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밴드 수술 사례로 보는
신의료기술 규제 완화의 문제점
[민중건강과 사회] 신해철씨 사망 사고를 통해 본 의료 현실
    2014년 11월 21일 06: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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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고인이 된 가수 신해철씨 사건으로 인해 위밴드 수술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비만수술업계에서는 위밴드 수술을 예약해 놓았던 환자들이 취소하는 일이 많아졌다며 울상을 짓고 있고, 언론에서도 위밴드 수술이 무엇인지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를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위밴드 수술이란 위의 상부 일부분을 조절형 밴드로 묶은 후, 밴드 속으로 식염수를 주입하여 음식이 내려가는 통로를 좁혀서 섭취를 제한하는 시술이다. 이 수술은 본인이 비만이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시아인에서는 체질량지수(BMI)가 37kg/m2 이상인 고도비만자이거나 32kg/m2 이상이면서 중증 비만 합병증(당뇨병, 고혈압, 심장질환, 수면 무호흡증 등)을 가진 사람에게서 시행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신해철 씨가 위밴드 수술을 받았다고 하는 2009년의 방송 출연 모습을 보면 고도비만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방송에 출연해서 이야기한 자신의 최고 몸무게인 80kg 내외를 가지고 계산해 보아도 조건에 들어맞지가 않는다. 물론 수술 당시의 몸무게와 실제 키를 알 수 없고, 비만 관련 동반질환을 가졌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위밴드 수술을 받을 만한 상태였는지를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다.

위밴드2

다만 비만수술 업계 종사자에 의하면 체질량지수가 기준치에 미달해도 위밴드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라고 한다. 유명 대학병원 비만클리닉의 블로그에서 체질량지수 30 이하의 환자에게도 위밴드 수술을 시행한다고 말하고 있으며, 언론 보도에 의하면 일부 개인병원에서는 남용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1) 과잉진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비만수술 업계의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무분별한 위밴드 수술로 드러난 비만클리닉의 상업화된 진료 행태는 신의료기술이 제대로 된 평가와 규제를 받지 않고 의료 현장에 도입되었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위밴드 수술은 2009년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았지만 이후 건강보험 적용 심사를 받지 않고 임의비급여로 시행되고 있다. 또한 매년 1,000여 건이 넘는 시술 횟수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관리와 규제를 받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는 신의료기술 평가를 생략할 수 있게 하는 정책마저 시행했다. 신의료기술에 대한 규제 완화가 어떤 문제를 낳게 될지 위밴드 수술의 예를 들어 살펴보자.

수익 증대를 위해 무분별하게 시행되는 위밴드 수술

최근 발표되는 연구에 의하면 위밴드 수술은 다른 비만 수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장기 합병증이 많은 시술이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50% 이상의 환자가 재수술을 받았으며, 25%가 중요 장기 합병증(Major late complications)을 경험했고 73%의 환자가 다시는 위밴드 수술을 받지 않겠다고 답했다(2). 수술 후 환자의 삶의 질 역시 장기적으로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3)

그런데 한국에서는 수익성이 높다는 이유로 비만 전문병원에서 위밴드 수술이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윤에 눈이 멀어 꼭 필요하지 않은 환자에게도 위밴드 수술을 권유하는 병원도 많아졌다.(4)

하지만 이런 전문병원들은 위밴드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치료할 수 있는 시설과 인력을 갖추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S 병원이 바로 그런 전문병원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5)

비만수술이 상업화된 미국에서도 “1-800-GET-THIN Clinics” 사건으로 위밴드 수술이 크게 문제가 된 바 있다. 1-800-GET-THIN은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마케팅 업체이다. 이들은 위밴드 수술을 광고하여 연계된 비만수술센터에서 수술을 받도록 알선했다. 그런데 2009~11년 사이에 남부 캘리포니아 수술센터에서 수술 받은 환자 중 5명이 사망하자, 일부 환자 가족들은 이 업체를 고발했다. 미국 FDA는 광고에서 수술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800-GET-THIN을 고소했다.(6)

위밴드1

신의료기술 도입의 원칙과 절차를 무시한 위밴드 수술

한국에서 위밴드 수술은 2008~2009년에 걸쳐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았다. 신의료기술 평가위원회에서는 고도비만 환자에 한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인정했다. 고도비만으로 인한 질병의 위험성이 수술에 뒤따르는 부작용보다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관련 규정인 ‘보건복지부 예규 제61호’를 보면 신의료기술의 사용 대상이 변경된 경우에는 신의료기술 평가 대상으로 심의되어 새롭게 안전성ㆍ유효성에 대해 확인하여야 한다.

하지만 위밴드 수술은 2009년 이후 사용 대상을 변경하여 재평가를 받지 않았다. 따라서 고도비만에 미달하는 환자에 대한 위밴드 수술은 모두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지 않은 셈이다.

신의료기술 평가위원회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 의거해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지 않은 의료행위에 대해 환자에게 시술 비용을 청구하거나 의료광고를 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밝히고 있다. 고도비만에 해당하지 않는 환자에게 위밴드 수술을 시행하고 돈을 받는 것은 모두 불법이다.

더욱이 위밴드 수술은 요양급여대상 여부 결정 신청을 하지 않은 임의비급여 시술이다. 본래 새로운 의료행위는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고 나서 환자에게 최초로 실시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요양급여 대상 여부의 결정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신청하여야 한다.

이 결정 절차에서 급여 대상으로 결정되면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되는 것이며, 보건복지부에서 비급여로 고시하게 되면 법정비급여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행위등재부서에 문의한 결과 위밴드 수술은 요양급여대상 결정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 되었다. 즉, 법에 정해진 평가와 심의 절차를 밟지 않은 시술이 일선 병원에서 무분별하게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신의료기술에 대한 재평가와 관리시스템도 부재

지금까지 살펴본 위밴드 수술의 사례에서 발견되듯 현재 신의료기술이 도입되고 관리되는 과정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우선 한 번 평가한 이후에 사후 관리와 재평가 시스템이 없다. 평가받은 대로 시술하고 있는지, 새로운 부작용이 발견되지는 않았는지 알 수가 없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주요국의 의료기술 재평가 현황’에 따르면 영국, 캐나다, 호주, 스페인, 스웨덴의 경우 국가 수준 혹은 지역 수준의 의료기술 재평가 프로그램을 운영, 대부분 의료기술평가의 연속선상에서 의료기술 재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만약 위밴드 수술이 2009년 평가 이후에 지속적인 재평가와 실태 조사를 받았더라면 이렇듯 심각한 상황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 번 평가를 받았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부작용이 밝혀질 수 있기 때문에 재평가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또 일선 병원에서 마음대로 사용 대상이나 수술 절차를 바꾸면서 환자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평가받은 사항대로 시행하고 있는지 단속하고 관리하는 제도 역시 필수적이다.

또한 신의료기술을 적용할 때는 시행 후 30일 이내에 급여에 대한 신청을 하도록 되어 있지만, 위밴드 수술과 같이 신청을 하지 않고 임의비급여로 진료하는 경우 이를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따라서 신의료기술 최초 시행 후 급여결정을 신청하지 않는 경우를 엄격히 단속하고 처벌규정을 마련하여 신의료기술에 대한 신고의무가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업화된 의료현실에도 규제 완화를 시도하는 박근혜 정부

박근혜 정부는 이렇듯 미비한 규제 정책마저도 생략하려 한다. 현재 신의료기술이 시장에 진입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료기기에 대한 허가를 받고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안전성‧ 유효성에 대해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은 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보험 적용 여부를 결정한 후에 일선 병원에서 시행할 수 있다.

그런데 작년 발표된 제4차 투자활성화 대책에서 정부는 의료기기의 조기출시를 돕겠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품목허가를 한 의료기기의 경우 신의료기술 평가 이전에 판매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제품이 사용되는 시술이 안전한지, 치료에 유효한지 평가도 하지 않고 제품 판매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선 병원에서는 신의료기술 평가도 받지 않은 제품을 사들여 환자에게 임의비급여로 시술을 시행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신의료기술 평가위원회 운영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의료기기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일부의 경우에는 신의료기술 평가를 생략하도록 했다.

그런데 신의료기술 평가 생략을 허용한 항목들을 살펴보면 기존 시술에 새로운 시술 방법을 추가한 경우라든지, 레이저의 종류를 바꿔 시술하는 경우와 같이 명백히 안전성 검증을 실시해야 하는 경우도 포함되어 있다. 이런 기준 변경으로 인해 체외진단검사는 55%(209건 중 115건), 시술은 약 12%(110건 중 13건)가 평가대상에서 제외되었다.(7)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런 규제 완화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자료가 공개되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2011~2013년 동안 총 29건의 신의료기기가 신의료기술 평가 신청을 했는데, 이 중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이 안 돼 승인받지 못한 의료기기가 35%인 10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은 경우는 45%인 13건에 불과하다.(8) 식약처의 품목허가를 받았지만 신의료기술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는 의료기기가 상당히 많은 것이다.

돈벌이를 위한 규제 완화는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들 것이다!

90%의 민간병원과 부실한 비급여 진료 통제 정책은 상업화된 한국의 의료현실을 낳았다. 이런 조건 속에서 병원은 고가의 신의료기술을 이윤 창출의 도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 결과로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은 날로 가중되고 있고, 불필요한 시술의 부작용으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故 신해철씨도 그런 희생자들 중 한 사람이다.

규제는 오히려 강화되어야 한다. 신의료기술에 대해서는 재평가와 사후 관리가 법적으로 강제되어야 한다. 상업적 목적을 위한 임의비급여는 처벌의 법적 근거를 만들고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신의료기술 평가를 무력화시키는 제4차 투자활성화 대책은 폐기되고 관련 심의기준을 개정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규제 완화를 당장 멈춰야 한다

<참고>

1. 30분 수술에 800만원…미성년자에게도 ‘위밴드’ 권하는 의사들, 한국경제, 2014년 11월 7일.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4110752101

2. Charles Kodner, Daniel R. Hartman. Complications of Adjustable Gastric Banding Surgery for Obesity. Am Fam Physician. 2014;89(10):813-818.

3 Himpens J, Cadiere GB, Bazi M, Vouche M, Cadiere B, Dapri G. Long-term Outcomes of Laparoscopic Adjustable Gastric Banding. Arch Surg. 2011 Jul;146(7):802-7.

4 “위밴드 수술 괜찮나요?” 환자 전화에 몸살, 메디칼타임즈, 2014년 11월 4일

http://www.medicaltimes.com/Users4/News/newsView.html?ID=1093027

5 신해철에게 믿을 만한 의사 친구가 있었다면…, 한겨레, 2014년 11월 10일.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63724.html

6 Cindy Omidi convicted of violating laws to prevent money laundering, Los Angeles Times, 2014년 10월 10일.http://www.latimes.com/business/la-fi-omidi-trial-20141011-story.html

7 신의료기술 평가대상 축소..최대 1년 시장진입 빨라져, 이데일리 뉴스, 2014년 5월 1일.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SCD=JG61&newsid=01567846606084656&DCD=A00706&OutLnkChk=Y

8 복지부 산하기관 “신의료기술 평가 간소화, ‘국민 안전’ 우려”, 프레시안, 2014년 10월 7일.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2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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