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쌍용차 정리해고 "유효"
노동자들은 피눈물, 재계는 환영
    2014년 11월 13일 05:36 오후

Print Friendly

13일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를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 사법부가 끝내 쌍용차 사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날 대법3부는 “당시 회사가 정리해고를 할 수 밖에 없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고 회사가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회사가 정리해고에 앞서 부분휴업과 임금 동결, 순환휴직, 사내협력업체 인원 축소, 희망퇴직 등의 조치를 한 만큼 해고 회피 노력도 다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3부는 “국제금융위기와 경기불황에 덧붙여 경쟁력 약화, 주력 차종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세제 혜택 축소, 정유가격 인상에 따른 판매량 감소 등 계속적·구조적 위기가 있었다”면서 “해고를 단행할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존재했다”고 판시했다.

대법3부는 “기업 운영에 필요한 인력의 적정 규모는 상당한 합리성이 인정되는 한 경영판단의 문제에 속하는 만큼 경영자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사후에 노사대타협으로 해고인원이 축소됐다는 사정만으로 사측이 제시한 인원 감축 규모가 비합리적이거나 자의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된 2008년 재무제표상 유형자산 손상차손의 과다 계상 여부에 대해서는 “신차 출시 여부 및 시점이 불확실한 상태였고 단종이 계획된 기존 차종의 경쟁력과 수익성이 악화된 상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상 매출 수량 추정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쌍용차 사무직 해고노동자가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도 같은 취지로 원심과 같이 패소를 확정했다.

6년 싸운 쌍용차 해고노동자 울고, 재계는 일제히 환영.
쌍용차지부“자본에 줄서기 한 판결” … 재계, “해고 조건 지금보다 완화 시켜야”

이 같은 대법원 최종 판결로 인해 해고노동자는 6년간의 복직투쟁이 무산되는 침통함을 느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반면 쌍용차를 포함한 재계는 일제히 환영하고 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쌍용차는 “회사가 기업회생절차를 진행 중이던 2009년에 단행한 인력구조조정은 파산 위기에 직면한 회사를 회생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쌍용자동차처럼 법정관리 하에서 진행된 기업의 구조조정마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무효화 된다면 기업회생절차의 당위성은 물론 회생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쌍용차는 “이제 모두가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더 이상 과거에 대한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쌍용차가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통해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전했다.

해고자 복직 문제에 대해서 쌍용차는 “투쟁이나 정치 공세 등 외부의 압력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직원과 협력업체 구성원들의 고용 안정이 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쌍용차는 “어려운 경영여건에도 대승적 차원에서 2013년 3월 무급 휴직자 전원에 대한 복직 조치를 단행해 2009년 노사합의사항을 충실히 이행해왔다”며 “희망퇴직자 복귀 등 고용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한편 경영정상화에 매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속 쌍용차

11일 대법원 앞의 쌍용차 기자회견(사진=금속노동자)

한국경제인총연합회(경총)도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만약 일부 주장대로 이 부분을 좁게 해석한다면 이미 세계 최하위 수준인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유연성을 악화시켜 기업 경쟁력, 외국인기업 투자, 일자리 창출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며 “오히려 향후 현행법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경영합리화’수준으로 완화하는 것이 기업회생이라는 경영상의 해고의 본래 취지와 일자리 창출에도 부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총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2009년 쌍용차 경영상 해고를 둘러싼 논쟁이 일단락된 만큼 법정관리를 졸업한 뒤 노사협력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회사를 더 이상 흔드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전국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이창근 기획실장은 이날 대법 최종 판결에 대해 “노동문제와 관련해 자본에 줄서기 한 판결”이라고 질타했다.

이 기획실장은 <레디앙>과 통화에서 “이번 대법원 선고로 노사 간에 그나마 있던 완충지대가 사라졌다”며 “이제 해고자들 입장에서 보면 방법이 없다. 회사가 망하든 우리 삶이 망하든 둘 중 하나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대법 판결 이후 쌍용차지부 분위기에 대해 “강경하다. ‘다 끝났다’, ‘지난 시간이 아깝고 아쉽다’ 이런 문제가 아니라, 고등법원에서 애써 만든 판결문을 대법에서 정치적 판결로 뭉개버린 판결이기 때문에”라고 전했다.

향후 행보에 대해 이 기획실장은 “일단 회사 태도가 중요하다고 본다. 이 대법 판결을 근거로 해고자들을 지속적으로 몰아세운다면 쌍용차 회사의 존망을 고민해야 하는 지경으로 가야하지 않겠나. 우리 입장에선 남은 게 없기 때문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싸울 수밖에 없다”며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는 문제와 회사를 향한 강도 높은 싸움을 하는 것 이 2가지로 방향을 잡아서 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득중 지부장 “전관예우라는 막 돼 먹은 문제 아니면 승소할 줄 알았다”

앞서 대법 판결 직후 쌍용차 김득중 지부장은 기자회견에서 “6년의 시간 동안 벼랑 끝 아픔을 지켜봐왔다. 하지만 대법원 재판부가 또 다시 대못을 박았다. 마음이 무겁다”는 심경을 전하며 “아침에 일어나니 누가 ‘승소할 수 있나’고 물었다. 법리적인 내용만 다투면 승소할 문제이지만, 사측이 고법에서 패소하고 대법관 출신 등 19명의 대규모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전관예우라는 막 돼 먹은 문제가 아니라면 승소할 거라고 했다”며 대법 판결에 대한 부당함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김 지부장은 “지난 7일간 이 곳에서 매일 2천 배를 했다. 일하고 싶다, 살고 싶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가장 두려운 것은 사법부가 친자본, 반노동적 판결로 노동자들을 다시 한 번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또 다른 누군가가 우리의 곁을 떠날 수 있겠구나 라는 두려움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판결 직후 주변에서 눈물을 많이 흘렸다. 이는 분노의 눈물이자, 6년을 버텨왔던 것처럼 또 다른 행동을 결단하기 위한 눈물로 봐 달라. 향후 법률적 대응을 계속 해 나갈 것이며 빠른 시일 내에 동료들과 머리를 맞대고 또 다른 결단을 하겠다. 반드시 승리해 공장으로 돌아가겠다. 쌍용차 노동자들을 잊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쌍용차지부 측 김태욱 변호사는 “모든 재판에는 입증 책임이라는 것이 있다. 하지만 쌍용차 회사 측은 소송 중에 유형자산 손상차손 과다계상문제와 인력구조조정 문제 등의 입장이 계속 바뀌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회사 측의 주장이 정당하다고 판결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파기환송이 되더라도 심리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관계를 밝혀낼 경우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다. 특히 고용안정협약을 위반한 정리해고는 무효라는 법원 판시가 있다. 이번 재판에서는 노조가 고용안정협약 부분을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에는 회사가 내팽개친 고용안정협약 문제를 중심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겠다. 아직 법정투쟁은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도 대법 판결 부당함 지적, “전형적인 정치 판결” 비판
민주노총 “관련 법 개정 투쟁 나설 것”

일부 정치권과 노동계도 쌍용차의 손을 들어준 대법의 판결이 부당하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도 이날 대법 판결 직후 논평을 내고 “이번 판결은 기획부도와 회계조작으로 점철된 정리해고 사태의 진실을 외면한, 매우 슬프고도 유감스러운 판결”이라며 “그러나 대법원 판결로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가 일단락되는 것은 아니며 일단락되어서도 안 된다.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은 노동자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쌍용차에 있다는 점은 여전히 자명한 사실”이라고 피력했다.

같은 당 김종민 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기업 편향의 전형적인 정치적 판결”이라며 “노동자들의 주장은 모두 버리고 기업의 논리에만 일방적으로 손을 들어준 것이다. 매우 편향된 정치적 판결로 밖에 볼 수 없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정리해고에 이를 정도의 긴박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자산 및 부채규모를 산정한 회계법인이 고의로 자산규모를 과소평가하여 쌍용차를 부실기업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밝혀졌으며, 쌍용차가 충분한 해고회피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사실은 법원의 심리과정을 통해 드러난 바 있다”며 “특히 노동조합이 노동자들의 희생을 담보로 한 여러 해고회피 방안(퇴직금 담보 긴급자금 1000억 원 조성, 임금을 50% 삭감, 노동시간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비정규직 고용안정기금으로 12억 원을 조성)을 제시하였음에도 사측은 전혀 수용하지 않고 정리해고에 몰두했다”고 지적했다.

회사 경영 악화로 인해 노동자들이 직접 임금 삭감이나 퇴직금 담보 기금 조성, 노동 시간 단축 등을 제시했으나 회사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고 정리해고만 감행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재판부는 쌍용차의 긴박한 경영난이 심각했고, 구조조정이 정당하며,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경영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하며, 해고회피를 위한 모든 노력을 다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2008년 재무제표상 경영위기 과장’ 논란에 대해서도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대법 판결의 부당함을 강조했다.

통합진보당 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을 내고 “상식과 정의의 회복을 바라며 2000일을 넘게 거리에서 보낸 우리 노동자들의 가슴에 끔찍한 비수를 꽂은 대법원의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오늘 판결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사용자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고 노동자에게는 섬뜩하도록 냉혹한 그간의 행태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논평에서 “오늘 판결은 단지 한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판단만으로 대량해고를 할 수 있도록 용인하는 무책임함의 극치이며, ‘정리해고의 사유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사회적 과제를 저버린 배신”이라며 “노동자에게 더 이상 대량해고 지옥이 강요되지 않도록 관련 법 개정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 운영에 필요한 인력의 규모는 경영자가 판단해야 한다는 판결에 대해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근로기준법 상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는 사측이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귀책사유가 없는 노동자의 생계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때문에 정리해고는 사측의 판단에 전적으로 맡겨져서는 안 되며, 사회적으로 신중하고, 엄격하게 제한되어야 하는 성질의 것”이라고 반박했다.

참여연대는 “이번 판결도 대량해고가 노동자 개인과 가족, 지역사회에 미칠 사회적 충격과 갈등, 비용과 희생을 외면하고, 오로지 사측의 경영권만을 앞세운 판단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앞서 지난 2월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은 “정리해고 당시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었다거나 사측이 해고 회피 노력을 충분히 다했다고 볼 수 없다. 해고는 무효”라며 노동자 손을 들어줬다.

지난 2009년 쌍용차 대량 해고 사태로 인한 자살과 질환 등으로 25명의 해고 노동자와 가족들이 목숨을 잃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