할아버지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롤라의 할아버지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모험가이며 연주가다.

    ‘살 만큼 산’ 경험 많은 어른이 들려줄 법한 씁쓸하고도 흥미진진한 인생이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인생을 바로 마주하기에는 아직 어린 롤라와 인생의 희로애락을 모두 경험한 할아버지 사이에 벌어지는 소소한 일상은, 너무나 사실 적이어서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용감하게 마주하는 어린 롤라를 통해 우리 아이들 또한 시련을 똑바로 마주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또한, 어려움을 함께 이겨 나가는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가족인데 가족이 되는 데 이유가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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