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경제 성격 관련 좌담회①
    금융자본주의와 재벌, 그 연관성
        2012년 07월 06일 01: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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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디앙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장하준 정승일 이종태 글. 도서출판 부키. 이하에서는 <선택>으로 표현)을 둘러싸고 진행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경제성격 논쟁 혹은 경제개혁의 전망에 대한 논쟁을 보다 심도있는 논의로 발전시켜 보려고 <선택> 필자들인 정승일 박사와 이종태 시사인 기자, 그리고 레디앙에 <선택>과 관련한 비평 글을 실었던 남종석 선생과의 좌담을 6월 21일 진행하였다. 기고 글들의 정제된 표현보다는 더 솔직한 얘기들, 더 예민한 쟁점들이 논의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한국 자본주의의 성격, 금융자본주의와 재벌개혁, 박정희 정권과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경제 정책 등에 대한 논의들이 진행되었다. 사회와 정리는 정종권이 맡았다. 이 좌담을 세차례에 나누어 게재한다.(편집자)

    정종권 :첫 번째로 한국 사회 성격 문제에 대해서 <선택> 필자들은 주주자본주의와 자본주의의 금융적 성격을 많이 강조하면서, 경제민주화론자와 재벌개혁론자들은 이 지점에 대해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적 지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여기에 대해 두 선생님 중 한 분이 말씀해주시고 이에 대해 남 선생님이 코멘트를 하시면서 논의를 시작하고 싶다.

    정승일 :가장 크게 지금 논란이 벌어지는 것은 한국 사회가 지금 이미 신자유주의 원리의 지배를 받고 있느냐 아니냐 라는 점이다. 신자유주의라는 게 일종의 이데올로기이고 경제나 사회가 돌아가는 일종의 룰이다. 우리는 한국사회와 경제를 지배하는 룰 자체가 신자유주의에 의해서 거의 지금 세팅되고 있다고 본다.

    물론 100%는 아니다. 왜냐면 전 세계 어딜가나 100% 신자유주의 나라는 없다. 우리가 흔히 미국과 영국을 신자유주의라고 하지만 그런 나라 조차도 금융자본이 원하는 대로 100% 신자유주의를 할 순 없다. 왜냐면 저항이 있게 마련이다. 기득권이란 것도 있고, 노동자들의 저항도 있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을 한다.

    신자유주의가 90년대 초반부터 계속 확대돼왔고 더군다나 민주화 정부에서도 확대되었고 이명박 정부는 전면화시키고 있지만 여전히 신자유주의화 되지 않은 부분들도 있다. 저항하는 진보세력도 있고, 그 다음에 지배 엘리트 내에서 신자유주의적인 룰이 아니라 다른 룰에 의해서 움직여왔던 것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저희는 신자유주의가 우리나라 사회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라고 보는데 반하여, 경제민주화를 얘기하고 특히 진보적 자본주의를 얘기하는 분들, 이분들은 아무래도 자유주의의 관점에서 보니까, 신자유주의랑 자유주의는 친하잖습니까, 신자유주의보다는 과거 박정희 체제의 유산이 지금 한국사회 모든 문제들의 근원적 문제라고 보는 것 같다.

    이분들은 재벌체제도 박정희 체제의 유산이고, 관치금융도 유산이고 토건주의도 박정희의 유산이다. 이렇게 얘길하는 거죠. 저희는 그런 면도 일부 있겠지만 그것은, 이병천 선생님 표현을 쓰자면 신자유주의 과도체제에 있는 여러 가지 요소의 하나에 불과하고 , 이 모든 요소 전체를 아우르는 일종의 룰, 그것을 신자유주의라고 보는거다.

    이종태 : 제가 조금 부연을 드리면, 정태인 선생님이나 이병천 선생님 같은 경우에 ‘잡종 신자유주의’ 또는 ‘잡종 금융자본’ 이런 표현을 쓴다. 근데 좀전에 정승일 선배가 말씀하신 것처럼 사실 순수한 신자유주의, 순수한 자본주의라는 것은 없는 거다. 또 한가지 제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이병천 선생님 같은 경우에는 ‘한국에 정직한 금융자본이 없다’라는 것을 ‘잡종’의 근거로 드시는 데, 제가 보기론 그거 자체가 이런 거 같다.

    남종석 : 옛날에 얘기되던 힐퍼딩이 분석하는 금융자본이 있다.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콘체른 형태로 통합하여 독점을 형성하고 금융이 지배하는 체제이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독일의 금융자본은 미국 법인자본과의 경쟁을 위해 금융자본 중심으로 강력한 독점자본을 형성한다. 이는 미국 법인자본에 대한 독일 자본의 후진성을 보여주는데, 레닌은 독점자본을 분석하면서 이를 대표적인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병천 선생처럼 서구의 금융자본은 정상적인 모습인 반면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논리는 억측일 뿐이다.

    이병천 선생은 한국의 경우 재벌기업들이 금융자본을 계열사로 소유하고 있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은데, 한국의 금융자본이 왜 꼭 독일 모형이 되어야 하나? 금융자본은 각 국가의 맥락에 따라 특수한 형태를 지닌다. 자꾸 서구 예를 드는데, 20세기 초반 미국 JP모건이나 20세기 후반의 헤지펀드와 같은 사모펀드가 무슨 정직한 금융자본이냐? 만약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그건 빗나간 것이다.

    정승일 :그러니까 더 얘기하자면 이병천 선생님은 말하자면 토종 금융 자본이 그렇게 발전이 안 돼 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재벌은 토종 산업자본 아닙니까? 그러니까 토종 산업자본인 재벌을 강력하게 규율하고 이를 휘두를 정도의 토종 금융 자본이 없기 때문에 한국 자본주의는 신자유주의가 아니고 금융자본주의가 아니라고 얘기하는건데 그렇지만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혼자 외롭게 있나?

    금융시장 완전 열려있고 예를 들어서 주식시장에 들어와있는 펀드들이 런던시티라든가 아니면 월가에서 지금 대거 들어와 있고 이들이 사실상 우리나라 금융시장 특히 주식시장의 룰을 만들고 있거든요.

    남종석 :토종 금융자본에 의해서 산업자본이 통제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것이 신자유주의 기준 자체가 아니다. 이윤의 축적 자체가 금융을 매개로 금융 주도적으로 이뤄지는 것 자체를 금융자본주의라고 하는 것이다.

    그 금융의 기원성을 갖고 한국적인 것이냐 미국적인 것이냐를 따지는 것 자체는 그것은 경제가 축적되는 매커니즘 자체를 문제삼는 것이 아니라 민족성을 갖고 그 성격을 규정하려고 하는 것인데, 이것은 굉장히 퇴행적인 측면이 있다고 본다. 예컨대 어떤 금융자본이라든가 독일의 금융지주회사라든가 이런 회사들은 표준적 모델로 설정하고, 그렇지 못하면 비표준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한국 자본주의의 예외성 논의와 연결되는 거다.

    외국계 금융자본이 들어와 지배하는 것은 비정상적 금융자본이 아니라 경제의 종속성과 국부가 유출되는 매커니즘을 의미할 뿐이다. 금융세계화가 그것 아닌가?

    그것도 정상적인 금융자본주의의 한 형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국부 유출의 측면으로 봐야 되는 것이지, 외국 금융자본의 지배력을 근거로 한국이 순수한 금융 신자유주의가 아니라는 예외성 논리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맞지 않다.

    정승일 :하나 더 얘기하자면, 이병천 선생님이 토종 금융 자본이 없기 때문에 완전한 신자유주의도 아니고 완전한 순수한 금융자본주의가 아니다 라고  얘기하는데, 이병천 선생님까지는 그렇게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이병천 선생님 바로 옆에 있는 분들 예를 들어 김기원 교수님 같은 경우는 아예 금융 자본이 산업 자본을 지배하는 것이 정상적이고 올바른 자본주의라는 얘기한다.

    정종권 : 그런 말씀도 하셨습니까?

    정승일 : 네 자주 그런 얘길한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것처럼 미국식 자본주의라는 게 주주 자본주의인데 이것은 금융과 증권시장이 기업을 주무르는 것이다. 이것에 대해 약간 더 진보적인 분들은 독일 자본주의도 은행이 기업들을 주무른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은행이 되었던 주식시장이 되었던 간에 금융 자본이 산업 기업을 장악하는 거 아니냐, 근데 이게 정상적이고 바람직한 선진국 자본주의인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는 거다. 김기원 선생님은 여기까지만 얘기한다는 거다.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위원

    근데 또 김기원, 이병천 선생 바로 옆에 계시는 장하성 교수나 아니면 이동걸 같은 분들, 이동걸은 노무현 정권 하에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하셨고 지금도 재벌해체를 주장하시는 분인데, 이분들은 토종 금융자본을 월가 방식으로 만들어야된다고 한다, 이분들은.

    그럼 이제 이병천 선생과 김기원 선생의 얘기 그리고 장하성 이동걸 선생의 얘기를 하나로 쫙 합지면 무슨 얘기가 되냐, 바로 한국의에도 토종 월가 자본주의를 만들자는 게 된다. 그래야 정상적이고 바람직한 자본주의라는 거다.

    결국 한국에서 월가 자본주의를 만들어서 그 월가 자본이 재벌을 주무르게 하면 그게 가장 바람직하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된다.

    물론 이병천 선생 본인은 이 점을 부인할지 모르겠지만 만약 본인이 부인하고 싶으면 바로 옆에 있는 장하성 교수나 김상조 선생, 이런 분들을 비판해야 한다. 가령 김상조 선생은 지금도 장하성 선생이랑 같은 조직에 들어가있다. 만약 이병천 선생이 공개적으로 이분들을 비판하면 내가 우리랑 같다는 것을 인정하겠는데 지금 이병천 선생이 한 번도 김기원 선생이라든가 장하성 선생 등 이분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적 없다. 옛날엔 비판했지만, 하여튼 그런 거 가지고 본격적 논란을 벌인 적이 없다.

    남종석 : 금융 자본이 산업 자본을 지배해야 진보적이라고 보는 건 오히려 금융의 경우를 인정하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된다는 주장인데, 금융 주도적 축적이란 거 자체가 산업에서 생겨난 이윤을 투자에 대한 자본소득으로 획득하겠다는 거고. 솔직하게 말하면 그것은 자본주의를 더 반동화시키는 것이다. 물론 이병천 선생이나 여타 ‘정상 금융자본론’을 펴는 분들은 ‘산업을 통제하는 금융자본’이 정상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금융자본이 오히려 금융자본의 핵심이다. 지금 설쳐대는 겸업은행, 투자은행, 헤지펀드 이런 것들이 금융자본의 핵심 아니냐?

    케인즈가 금지시키려 했던 것이 바로 기업사냥이나 일삼으며 투기만 조장하는 투자은행들이었다. 20세기 초반도 그렇고 20세기 말도 그렇고 이게 금융자본의 일반이다. 그런데 유럽이 그렇고 미국이 그렇기 때문에 그것이 마치 선진적 모델이며 우리도 따라서 그렇게 가야된다고 하는 주장은 이해할 수도 동의할 수도 없다. 적어도 이 점에서만 보면, 산업을 지배적 요소로 갖는 재벌이 순수 금융자본 헤지펀드보다 더 괜찮은 기업이다. 그런데도 정상적 금융자본 어쩌구 하는 것은 정말 말이 안된다.

    정승일 :마음이 안가는 거죠 이걸 진보라고 하고있으니.

    정종권 :그런데 이런 문제제기에 대한 반발이 지금은 그나마 약화된 것이다. 참여연대의 소액주주운동이나 장하성 선생의 경제민주화 운동론이 90년대에는 진보진영에서 거의 정설 취급을 받았다. 그 담론에 대해 주주자본주의 옹호론이라고 비판하거나 문제제기를 하면 거의 꼴통 취급을 받았다. 지금에는 주주자본주의 금융자본주의의 폐해가 많이 드러나면서 정선생이나 <선택> 필자들의 논리에 조금이라도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과거에도 그런 문제제기와 지적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남종석 :그 전에도 그런 문제들 지적했는데 실제로 지식인 그룹 내에서는 승인이 안되거나 아니면 아예 이런 토론 자체가 안됐다고 생각한다. 미국 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정 선배가 썼듯이 글래스스티걸 법이 없어지는 소위 1980년대에 금융 빅뱅이 있었다.

    그 이전에는 소위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시켜서 상업은행은 투자은행 역할은 하지 말고 그냥 기업대출만 하라는 구조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월가가 산업자본을 지배하진 않았다. 경영자들이 오히려 전략적인 목표를 가지고 산업투자를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선생님들(이병천 장하성 등)의 제기는 오히려 역으로 겸업은행이나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고 소액주주 운동과 같은 주주자본주의를 주장한 것이다. 주주의 권리, 소유자의 권리를 복권함으로써 노동자들을 공격하는 세력을 옹호하는 것을 두고 경제민주화라고 주장하는 것은 참으로 이상하지 않는가?

    금융 주도 측면에서 산업 주도 측면으로 바꿔야만 실질적으로 고용이 창출되는 것이고 그리고 고용이 창출되어야만 평등이란 문제를 실질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경제적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건 진보주의 학계에선 아주 일반적인 얘기이다. 그런데 그걸 갖고 이렇게 문제제기를 하니까 논쟁되는 것 자체가 저로선 의아했다.

    정종권 : 그럼 이렇게 한번 논의해보자, 월가가 되었던 무엇이 되었던 미국식 금융자본주의는 룰, 규칙, 시스템 이런 것들이 정비돼 있는데 그 전의 한국 경제시스템은 전근대적 구조에 의해 굴러간 것 아닌가? 예를 들면 재벌총수가 까라면 깐다는 그 습성과 스타일. 한국 경제가 이런 기본적인 룰과 절차도 없이 전근대적이고 봉건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었다는 문제의식이 있고,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다보니 규칙을 강조하고 있는 미국식 경제 시스템이 마치 진보이고, 합리적이고 진전된 것 아니냐는 담론이 제기되었던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정승일 : 바로 그점인데, 방금 전근대성, 봉건성 얘길 하셨는데 사실은 우리 80년대를 살았던 세대들, 그 다음 세대들도 마찬가지인데, 뭔가 자본주의의 폭압적인 모습을 전근대적이라고 본다.

    근데 자본주의 그자체가 근대인데 어떻게 자본주의한테 전근대적를 얘길 하나? 거기다가 지금 현대자동차가 전세계에서 굉장히 첨단이고 앞서나가는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인데 거기서 노동탄압을 옛날 방식으로 한다고 전근대적이라고?

    그래서 전 이게 지금 굉장히 잘못돼 있다고 보는 것이 우리나라의 진보세력에 뿌리박혀 있는 생각 중 하나가 뭐냐면, 한국 사회는 여전히 전근대적 사회이고 따라서 근대화시켜야 되고 근대화시키려면 유럽 자본주의라든가 미국 자본주의를 모방해야 되고 그렇게 하기 위해 주류 자본주의화하는 과정이 일종의 정상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는 거다.

    이런 논리가 말이 안되는 게, 아시겠지만 19세기 유럽 자본주의가 전근대적인가? 근대자본주의이다. 맑스가 자본론에서 묘사했던 그 자본주의, 그러니까 하루에 14시간 일하고 아동노동이 있고 여성착취가 일어나고 노예노동이 있고 엄청나게 권위주의적이고, 그 당시에 프랑스라는 나라는 완전히 보나파르트의 폭압적인 전제정치고, 이게 바로 근대라는 것이다.

    남종석 : 마르크스가 [자본]에서 자세히 묘사하거나 엥겔스가 [영국 노동자계급이 상태]에서 논하는 것이 근대적 자본의 원래 모습이다. 이게 근대의 원래 모습인데 우리는 이제 근대란 것이 20세기 복지국가란 것만 근대로 사고하고 있고 그 이전의 것은 근대로 보지 않았다는 거다. 왜냐면 한국 사회에서는 ‘근대’라는 것은 무엇인가 새롭고 서구적인 것이라는 관념, 좋은 것이라는 관념이 일정 부분 존재했기 때문이다.

    정승일 : 우리나라 진보세력은 2차 대전 이후의 복지국가가 된 것, 그것만 근대라고 하는데, 그게 근대가 아니다.

    남종석 :자본주의에 두가지 길이 있는데 제국주의라는 것 자체가 식민지를 동반하는 것이고, 우리 쪽은 식민지적 근대로 가는 거고 저쪽은 제국적 근대로 가는 거다. 근대란 거 자체가 동시대적으로 진행되는 건데, 식민지라는 것의 근대는 예외적이고 비정상적인 근대라는 논리는 말이 안된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한국 자본주의가 미국 자본주의와 특성상 다른 측면에서 나오는 성격들은 전근대적이고 봉건적이라고 규정하는 것이다.

    예전 식민지반봉건사회론과 신식국독자론 논쟁할 때도 신식국독자론에서, 두 선배님(정승일 이종태)은 반대하는 입장의 차이도 약간 있겠지만, 그 논의의 핵심이 뭐냐면 정상적인 자본주의적 발전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식민지 상황이었던 1920~30년대 지나면서 이미 자본주의가 된 것이고, 그 자본주의의 성격이 어떤 것이나 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건데 그 틀이 지금도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미국식의 어떤 금융 시스템이 안 되면 마치 전근대적인 요소라는 논쟁 자체가 퇴행적이다. 뭐 다 나온 얘기지만 2002년도에 미국 금융시장이 붕괴되는 엔론 사태가 벌어지는데, 미국 자본주의는 정말 크로니캐피탈이다. 정실자본주의라는 말이다. 금융 자본주의의 부패는 한국보다 더 심하다. 그걸 갖고 무슨 정상적이라 하고 한국은 비정상적이라니…

    정승일 : 이 얘길 좀 더 해야된다. 지금 논쟁할 필요가 없는 옛날 구닥다리 논쟁 같지만 문제가 그때 사람들의 의식이 안 변하고 그냥 남아 있다는 거다. 무의식 속에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그 구도로 세상을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종태 : 말하자면 사실 1930년대에 나온 이 식민지 사회변혁에 대한 이론이 식민지반봉건사회 아닌가?

    남종석 : 아니 그건 주사파에서 그렇게 얘기했던 거고

    이종태 : 코민테른에서 일단 당시에 그렇게 규정했고, 이게 결국은 식민지 사회의 경우에는 일단은 자본주의로 가는 부르조아 혁명이 필요하다 라는 얘기가 나왔고 이에 따라서 제기되는 강령이 국가 자본주의이다. 국가 자본주의적 발전의 길인데, 그런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는 거다.

    남종석 : 지금 논의에?

    이종태 시사인 기자

     

    이종태 : 예컨대 보면 박현채 선생님의 민족경제론 보면 당시 6~70년대의 한국자본주의에 대해서 내부의 내재적 발전이 없는 그리고 언제나 생산과 소비의 측면에서 미국에 의존해야되는 그런 퇴행적인 자본주의라고 얘기하고 있다. 이런 문제 의식에서 종속 얘기가 나왔던 거다. 그런데 당시에도 한국 자본주의는 지금 돌이켜보면 상당히 자립화되고 있었단 거다. 그런데 이러한 한국 사회의 비정상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적으로 남아서 지금도 우리 머리를 옥죄고 있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

    남종석 : 그 부분에 대해 제가 입장이 좀 다르니까 말씀드리겠는데, 일단 아까 1980년대 사회성격논쟁 하면서 나왔던 제기는 이미 1920년대에 토지조사사업을 거치면서 한국이 자본주의로 이행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본주의의 특수성으로서 종속성이란 측면들을 얘기했는데 최근에 와서 그 주장을 했던 윤소영 선생 같은 경우는 이제 그게 반주변이라고 규정한다. 중심과 반주변 즉 세계체제론 입장에서 반주변으로서 경제가 발전하면서 일정하게 잉여가 유출되는 측면이 있었단 것이다.

    그건 정치경제학 전공하셨으니까 아시겠지만 생산성의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교환이 이뤄지면 기본적으로 잉여유출이 일어나는 거다. 평균 이윤이라는 걸 전제로 해서 봤을 때.

    그런 의미로서의 종속성이란 것이지 자본주의가 정상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당연히 신식국독자론에서 이행을 얘기할 때 뭘 얘기했냐면 바로 인민민주주의 사회주의로 가야 된다는 것이었다.

    제가 보니까 여기 두 선생님들 같은 경우에는 한국 경제가 자립화되면서 오히려 선진국으로 가고 있다고 보는 것 같은데 저는 여전히 반주변의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건 생산성의 구조적 차이라는 의미에서 말이다.

    정승일 : 이 얘길 조금만 더 하자면 이병천 선생은 90년대 초반에 한국 자본주의가 자립화되고 있다고 봤다. 저도 그렇게 본다. 왜냐면 경제 자립이란 게 결국 자본 소유권의 문제이고 자본을 누가 컨트롤 할거냐의 문제 그리고 거시경제라든가 국민 경제 전체를 과연 그 나라 경제가 자립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냐의 문제이다.

    그래서 80년대 말까지의 박정희 체제는 국가자본주의였다.그런데 그 국가는 식민지 국가가 아니었고 군대 빼고 경제정책이 자율적이었다. 국가계획경제를 하는 경제기획원 있었고 군부가 미국말 안 듣고 독자 무기도 개발하는 그런 나라인데, 그런 의미에서 경제 자립이 있었다.

    이 얘길 더 확장시킨다면 많은 분들이 착각하는 게, 무슨 식민지에 있어서 민족 자본주의는 반드시 아래로부터 일어나는 진보적이고 양심적인 민족 자본주의만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바로 박현채 테제이다. 그리고 요즘으로 말하자면 중소 벤처자본만이 민족자본가이고 걔들과 함께 하자고 하는 입장이 지금 민노당 당권파들의 생각이다. 저는 이 양반들이 좀 지나면 문재인 안철수 지지할 거라고 본다. 이게 바로 ‘비판적 지지론’의 연장이다. 실제로 옛날 구 주사파 사람들이 지금 안철수 쪽으로 많이 가고 있다.

    정종권 : 민노당 당권파들은 그정도로 생각을 못할 것 같다.

    정승일 : 아무튼 하나 더 얘길 하자면 옛날에 19세기말 20세기 초반에 레닌이 자본주의의 발전에 두 가지가 있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 하나는 영국적 길이고 또 하나는 독일적 길이다. 그리고 러시아는 독일적 방식으로 위로부터 공업화하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

    근데 국제적인 논쟁에서 무슨 얘기가 나왔냐면 독일적인 위로부터의 공업화의 또 하나의 모델이 일본이었다. 근데 최근에 80년대 들어와서 또 무슨 얘기가 나왔냐면 일본식의 위로부터의 공업화를 모방한 게 박정희라는 거다. 그러니까 비스마르크 유형의 위로부터의 공업화, 일본식으로 사무라이 방식을 그대로 모방해서 사무라이 방식으로 공업화한 게 바로 박정희라는 거다. 실제 증거 도 무지하게 많다.

    말하자면 식민지에서 해방된 개발도상국들이 반드시 좌파적인 방식으로 해야만, 인민적 방식으로 해야만 민족 자본주의를 키우고 이러는 게 아니다. 실제로 국가 자본주의라는 게 위로부터 내려올 수가 있고 그런 의미에서 저희가 보기엔 자립화가 되냐 안되냐 이런 경향성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박정희 전두환 권력 그 자체가 이미 그 자체 지향성과 가치관에서 보수적 민족주의가 들어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게 정치군사적 관점에서 말하자면 미국이랑 대결하고 어떨 땐 핵무기도 개발하고 그런 것들이 보수주의적 민족주의가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족자본이 무슨 벤처기업들이 아니라 삼성 현대차 자본이라는 말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볼 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민족자본이고 코리안 캐피탈이다. 우리가 보기에 일본을 대표하는 일본 민족자본이 뭔가? 미쓰비시 히다치 이런 자본이고 이들이 바로 역사 교과서 왜곡하는 자들에게 뒷돈을 대주는 이들이다. 그럼 대한민국에서도 민족적 대자본이 그런 비슷한 짓을 하고 극우파를 도와주는 건데 이게 뭐가 다르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전 80년대 세대가 여전히 굉장히 착각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고 본다.

    이종태 : 제가 잠시만 부연하자면 지금 말씀하시는 민족자본 개념에 선악이 포함돼 있는 것은 아니다.

    정승일 : 아니죠 전 민족주의 그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종태 : 문자 그대로 민족자본이에요?

    정승일 : 그러니까 전 우리나라에 두가지 민족주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선 사실 많은 사람들이 민족주의는 항상 민족해방과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백낙청 선생 같은 분들이 착각하고 있는 게 뭔가 저항적 민족주의라고 생각하는 건데 그게 아니란 거다.

    반공주의적 민족주의가 얼마든지 가능하고 반공주의와 보수적 민족주의가 가능하고 그런 민족 부르주아가 있을 수 있고 저는 그 대표적인 사람이 정주영 회장이라고 본다.

    정주영 회장이 한편으로는 노동자한테 칼 꽂으면서 또 한편으론 북한에 가서 남북통일 얘기하잖아요. 이게 가식적인 행동이 아니란 거다. 그 사람들한테는 자연스러운 행동이고 이게 바로 보수주의적이고 반공주의적이고 반노동자적인 민족주의란 거다.

    남종석 : 정 선배님 말씀을 대체로 보면, 박정희 정권이 정책적인 지향에서 발전주의 국가정책을 취해왔고, 그런 것들이 자립하고 성장해오는 과정이었고, 이것이 우파들이 보면 보수주의적인 관점을 정당화 하는 것이 된다.

    제가 아까 일정하게 종속성이라고 표현했던 것은 우리 경제가 발전하면서 일본의 배후지로서 성장해왔고 지금은 많이 치고 올라왔단 생각을 한다. 실제로 생산성이 많이 올랐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속성 있다고 생각하는 측면은 아까 말했듯이 생산성의 차이에서 오는 교환관계를 얘기하는 것이다.

    정승일 :그런 경우 종속성이라 얘기하지 않고 보통 의존적이라고 말한다. 영어로 dependent라고.

    남종석 :그렇죠. 그 맥락을 얘기하는 것이고 정치적 자율성이라든가 이런 것은 누가 예속됐다고 하는 의미는 아니란 말이다.

    정승일 :그러니까 삼성전자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표기업들이 일본기업의 하청이라고 한다면 종속돼 있다고 볼 수 있는데, 하지만 지금 삼성전자가 소니보다 더 잘나가는데…

    남종석 부산대 경제학 강사

    남종석 :이제 몇몇 대기업들은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생산성은 떨어진다.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나타나냐면 하면 우리는 위기로 가게 될 경우에 외환위기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첫 논제가 한국의 경제 위기와 구조에 대한 해법이 무엇이냐고 했을 때 선생님들이 제기했던 것은 주주자본주의고 주주 자본주의는 결국 금융 중심의 축적 매커니즘이라는 것인데, 저도 그 점에서는 마찬가지 생각이다.

    그렇게 문제를 보았을 때 <선택>을 비판했던 팀들은 한국 자본주의의 예외성을 갖고 와서 오히려 이젠 정상적인 어떤 공정사회나 정상적 자본주의로 가고 그 다음에 복지국가로 가자는 식으로 논점이 엇나갔다고 보는데, 저는 현재의 위기가 공정사회나 정상적 자본주의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 자체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기는 곧바로 외환위기와 결합되어 한국의 위기구조는 더 심화될 것이란 말이죠. 이는 우리 경제가 반주변 경제로서 취약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뭐냐면 지금 현재 우리가 심각하게 해결해야 될 문제가 가계부채다. 천조의 가계부채. 가계부채의 반은 주택담보대출이다. 주택담보대출이 왜 나타나냐면 다 아시다시피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은행들이 기업에 돈 빌려줄 필요, 소위 도매대출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원래 은행은 도매대출하는 거다. 그런데 기업들의 대출 부분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그 부분을 대응한 것이 가계 대출이었던 것이다. 그것이 지금 현재의 버블을 키워왔다는 거다. 결국 주주자본주의도 금융의 문제인 것이고, 부동산 자체도 일종의 금융 문제란 거다. 그러니까 투자를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든 제어해야만 산업 부분으로 돈이 흘러간다는 것이다.

    근데 토건자본 문제도 마찬가지인데, 우리나라의 예외성으로 자꾸 얘기하면서 한국만 토건자본이 컸다고 하는데 이거 정말 우스꽝스럽다. 이미 70년대 영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냐면 영국은 정부보유의 사회주택 많았는데 그걸 다 사유화한다. 왜냐면 은행이 기업대출이 안되니까 돈 벌 수 있는 수단은 모기지 대출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규모가 엄청나게 커지고 주변부 국가였던 아이슬랜드 아일랜드라든가 유럽의 반주변이라고 할 수 있는 스페인, 전부 유로자본이 들어와서 주택시장을 키운 거다. 마르크스주의자 데이비드 하비는 지대추구자본을 주식과 같이 의제자본이라고 규정한다. 쉽게 말해서 주택투기의 본질은 금융투기와 같다는 말이다. 당연히 위기도 금융자본주의의 위기구조와 결합되어 나타난다.

    정종권 :그래서 남 선생님 말에 의하면 어쨌든 주주자본주의라고 부르던 금융 중심의 시스템이라고 부르던, 이것 자체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고 여기에서 위기 문제에 대한 진단과 대안을 고민해야 된다. 이거죠?

    남종석 :네 위기가 아니더라도 한국 경제구조의 개혁과 발전을 위해서는 이 문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종권 : 현재의 한국 경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1차적인 정책진단을 해야 될 지점이 그 지점이라고 남 선생님은 보는데 그 지점에 대해서 두 분 선생님들은 어떻게 보시는가? 말씀하셨던 주주자본주의가 되었던 무엇이 되었든 신자유주의라고 표현한 한국 경제의 문제점에서 지금 우리가 해야 될 우선적인 경제 정책 진단이 어느 지점이라고 보시는가?

    정승일 :방금전 얘기한 것과 같은 얘기인데, 지금 경제민주화와 진보적 자유주의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다시 금산분리를 강조한다. 금산분리란 게 예를 들어서 삼성그룹에서 증권사 아니면 보험사 이런 걸 떼어내자는 얘기인데, 지금의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그 금융사들을 떼어내야 될 화급한 사안이 있나? 아직은 없다.

    이 분들은 뭐라고 얘기하냐면, 그런 금융회사들이 재벌들한테 있으면 일종의 사금고화된다고 얘길해요. 사금고화라는 게 일리가 있는 게 90년대까지만 해도 삼성그룹이나 우리나라 재벌그룹들이 금융회사를 하나 끼고있으면 여기서 돈 빼내서 자기들 하고 싶은 투자를 많이 할 수 있으니까 많이 했는데, 요즘 우리나라 재벌들이 뭐 그렇게 많이 투자를 하나? 투자할 돈을 삼성전자 자기 스스로 많이 벌고 있어서 즉 은행에서 돈 꿔가라고 해도 안꿔가고 있는 판인데, 뭐하러 삼성생명같은 금융계열사들한테 돈을 빼나? 더구나 그게 전부 금융 감독 규정에 어긋나고 일종의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건데, 삼성이 그렇게 무리수를 둘 이유가 전혀 없다.

    남종석 : <선택> 필자들이 잘했던 게 뭐냐면 일단 주주 자본주의가 문제라고 치고 나왔다는 것이다. 공격적으로 치고 나오니까 <선택>을 비판하시는 분들은 핵심 쟁점이 재벌개혁이다 라고 대응을 하는데, 지금 재벌 자체가 쟁점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재벌 때문에 경제 문제가 지금 발생하는 것은 아닌데 왜 문제를 그쪽으로 돌리는 건지 전 이해가 안 된다.

    이종태 :그건 돌린 게 아니라 사회자가 말씀하신 대로 이미 80년대부터 한국의 진보적 경제학자들의 첫번째 화두는 재벌이었다. 근데 그게 DJ시절이 되면서 신자유주의 금융시장 개방이 급속화되면서 금융문제가 ‘이게 장난이 아니구나’라는 인식이 생기고 의제화된 것이다. 그러니까 재벌보다 금융자본주의가 더 문제다 라고 우리가 당시 경제 민주화론자들을 비판을 했는데, 당시에도 오히려 우리처럼 문제제기한 사람들이 오히려 이상한 취급받았던 거다.

    과거 한국 진보 경제학계 내에서 재벌 국유화하냐 재벌 해체냐의 논점이 있었다. 이것은 87년도부터 제기된 것이고, 민중 운동에서 중요한 경제 강령적 내용이었다.

    정승일 :그 얘길 좀 더 해보고 싶은데, 80년대의 논쟁에서도 재벌이이 핵심이었다. 왜냐면 신식민지국독자론의 입장에 서더라도 국가 독점자본주의를 넘어서려면 어떻게 하자는 건지, 재벌그룹을 해체하자는 건지, 아니면 그룹체제를 인정한 채로 국유화를 하자는 건지에 대해서, 입장이 좀 모호했다. 물론 암묵적으로는 국유화를 하자는 것이었다.

    근데 실제로 논쟁할 때는 재벌을 해체하려는 건지 국유화하려는 건지를 구별하지 않았고 무조건 때려부수자 이렇게 얘기한 거였다.

    지금 논쟁되는 게 이와 유관한 맥락인데, 그럼 재벌을 국유화하자는 건지, 해체하자는 건지에 대해서 제대로 한 번 논의를 해보자는 것이다.

    이종태 : 그거 제가 설명해드리겠다. 92년 대선 백선본에서부터 이게 논점이었는데 말씀하셨듯이 뭉뜽그려져 있었다. 재벌이 가지는 독점자본적 성격을 얘기한 것이고 한국에서는 독점자본이라고 해서는 국민들이 잘 이해하지를 못하니까, 재벌로 표현하고 이 재벌을 국가와 사회가 통제해야 된다는 의미가 강했던 것 같다.

    정승일 :근데 소련이 무너지고 문민정부 등장하면서 재벌국유화론은 실종됐다. 재벌해체론이 압도하게 된다. 이게 바로 1990년대 초반부터 진보 진영을 지배하기 시작한 진보적 자유주의적 사고방식 때문이다. 왜냐하면  재벌은 독점의 특정한 형태와 양상이고 그래서 재벌은 국유화가 아니고 해체되어야 시장원리, 시장규율을 관철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재벌의 국유화 얘기는 시대가 흘러가고 점차 우경화되면서 그 얘길(재벌 국유화) 꺼내면 이상한 놈 취급받으니까 이것을 재벌 해체라는 일본 경제 민주주의식의 논리와 결합하면서 대세를 형성한 것이다.

    그때부터 우리나라 재벌을 2차대전 이후 맥아더 사령부가 일본 재벌을 해체시키는 방식으로 해체하자는 것이 제기되었다. 김기원 선생의 박사 논문 주제가 그것이다. 그게 발표되면서 장상환 교수님이 그런 의견에 공감하면서 재벌해체가 공식적으로 퍼졌다. 그리고 경실련을 만드시는 분들이 재벌 해체를 얘기하고, 업종 전문화 해야 되고 우리나라 재벌은 전근대적이기 때문에 해체시켜야 된다고 주장한 것이죠. 또 90년대 중반에 주주자본주의를 미국에서 배워온 장하성 이런 분들이 야 그거 우리랑 딱맞다고 해서 같이 하자고 한 거고.

    장하성 교수가 미국에서 배워 온 시카고 학파의 재무이론이 완전히 금융 자본주의론이다. 경영대학에서 맨날 가르치는 게 재무이론인데 재무이론은 뭐냐? 그냥 완전히 월가의 주주 논리인데 이걸 가지고서 재벌해체 얘기를 하는 건데, 이게 진보 진영의 재벌해체 논리와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남종석 :그 논의와 다른 한 축에서는 발전주의 국가에 대한 연구가 계속 있었다. 그 이후에 보면 이제 일본의 재벌 구조가 완전히 해체된 게 아니다. 일본의 경우도 자주 언급되듯이, 재벌가만 없지 재벌자본주의는 그대로 딱 있으면서 내적인 기업집단이 갖고 있는 효과, 효율성, 상호기술의 공유라든가 정보의 공유 그리고 산업에 대한 통제전략과 장기적인 경제전망 등을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걸 저희들은 봐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미국과 우리가 어떤 차이가 있냐면 우리는 캐치업을 해야 되는 집단이고 저쪽은 뭐냐면 이미 세계적인 적어도 1970~80년대 기준으로 본다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시스템이다.

    독일이 아까 선생님 말씀하셨듯이 금융지주회사를 중심으로 해서 다양한 기업들을 합쳐서 콘쩨른 형태로 만들어서 완전히 지배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미국이 갖고 있는 기업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이것이 표준적인 모델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메인이 아니었다. 미국의 법인자본이 훨씬 더 경쟁력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법인자본과의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독일 자본 가지고 안되니까 그런 식으로 집단화시켜서 경쟁력을 만든 거다. 일본은 일본 형태로 기업군 형태로 만들었고.

    그럼 우리는 이것이 자본주의 발전을 얘기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어쨌든 한국에서 재벌을 우리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라는 점에 대해서 논의한다면 당연히 산업 투자를 활성화시키는 방식으로, 활용해야한다. 선생님 말씀처럼 기업을 통제하면서 발전시키는 문제가 쟁점이다. 이걸 계속 ‘해체’라는 문제로 가게 되니까 그럼 개별 기업집단끼리 경쟁시키면 우리가 경쟁력이 있느냐고 자문해야 되는데, 그 경쟁력 있는 기업은 삼성 현대자동차 이런 몇몇 기업들 밖에 없다. 나머지 계열군들은 완전히 박살난다.

    그건 재벌해체론자들이 옹호하는 성장 전망 자체와도 관련이 없고 경쟁력도 없을 가능성이 많다. 좌파 입장에서는 금융자본으로 가게 되면 노동의 불안성은 필연적으로 뒤따르게 된다. 그러면 산업자본에 투자해야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또 싸워야 노동자의 힘이 커지는데, 이건 그냥 노동조합도 파괴시키는 것이고 산업 경쟁력도 박살시키는 그런 방식의 정책이 되는 것인데, 이것을 진보 학자들이 제기하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

     정종권 :그럼 그런 견지에서 본다면 재벌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접근해야된다고 생각하나?

     정승일 : 얘기한 80년대에서 90년대 초반의 논의를 이어받자면, 저는 ‘재벌해체론’이 틀렸고 그때나 지금이나 ‘재벌 국유화론’이 맞았다고 생각한다. 근데 지금 와서 국유화하자는 것은 좀 웃기는 얘기가 되고, 또 하나는 국유화할 대상은 은행이나 금융 전반의 인프라 사업을 국유화하면 되지, 게다가 은행들은 상당 부분 국유화되어 있고, 굳이 삼성전자를 국유화시킬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요즘 용어로 하면 ‘기능적 사회주의론’이다.

    기능적 사회주의론의 핵심은 사회주의를 하되 반드시 사회적으로 소유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통제를 하면 된다는 것이다. 대자본을 사회적으로 통제하는 방법 중 하나가 사회적 소유 그러니까 철도 전기와 같은 것들은 직접 소유하는 것이다. 그걸로 안 되는 기업들은 사회적으로 규제 내지 통제를 하면 된다는 것이다.

    전 그런 의미에서 포스코 같은 경우 민영화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데, 포스코를 재분배할 수 있으면 재분배시켜 버리고 그렇지 않으면 황금주 같은 식으로 해서 정부가 컨트롤하고, 일반 대기업이나 삼성그룹같은 경우도 여러 가지 규제와 규율 방식으로 사회적으로 민주국가적으로 컨트롤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 통제 방법 중의 하나가 삼성의 이건희가 이재용한테 상속하는  재벌 지분 중에서 정부가 상속세로 수취하는 몫을 그냥 국가가 접수하여 정부가 삼성그룹의 2대 주주로 등극하여 컨트롤하는 것이다. 모든 재벌그룹에 대해 정부가 2대 주주가 될 수 있다. 만약 재벌들이 이에 대해 극렬하게 반발하면 스웨덴 방식으로 아예 공공재단을 만들어서 그것을 통해 공공적 통제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국가소유는 아니지만 국가적 통제를 추진하는 것이 저는 정말 진보적이라고 생각한다.

    정종권 : 그럼 재벌이라는 오래 된 한국 경제 문제에서의 화두에 대해 일정한 수렴점이 생기는 것 같다. 왜냐면 정승일 선생님의 이러한 논지와 의견은 저도 잘 몰랐다. 재벌문제가 현재 경제 구조변혁의 논점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금융구조가 더 중요하다는 <선택>의 문제가 하나의 논점이었다고 보는데

    남종석 :그건 제가 말씀드리겠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금융을 통제한다는 것의 핵심은 현재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시켜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은행들은 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하도록 하고 그 다음에 가계 대출을 제한시키면서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

    왜냐면 가계 대출 문제가 폭발되면 은행 자체가 망하기 때문에 그렇게 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가계 대출을 못하도록 하면서 은행이 이윤을 추구하려면 기업들에게 투자하도록 이끌어내야 된다. 그건 정부가 정책적으로 해야 된다고 본다.

    정승일 :시간이 걸리죠

    남종석 :시간이 걸리죠 그 문제는.

    정승일 :그러니까 시중은행들이 주주자본주의 못하게 막아야 된다. 그게 지금 이야기되는 재벌개혁보다 훨씬 더 위중하고 시급한 진보적 과제이다.

    남종석 :그러니까 주주자본주의 자체를 통제해야 된다는 거다. 그렇게 하면서 산업 투자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중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금융자본과 주주자본주의 자체를 억압해야 되는 것이 첫 번째 정책과제라고 본다.

    정종권 : 제일 우선 순위의 정책과제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시켜서 상업은행 자체가 금융화의 위험성으로 확장되는 것을 막는 경제적 바리케이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인 건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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