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6 잊지 않겠다’는 건,
    '사회적 민주주의' 위해 싸우자는 것
        2014년 11월 11일 03: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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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날. 이 날을 한국인들은 오래 잊지 못하게 될 것이다. 어떤 시인은 1980년 5월 18일이 20세기 후반 내내 한국인들에게 막중한 부채의식을 가져다 준 것처럼, 21세기 초를 살아갈 한국인들에겐 이 4월 16일이 그러한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이 되는 말이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참사에 대해 침묵하면서 예전의 일상을 되풀이하면서 살기는 힘들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저 선량한 이들의 죽음에 대해 어떤 책임감과 미안함, 그리고 부끄러움과 분노를 느끼고 있으며, 그 감정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날은 한편으로 한국에 감정의 공동체를 형성했다고 하겠다. 미안함과 분노의 공동체.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잊지 않겠다고, 행동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언론에서도 국화꽃 무늬 속에 잊지 않겠다는 문장을 지속적으로 내보낸 바 있었다.

    그런데 과연 4월 16일을 잊지 않는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추모를 계속하거나 4월 16일을 기념일로 정하는 것으로만 ‘잊지 않음’을 다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저들이 그렇게 헛되이 죽어야만 했던 참사는 생명보다는 돈을 우선시하는 자본주의 논리에 점령당한 현재의 한국 사회에 의한 타살에 가깝다는 점이 명확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우리는 저들의 죽음이 사회적 타살에 가까운 일이었기에 분노를 마음에 품게 되었던 것이며, 또한 한국 사회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방치하고 사실상 이 사회를 유지시켜 온 것이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에 부끄러움과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분노와 미안함의 공동체는 한국 사회가 근본적으로 새롭게 구축되어야 한다는 의지를 가지기 시작했고 더 나아가 그 새로운 구축의 지반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어야 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총체적 문제가 고름 터지듯 터진 것이다. 국가 권력이 재력과 유착하고, 각종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부패와 조작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며, 권력과 돈을 위해서라면 99% 사람들의 삶 ‘따위’는 언제든지 거리낌 없이 파괴하는 단계에 다다른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세월호 참사는 드러내주었다.

    세월호 참사가 우리를 그렇게 분노케 한 것은 정부가 죽어가는 사람들을 방치했다는 데 있다. 그것은 성장 위주의 정책-여기서 성장이란 자본의 성장을 의미한다-을 펼친 정부가 그 동안 자살할 정도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방치해왔다는 행태를 보여 왔음을 생각할 때 자연스러운 결과라고도 할 것이다. 그렇기에 세월호 참사와 한국이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사실은 깊이 연관되어 있는 일이다.

    자본에 기능적인 역할을 할 뿐인 정부는 “사람들을 죽게 내버려두는” 현대 국가의 삶권력을 전형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래서 정당하게도,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에 항의하는 다중은 “이윤보다는 생명”이라는 삶정치적인 구호를 내세웠던 것이다.

    그래서 송경동 시인이 「돌려 말하지 마라」라는 시에서 “오늘 우리 모두의 삶이 세월호”라고 말한 것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게 된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질병의 ‘빙산의 일각’만 보여준 것이다. 진도 앞바다에만 세월호가 있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지금 생활난으로 자살하고 있는 사람들, 유형무형의 권력에 의해 신음하다가 자살을 선택한 노동자들, 삶을 송두리째 빼앗겨 절망적인 저항을 해나가다가 목숨을 끊으신 밀양의 어르신들 모두 한국이라는 세월호에 승선했다가 수장된 이들이다.

    정치적 민주주의만이 아니라 사회적 민주주의가 거의 허물어져 있는데, 99% 사람들에게 과도한 짐을 올려놓고 항해하고 있는 형국이 한국이라는 세월호인 것이다. 이 배가 언제 침몰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우리는 사회가 이렇게 항해하다가는 어떠한 재앙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가지면서 살게 된 것이다. 그 침몰은 구체적으로 핵발전소에 문제가 생기거나 거대한 신축 건물이 붕괴하면서 나타날지도 모르며, 국가 재정의 위기로 나타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사회가 침몰할지도 모르는 이 시간에 가만히 있으면 재앙을 막지 못하리라는 사실이 우리에게 현실로서 다가오고 있다. 하여, 또 다른 거대한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세월호처럼 가고 있는 한국 사회의 항해를 “이제 그만!”이라고 외치며 멈추게 하고, 생명을 돈보다 중시하는 가치를 통해 한국이라는 배를 전면적으로 다시 건조해야 한다는 과제가 우리에게 주어져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우선 현재의 상태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이 어디에 있었는지 따져보면서 어떤 가치로 이 사회를 바꾸어야 하는지 궁리하고 상상해야 할 것이다. 각자의 궁리와 상상은 자유롭게 유통되어야 하고 토론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정치적 사회적 민주주의의 소생과 확장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그 궁리와 상상이 바로 돈과 권력이 지배하는 현 사회 체제의 폭주를 멈추기 위한 것이기도 하기에, 현존을 지탱하는 것들에 대해 저항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2014년 4월 16일의 참사를 잊지 않는다는 말의 의미는, 이윤을 위한 사회 시스템을 생명을 위한 사회 시스템으로 바꾸기 위해 자유로운 탐색과 다양한 방식의 실천을 행하고, 이를 통해 더 큰 참사를 막는다는 데에서 찾아야 한다. 이는 곧 사회의 각 방면에서 실질적 민주주의를 구축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월호를 잊지 않는다는 일, 즉 실질적인 사회적 민주주의를 구축하고 이윤보다 생명을 중시하는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일은 실질적 민주주의의 구축을 저지하려는 정치적-물리적-경제적-이데올로기적인 권력과 부딪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4년 4월 16일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은 생명의 이름으로 현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권력과 어떻게든 싸울 수밖에 없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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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혁. 문학평론가. 저서로 <불꽃과 트임>, <불화의 상상력과 기억의 시학>, <서정시와 실재>, <미래의 시를 향하여> 등. redland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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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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