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화두 ‘21세기 불평등’
[책소개] 『왜 자본은 일하는 자보다 더 많이 버는가』(이강국 외/ 시대의 창)
    2014년 11월 15일 02: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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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가 사유재산과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지 않고, 사유재산과 시장의 힘이 민주주의의 노예가 되도록 해야 한다.”

_토마 피케티

21세기를 살아가는 여러분은 행복한가? 2011년 “월 스트리트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를 외치며 수많은 사람이 맨해튼에 모였다. 1퍼센트 대 99퍼센트. ‘글로벌’이라는 모호한 수식어 아래 전 세계로 확산되는 신자유주의와 부도덕한 금융 기관의 민낯을 직시한 사람들은, 21세기 들어 더욱 커지는 빈부 격차에 분노했다.

이 시위는 뚜렷한 목표와 성과 없이 70여 일 만에 끝났지만, 현장에서 또 TV 화면에서 이를 지켜본 세계 시민의 가슴에 묵직한 ‘무엇’을 남겼다.

그로부터 2년 뒤,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토마 피케티(파리경제대학 교수)의 책이 프랑스에서 출간되었다. 그리고 이듬해 4월 영어판이 미국에서 출간되었다. 피케티 교수가 책에 제시한 내용을 한 단어로 말하면 바로 “소득불평등”이다.

‘21세기 자본’이라는 제목을 단 피케티 교수의 책은 사회과학 책으로는 드물게 인기를 끌며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곧 한국어판 출간을 전후하여 한국 경제학계와 일반인의 주목을 끌었다. 그리고 불평등이 우리 사회의 화두로 다시 떠올랐다.

《왜 자본은 일하는 자보다 더 많이 버는가》는 ‘피케티 현상’으로 일컫는 불평등 문제를 핵심에 두고 기획되었다. 당시 《한겨레신문》 경제부 기자로 불평등 문제와 ‘피케티 이론’을 주시한 류이근 탐사기획팀장은, 피케티 교수의 책에서 볼 수 없는 한국의 불평등 현실과 한국 경제학계의 시선을 한데 묶었다.

기획의 글에서 “피케티 프리즘”이라고 밝혔듯, 이 책은 한국 최고의 경제학자 9명을 통해 피케티 현상과 한국의 불평등 현실을 조목조목 짚는다. 나아가 피케티 교수와 진행한 인터뷰와 대담을 수록하여, 그가 책에서 말하지 못한 한국의 불평등 이야기를 들어본다. 또한 경제학을 모르는 일반인이 불평등 문제를 보다 넓게 이해하고 깊이 고민할 수 있도록, 가급적 쉬운 말로 내용을 풀어 썼다.

피케티 현상이 확산되자 한국의 보수 경제학계는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이념적으로 방어하는 데에만 급급했다. 더불어 진보 쪽의 움직임도 생산적인 논의를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왜 자본은 일하는 자보다 더 많이 버는가》는 진보와 보수를 넘어, 그리고 피케티를 넘어, 이 땅에서 ‘21세기 불평등’ 문제를 제대로 논의해보고자 하는 시도이자 노력의 산물이다. 이제 막 외치기 시작한 ‘불평등’이 유행어처럼 반짝였다 사라지는 말이 되지 않길 바라며, 신자유주의에 물든 우리 사회가 불평등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사회적 차별은 오직 공익에 바탕을 둘 때만 가능하다.”

_프랑스혁명 〈인간과 시민의 권리에 관한 선언〉 제1조

자본은 왜

왜 자본은 일하는 자보다 더 많이 버는가

이 책은 토마 피케티 교수의 책 《21세기 자본》에 대한 ‘참고서’이다. 그러나 ‘참고’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피케티 교수의 책 배경이 주요 선진국이라면, 이 책의 배경은 ‘한국’이다. 이 책은 피케티 교수와 한국 경제학자 9명의 시선으로, 한국의 소득불평등 실태를 두루 살펴보고 피케티 교수가 대안으로 제시한 글로벌 자본세의 의미와 한계를 짚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한다.

먼저, 이 책은 피케티 교수와 ‘직접’ 만난다. 이준구 교수(서울대학교 경제학부)는 《21세기 자본》의 주요 내용과 주제를 명료하게 보여준다. 다소 아쉬운 점과 한국 경제학계의 반성을 촉구하는 내용까지 읽고 나면, 경제학을 모르는 일반 독자도 피케티 교수의 책 내용을 뚜렷하게 알 수 있다.

그리고 곧장 류이근 기자가 피케티 교수를 인터뷰한다. 길이는 짧지만 내용은 간결하고, 문장은 쉽지만 메시지는 명확한 인터뷰를 통해 피케티 교수가 주장하는 내용의 고갱이를 맛볼 수 있다.

또한 《21세기 자본》 한국어판을 감수한 이강국 교수(리쓰메이칸 대학교 경제학부)가 피케티 교수와 대담을 나눈다. “한국은 아주 흥미로운 사례”라는 피케티 교수와 이 교수는 자본주의 동학dynamic, 책에 대한 논란, 자본의 문제, 경제학의 문제, 역사의 교훈 등을 논한다. 그리고 한국의 경제, 조세정책을 짚어보고 피케티 교수의 대안을 검토한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21세기 자본’에 대해 다양하게 논한다. 이정우 교수(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이상헌 박사(국제노동기구ILO 부사무총장 정책특보), 홍훈 교수(연세대학교 경제학부), 신관호 교수(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이강국 교수가 각자 전문 분야와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피케티 현상’과 ‘자본’, 그리고 ‘대안’을 분석하고 제시한다.

이정우 교수는 분배 정의의 측면에서 피케티 교수의 논점을 상세히 보여준다. 이상헌 박사는 노동소득과 경제성장을 주제로 피케티 교수의 의미를 살핀다. 홍훈 교수는 피케티 교수가 경제사상사의 어느 흐름에 있는지를 들려준다. 신관호 교수는 주류 경제학자로서 피케티 교수의 다소 도발적인 주장을 점검한다. 이강국 교수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따른 불평등 문제를 피케티 교수의 맥락에서 분석한다. 각자 전문 분야와 관심사가 다른 한국 학자들의 시선으로 ‘피케티 논의’를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마지막 파트에서는 한국 경제를 피케티 교수의 관점에서 점검한다. 더불어 그가 대안으로 제시한 ‘글로벌 자본세’를 중심에 놓고 국내외 조세정책과 방안, 조세회피처와 최고경영자의 보수 문제를 살핀다.

먼저, 김낙년 교수(동국대학교 경제학과)를 통해 한국의 소득불평등 실태를 자세하게 살펴본다. 최근 세계 최상위 소득 계층 데이터베이스WTID에 한국 자료를 올린 바 있는 그는, 한국의 소득불평등 상황과 원인 등을 짚는다. 또한 통계청의 수상한(?) ‘지니계수’를 비판하는 한편, 피케티 교수의 우울한 미래 전망에 대해 나름의 대안을 내놓는다.

이어 강병구 교수(인하대학교 경제학과)는 피케티 교수가 제시하는 과세 방안의 한국적 현실성과 한국의 조세 실태를 꼼꼼하게 분석한다. 끝으로 이유영 대표(조세정의네트워크)는 금융 세계화에 따른 조세회피의 민낯을 파헤친다. 영국과 미국의 다국적기업 사례를 들어 조세회피의 방법과 조세회피처를 살피고, 최고경영자의 천문학적인 보수의 이면을 들춘다. 이들의 다양한 지대추구 방법을 사례를 통해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불평등 문제를 부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_토마 피케티

한국의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나라도 지난 대선에서 ‘경제민주화’와 ‘사회복지’가 주요 이슈로 등장했다. 그러나 정작 지금 현실에서는 담뱃값, 자동차세와 같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구별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세금을 거두는 간접세 인상을 결정했고, 여기에 생필품, 책과 같은 문화상품에 부가가치세를 붙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정작 중소기업 수준에도 못 미치는 대기업의 법인세와 2014년 상반기 기준 516조 원 가까이 되는 사내유보금(CEO스코어 자료)은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향이 아닌, 반대 반향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꼴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평등’에 대한 논의는 더욱 확산되어야 한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가면을 벗고, 우리의 실제 모습을 똑똑히 확인해야 한다. 류이근 기자의 마지막 당부처럼 피케티의 논의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맞닥뜨린 불평등 문제를 좀 더 넓고 깊게 바라보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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