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실질적 타결
야권 "농업 포기, 중소영세기업 타격"
FTA 경제영토 3위, 칠레와 페루 다음, 그게 경제 선진국 순위?
    2014년 11월 10일 04: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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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정상회담에서 한중 FTA가 타결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실질적 타결이라는 조건이 있기는 하지만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날 관련 브리핑에서 “남은 쟁점은 없다”고 말해, 사실상 이날 서명한 합의의사록에서 크게 변하는 것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소식이 발표되자 재계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농축수산업과 영세중소기업은 큰 타격을 받아 결과적으론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며 또 FTA 타결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국민이 그 내용에 대해 상세히 알지 못한 채 ‘졸속’ 체결됐다는 점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중FTA, 박근혜 정부의 ‘농업 포기 선언’

이날 TPP-FTA대응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성명에서 “정부의 ‘농업 포기’ 정책의 결정판”이라며 “국내 주요 경제연구기관들에서조차 한중FTA로 인한 국내 농업의 피해 규모가 한미FTA의 최대 5배에 달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고율 관세가 있음에도 국내 농산물 시장에서 중국산 농산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고, 중국산 농산물의 범람으로 계속되고 있는 가격 폭락이 농민들의 숨통을 죄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한중FTA를 강행하는 것은 ‘위협’ 수준을 넘어 국내 농업을 사실상 파탄 상태로 내몰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주요 농산물의 양허 제외’와 ‘농민 지원’ 등 정부의 대책에 대해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정부의 협상력이 의문일 뿐 아니라 농민 지원책 역시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라며 “정부가 졸속 협상을 통한 퍼주기와 부도수표에 불과한 농민 지원책으로 이번에도 대충 넘어가려 한다면, 박근혜 정부는 역사 속에 ‘농업을 포기한 정부’로 기록될 것이며, 농민들의 강력한 저항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농업 공약에서 “시장경제를 지향하지만 농업은 시장기능에만 전적으로 맡겨둘 수 없다”, “세계 선진국들은 거의 예외 없이 농업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으며, 우리도 선진국에 안착하려면 당연히 농업을 키워야 한다”, “농업은 국민의 소중한 먹거리를 책임지는 생명산업이자 안보산업”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범국민대책회의는 “한중FTA가 진정 그러한 대선 공약에 부합하는가”라며 “박근혜 정부의 한중FTA 강행은 또 다른 공약 사기”라고 지적했다.

이번 한중FTA에서 농산품의 경우 품목 수 기준으로 70% 개방을 결정, 국내에서 예민하게 다뤄지고 있는 농축수산품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양보한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중FTA 협상 김영무 교체수석대표는 “수입액의 60%가 양허 제외, 또는 관세 대상에서 쌀을 포함해서 협상 대상에서 제외됐고 전체 농산품의 30%가 양허 제외됐다”며 “국내에서 생산되는 주요 농산품은 거의 대부분 양허 제외로 가 있기 때문에 70%에 들어가는 부분은 국내에서 생산이 없거나, 한중 간에 교역이 없는 품목들 위주로 관세 철폐를 해도 국내적으로 철폐 효과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통합진보당 농민위원회는 논평에서 “이미 국내로 수입되는 고추의 95%, 마늘은 전량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다. 낮은 수준의 개방으로도 국산 농산물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짐작이 가능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같은 당 홍성규 대변인도 “쌀은 예외로 했다고 항변하지만 이미 ‘쌀 관세화’로 전면개방을 결정한 상황에서 무슨 의미가 있겠나”고 지적했다.

국내 중소영세기업 타격…실업 증가, 내수 악화 등으로 국내 경제 악영향

국내 중소영세기업 역시 한중FTA 타결로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세철폐에 따른 중국산 저가 제품의 수입 급증으로 섬유, 의료 산업 등과 같은 노동집약적 저부가가치 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수 있어서다. 중소기업이 타격을 받을 경우 실업 증가로 인한 내수 악화가 발생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국내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FTA 타결에 앞서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우리 정부는 한중FTA 발효 후 10년 뒤에 GDP가 3% 증가할 것이라고 추측한다. 중국이 제조업을 턱밑까지 추격한 상황에서 장밋빛 환상에 기초한 한중FTA 졸속타결이 과연 국익을 위한 길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통합진보당 홍성규 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중국 제조업의 기술 경쟁력은 이미 우리 수준을 바짝 뒤따르고 있으며 특히 중국산 저가제품의 수입 급증으로 섬유, 의류, 백색가전, 플라스틱 등 노동집약적 저부가가치 산업에서 타격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라며 “결국 주요 재벌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내 산업이 궤멸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글로벌 FTA 네트워크의 완성이라며, 지역 경제 통합에 주도적인 위상을 확보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미국, 유럽연합(EU)에 이어 중국까지 FTA를 체결함으로써 북미, 유럽, 아시아를 연결하는 글로벌 FTA 네트워크를 완성하게 됐다”며 “우리는 국토는 작지만 세계 경제영토는 73%나 되는 ‘FTA 강국’으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칠레(85.1%)와 페루(78.0%)에 이어 세계 3위의 경제영토를 보유한 국가로 올라섰다는 긍정적 평가인 것이다. 이에 따르면 그 다음의 경제영토를 가진 나라는 멕시코(64.6%)와 코스타리카(63.5%)이다.

이에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한국정부가 FTA 협정 체결을 가장 많이 한 나라로서 FTA 강국인 것은 맞지만, FTA가 경제강국으로 이어질지 경제파탄으로 빠져들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며 “세계 어떤 나라도 왜 세계 3대 경제권과 FTA를 체결하지 않았는지를 돌아봐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중FTA, 국민은 내용도 모르고 졸속 타결 비판 제기

이번 한중FTA를 두고 전형적인 졸속, 밀실 타결이라는 비판도 있다. FTA의 실질적인 이해당사자인 국민이 그 내용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중국이 우리의 최대 수출국이자 수입국인 만큼 한중FTA 타결은 우리 경제에 절대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중FTA가 타결되면 수입액 기준 85%에 달하는 품목의 관세가 즉시 또는 20년 내에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정부가 정상회담에 맞춰 한중FTA 협상이라는 중대사를 조급하게 타결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도 “한중FTA는 한미FTA 만큼 농어업을 포함한 산업과 경제에 미칠 영향이 어마어마한 협정인데도 14번 협상과 형식적인 1차례 공청회로 타결에 이른, 전형적인 밀실협상”이라며 “동북아 외교에서 낙제점을 면하지 못한 정부가 한중 정상회담 앞두고 성과를 내기 위해 서두른 억지 정치 이벤트”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정부는 즉각 협상 내용을 공개하고, 공개적인 토론과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며 “합의문 작성, 가서명, 서명 등의 절차과정에서 농어업인, 중소상공인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신중한 추가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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