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은 한국 사회의 무엇인가?
    [책소개] 『위기의 삼상과 한국사회의 선택』(조돈문 외/ 후마니타스)
        2014년 11월 09일 11:0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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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은 한국 사회와 경제를 지탱하는 세계 일류의 대기업 집단인가 아니면, 온갖 불법과 탈법 행위를 일삼는 범죄 집단에 불과한 것인가. 쉬운 대답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에게 삼성은 개인의 삶은 물론, 가족 구성원의 생계를 책임지는 직장이자 삶의 기반이다. 누군가에게 삼성은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꼭 입사하고 싶은 선망의 대상이다. 누군가에게 삼성은 자신의 기업을 지탱해 주는 주요 고객사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삼성은 연매출 300조 원에 이르는 초일류 대기업으로, 한국 사회와 경제가 성정하는 데 필수적인 성장의 견인차이다.

    반면, 누군가에게 삼성은 ‘사실상’의 고용자이면서도, 자신의 책임을 외면하기만 하는 참 나쁜 기업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삼성의 작업 현장은 열악한 노동조건과 그로 인한 산업 재해의 온상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삼성은 무노조 원칙을 기반으로 노동자들의 기본권조차 가로막는 불법 집단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삼성은 감히 맞서 싸울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거대한 힘 그 자체이다.

    위기의 삼성과

    삼성은 과연 한국 사회의 희망인가, 아니면 문제인가?

    이 책이 기획된 의도는 너무나 분명하다. 삼성의 ‘빛과 그늘’ 가운데 어두운 그늘을 걷어 내고 국민적 사랑을 받는 기업집단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이 책의 기획 취지이다. 이 점에서 이 책은 삼성에 대한 따가운 비판이기도 하지만, 또한 따뜻한 비판이자 제언이기도 하다.

    사실, 이 책의 필자들 가운데 여럿은 이미 2008년 <한국 사회, 삼성을 묻는다>(후마니타스)를 통해, 삼성 기업이 불법과 비리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삼성그룹의 지배 구조 개혁이 절실하다고 이미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삼성은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과 이를 통해 비자금 조성 등 불법 비리 행위가 폭로되면서, 국민적인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직접 나서 총수 일가의 경영 일선 퇴진, 전략기획실 해체, 차명 재산의 사회 환원 등을 언급하며 직접 사과한 바 있었다.

    비록 이건희 회장의 사과 성명에 지배・경영권의 독점 세습과 무노조 경영 방침 등 삼성 재벌의 고질적인 악습을 폐기하겠다는 약속은 포함하지 않았지만, 미흡하나마 일정한 개혁 의지와 조치들을 약속했다는 점에서, 국민들은 삼성그룹의 자정 기능에 대해 최소한의 신뢰나마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다시 6년여가 흐른 지금, 이런 약속들 가운데 과연 얼마나 많은 것들이 지켜졌을까?

    잘 알려졌듯이, 이건희・이재용 부자는 사과 성명 발표 후 2년 만에 다시 경영 일선에 더욱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복귀했다. 전략기획실은 해체되었지만, 그 자리에는 미래전략실이 다시 들어섰다. 불법 조성한 차명계좌에 대한 사회 환원 약속은 예의 그렇듯 여전히 환원되지도 않고 있다.

    그 사이 무노조 원칙은 여전히 고수되고 있으며, 경영권은 아무런 탈 없이 3세에게 세습되고 있다. 무엇이 바뀌었을까? 삼성은 그 사이 불법과 비리의 그늘로부터 어느 정도까지 자신의 어둠을 걷어 냈을까?

    이 책은 이런 질문들 속에서 다시 기획되었고 시작되었다. 삼성의 이 같은 문제들에 대해 국가도, 언론도, 정치도 질문하지 않는 상황에서, 다시 학계와 노동운동 진영,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가들이 다시 모여, 다시 삼성에게 묻고 있다.

    이 책은 개인적 작업의 결과가 아니라 20명 이상의 연구자・활동가들이 만들어 낸 집합적 노력의 산물이다. 또한 순수 학술적 연구가 아니라 실천적 관심에 기초한, 실천적 활동을 담보한 학술적 연구라는 점이 또 다른 차별성이라 할 수 있다.

    삼성노동인권지킴이와 함께 이 책의 출판을 위한 여섯 차례의 토론회를 공동 기획한 참여사회연구소, 함께하는시민행동,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그리고 이를 후원한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삼성의 변화를 견인하기 위한 실천적 활동을 함께할 연대 단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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