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8기 선거, 후보 공약들
        2014년 11월 17일 02: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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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이 사상 처음으로 조합원들의 직접 선거로 지도부를 선출하는 제8기 위원장 선거에 4개 팀의 후보가 등록하여 선거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중앙파 일부가 주도하고 있는 기호 1번 정용건 후보조, 계급정당추진위원회 등 민주노총의 현장파 그룹을 대표하는 기호2번 한상균 후보조, 좌파노동자회라는 단일 조직을 중심으로 출마한 기호3번 허영구 후보조, 국민파, 중앙파 일부, 전국회의가 연합한 기호4번 전재환 후보조까지, 선거 초반이며 아직 그 우열과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는 경우 1, 2위가 2차 투표에서 다시 맞붙게 되고, 그 상황에서는 떨어진 후보들 사이의 연합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에 결과를 예단하기가 힘들다.

    또한 첫 직선제인 만큼 일반 조합원들의 참여(투표율)이 관건인데, 활동가나 현장 간부가 아닌 이상 4개 후보의 정책적 차이를 구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정책 공약집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차이점이 어느 정도 명확해진다. 특히 선거 포스터에 나와 있는 슬로건에 나름의 핵심들이 있다.

    포스터

    슬로건으로 차별점 부각, 공약에서는 입장 강조

    기호 1번의 정용건 후보조는 “고인물은 썩습니다. 정파의 패권 없는 민주노총을 조합원께 돌려드리겠습니다”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민주노총 정파 갈등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며 지지를 호소하는 전략을 강조했다.

    후보 출마 배경에도 비슷한 중앙파 성향이지만 기호 4번 전재환 후보조가 전국회의(친 통합진보당)와 연합 후보를 구성한 것에 대한 반발도 일부 작용하고 있다. 비NL 정서를 강조하는 배경이다. 특히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NL그룹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어필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하지만 정파의 폐해를 제기하면서 특정 정파 문제를 부각시킨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로 정용건 후보는 15일 개최된 1차 토론회에서 통합 후보를 구성한 기호 4번 전재환 후보조에 “민주노총이 어려워진 것은 특정 정파가 사람을 세워 권력을 이어나가기 때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기호2번 한상균 후보조는 정책 공약집 전반에 걸쳐 ‘투쟁하는 민주노총’을 내세웠다. 후보들의 ‘투쟁 경력’을 강조한 점도 눈에 띈다. 이들은 민주노총 내 계급정당추진위 등 현장파들로 공약집에서 ‘노동자계급 대표성 확보’ 등을 강조했다. 또한 1차 후보 토론회에서 전재환 후보에게 “정파 간 단일화가 통합이라고 생각하냐”며 전재환 후보조를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기호 3번 허영구 후보는 ‘옳은 길을 간다. 그래야 민주노총’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옳은 길’이라는 것에는 대부분 조직문화 혁신에 강조점이 있다. 임원 직선제 시행을 주장했던 핵심 세력이었던 허 후보 측은 조직 내 민주주의의 진전에 자신들이 공이 크다는 것을 강조했다.

    좌파노동자회라는 조직의 대표이기도 한 허 후보는 이번 1차 토론회에서 다른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전재환 후보측에 연합 후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다른 3명의 후보들에게 공격을 받고 있는 전재환 후보측은 중앙파 일부, 국민파(비 통합진보당), 전국회의(친 통합진보당)이 연합한 팀이다. 특히 국민파, 전국회의 성향은 민주노총의 최대그룹으로 평가되며 지난 수년간 민주노총 집행부를 주도해왔다. 이 연합 그룹에서 후보단일화를 이루지 못했다면 복수로 출마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런 이유로 전재환 후보조는 ‘준비된 통합지도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현 집행부가 주도해온 ‘미래전략위원회’를 핵심 사업으로 이어 받겠다는 내용도 있다. 연합지도부인 만큼 특정 정파 색깔은 짙지는 않지만 ‘연합 후보’라는 성격 자체가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비판 요소들도 적지 않다.

    괜찮은 공약, 의문이 드는 공약, 걱정되는 공약

    기호1번 정용건 후보는 ‘사회복지투쟁’을 강조했다. 그동안 민주노총이 노동조합의 이익만을 위한 투쟁해왔다는 내외적 비판을 넘어서겠다는 의지이다. 정책 공약집에 나와 있는 관련 일문일답에서도 왜 사회복지투쟁인지, 어떤 투쟁인지에 대해 비교적 그 핵심을 잘 짚고 있는 편이다.

    그러나 이를 실행하기 위해 ‘시민단체, 진보정당, 야당을 포함한 사회연대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특히 진보정당의 분열 분산, 그와 연계된 민주노총 내부의 단결력이 약화된 현 상태에 대한 진단이나 그 극복 없이 사회연대가 가능하겠냐는 의문을 들게 한다.

    기호 2번 한상균 후보조는 민주노총의 노선적인 부분에 대해 ‘노동자계급성 강화’를 강조하면서도 의제만 있고 실행에 대한 이야기는 약하다. ‘투쟁성’을 강조하며 2015년 하반기 총파업을 목표로 설정했지만, 병렬적인 투쟁계획만 있다. 사회공공성 투쟁과 관련해서도 ‘공무원연금 개악저지’를 가장 크게 내세운 점은 의미 있는 투쟁 지점이기도 하지만 노동조합 내부의 공감대 형성이 아직은 미흡하다는 점에서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기호3번 허영구 후보는 민주노총 자체의 혁신에 대해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 ‘옳은 길’이라는 자기 진단은 조직적 공감대 형성보다는 자신들의 판단을 선험적으로 규정하는 성격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조직 혁신 부분은 각 산별연맹과 조합원들의 반발과 지난한 논쟁으로 이어질 내용들이 많다. 조합비는 임금 총액의 1%, 총연맹-산별-지역본부 의무금을 2:2:5로 하고 나머지는 투쟁기금과 희생자 구제지금에 배정하겠다는 안도 논쟁적이다. 각 연맹과 지역본부별 이해와 정파적 판단들이 엇갈릴 수 있는 만큼 갈등을 더 촉진시킬 우려도 있다.

    또한 공약집에서 강조하고 있는 ‘금융자본과 생산기업의 사회화 투쟁’은 맥락이 생략된 결과를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기호4번 전재환 후보조의 공약은 4대 과제로 시작해 공약 실현을 위한 4대 전략,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4단계 실행계획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비교적 일반 조합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노동기본권’에 ‘노동시간 단축’은 구체적으로’ 주36시간제’를, 산업재해와 관련해서는 ‘기업살인법 제정’을 내걸었다. ‘사회공공성 강화’ 과제에 대해서도 공적연금 개악 저지는 물론, 공공부문 민영화 내용도 함께 넣었으며, 5대 사회보험 강화 내용도 추가로 담겼다.

    반면 일반 조합원들에게 조금은 낮설 수 있는 공약도 있다.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 반대’ 내용은 필요한 주제와 논점이기는 하지만 조합원들의 공감대 형성을 통해 제기되었다기 보다는 전국회의와의 연합이라는 성격 때문에 반영한 측면이 크다.

    한편 민주노총은 오는 1차 후보 합동토론회에 이어 23일 언론사 합동 토론회를 개최한다. 29일에는 국민TV생중계로 3차 합동토론회를 가질 예정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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